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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환경 분석 리포트

수출 환경 분석 딜로이트 인사이트 리포트 유럽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韓 수출 기업 대응 전략은

유럽연합(EU)이 2023년 5월 16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식 발효를 선언하고, 같은 해 10월 1일부터 전환 기간이 시작됐다. EU 역내 수입 업자들은 CBAM 대상 제품의 탄소 배출 정보를 수집해 지난 1월 31일까지 EU 관세 당국의 수입 화물 통제 시스템(ICS2)1)을 통해 수입량과 배출 총량을 보고해야 했다. CBAM의 전면적인 시행 시기는 2026년으로, 우리 기업들의 대응 준비와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근 국내 철강 및 알루미늄 관련 기업들은 새로운 EU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CBAM 대상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대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이 중소·중견기업으로 CBAM 대응을 위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CBAM 대응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출 제품의 CBAM 대상 여부 확인, EU 세관 신고서 작성 시 EU의 상품분류 코드인 CN 코드 판정 과정 그리고 제품의 내재 배출량 산정이다. CBAM에 올바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럽 관세 당국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대한 이해를 정확히 하고 있는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에 국내 대상 기업들이 CBAM 제도 전반을 이해하고 단계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한다.

CBAM 추진 배경과 개념

자료_EC·한국 딜로이트 그룹

2021년 7월 14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안 패키지 ‘핏 포 55(FitFor 55)’를 발표했다. 패키지는 탄소 가격 결정 관련 입법안 4개, 감축 목표 설정 관련 입법안 4개, 규정 강화 관련 입법안 4개와 포용적 전환을 위한 지원 대책인 사회기후 기금으로 구성됐다.

이 패키지 일환으로, 탄소 배출량 감축 규제가 강한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국가로 탄소 배출이 이전되는, 이른바 ‘탄소 누출(Carbon Leakage)’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BAM이 제안됐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동일 제품이 EU 역내에서 생산될 때 지불하는 탄소비용과 동등하게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CBAM은 EU법 ‘Regulation (EU) 2023/956’에 근거해 운용된다.

 2023년 10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는 전환 기간(Transitional Period)으로 운용되며, 2026년 1월 1일부터는 확정 기간(Definitive Period)으로 본격적인 제도 적용이 시작된다. 전환 기간 운용 목적은 EU 역내로 대상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이 제품 탄소 배출량을 포함한 EU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정보와 보고 과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고, EU 당국에서는 제도 운용의 개선사항 발굴 등을 통해 확정 기간부터는 제도가 공백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환 기간에는 제품당 내재배출량2)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지 않으며, 역내 수출 제품에 대한 인증서 구매도 요구하지 않는다. 내재배출량에 대한 산정 방법론도 2024년 7월까지는 EU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기본값을 활용할 수 있으며, 2024년 12월까지는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제 등 제삼국 인정 방법으로 산정이 가능하다. CBAM 적용 대상은 탄소 누출이 큰 6대 부문에 우선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력·수소 부문이 해당된다. 우리 기업의 수출 제품 중 CBAM 대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EU로 수출하는 상품의 CN 코드가 대상 제품 목록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CBAM 발효에 따른 영향과 국내 기업의 준비 상황

CBAM 발효에 따라 영향을 받을 우리나라 기업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2022년 한국무역협회무역통계에 따르면 CBAM 대상이 되는 철강·알루미늄·수소·비료·시멘트·전기 부문의 최근 3년간 CBAM 품목별 수출액의 총액을 살펴보면 2022년 기준 6개 부문의 총합은 약 54억1200만유로(약 7조4400억원)로 집계된다. 세부 부문별로 보면 철강이 48억1500만유로(약 6조6200억원)로 6대 분야 중 약 88.9%를 차지하며 알루미늄이 5억9000만유로(약 8100억원)로 약 10.9%, 비료는 721만4000유로(약 99억원)로 약 0.13%를 차지한다. 해당 부문별 상품 범주별 기업 수는 철강 부문에서는 선철(CN Code:72계열) 약 260개, 철강 제품(CN Code:73계열) 2265개, 알루미늄 부문에서 는 알루미늄괴 및 제품(CN Code:73계열) 약 637개로 철강 및 알루미늄 부문의 약 3162개 기업이 CBAM 전환 기간 1년 차부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_한국무역협회·한국 딜로이트 그룹
그러나 CBAM이 업종별로 미칠 영향에 비해 국내 기업의 준비 상황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300개 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CBAM 및 탄소 중립에 대한 준비 현황 및 탄소 중립 추진 관련 어려움에 관한 내용을 조사해 발표한 ‘EU CBAM 관련 중소기업 현황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78.3%는 CBAM에 대한 인지를 못 하고 있으며, 불과21.7%만이 CBAM 도입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BAM 도입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셈이다.

