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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식량 안전 보장법’ 6월 시행 “식량 자급률 높여라”

최근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하고 이상기후까지 빈번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도 식량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 말 ‘식량 안전 보장법’을 법제화하고, 올해 6월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그간 추진해 왔던 다양한 식량 안보 관련 정책을 법제화하고 위반 시 처벌 사항을 명시한 게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경지 보호 △식량 생산△식량 비축 △식량 응급 △식량 가공 △식량 절약 등 여섯 가지 항목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 뒀다. 우선 경지 보호 규정을 살펴보자면, 경작지 보호를 위한 기본 농지 총량의 하한선을 규정했다. 여기에는 경지 이용 우선순위 부여 및 경지 품질 보호‧확충 관련 사항도 담았다. 


식량 생산 규정에선 자연재해 대응 및 병충해 방제, 기술 보급, 전문 농업 경영체 육성 등 식량 생산 관련된 사항을 포함했다. 아울러 식량 비축 규정을 통해 국가 식량 비축 체계 구축, 정부 비축을 위탁받은 기업‧조직의 준수 사항 및 지방정부 역할 같은 내용을 다뤘다.식량 응급 규정에선 일명 ‘식량 위험 기금’ 설치 및 용도, 정부의 시장 조절 역할 및 식량 유통 관련 기업의 준수 사항을, 식량 가공 규정에선 식량 가공 산업 발전 촉진 및 지방정부의 역할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식량 절약 규정에선 식량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방정부의 조치 사항 및 식량 생산‧유통‧소비 단계의 식량 손실 최소화 관련 사항이 포함됐다.



+ 중국 가공·사료용 식량 비중 ‘껑충’

단위: % | ※ 중국 전체 식량 소비량 대비 비중 기준 | 자료_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사회 안정과 직결된 중국 식량 안보

중국이 식량 안전 보장법을 내놓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중국 인구는 14억2567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17.7%를 차지한다. 문제는 전 세계 경작지의 10% 미만, 수자원의 6%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의 1인당 경작지는 0.48㏊(헥타르)인 반면, 중국의 1인당 경작지는 0.08㏊에 불과하다. 여섯 배까지 차이가 난다. 역사적으로도 중국에 있어 식량 안보는 사회 안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청나라 당시 중국 인구는 1741년에서 1850년까지 약 300% 증가했으나, 경작지는 1661년에서 1833년까지 약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1인당 경작 면적이 감소한 가운데 1848년 허난성 가뭄, 1849년 양쯔강 연안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 촉발된 대기근은 태평천국운동의 발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의 경작지 면적은 부동산 개발 등으로 인해 5% 이상 감소했다. 이에 중국은 2019년 중앙 1호 문건에서 자국 경작지 면적의 하한을 1억2000만㏊로 설정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농지 복원 조치 및 휴경지 시스템을 마련한 바 있다. 또한, 농지 조성을 위한 자금 조달 방안을 포함한 중장기 전략 ‘국가 고표준 농지 건설 계획(2021~2030)’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중국인의 가처분 소득이 증가하고 글로벌 문화에 노출되면서 고품질 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5년까지 중산층이 중국 인구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료용 곡물 및 육류 등의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아울러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사무직 일자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농업 및 물류 분야의 노동력 부족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3년 4월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일회성 보조금으로 100억위안(약1조8779억원)을 할당한 상태다.



경제 발전에 식량 총소비량도 증가세

중국 내 식량 생산량만 보면, 2004년 이후 장기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사료용·가공용 수요 증가에 따라 옥수수 생산량이 늘고, 최대 수입 품목인 대두는 증산 정책에 따라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생산량 증가율이 7.3%에 달한다. 이는 식량의 식용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가공용·사료용·착유용 소비량 증가로 총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경제 발전에 따른 소득 증가로 식품 소비가 다양화하면서 가공용·사료용 곡물과 착유용 대두의 소비 증가가 식량 총 소비량의 증가를 견인한 셈이다. 


2011~2021년 식량 총 소비량에서 식용 비중은 42.6%에서 37%로 감소한 반면, 사료용은 25%에서 29.3%, 착유용은 9.2%에서 11.4%, 가공용은 14.3%에서 15.6%로 늘었다. 2010년대 이후 가공용·사료용 곡물과 착유용 대두의 수입량 증가로 식량 순 수입량 규모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01~2023년 식량 순수입량 규모는 959만t에서 1억5934만t으로 연평균 13.6% 증가했다. 대두 수입량은 2021~2023년 1394만t에서 9941만t으로 일곱 배 증가해 2023년 수입량이 자국 내 생산량의 약 다섯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 밀, 옥수수, 보리의 수입량도 증가 추세다. 2008~2010년 3개년 평균 338만t에서 2021~2023년 3년 평균 5043만t으로 무려 15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 대한 상시·전문적 분석 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의 공급망 분석전문 기관으로, 2022년 2월 9일 출범했다. 정부부처, 무역관, 업종별 협회 및 주요 기업등으로 부터 수집된 주요 산업 관련 국내외 동향을 심층 분석하고,정부·민간의 대응 전략 수립을 지원하며‘글로벌 공급망인사이트’를 주간으로 발간하고 있다.




용어설명

  • * 태평천국운동(太平天国运动)

    1851년부터 1864년까지 청나라 말기에 발생한 대규모 농민 반란이자 혁명 운동. 이 운동으로 당시 수백만 명이 사망했다. 청나라 국력 약화를 가속화해 1911년 신해혁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