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통상의 세계 돋보기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위해 기술 개발 매진하는 철강 업계 “독자적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탄소 배출 없이 쇳물 뽑아낸다”
6월 24일 경북 포항 포항제철소에서 처음 공개된 ESF 전기용융로. 포스코홀딩스

2023년은 포스코가 쇳물을 처음 뽑아낸 지 50년이 되는 해였다. 포스코는 1968년 설립 이후, 1983년 포항제철소를, 1992년 광양제철소를 준공함에 따라 현재는 글로벌 조강 생산량 4000만t 규모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202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하며 비로소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또 세계적인 철강 분석 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에 2010년부터 14년 연속 1위로 선정됐으며, 고유의 경영 능력과 기술 혁신분야에서도 글로벌 선진 철강사로 인정받고 있다. 포스코의 성장 과정은 ‘영일만의 기적’이라 불리며, 지난 50년간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견인해 왔다. 철강은 ‘산업의 쌀’이자 제조업의 근간이다.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소재로서 대한민국 경제성장기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은 1960년 40억달러(약 5조5160억원)에서 2021년 1조8000억달러(약 2482조원)로 450배, 1인당 국민소득은 158달러(약 22만원)에서 3만5000달러(약 4827만원)로 222배 증가하여 세계 8위의 무역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미래 50년은 경제성장과 함께 지속 가능성이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탄소 중립’과 친환경’이 최대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탄소 감축, 수소, 에너지 등 기후변화 대응 산업 분야를 포함한 탄소 중립 산업 시장은 2021년 17조원에서 2032년 193조원까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세계 각국은 탄소 중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탄소 중립 시대로 전환은 기업에 있어 생존과 직결된 냉엄한 현실로 다가온다. 이미 세계각국의 정부, 고객사, 투자 기관에서 탄소 중립 전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유럽,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은 자국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탄소 배출을 무역 장벽으로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2023년 5월에 발효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1)가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자동차, 풍력 에너지 산업의 고객은 자체 탄소 중립 목표를 수립하면서 포스코에 탄소 감축 철강제품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철강 제조 프로세스에서 고철 사용 비율 상향 또는 철강 생산량 대비 탄소 배출량을 나타내는 탄소배출원단위 저감 등 탄소 감축 요구 사항도 다양화·구체화하고 있다. EUCBAM 등 무역 장벽이 본격 시행되면 탄소 감축제품을 요구하는 고객사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투자 기관 및 신용평가사도 기업의 탄소 중립 목표이행 현황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 경영에 영향을 큰 미치고 있으므로, 포스코의 탄소 중립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 목표

포스코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및 대외 이해관계자 탄소 감축 요구에 부응해 2020년 12월에 저탄소 체제 전환 및 비즈니스 재편으로 미래 경쟁력제고를 위해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2021년에는 이를 구체화하고 실행력을 높이고자 기술 개발, 원료, 수소에너지 등 중장기 전략이 종합적으로 포함된 ‘2050 탄소 중립 로드맵’을 수립했다. 포스코의 탄소 중립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까지는 고로(용광로) 기반 탄소 감축 기술 개발 및 적용을통해 NDC 달성 및 탄소 감축 제품 공급 체제로 전환하고, 궁극적으로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Hydrogen Reduction)’에 기반한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현재 포스코를 비롯한 많은 철강사가 채택하고 있는 철강 제조 프로세스는 고로를 통해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석탄 사용으로 이산화탄소(CO2) 발생이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청정수소 및 친환경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과 경제성이 확보될 때까지 수소 환원으로 전환하는 중간 단계의 연결 기술을 ‘저탄소 브리지(bridge) 기술’로 정의하고, 고로 생산 체제에서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기술은 고로에서 다량 사용되는 소결광(철광석덩어리) 비중을 줄이고 펠릿(철광석을 파쇄·선별후 일정 크기의 구형으로 가공한 원료)과 HBI2) 사용량을 높여 석탄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외에도 고로에 수소를 포함하고 있는 천연가스를투입해 추가 감축 효과에 대해 검증하고 있다.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은 불순물 제거를 위해 ‘전로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고철 사용 비율을 늘려 쇳물 사용 비중을 줄이는 기술도 도입할 계획이다. 또 획기적인 탄소 감축 제품 위해 전기로 신설을 추진 중이다. 전기로 공정은 이미 환원된 상태인 고철과 HBI를 주원료로 사용해 탄소 배출을대폭 저감할 수 있다. 이처럼 현 고로 기반 프로세스에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2030년까지 탄소 감축 제품 공급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향후 EUCBAM의 본시행에 대비하고 탄소 감축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하기 위해 최종 제품의 탄소배출원단위를 파악할 수 있는 탄소 배출량 산출 시스템도자체적으로 개발해 내부 시험 운영 중이다.



