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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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이후 최대 수면 혁명” 153조원 슬리포노믹스 시장 뜬다
자료=리서치앤드마켓츠

코로나19 이후 면역력을 키우고 건강 관리에 신경쓰는 사람이 늘면서 수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있다. 이에 따라 수면 경제 이른바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Sleep+Economics)’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개 이후 최대수면 혁명으로 묘사한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리서치앤드마켓츠는 세계 슬리포노믹스 시장이 2020년 598억1510만달러(약 82조1500억원)에서 2030년 1119억2010만달러(약 153조72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는 기업들이 염두에 둬야 할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KB경영연구소는 최근 ‘돈 되는 잠, 슬리포노믹스’보고서를 내고, “각종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숙면에 도움이 되는 제품·서비스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슬리포노믹스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수면 상태를 분석하고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해 숙면을 돕는 ‘슬립테크(Sleep-Tech)’가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잠 부족 국가 한국
※ 2021년 기준, 자료=OECD

한국은 대표적 잠 부족 국가로,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수준이다. OECD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으로 일본과 더불어 최하위 수준이고, OECD 회원국 평균인 8시간 27분에 비해 30분 이상 부족하다.특히 수면 부족은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유발한다. 2021년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OECD 회원국 5개국(미국·캐나다·영국·독일·일본) 기준,수면 부족에 따른 경제적 비용은 매년 약 6800억달러(약 933조98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수면 부족은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미국 기업의 경우 수면 부족에 따른 생산성 감소로 발생하는 손실은 근로자 1인당 연평균 1300~3000달러(약 178만~412만원)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보험연구원이 2023년 10월 발표한 ‘수면 부족의 사회경제적 손실’보고서를 보면, 수면 부족으로부터 발생하는 한국의 연간 경제적 손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0.85~2.92%로 추정된다.

AI 등 첨단 기술 접목한 슬립테크
1 수면 관리 기능을 탑재한‘애플워치’. 애플. 2 AI를 탑재한 베개가 코고는 소리를 인식, 자동으로 부풀어 고개를 움직이게 하는 텐마인즈의 ‘AI 모션필로’. 텐마인즈

삼성전자, 애플 등 빅테크는 슬리포노믹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현재 수면 상태를 진단하고 질을 높이는 기기로는 손목에 차는 스마트워치가 대표적이다. 이 시장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에 한발 앞선 애플은 ‘애플워치’에 수면무호흡증 감지 기능을 추가해 수면 중 이상 발견 시 착용자에게 고지하고 의사 상담을 권유하는 등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건강 앱의 AI가 애플 기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면 권장 사항을 제안하는 유료 코칭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고도화된 수면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링’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지난해 6월 “스마트워치뿐만 아니라 이어버드, 링같은 광범위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면을 탐지하는 제품까지 상품군을 포괄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삼성헬스의 주요 미래 전략 중 하나를 수면기능이라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애플, 삼성과 달리 2022년 사내 독립 기업(CIC) 슬립웨이브컴퍼니를 설립하면서 슬리포노믹스 시장에 진출, 이후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시장 공략을 시도하고 있다. 애플과 삼성이 팔(손목, 손가락)에 집중한 것과 달리 LG전자는 ‘귀’에직접 신호를 투사해 숙면을 유도하는 웰니스 솔루션 ‘브리즈’를 지난해 출시했다. 뇌파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사용자 상태를 측정하고, 스마트폰에 기록된 생활 데이터와 연계해 안정과 숙면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스타트업들도 숙면을 돕는 기술 제품을 선보이고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4’에선 다양한 슬립테크 제품과 서비스가 공개됐다.

미국 슬립테크 스타트업이어러블 뉴로사이언스는 오디오 자극으로 숙면을 촉진하는 헤어밴드 ‘프렌즈’를 선보였다. 국 내헬스케어 디바이스 전문 기업 텐마인즈는 AI를 탑재한 베개가 코 고는 소리를 인식, 자동으로 부풀어 고개를 움직이게 하는 ‘AI 모션 필로’를 공개했다. 국내 슬립테크 기업 비알랩은 자체 개발한 수면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탑재한 모바일 앱으로 수면 전후 생체 데이터와 수면 데이터를 모니터링해 수면 상태를 제어하는 사용자 최적화 AI 수면 솔루션 브랜드 ‘벤자민’을 선보이며 호평받았다.전통적인 수면 관련 소비재인 침대의 변신도 눈에 띈다. 템퍼실리는 사용자가 버튼 하나로 매트리스 각도를 이리저리 맞추고 인체 굴곡에 맞춰 형태 조절이 가능한 것은 물론 사물인터넷 기능을 접목해 잠자리 위치와 온도 조절이 가능한 침대를 판매 중이다. 에이스 침대의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은 꺼짐·쏠림·빈틈·흔들림·소음을 원천 차단하는 5무(無)시스템을 자랑한다. 황동 도금을 통해 미생물 번식과 녹을 억제하는 기능까지 갖췄다.숙면에 도움을 주는 천연 수면제 성분을 함유한 식음료도 출시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너뷰티브랜드 바이탈뷰티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수면 질 개선 기능을 인정받은 건강기능식품 ‘굿슬립가바 365’를 선보였다. 로맨시브는 유산균 발효 기술로 만든 국내 최초의 수면 음료로, 천연 수면제로 불리는 멜라토닌 성분을 함유한 ‘코자아’를 출시했다.

금융권도 슬리포노믹스 시장 공략

금융권도 고객 수면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을 통해 슬리포노믹스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의 수면 측정 앱 ‘슬립루틴’의 유료 서비스를 자사 앱하나원큐에 탑재하고 고객에게 무료 제공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헬스케어 자회사 KB헬스케어를 설립하고 마이데이터 서비스와 접목해 수면 데이터 같은 개인화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헬스케어 플랫폼 ‘오케어’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