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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전당대회, 11월 대선 후보 트럼프 확정 “車 제조업 다시 미국으로… 전기차 의무화 폐기할 것”
7월 18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전 대통령이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비롯한 그의 가족 그리고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오른쪽 두 번째) 상원의원 부부와 함께 무대에 서 있다.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하며 생애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흘 일정으로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소재 실내 경기장 ‘파이브서브 포럼’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의 마지막 날인 7월 1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사회의 불화와 분열이 치유돼야 한다”며 후보직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앞서 전당대회 첫날인 7월 15일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경선 과정에 압도적 지지를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상황이라 형식적인 절차이긴 했다. 자칫 맥 빠진 행사가 될 뻔했는데 극적인 반전이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월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도중 총에 맞았다. 암살 시도였다. 총알은 그의 오른쪽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피격 직후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던 그는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싸우자(Fight)’라고 외쳤고, 배경이 된 성조기와 함께 사진에 담긴 이 모습은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 결집 효과를 부르는 ‘트럼프의 순간’을 만들었다. 7월 15일 전당대회에서 피격 이후 처음 공개 석상에 등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쪽 귀에는 흰색 붕대가 덮여 있었다. 트럼프가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에스에이(USA·미국)”를 연호하며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고 외쳤다. 피격 직후 트럼프가 외쳤던 “싸우자” 구호가 재현되기도 했다.



부통령 후보에 초선 J.D. 밴스 지명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부통령 후보로 초선인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을 지명했다.그는 1시간 가량 밴스 상원의원 옆을 지키며 래퍼 앰버 로즈 등 유명 지지자의 찬조 연설을 들었지만, 따로 연설은 하지 않았다.1984년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인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밴스 상원의원은 1952년 리처드 닉슨 이래 최연소 부통령 후보다. 불우한 가정 환경을 딛고 변호사, 벤처캐피털 기업인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이 됐다. 2016년 미국 남부 애팔래치아 지역에서 가난하게 성장한 경험담을 풀어낸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로 전국적 유명 인사가 됐다. 한때 ‘반(反)트럼프’였지만 지금은 핵심 ‘친(親)트럼프’ 인사로 분류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건 자신과 견해가 같은 데다, 경합 지역인 러스트벨트에서 노동자 계층 유권자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78세로 고령인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39세나 어린 젊은 부통령 후보라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월 18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가 전체를 위한 비전을 제시하려 한다. 젊은이든 노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무소속이든, 백인이나 흑인, 아시아인, 히스패닉이든 여러분 모두에게 충성과 우정의 손을 내민다”고 말했다.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를 폐기해 미 자동차 산업의 몰락을 막고, 미국 고객에게 자동차 한 대당 수천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테슬라 공장.

앞서 미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 직후 트럼프의 전기차 산업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기대한 듯 “나는 트럼프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그의 빠른 회복을 희망한다”며 “미국에 이처럼 강인한(tough) 후보가 있었던 건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마지막”이라며 찬사를 보낸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자동차 공장은 미국에 건설되고 우리가 운영할 것”이라며 “그들(중국 등 다른 나라)이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는 100~200%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락 연설은 92분 동안 이어졌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반(反)세계화·반중국·친(親)화석 에너지’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America Great Again)’를 선거 구호로 내건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보호무역주의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도중인 7월 16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중국산 수입 제품에 60~100%, 다른 나라 수입 제품에는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1기 시절보다 더 강한 미·중 통상 분쟁을 시사한 것으로 유럽 등 우방국에 대해서도 불공정 교역으로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관세 전쟁을 예고했다.



+ PLUS POINT

바이든 대통령 민주당 후보직 사퇴

조 바이든 대통령은 7월 21일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6월 27일TV 토론 부진 후 진보 진영 안팎의 사퇴 요구 압박을 받은 지 약 3주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지(endorse)한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이날 성명에서 “재선 도전을 하려 했지만 우리 당과 나라를 위해서는 내가 도전을 포기하고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기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의 사퇴 결정은 11월 5일로 대선을 불과 107일 앞두고 이뤄졌다. 경선을 치른 현직 대통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은 미 현대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1964년 자메이카 출신 ‘포스트 케인지언파’ 경제학자 아버지와 인도 출신 생물학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랐다. ‘흑인들의 하버드’로 불리는 워싱턴D.C. 소재 하워드대를 졸업했고, 캘리포니아대 헤이스팅스로스쿨을 거쳐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2004년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을 지냈고 2011년엔 흑인이자 여성 최초로 캘리포니아주 법무 장관에 선출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2017년 상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2018년 9월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 날카로운 질문으로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다. 해리스는 민주당 내 중도파로 분류된다. 의료 개혁과 관련해선 민간 보험사의 제한적 역할을 견지하고, 중산층의 세금은 올리지 않으면서 공공 보험 제도를 유지하는 안을 지지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는 사형 반대 등 전형적인 민주당 이슈 외에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진보주의자와 뜻을 같이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대통령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 영광”이라며 “후보 지명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