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더 특별한 통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KATI)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총 24억6400만달러의 농림·수산 식품을 수출했다. 2018년 대비 수출액이 40.4% 증가했다. 미국도 K푸드의 수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2018년 10억8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7억4100만달러로 수출액이 6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수출액도 5억8500만달러에서 7억3800만달러로 26.2% 늘었다. 이 덕분에 K푸드 수출은 작년 총 120억달러를 돌파,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K푸드 최대 수출 지역이었던 일본은 2018년 20억 8400만달러에서 지난해 20억7100만달러로 수출액 변화가 크지 않았다. 중국은 2018년 15억100만달러에서 2020년 23억7500만달러로 급증했으나 지난해 20억5100만달러에 그쳤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국 문화 영향력이 커지는 미국과 아세안에서 K푸드 성장이 두드러진다”면서 “일본과 중국은 이미 K푸드 침투율이 높아 성장이 지체됐다”고 분석했다. K푸드의 주요 수출 품목 변화도 눈에 띈다.
2018년 대비 2023년에 과실류, 채소류, 인삼류, 김치 같은 신선 식품 수출은 12억7600만달러에서 14억8600만달러로 1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면류, 과자류, 음료 등 가공식품 수출은 56억4900만달러에서 75억3700만달러로 33.4% 증가했다. 특히 면류 수출은 4억1300만달러에서 11억8200만달러로 186.2% 급증했다. 수산 식품 수출은 23억7400만달러에서 29억9400만달러로 26.1% 증가했는데, 이 중 김의 수출이 5억2500만달러에서 7억9100만달러로 50.7% 증가해 눈에 띈다. 문 교수는 “소스, 장, 쌀, 음료, 주류 시장을 더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K푸드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K콘텐츠의 인기가 K푸드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음식은 다른 제품과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 사람은 혁신적이고 새로운 IT(정보기술) 기기 신제품에 열광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식품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한식을 전혀 모르는 다른 문화권이 갑자기 한국 음식을 좋아할 수는 없다. 식품 소비자는 먹어보지 않았다면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 익숙한 것에 마음을 연다. 그것이 바로 K콘텐츠와 한류다. 내가 좋아하는 K팝 아이돌이 유튜브에서 먹는 것, 내가 좋아하는 한국 영화, 한국 예능에서 출연자가 먹는 것을 보면서 K푸드에 익숙해진 거다.
한국 식품 기업의 꾸준한 노력도 있었다. 사실 K푸드는 불현듯 인기를 얻었다기보다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식품 기업들은 외형 확대를 위해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고자 했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노하우를 쌓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기업의 해외시장 공략이 더 적극적으로 변모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내식 문화가 강해지자, 식품 기업은 이를 기회로 삼고 외형 성장을 일궈냈다.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외식 문화가 살아나면 실적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이었다. 결국 매출 확대를 지속하고 외형을 확대하려면 수출을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 해외 현지에 공장을 짓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며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게 됐다.”

K푸드의 주요 수출국이 변화하고 있다
“문화적 유사성과 직접 연관이 있다. 일본과 중국은 과거부터 한국과 문화적 유사성이 깊었다. 현재도 K푸드의 침투율이 높아 수출이 급성장하길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일본과 중국에선 수출에 잡히지 않는 K푸드의 영역이 더 크다. 현지 공장에서 생산돼 현지에서 소비되는 K푸드, 현지 한식당에서 현지인이 외식으로 즐기는 소비는 K푸드 수출에 잡히지 않지만, 규모가 크다.
K푸드 수출 시장으로서 미국과 아세안의 급성장은 한국 문화 영향력의 확대가 배경이다. 미국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에서 냉동 김밥이 동날 정도로 인기라고 하는데, 사실 미국의 모든 사람이 한국 음식에 열광하는 건 아니다. 주로 한국 문화에 많이 노출되는 캘리포니아주와 뉴욕 얘기다.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은 미국에 맞게 현지화된 초밥인 ‘캘리포니아롤’을 즐기는 지역이기도 하다. 김밥에 쉽게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미국 중서부(미드웨스트)와 남부 플로리다·텍사스주에 가보니, 김밥이 식료품점 매대에 올라와 있지도 않더라.
이는 미국 시장 공략이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다. 미국 식품 시장의 규모와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고려하면 앞으로 침투할 만한 시장 규모가 훨씬 더 크다. 아세안은 K팝과 한국 문화가가장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지역이다. 한국 문화에 열광하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한국 식품에도 마음을 쉽게 연다.”
유럽의 K푸드 수출액은 성장세지만, 규모가 작다.
“유럽 식품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K푸드의 수출액이 너무 적어 보인다. 미국이 이제 시작 단계라면, 유럽은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와 식문화 차이가 크고, 문화적 거리감도 있기 때문에 침투율이 낮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K푸드 수출 확대를 위한 신시장으로 꼽고 있는 중동과 중남미, 인도도 우리와 문화적 거리감이 크다. 이런 지역에서 K푸드 수출을 확대하려면 K콘텐츠와 함께해야 한다. 한국 음식에 대한 어색함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음식은 문화의 일부다. 문화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신시장을 뚫기가 어렵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웹툰이든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추는 역할을 해주는 콘텐츠와 함께 나가야 한다.”
