통상·FTA

법률 전문가가 보는 통상

외국인 투자 심사와 통상법

세계 각국은 경제 부흥을 위해 외국인직접투자(FDI)1)를 유치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외국인 투자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전략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국가 안보 관점에서 문제 있어 보이는 투자는 심사를 통해 주의 깊게 제한하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의 선진국 기업 M&A 사례가 급증하고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 심사 조치가 강화되고있다.


미국은 일찍부터 1950년 국방생산법(DefenseProduction Act of 1950) 제721조를 통해 대통령에게 외국 기업에 의한 대미 투자를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심사한다. 미국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는 투자를 저지할 권한을 갖는다. 이 법에 따라 1975년 재무부, 상무부 등 16개 부처 대표로 이뤄진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설립됐다. 2018년에는 CFIUS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외국인투자위헌심사현대화법(FIRRMA)이 제정됐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기업 M&A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기업이 그 문제를 해소한다는 조건으로 거래를 승인한다. 또는 거래 자체를 불허 할 수도 있다. 


이는 그간 외국인이 미국 기업의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할 경우를 심사 대상으로 했으나 2018년 FIRRMA 입법 이후 외국인이 소수 지분만 인수하더라도 핵심 기술(technology), 핵심 시설(infrastructure), 민감한 개인 정보(data)를 다루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면 심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나아가 2022년 9월 미국은 CFIUS에 대한 첫 번째 공식 대통령령인 행정명령을 발동해 CFIUS가 외국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공급망, 첨단 기술, 투자 동향, 사이버 보안, 개인 정보 보호 등 다섯 가지 요인을 고려하라는 지침을 담았다. 또한 같은 해 10월 20일에 CFIUS 집행 및 처벌에 관한 지침을 통해 기업이 의무 신고 규정을 위반하거나 시정명령을 어겼을 때 CFIUS가 해당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기본적으로 개별국이 외국인 투자 심사 입법을 하고 EU 집행위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안내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2019년 3월 외국인 투자 심사 규정을 채택했고, 2024년 1월에는 이 규정을 개정하는 외국인 투자 심사 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 2019년 규정이 EU 회원국에 외국인 투자 심사 메커니즘 도입 및 내용에 대한 자율성을 부과했다면, 이 규정안은 EU 모든 회원국에 투자 심사 메커니즘을 도입하도록 의무화했고(규정안 2장 3항), 메커니즘의 투자 범위, 절차 등 실질적인 조화를 권장하고 있다. 2023년 기준 EU 22개국이 이미 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를 채택했는데, 조만간 EU 모든 국가가 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외국인 투자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에서 우리나라는 두 가지 측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첫째는 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영향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 투자 통계에 의하면, 미국은 한국의 제1 투자 대상국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 등에서 제공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더욱 늘고 있다. CFIUS는 접수된 사건을 연례적으로 의회에 보고하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접수 건수는 2020~2022년 3년간 총 29건으로 전체 7위다. 최근 일본 신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등 CFIUS 심사 건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CFIUS 심의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FIRRMA와 CFIUS의 법적 분석을 철저히 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한 측면은 국내 제도 개선이다. 


한국은 그간 외국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으나, 글로벌 추세에 맞춰 무분별한 투자 유치보다는 경제 안보 문제와 기술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해 외국인 투자를 심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계 기업이 미국 증시에도 상장된 한국 반도체 기업인 매그나칩을 인수하려다 미국 CFIUS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한국도 CFIUS 같은 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를 보다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 8월 외국인 투자 촉진법 및 시행령에 근거를 둔 외국인 투자 안보 심의 절차가 마련되어 운용 중인 것은 긍정적이며, 앞으로도 이를 더 정교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용어설명

  • * 외국인직접투자(FDI)(1)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이 다른 나라의 기업이나 사언에 직접 자금을 투자하는 것. 올해 상반기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신고 기준 153억4000만달러(약 21조2106억원)로 역대 3위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