철강 탄소 중립 혁신 기술 ‘하이렉스’

궁극적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쇳물을 생산할 때 탄소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포스코를 포함한 다수의 철강사는 탄소 중립을위한 핵심 기술로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 환원을 위해 기존 환원제로 사용된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함으로써 탄소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혁신 기술을 말한다.포스코는 탄소 중립 시대에 맞는 철강 제조 프로세스 혁신을 위해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이렉스는 포스코 고유 기술인 ‘FINEX(Fine ore reduction)’의‘유동 환원로 기술’과 그룹사 SNNC의 ‘전기 용융로(ESF)3) 기술’을 결합한 포스코의 독자적인 수소환원제철 기술이다. 해외 철강사가 기술 개발하고있는 ‘샤프트(shaft)’ 형태의 수소환원제철과 비교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우선 하이렉스는 유동 환원 기술을 통해 철광석중 물동량이 가장 많은 저품위 분광을 사용할 수있다. 원료 수급 측면에서 제약이 없으며, 저가 원료를 사용하므로 향후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 수소를 활용해 환원하면 주변의 열을 빼앗는 흡열 반응이 일어나 수소 기체의 온도가 하락하는데, 유동로는 다단으로 구성돼쉽게 열을 가할 수 있는 구조다. 덕분에 온도 보상이 용이해 철광석의 균일한 환원 품질을 보장할수 있다. 또 신(新)ESF는 연속 출선(쇳물 생산)으로 안정적 용해 및 저품위 직접환원철(DRI)4) 사용이 용이한 설비다. 내부에 환원 분위기를 형성해실수율을 높일 수 있으며, ESF를 거친 용선(쇳물)은 기존 전로 설비를 통과해 불순물 제거 등 성분제어를 통해 고급 강 제조가 가능하다.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하이렉스는 포스코가2007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혁신 기술인 FINEX 유동 환원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이미FINEX 공정은 연산 350만t 생산 체제를 갖추어안정적으로 가동 중이다. 그룹사 SNNC도 세계 최대 규모의 ESF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3년 하반기에 탄소 중립 국책 과제와 연계하여 수소환원제철 실증을 위한 기초 설계를 착수했으며, 2050년까지 기존 고로를 수소환원제철로 단계적설비 전환을 통해 탄소 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탈탄소 전환 설비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하이렉스설비 도입을 위해 올해 1월 포항제철소에 개소한수소환원제철개발센터는 향후 포스코 고유의 수소환원제철 공법인 하이렉스 기술 구현을 위한 데모 플랜트 구축의 핵심 역할을 할 계획이다. 최근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철강 산업의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중요성과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인정받아 국가 전략 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4년도 국책 사업 예비 타당성 우선 대상 과제로 선정됐고, 포스코는 보다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탈탄소 전환을 위해 하이렉스 데모플랜트를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하는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계획이다. 2월에는 광양제철소에서 연산 250만t 규모의 대형전기로 공장 착공식이 열렸다. 고객의 탄소 감축제품 공급 요구에 발맞춰 약 6400억원을 투자해 전기로를 신설하기로 했으며, 이날 착공한 전기로 공장은 2025년 말 준공하고 2026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전기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바로 활용하거나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과 혼합하는 합탕 기술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합탕 방식을 통해 기존전기로의 한계였던 고급 강을 생산해, 고로 생산재보다 탄소 발생을 저감하면서 고객사별 다양한 탄소 감축 요구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해외는 정부가 탄소 중립 지원

