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책으로 읽는 경제·통상

뇌, 마케팅의 비밀을 열다 소비자들이 ‘지름신’에 지배당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뇌, 마케팅의 비밀을 열다. 다산북스

경제학은 ‘모든 경제 주체는 합리적’이라는 기본적인 가정에서 출발한다. 합리성을 특징으로 하는 전형적인 인간형인 ‘경제인(homo economicus)’을 경제 주체의 일반형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쇼핑 등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 우리는 ‘지름신(神)’에 지배되는 나약한 존재다. 신용카드 명세서를 꼼꼼히 살펴보면 합리적 구매보다는 충동적 구매가 일상다반사에 가깝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가격 대비 성능’을 우선시하는 ‘가성비’보다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중요시하는 ‘가심비’를 지갑을 여는 기준으로 판단할 때가 더 많다.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힘든 일상을 견디기 위한 심리적 보상을 위해, 주위 사람이 다 갖고 있어서, 언제인가 사용할 것 같다는 막연한 심리적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합리적 소비를 부르짖는 이성의 외침에 귀를 막게 하고, ‘사지 말아야지’라는 각오를 꺾고 지갑을 열게 하는 지름신의 실체는 무엇일까.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 박사는 우리가 구매 판단을 할 때 이성보다 감정에 훨씬 크게 영향받는 것을 규명했다. 지난 15년간 신경 마케팅 분야의 권위자로 세계 유수 기업의 마케팅·브랜딩 자문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뇌 손상을 입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뇌의 감정 처리 영역이 손상된 환자는 제대로 경정할 수 없으며, 감정이 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마케팅에 적용하면, 팔리는 물건은 모두 소비자의 감정을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제 소비자 뇌 속에 있는 무의식을 움직이게 하는 감정에 호소해야 폭발적인 매출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감정을 채워주는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호이젤 박사는 감정을 마케팅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 감정이 어떤 시스템을 따르는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감정을 지배하는 세 가지 주요 시스템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을 추구하는 균형 시스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자극 시스템 △권력을 추구하는 지배 시스템 등이다. 

균형 시스템이 발달한 사람은 유기농 같은 친환경 제품이나 KC 마크처럼 신뢰감을 주는 것에 감정이 움직인다. 자극 시스템이 발달한 유형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에 매료되는 사람으로, 주로 얼리 어답터가 많다. 지배 시스템은 남들과 구별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자극 시스템과 비슷하지만 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므로 쉽게 구하기 힘든 고가품이나 희귀품에 크게 감정이 움직인다. 이 세 가지 시스템을 통해 시장을 살펴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감정의 힘과 함께 고객의 소비 심리를 읽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시스템이 적용된 다양한 마케팅 성공 사례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제약 회사인 바이엘은 의사 처방 외에도 안정감을 주기 위해 설명서를 특별히 제작했다. 약효에 대한 설명을 담은 설명서를 통해 제품의 장점을 홍보했다. 약품 구매자의 안전성에 대한 욕구, 즉 균형 시스템을 공략한 것이다. 바이엘은 단순한 설명서 하나로 두 배 이상 매출을 올렸다.

생활 쇼핑 매장인 알디는 여러 선택지에서 혼란을 느끼고 불확실함을 피하려는 고객을 위해 다양한 상품 전시를 지양하고 품질이 보장되는 제품을 엄선하여 한정된 물량을 전시했고, 매장 배치도 최대한 단순하게 했다. 그 결과 고객에게 믿을 수 있는 상점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져 수많은 충성 고객을 보유하게 됐다. 권력을 추구하는 지배 시스템을 자극한 것이다. 에르메스,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도 남들과 구별되는 존재가 되고 싶은 소비자의 지배 시스템을 자극해 고(高)부가가치를 창출한 사례로 소개된다. 애플의 고가 정책, 폐쇄적인 운영 시스템(OS), 독단적인 서비스 체계 등은 소비자의 균형과 자극 시스템을 동시에 활용한 사례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실전 마케팅 사례는 새로운 마케팅 도구를 갈망하는 기업인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여러 사례를 통해서 실전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가늠할 수 있어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원하는 독자에게 그토록 바라던 성공의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