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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유리 다듀시 메릴랜드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무역 의존형 韓 경제, 상대국과 끊임없이 협상해 분절화 피해 줄여야’
  • 윤진우 기자
  • 유리 다듀시 메릴랜드대 공공정책학부 교수. 예루살렘 히브리대 경제학 학·석사,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현 브뤼겔 연구원, 전 세계은행 국제무역이사, 전 카네기국제평화기금회 수석 연구원

    미·중 무역 갈등,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촉발한 국제무역 분절화(fragmentation)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무역정책학자인 유리 다듀시(Uri Dadush) 메릴랜드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은 대규모 무역 상대국과 끊임없이 무역 협상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국제무역 분절화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품목·지역별 수출 다변화, 산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무역 상대국과 협상을 통해 무역 분절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듀시 교수는 세계은행 국제무역이사, 카네기국제평화기금회 수석 연구원을 거쳐 유럽의 경제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제무역이 분절화되는 이유는.

    “분절화가 생기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지정학적 요인과 코로나19 팬데믹 등 증가하는 사회적 긴장, 무역 불평등에 따른 전 세계 주요국의 보호무역이 두 번째 원인이다. 주요국의 무역정책이 개방에서 보호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국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은 기후변화, 국가 안보, 산업 정책 등 전 세계 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제를 다루는 데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과 규범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국제무역 분절화의 이유 중 하나다.”

    국제무역 분절화가 국제경제에 미치는 장단점은.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국제무역 분절화의 장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단점은 극명하다. 무역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개인적으로 국제무역 분절화는 절대 경제적이지 않으며 정치적인 이유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역 분절화로 양자 간 합의 대신 다자간 합의가 대세가 됐다던데.

    “다자간 합의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다자간 합의는 각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일시적으로 이뤄지는 (불완전한) 합의다. 국제무역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본다. 오히려 다자간 합의가 늘어나면서 양자 간 합의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무역이 분절화할 경우 무역 상대국과 일대일로 어떤 합의를 맺었느냐에 따라 무역의 경쟁력이 생기게 된다.”

    다듀시 교수는 다자간 합의에서는 구체적이고 실행적인 무역 협력이 이뤄지기 힘든 만큼 실질적인 실행 계획이 포함된 양자 간 합의가 우선돼야 하고, 이런 양자 간 합의가 다자간 합의보다 우선권을 갖게 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 형식인 지역무역협정(RTA)이 등장했는데.

    “대륙과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다자간 협정도 중요하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CP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은 무역 자유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국이 RTA를 체결했더라도 경제와 안보 이익에 따라 행동할 경우 협정의 결속력은 약해질 수 있다. 결국은 WTO가 주도하는 다자간 협정이 계속 이어져야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다.”

    아시아 국가의 RTA는 어떻게 보는가.

    “당연히 필요하다. 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역동적인 무역 시장이다. 다만 아시아 외 다른 지역, 유럽 및 북미와 연결이 훼손되는 방식의 RTA가 돼서는 안 된다. 유럽과 북미는 여전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제품과 기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규모 수출 시장이다.”

    앞으로도 국제무역 분절화가 계속될까.

    “국제무역 분절화는 계속 일어날 수 있다. 큰 변화가 없는 한 말이다. 다만 국제무역 분절화가 심화하는 건 막아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제무역 분절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분절화가 심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정치적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

    국제무역 분절화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한국은 글로벌 가치 사슬에 통합된 무역 의존형 경제다. 무역이 분절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는 전 세계에 물건을 제약 없이 판매할 수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에 자유롭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반대의 경우에는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역 의존형인 한국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한국은 대규모 무역 상대국과 끊임없이 무역 협상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국제무역 분절화에 대응해야 한다. 품목·지역별 수출 다변화, 산업 경쟁력 강화도 필수다. 특히 ‘우리와 무역할지 저들을 선택할지’ 택하라는 상대국의 정치적 압력에 저항하는 동시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피해를 줄일 수있다.”

    + PLUS POINT

    한은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
    “세계 경제 두 블록으로 나뉘면 韓 수출 타격 불가피”

    ※ 시나리오별 2022년 대비 2023년 증감률 추정치. 자료_한국은행

    한국은행(한은)은 2023년 12월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무역 분절화를 ‘제한적 분절화’ ‘분절화 심화’ ‘블록 간 대립 심화, 블록 내 무역 장벽 완화’로 구분해 잠재적 영향을 전망했다. 제한적 분절화는 미·중·유럽이 반도체와 자동차 등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무역 장벽을 부과하는 무역 분절화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분절화 심화는 주요국이 두 블록으로 나뉘어 블록 간 무역 장벽을 강화하고 블록 내에서도 보호무역 조치가 시행되는 상황이다. 현재 국제무역 상황과 가장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블록 간 대립 심화, 블록 내 무역 장벽 완화는 미·중 블록 간 대립이 심화하면서도 블록 내 국가 간에는 상호 간 무역 장벽이 완화되면서 수출 다변화를 위한 우호적 환경이 형성되는 경우를 말한다.

    한은은 세 가지 경우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제한적 분절화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국 경제가 ‘미국 경제권’ ‘중국 경제권’ 등 두 블록으로 나뉘어 블록 간 무역 장벽이 강화되고, 블록 내에서도 보호무역 조치가 시행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제한적 분절화의 경우 한국 수출은 전년 대비 최대 10% 줄어들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 분야인 화학, 기계, 전기 등의 수출 감소폭이 큰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 세계 수출이 4% 안팎으로 줄어드는 전망과 비교해 두 배 넘는 감소 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