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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정 발효와 활용 중간재 수출 많은 韓, 협정 주도적 위치 확보 필수
2023년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PEF 정상회의 모습. 뉴스1

바야흐로 경제 분야에서도 인도·태평양 시대가 열렸다. 인도를 비롯한 미국, 일본, 호주, 한국 등 14개 국가가 새로운 국제 통상 규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우선 4월 17일 공급망 협정 발효로 정식으로 출범하게 됐다. IPEF 참여 14개국의 경제 시장을 살펴보면 2022년 한국 수출에서 이들의 비중은 44.8%다. 한국 해외투자에서도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평균 46.4%를 점하고 있다. IPEF는 무역 원활화, 공급망, 청정 경제, 공정 경제 등 중요한 네 가지 분야(Pillar)를 어젠다로 출발했다. 무역 원활화를 제외한 세 개 분야는 이미 타결됐다. IPEF는 경제협력의 차원을 넘어서 회원국 간의 공조를 통한 정치, 안보적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공급망 협정, 최초의 다자간 국제 협정

첫째, 공급망 협정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한 최초의 다자간 국제 협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거 기업이 글로벌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효율성을 주요 기준으로 생산과 유통망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국가의 투자 유인 정책이나 수출입 규제 등을 감안한 안정성까지 고려해 이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예컨대 한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설계, 네덜란드 ASML의 장비와 일본의 주요 부품 등을 사용해 가장 생산성 높게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중국 등으로 수출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공급 구조였지만, 이제는 각국의 보조금이나 규제 정책 등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 등을 고려해 투자, 생산, 유통, 소비에 관한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둘째, 공급망 협정은 미·중 간 갈등 관계와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중 간 무역 갈등은 미국이 무역확장법 제232조의 국가 안보에 근거해 철강,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부과했고 이후 자동차 분야로 확대됐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통상법 301조에 기반한 불공정 무역 행위를 근거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3000억달러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조 바이든 정부도 미국 내 제조업 역량 강화와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네 개 분야에 대한 공급망 보고서를 작성, 보고하도록 했다. 이러한 미국의 중국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고관세 정책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앞으로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이 25%에서 50%로 인상되고,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은 25%에서 100%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흑연 관세율도 25%로, 태양광 전지도 50%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처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대폭 인상됨에 따라 중국도 이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미·중 간 관세 및 무역 분쟁은 더욱 심화 할 전망이다.


셋째, 수출 통제와 수입 관세율 인상,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 새로운 무역 환경은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 질서를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약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는 세계 공급망을 크게 혼란에 빠뜨렸으며, 이어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은 에너지 가격 상승, 농산물의 가격 폭등, 유통교란 등을 유발했다. 이러한 세계무역 환경의 큰 변화 속에서 글로벌 기업은 과거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기준에 더해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추가적인 부담을 안게 됐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가 자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자간 공급망 협력을 규정하는 공급망 협정은 한국을 비롯한 회원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넷째,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 분야에 대한 국제적 대응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중국 제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한 철강, 알루미늄 등의 세계적 공급 과잉 현상은 이미 세계무역 환경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공급 과잉은 국가보조금 확대와 맞물려 해외 공장 신설, 유통 지원 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우회 교역이 촉진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해 각국은 우회 교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United States Mexico CanadaAgreement) 회원국인 멕시코, 캐나다가 우회 덤핑 경로로 활용되는 것을 우려해 제삼국 생산품에 대한 견제 및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EU도 중국 기업의 해외 생산 부분에 대한 우려로 역외 보조금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며, 기업결합 심사 시에도 이러한 점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 구체적인 IPEP 공급망 협정 활용 방안 제시


안정적이고 견고한 공급망 회복력 추진 목표

공급망 협정은 총 4개의 절과 27개의 개별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공급망 협정은 서문에서 안정적이고 견고한 공급망 회복력 추진을 기본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한 집단적 공급망 회복 노력(collective supply chain resilienceefforts)을 도모함에 그 의의가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6조에서는 회원국 중앙 부서의 책임자들로 공급망 위원회(Supply Chain Council)를 구성해 회원국 간 정보 교환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행동 계획(action plan)을 작성하도록 한다. 


제7조에서는 실제 공급망에 관한 교란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Supply ChainCrisis Response Network)를 구성하고, 비상 위기시 소통 채널 구축, 상호 협력을 위한 원활화 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제10조에서는 각국의 핵심 분야나 주요 상품에 대한 분석 및 확인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11조에서는 공급망 취약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 업무를 규정한다. 제12조에서는 실제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및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공급망 교란 현상이 발생하면 각 회원국은 공급망 위기 대응 네트워크 회의를 요청할 수 있으며, 공급망 교란의 영향, 원인, 예상 지속 시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한다. 


