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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 해외 현지 보고 분초사회 일본, 시간 단축해주는 소형 가전제품 열풍

일본에서는 시간의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는 소형 가전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을 기점으로 급증한 가전제품의 전자상거래 판매 비중은 약 42%로 매우 높으며 이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인기를 끈 아이디어 제품을 통해 일본 소형 가전 시장 동향을 알아본다.



파나소닉의 소형 식기세척기 솔로타. 파나소닉


효율 중시 젊은 소비자⋯소형 가전에 관심

일본 1위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은 올해 2월 28일 생활용품 관련 구매 데이터와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한 ‘라쿠텐 시장 신생활 2024 트렌드 예측’을 발표했다. 라쿠텐에 따르면, 2019~2023년 라쿠텐에서 취급하는 신생활 상품 유통 총액은 약 2.4배로 증가했다. 기존에는 ‘빅카메라’와 같은 대형가전 양판점이 일반적인 유통 채널이었으나,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전자상거래를 통해 가전을 구입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라쿠텐은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타이파(タイパ·Time Performance)’ 관련 상품을 제시했다. 타이파는 ‘시간 대비 효율’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Z세대(1997~2010년생)는 한정된 시간 안에 얼마나 효과나 만족도를 얻을 수 있을지를 의식하며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라쿠텐에서 10~4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Z 세대 응답자 중 약 70%가 “타이파를 의식해 행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타이파 가전인 소형 식기세척기, 소형 의류 건조기, 커피 메이커 등의 라쿠텐 유통 총액은 4년 전 대비 약 2.3배 늘어났다. 젊은 소비자의 시간을 아껴줘 인기를 끈 일본의 최신 소형 가전제품 두 가지를 소개한다. 우선 ‘파나소닉’이 올해 2월 출시한 소형 식기세척기 ‘솔로타(SOLOTA)’다. 별도 공사 없이 A4 크기의 면적만 있으면 설치가 가능하다. 최대 6개까지 식기를 넣을 수 있다. 


또한 전·후면의 창을 투명하게 제작해 사용 후 부엌 수납장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씻을 수 있는 찬장’ 콘셉트로 젊은 1인 가구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추가로 월 1290엔(약 1만1200원)에 솔로타를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도 실시해 발매 당시 약 3개월 대기가 발생할 정도로 소비자의 호응이 높았다. 가족 유형별 모든 식기세척기를 갖춘 파나소닉은 식기세척기 사업에 2028년까지 총 15억엔(약 131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일본 내 보급률을 2030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로 소개할 제품은 옷걸이형 의류 건조기 ‘드리미 플러스(DREAMY+)’다. 



옷걸이형 의류 건조기 ‘드리미 플러스(DREAMY+)’. 마쿠아케

일본은 세탁물을 실외에서 건조하는게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꽃가루, 미세먼지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의류 건조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화제가 됐던 제품은 건조 기능이 있는 옷걸이형 의류 건조기다. 실내나 여행지에서 빠르게 세탁물을 말리고 싶거나 궂은 날씨로 잘 마르지 않을 때 간편히 사용할 수 있다. 전원을 켜면 옷걸이 내부의 팬이 돌아가고 하부 구멍에서 나오는 온풍이 걸려있는 옷을 건조하는 방식이다. 강도 및 온도 조절이 가능하며 UV(자외선) 라이트 살균 기능도 있다. 이 제품은 일본 최대 규모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마쿠아케’에 출시돼 목표 금액의 657%를 초과 달성했다. 이후 라쿠텐에 입점해 하루 300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2023년 라쿠텐에서 이 제품의 판매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시간 절약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상품으로 현지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됐다.



+ 커지는 일본 가전업계 전자 상거래 시장

자료_일본 경제산업성



기발한 아이디어 있다면 韓 제품도 승산

일본 경제산업성이 2023년 8월 발표한 ‘전자상거래에 관한 시장조사’에 따르면, 2023년 가전 업계전자상거래(EC) 시장 규모는 2조5528억엔(약 22조2277억원)이며 매출 중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EC화율(EC化率)’은 42%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의 EC화율은 전년 대비 5%포인트 급증했다. 정부 지침에 따른 외출 및 외식 감소로 조리 가전과 다양한 실내 취미 가전의 수요가 늘어나 전반적인 가전 업계 매출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2020년 이후로도 시장 규모와 EC화율은 견조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판매 분야별 관점에서 EC화율을 비교해 보면 생활가전은 2위를 차지해 서적 및 영상·음악 다음으로 전자상거래 비중이 높다. 생활 가전의 전자상거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제품 특성상 식품이나 의류와 다르게 사양이 명확해 제품의 내용이나 특징을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이나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어디에서 사도 품질의 차이가 없기에 최저가를 비교하기 수월한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파나소닉은 대가족 가전으로만 생각되던 식기세척기를 소형화해 시간의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를 공략했다. 이외에도 일본 기업의 손바닥만 한 크기의 면도기, 공간과 시간을 줄이는 세로형 밥솥 등 다양한 아이디어 가전이 인기를 끌고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집계한 ‘일본 가구 수의 장래 추계’에 의하면, 단독 가구의 비율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2040년에는 전체 가구 39.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전기공업회 발표에 따르면, 올해 일본 생활가전 국내 출고액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2조5748억엔(약 22조419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일본 가전 시장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 외국산 제품은 발을 들이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며 LG전자 올레드 TV는 일본 진출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인 12.6%를 기록하는 등 해외 브랜드의 점유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의 수입 상사 D사는 오사카 무역관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소형 가전은 아이디어 싸움이다. 과거 한국산 손 선풍기가 엄청난 열풍이었던 것처럼 ‘일본에 아직 없는 아이디어 상품’은 여전히 승산이 있다”고 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춘 우리 기업제품을 일본 시장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