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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도 해외 공급망 의존 줄인다” 바이오 생산 자립 나선 美

미국이 2021년 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약품 공급망 조사 행정 명령을 시작으로, 바이오 의약품의 자체 생산 역량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당시 급격히 증가한 의약품 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은 일이 계기가 됐다. 2021년 6월에는 후속 조치로 바이든 대통령이 의약품 공급망 대응 전략을 마련해 발표했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다수의 의약품 제조 시설이 해외, 특히 중국과 인도에 집중돼 있는 게 문제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등록된 완제 의약품제조 시설 52%, 원료 의약품 제조 시설 73%가 해외에 있었던 것이다. 제네릭 의약품(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성분, 함량, 제형 등이 동일한 의약품) 제조 시설의 경우 해외에 있는 비중이 완제 의약품의 63%, 원료 의약품의 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럴 경우 자연재해와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6년 중국 제약사 ‘칠루(Qilu)’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항생제 ‘조신(Zosyn)’의 글로벌 부족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바이오 소부장 생산 위한 투자 앞다퉈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9월 이른바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 명령에 서명해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서비스가 미국 내에서 생산되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미국 내 바이오 생산 설비를 확대하고 바이오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후속 조치로 2023년 3월 공급망 안정화, 국민 보건 진흥 등 5개 과제별 주무 부처 합동 정책 보고서 세 종을 발표해 미국 바이오산업 기반 강화를 도모했다. 정부의 공급망 자립화 정책에 따라 팬데믹 이후미국 내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산을 위해 대규모 투자도 진행되는 모양새다.

가령 페니실린계 항생제 ‘아목사실린’은 미국 내 처방 항생제의 30%를 차지하는 중요 품목인데, 미국에서아목사실린을 유일하게 생산하는 공장이 2020년 폐쇄됐지만 2021년 8월 미국 기업 ‘잭슨 헬스케어(Jackson Healthcare)’가 이 공장을 인수해 생산을 재개한 바 있다. 또 생명과학 기업 ‘서모 피셔(Thermo Fisher)’는 2021년 9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사용되는 일회용 기술 제품 전용 생산 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중국과 바이오 공급망을 분리하려는 조치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 2월 중국의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우시 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를 수출관리규정(EAR)의 ‘미검증 리스트’에 등재했다.

이는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 전 단계로, 생산한 제품의 최종 소비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미국 정부에 제공할 경우 명단에서 제외하는 규제다. 여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2022년 3월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 ‘베이진(Beigene)’을 비롯한 중국 기업 다섯 곳을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등재했다.미국 하원도 중국 바이오 기업인 ‘BGI(BeijingGenomics Institute)그룹’과 그 관계회사를 적대적 해외 바이오 기업으로 정의했다.

올해 1월에는미국에서 이들이 제조한 제품‧서비스를 금지하는‘생물보안법(Biosecure Act)’도 발의했다. 이후 2월 바이든 대통령은 유전체, 생체 인식, 건강 데이터 등 미국인의 민감 정보가 우려 국가로 대량 이전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올해3월에는 생물보안법이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에서 통과돼 하원‧상원 전체회의 통과와 대통령 서명만 기다리고 있다.

의약품 공급 부족 우려도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생물보안법에 따라 일부 바이오 의약품의 공급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체중 감량 치료제, 흑색종 치료제 등을 위탁 생산하는 중국의 ‘우시앱텍(WuxiAppTec)’을 적대적 해외 바이오 기업 목록에 포함했는데, 미국 일라이릴리의 체중 감량 치료제 공급 부족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 중소 제약사 이오밴스 바이오테라퓨틱스의 흑색종 치료용 T세포치료제의 생산 차질도 우려된다.

이에 해당 법안 발기인인 게리 피터스(GaryPeters) 민주당 상원의원은 기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개정안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WSJ은 “특정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은 의약품 위탁 제조 및 연구를 중국 기업에 아웃소싱한 미국 기업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바이오협회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의약품 공급부족 등 생물보안법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아예 중국 시장에 투자할 계획이 있는 글로벌 기업도 있다.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칭다오에 7억달러(약 9636억원) 규모의 호흡기 의약품제조 시설을 건설 중이며, 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 2023년 12월 중국 ‘그라셀 바이오테크놀로지스(Gracell Biotechnologies)’를 인수하기도 했다.이처럼 수요 증가와 신약 파이프 라인의 임상 증가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 공급망 블록화가 진행되는 만큼, 국내 바이오 업계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용어설명

  • CDMO(Contract Developmen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 생산에 개발을 더한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 단순 위탁 생산을 넘어 연구개발 단계부터 임상, 제조 등 모든 과정을 영위한다.
  •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대한 상시·전문적 분석 역량을 갖춘 국내 유일의 공급망 분석 전문 기관으로, 2022년2월 9일 출범했다. 정부부처, 무역관, 업종별협회 및 주요 기업 등으로 부터 수집된 주요 산업 관련 국내외동향을 심층 분석하고, 정부·민간의 대응전략 수립을 지원하며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를 주간으로 발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