한편 공급망 협정을 포함한 IPEF의 특이한 사항은 전반적으로 노동권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고 있으며 공급망 협정도 이에 따라 서문이나 제5조에서 근로자의 교육 등을 통한 근로자 지위에 대한 제고 노력을 규정한다. 구체적 방안으로서 제8조에서는 각 회원국에서 3명씩 선출한 노동권 자문기구(IPEFLabor Rights Advisory Board)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2024년 3월 화상으로 진행된 IPEF 장관회의 모습. 산업통상자원부


韓 핵심 전략산업 취약점 파악해 대비해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전 세계적으로 필연적 현상이 됐다. 각국이 이미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산업 보조금 정책과 이에 따른 주요 전략산업의 글로벌 재편 현상은 더 이상 WTO 체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더해 남미나 아프리카 등 주요 자원 보유국들의 자원 국유화나 수출 통제 정책은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플랫폼 경제의 일상화, 보편화로 인한 국제간 물류의 폭증은 공급망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의 아마존이나 한국의 쿠팡 그리고 최근 중국의 알리, 테무, 쉬인 등 온라인 유통망의 증가는 국가 간 운송, 창고, 통관등 전혀 새로운 공급망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공급망 협정의 발효는 한국에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래에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의 핵심 전략산업과 그 부품에 대한 공급망을 면밀히 검토하고 취약점을 분석해 사전에 대비하는 로드맵 설정이 필요하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배터리 등은 그동안의 노력으로 현재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향후 각국이 이러한 전략산업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전망이 반드시 밝지만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에 대비해 미리 한국 전략 산업의 공급망 분석이 선제적으로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사전 로드맵을 통한 분석 자료를 토대로 공급망 협정에도 실질적으로 한국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지속적으로 공급망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한다. 각국의 새로운 규제, 공급망 차단 등의 상황을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며,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한국은 이미 중국의 요소수 및 흑연 수출 제한과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통제 등의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이를 참조해 향후 한국 산업에 중요한 원자재의 수출 제한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제를 갖춰야 한다. 또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이러한 모니터링은 기업과 정부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므로 평상시 및 위기 시의 소통과 대응 체제를 수립하고 이를 수시로 점검, 보완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제기될 민간 분야의 일시적 생산 용도 변경, 생산 전환 장려, 공동 조달과 배송 촉진, 신속 통관 등의 조치를 사전에 검토해야 하며, 공급망 협정에서도 이러한 대책이 효과적으로 실행 될 수 있도록 연계해야 한다.


셋째, 위기 시의 공급망 긴급 대응 방안에 대한 지속적 도상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도상 훈련을 통한 가상 경험을 축적하며, 공급망 협정에 따른 회원국 간 공조가 작동하는지를 실제 상황을 가정해 실시해 봄으로써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요 공급망 회원국 간의 긴밀한 소통과 공조 훈련이 절실하며, 기업과 정부가 역할을 분담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협정 제6조 13항에서는 실행 계획(Action Plan)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실행 계획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도록 작성돼야 한다. 또한 한국은 회원국들의 상호 협력, 교류 체제 강화를 위해 중장기적 협력 체제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한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동반자협정(EPA)이나 무역투자프레임워크(TIPF) 등 협력적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통화 스와프와 같이 위기 시 중요한 핵심 광물의 스와프와 오프셋 프로그램의 운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한국이 공급망 협정에 주도적 위치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 입장에서는 중요한 원자재, 광물자원의 확보가 한국 전략산업의 생존과 경쟁력의 결정적 요소다. 한국은 제6조위원회의 의장국이나 제7조의 네트워크 의장국의 지위를 확보해 공급망 협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공급망이 전반적으로 취약하므로 의장국으로서 적극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의장국으로서 공급망 협정의 실질적 작동을 위한 모범 사례(best practice) 제시, 기존 경험 공유 등을 통해 공급망 협정의 핵심적, 중추적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급망과 관련한 국내 관련 법제의 정비와 지속적 보완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 정부는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 조치법,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안정화 지원 기본법, 국가 자원 안보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주요 공급망에 관한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게 됐다. 법에서 규정하는 △경쟁력 강화 기본 계획의 수립 △공급망 안정 품목의 지정△조기 경보 시스템 규정과 국가 핵심 자원의 지정 △평시 비축 △공급망 취약점 분석 △비상시위기 대책 본부 구성 △수급 안정 조치 △국내 반입 확대와 비상시 긴급 수급 안정 조치 발령 및 손실 보상 △공급망 안정화 기금의 설치 및 운용 △해외 생산 품목 반입 명령 △비축 자원 방출 △수입 부과금 감면 등의 실제 작동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훈련해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