신선 식품보다 가공식품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우선 신선 식품 수출을 늘리기 어려운 것이 원인이다. 우리로선 가공식품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깻잎은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 즐겨 먹는 채소인데, K푸드로 깻잎을 수출하려면 대상이 주변국이어야만 한다.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선 식품은 수출 대상국이 한정적이어서 수출액을 확 늘리기가 어렵다.
신선육 수출은 신선 식품 수출을 크게 늘리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외국으로부터 가장 수입을 많이 하는 신선 식품은 육류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대부분 국가에 신선육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깻잎을 100만 장 수출해도 수출액이 그다지 많지 않다. 신선육 수출이 다양한 국가로 이뤄지면, 신선 식품 수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 성장이 지체된 일본과 중국으로의 K푸드 수출액도 크게 뛸 거다. 사실 김밥만 해도 그렇다. 육류 수출 제한으로 불고기김밥을 수출할 수 없기 때문에 야채김밥으로 비건 시장을 노린 거다. 불고기김밥을 수출하면 훨씬 더 잘 팔릴 거라고 본다.”
최근 5년 사이에 면류 수출액이 186.2% 증가했다.
“해외에 나가보면 삼양 라면이 해외 슈퍼마켓 라면 매대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불닭’ 제품군이다. 특히 한국의 매운맛을 잘 받아들이는 동남아에서 불닭볶음면이 잘 팔린다. 한국 라면이 왜 잘 팔릴까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 국가가 면식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가에서 나름의 면식을 전통식으로 하고 있다. 특히 라면은 일본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예전부터 시장을 열어 놓았다. 물론 한국 라면은 일본 라면과 맛이 다른데, 세계인이 면식을 어색해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효했다는 의미다. 한국 라면 중에서도 불닭볶음면이 잘 팔리는 건 소셜미디어(SNS)의 영향이 커 보인다. 또 국물 있는 면보다는 비빔면, 볶음면이 더 잘 팔리는 것은 요즘 전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해 김 수출액이 1조원을 넘었다.
“전 세계 김 생산량의 약 70%를 한국이 담당한다. 일본도 한국산 김을 수입한다. 한국산 김이 일본산 김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김 소비가 늘면, 한국의 김 수출이 확 증가하는 구조다. 외국에서 누군가 김을 사면, 한국산 김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양은 김 같은 바닷속 해조류를 ‘시 위드(Seaweed·바다의 잡초)’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먹을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에는 해조류에 식이섬유와 식물단백질이 많다는 것이 알려지고, 지속 가능성이 화두로 오르며 서양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202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국제식품박람회 2022(SIAL 2022)’에 혁신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가장 뛰어난 혁신을 보여주는 식품에 주어지는 혁신상 금상은 미역과 다시마가 차지했다. 미역과 다시마를 가공해 큐브 형태로 냉동하고, 이를 튀기거나 볶아서 파스타나 샐러드에 올려 먹도록 한 제품이었다. 프랑스에서도 해조류를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식재료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한국이 김이나 미역, 다시마, 파래 같은 해조류를 다양한 제품으로 상품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한국이 전 세계 김 생산량의 70%를 담당하지만, 김이 잘 팔리기 시작하면 곧 중국이나 태국에서도 생산하게 될 것이다. 그 전에 다양한 김 관련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김의 부상은 수출 품목 다변화로 보인다.
“다변화하는 것 같지만, 모두 캐주얼한 음식이라는 한계가 있다. 라면이나 김밥은 외국인이 저렴한 가격으로, 기회비용의 큰 손실 없이 인스턴트로 즐기는 음식이다. 정말 우리가 내세우고 싶어 하는 건 식육 문화다. 갈비와 한정식, 한우 같은 것 말이다. 신선육 수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 한다면, 외국의 해당 지역에서 난 축산물로 한식을 만들되 소스라도 제대로 된 한국산 소스를 쓰도록 장려해야 한다.
현지 외식 기업이 한식을 만들거나 한국 스타일 요리를 만들 때 쓸 만한 소스나 장을 B2B(기업 간 거래)로 대량 유통하는 것이다. 이미 성공 사례가 있다. 불닭볶음면도 면보다 소스가 중심이다. 또 안태양 푸드컬쳐랩 대표이사가 ‘뿌리는 김치 시즈닝’을 개발, 혈혈단신으로 아마존에 출시해 상당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김밥에 들어가는 쌀을 브랜드화해서 수출하는 것도 방안이다. 초밥에 들어가는 쌀은 외국에서 ‘스시 라이스’라는 품목으로 판매된다. 우리도 김밥 쌀로 브랜드화해서, 김과 쌀만큼은 한국산을 활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김밥의 속 재료는 현지에서 조달할지라도 말이다. 한국산 김밥용 김과 쌀을 썼을 때 품질이 좋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동물성 재료가 안 들어가는 음료와 주류도 우리가 앞으로 더 공략해야 할 시장이다. 막걸리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말 한국적인 술이다.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에는 막걸리 양조장이 생겼다.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현지인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가게다. 한국식 증류식 소주도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해야 한다. 소주는 보드카와 비슷해 외국인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전 세계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확연히 커졌다. 또 음식을 준비하는 데 시간을 덜 쓰고 싶어 한다. 이 과정에서 간편식 시장이 커지고 있다. 유럽을 예로들면, 프랑스나 영국은 간편식이 예전부터 잘 구축된 국가이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 동유럽은 슈퍼마켓에 간편식이 없을 정도로 관심이 적었다. 코로나19 이후 이곳에 다시가보니, 간편식이 슈퍼마켓에 막 들어오고 있더라. 간편식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