유럽에 수출하고 있거나 수출 계획이 있는 중소기업 54.9%는 CBAM에 대해 ‘특별한 대응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CBAM 대응에 필요한 기초 정보인 ‘탄소 배출량측정·보고·검증 체계(MRV)’를 파악하고 있는 중소기업도 21.1%에 그쳤다. 가장 필요한 탄소 중립 지원 정책으로는 ‘전기,LNG 등 에너지 요금 개편’이 44.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는 녹색 금융 등 금융 지원 확대(27.3%), 고효율 기기 등 시설 개체 보조(24.0%)순이었다. 필요한 CBAM 지원 정책으로는△교육, 설명회 등 정보 제공(56.3%) △배출량 산정·보고 관련 컨설팅(31.7%) △핫라인 등 상담 창구 신설(18.7%) 등을 꼽았다.

CBAM 대응 위한 고유 내재배출량 산정 방법

자료_한국 딜로이트 그룹

CBAM 대응을 위해 관련 기업에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중요한 용어 중 하나는 해당 제품의 단위제품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개념인 고유 내재배출량(Specific EmbeddedEmission·SEE)이다. 여기에서는 고유 내재배출량 산정의 세부 방법론보다는 산정 방법의 근거, 산정 과정 등을 위주로 설명한다. 고유 내재배출량 산정에 앞서 EU 배출권 거래제3)및 배출량 산정 방법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EU 배출권 거래제(EU-ETS)는 2005년부터 시작된 전 세계 최대 배출권 거래 시장으로, 2021년부터 4기에 접어들어 운용 중이다. 국내에서도EU-ETS 체계를 준용해 설계한 한국 배출권 거래제(K-ETS)를 2014년부터 시행 중이다. K-ETS는EU-ETS의 체계를 준용하기는 했으나 설계 당시정부의 정책 방향과 EU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운용 환경 등을 고려해 국내에 맞게 설계, 운용되고 있어 EU-ETS와 K-ETS의 차이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U-ETS에서는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과불화탄소 이상의 3대 온실가스를 관리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K-ETS에서는 6대 온실가스를 모두 관리대상으로 하고 있다.

산정 방식에서도 EU-ETS는 시설 단위로 산정하고 K-ETS는 사업장 단위로 산정한다.CBAM은 EU-ETS에 기반해 설계 및 운용되기 때문에 EU-ETS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재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 주요 산정 절차는 CBAM 대상 제품 여부 확인-제품당 배출량 산정 경계 설정-생산공정 내 투입 물질 확인-배출원 확인 및 구분-제품 생산공정별 데이터 할당-단순재·복합재 여부 확인-배출량 산정 방법 선택-유형별 배출량 산정-제품당 배출량 산정 순서로 배출량을 산정한다. 배출량 보고 기간은 1년을 기준으로 역년(1월 1일~12월 31일)으로 산정하나, 회계연도를 보고 기간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용어설명

  • 1) 수입 화물 통제시스템(ICS2)
    테러 관련 등 ‘위험’물품으로 분류되는 화물의 EU 영토 반입을 원천차단할 목적으로 시행중인 정보기술(IT) 기반의 위험관리 시스템이다. 27개 회원국에 각각 반입되는 화물에 대한 위험관리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확인할 수 있다. 그간은 항공 화물에만 적용됐지만, 오는6월 3일부터 해상운송으로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 2) 내재배출량
    제품을 만들 때 발생하는 모든 오염 물질의 양을 말한다.
  • 3) 배출권 거래제
    탄소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이 정부가 정한 탄소배출 허용량을 초과해 경영활동을 할 때에는 비용을 지불하고 탄소 배출권을 시장에서 구매해 쓰도록 한 제도다. 반대로 허용량보다 탄소 배출을 적게 한 기업은 남는 부분만큼 시장에 내다팔 수 있다. EU가 2005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