해외 각국 정부는 탄소 중립을 명목으로 산업 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철강 산업의 탈탄소 전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탄소 규제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제는 지원 정책 중심으로 전환해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EU는 그린딜 실행에 10년간 1조유로(약 1472조원)를 투입했고, 회원국 정부는 철강사의 탈탄소설비 전환 투자 비용의 40~60%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원한다. 또한 수소 활용에 대한 운용비(OPEX) 보조금을 지원하고, 정부 주도의 수소 공급 인프라 구축을 통해 저탄소 공정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일례로 독일 정부는 자국 철강사 ‘티센크룹’의 DRI 제조 설비 신설 투자에 자본적지출(CAPEX), OPEX를 포함해 20억유로(약 3조원) 지원을 확정했으며, 수소의 주요 수요처인 철강 산업을 위해서 ‘수소 파이프라인 연결 프로젝트’를통해 2029년까지 제철소 소재 지역을 대상으로 수소 파이프라인을 우선 연결할 계획이다.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지원금의84%인 3690억달러(약 508조원)를 에너지·기후변화에 투입을 결정했으며, 철강의 탄소 중립 인프라와 관련된 수소 및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5)등 에너지 산업에 집중 지원한다. 미 에너지부는일명 ‘수소 샷(Hydrogen Shot) 111’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10년 내 청정수소 생산 단가를 1㎏당 1달러(약 1378원)까지 인하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철강을 포함한 8대 탄소 배출 집약 산업의 33개프로젝트에 대해 60억달러(약 8조2680억원) 보조금 지원을 발표했는데, 이 중 6대 철강 프로젝트에15억달러의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다.일본은 정부 주도 아래 연구개발(R&D)부터 탈탄소 설비 전환까지 대규모 투자 지원책을 마련해 자국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탄소 중립 R&D 지원을 위해 GI(GreenInnovation) 기금 2조엔(약 17조1270억원)을 조성했다. 2023년 9월 철강 분야 GI 지원금을 1935억엔(약 1조6570억원)에서 4499억엔(약 3조8527억원)으로 대폭 증액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일본 철강업의 승리’를 위해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힘을 싣기 위함이라고 한다. 2023년에는 제조업의 경쟁력 있는 탈탄소 전환을 위한‘GX(Green Transformation)’ 정책을 발표했으며,정부 재원 20조엔(약 171조원)을 마중물로 해 실증·상용 설비에 민관 150조엔(약 1286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고 철강 분야에 3조엔(약 25조6905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투자하기 어렵고 탄소 감축 효과가 큰 사업을 지원해 그린 시장 선점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는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2050년 탄소 중립 달성까지 막대한 투자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은 규모가 큰 사업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은 단일 기업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해외는 철강을 자국 제조업의 핵심 소재 및 경제 안보 자산으로 간주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 철강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제조업의 탄소 중립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탈탄소화 전제 조건인경제적, 안정적 청정수소, 친환경 전력이 공급될수 있도록 국가 주도의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포스코는 민관 협력을 통해 탈탄소 전환을 적극추진,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를 성공적으로 구현해 탄소 중립 시대의 신경제 국보 1호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용어설명

  • *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1)

      EU 역내로 수출하는 기업이 협력사 등 공급망까지 탄소 배출량을 신고해 자국에서 덜 낸 탄소세를 내도록 하는 제도. 2026년 1월 본격 시행된다.



  • * HBI(Hot Briquetted Iron)(2)

      철광석에서 산소를 제거해 환원시킨 직접환원철(DRI)을 조개탄 모양으로 성형한 가공품으로, 저탄소 원료 중 하나다.



  • * ESF(Electric Smelting Furace)(3)

      ESF(Electric Smelting Furace)



  • * DRI(Direct Reduced Iron)(4)

      천연가스로부터 추출한 환원 가스를 이용해 철광석에서 철분(함유량 90% 이상)을 따로 뽑아 만든 덩어리.



  • * 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5)

    연료 연소 및 산업 공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 및 전환해 활용하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