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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 해외 현지 보고 1억 인구 베트남 일용 소비재, 공략법은 ‘웰빙’과 ‘프리미엄’
  • 박정호 베트남 하노이 무역관
  •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마트.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장기간 큰 타격을 입은 베트남의 ‘일용 소비재(FMCG·Fast-Moving Consumer Goods)’ 산업은 최근 소비자 행동과 시장의 변화에 잘 적응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의 일용 소비재 산업은 전체 소매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베트남 소매시장의 추이는 일용 소비재 산업의 현황 및 전망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된다. 베트남 통계총국에 따르면, 베트남의 재화 소매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꾸준히 성장 중이다. 베트남의 소매시장 규모가 2023년부터 연평균 12.1% 성장해 2028년에는 약 4356억달러(약 606조원)에 이를 것이란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전망도 있다.

    베트남은 올해 7월 1일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이에 2024년에는 임금 인상에 따른 소득 증가와 중산층 확대가 일용 소비재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 관찰되는 일용 소비재 산업 관련 주요 트렌드를 ‘3P 키워드(Place·Population·Post COVID-19)’로 살펴봤다.

    자료_베트남 통계총국

    Place 구매 장소, 재래시장에서 온라인으로 


    베트남의 재래시장과 길거리 상점은 베트남인이 일용 소비재를 구매하는 중요한 장소다. 그러나 전체 소매 유통 채널에서 차지하는 중요도 및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더 편리하고 현대적인 방식의 유통 채널이다. 대형 유통사가 운영하는 슈퍼마켓, 대형 마트와 편의점, 미니 마트를 양축으로 소매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 중 외국계 주요 기업으로는 태국의 ‘센트럴 리테일 코퍼레이션(CRC)’이 있다. CRC는 최근 베트남에서 14억5000만달러(약 2조원) 규모의 증자를 발표했다. 이는 CRC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다. 베트남의 63개 성 중 57개 성에 있는 매장 수를 600개로, 즉 두 배 늘리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일본 최대 유통 업체 중 하나인 ‘이온(Aeon)’도 식품 부문을 중심으로 베트남 내 쇼핑몰 출점을 2025년까지 약 16개로 세 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편의점과 미니 마트는 소비자가 다양한 제품을 집 주변 인접 거리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편의성으로 인해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2023년 3월 기준 베트남에는 총 6720개의 편의점 및 미니 마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대부분은 대도시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터넷 보급률 및 스마트폰 가입자 수 증가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주문의 필요성과 편의성을 경험한 소비자의 행동 변화에 따라 일용 소비재 부문에서도 ‘쇼피(Shopee)’ ‘틱톡숍(Tiktokshop)’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비나밀크(Vinamilk)’ ‘펩시(Pepsi)’ 등 베트남의 주요 일용 소비재 기업은 숏폼 영상을 제작해 브랜드 이미지와 광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여기에 숏폼 영상을 넘어 쇼핑과 오락이 결합한 다양한 형태의 쇼퍼엔터테인먼트도 등장하는 추세다. 과거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재래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차 끊기고,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는 이유다.

    Population 늘어난 인구에 도시화까지

    베트남 인구구조도 변하고 있어 일용 소비재 산업도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베트남은 도시화, 평균 소득 증가, 핵가족화 등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우선 베트남은 2023년에 드디어 1억 인구를 돌파했다. 2024년 1월 베트남 통계총국 발표 자료 기준 베트남의 2023년 인구 추정치는 1억310만 명이다. 베트남은 매년 인구가 약 100만 명 늘고 있는데, 도시 인구도 비슷한 수치로 매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시화율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도시화는 평균 소득의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베트남의 1인당 월평균 소득은 2018년 159.8달러(약 22만원)에서 2023년 204.7달러(약 28만원)로 28.1%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평균 소득 증가 추세는 일용 소비재 중에서도 고가(프리미엄) 소비재에 대한 소비 증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구매력평가지수(PPP)를 기준으로 하루에 최소 11달러(약 1만5300원)를 지출하는 소비자를 ‘소비 계층’으로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2020년 4000만 명의 베트남 소비 계층이 2030년에는 7700만 명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루에 30달러(약 4만1730원) 이상을 지출하는 상위 계층의 소비자 규모는 2020년 400만 명에서 2030년 2000만 명으로 다섯 배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Post COVID-19 ‘건강’과 ‘집’의 소중함

    지난 2년간 베트남의 일용 소비재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건강과 웰빙(health and wellness)’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안정기에 진입했음에도 건강 문제에 대한 베트남 소비자의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해 활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음료 업계다. 예컨대 커피나 탄산음료처럼 일반적으로 건강에 해롭다고 분류되는 품목들도 설탕 함유량과 칼로리를 최소화하거나 섬유질을 추가하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일본의 프로바이오틱스 요구르트 브랜드인 ‘야쿠르트(Yakult)’는 2022년 최고 성장률 30%를 달성하는 등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19년부터 현시점까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착된 또 다른 트렌드는 집에서 보내는 휴식이 소중해져 이에 대한 소비와 투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많은 식품 기업이 앞다퉈 소가족이나 1인 가구를 위한 소용량 제품을 출시하거나 밀키트 제품을 출시해 집에서 편하게 음식을 먹으며 힐링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급성장한 온라인·모바일 배달 주문 또한 그 편리함으로 인해 시장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