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책으로 읽는 경제 통상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경제적 실망이 초래한 민주주의 위기 극복하려면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 페이지2북스

1929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의 주가 대폭락으로 시작된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은 제2차 세계대전의 씨앗이 됐다. 당시 독일에서 발생한 수천 퍼센트(%)대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아돌프 히틀러의 집권을 가능하게 했다. 관동대지진, 쇼와 금융공황 등에 이어 닥친 대공황은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조 종(弔鐘‧toll)을 울리고 일본을 군국주의로 내달리 게 했다. 권력을 잡은 군부는 만주사변, 중·일 전 쟁을 일으키며 아시아 전역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석 경제 평론가 마 틴 울프는 16년 만에 내놓은 신간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포퓰리즘 정권이 득세하는 지금의 현실도 약 90년 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제적 실망이 고소득 민주주의 국가에서 좌파 및 우파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16 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승리 한 것을 서구 선진국의 ‘민주적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게 한 결정적 사건으로 지목한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세계경제 질서를 만든 미국에서 포퓰리스트가 권력을 잡은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저자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 종교적 신념, 노골적 인종차별 같은 문화적 요인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지만, 경제가 더 잘 돌아간다면 이런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저자는 문제는 ‘민주적 자본주의’ 진영 내부에 있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인 제조업이 쇠퇴하고 금융, 의료, 빅테크 등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미국에서는 지식과 기술 특권을 가진 소수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뒤처지고 있다. 땅을 소유한 지주가 지대를 받듯이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 소프트(MS) 같은 빅테크가 플랫폼을 만들어 독점적 지대를 받는 새로운 ‘지대 추구 자본주의’가 일반화됐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자본주의는 번영과 꾸준한 발전을 가져다주는 대신 치솟는 불평등, 막다른 골목에 처한 일자리, 거시 경제의 불안정성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같은 경제 위기와 그 여파로 대중은 경제 시스템을 주도하는 엘리트들이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을 머릿속 깊이 새기게 됐다. 저자는 “민주적 제도, 글로벌 시장경제, 정치 및 경제 엘리트에 대한 신뢰는 최근 수십 년 동안 특히 기존 고소득 국가에서 약화됐다”면서 “가장 큰 원인은 25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입헌 민주주의의 핵심 구성원으로 지목한 중산층의 공동화 현상이다”라고 진단했다. 


민주적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두 영역 모두 쇄신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없이는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고 민주주의 역시 시장경제 없이는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결국 민주주의와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통해서만 번영을 구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지대 추구형 자본주의가 변해야 민주주의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시장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도 나왔다. 정부를 분권화 하고 정치에서 돈의 역할을 줄이는 등 포퓰리즘 에 의해서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자본주의에선 새로운 형태의 ‘뉴(New) 뉴딜(Newdeal)’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향상되고 폭 넓게 공유되며 지속 가능한 생활 수준, 좋은 일자 리, 기회의 평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안전망, 소수를 위한 특권의 종식 등을 통해 중산층 복원을 위한 보상 체계가 재건돼야 한다는 것이 다. 저자는 “위험은 바로 우리 코앞에 와 있다. 지금은 거대한 두려움과 희미한 희망이 공존하는 순간이다”라고 강조한다. 


위험을 강조한 이유는 서구 선진국의 민주적 자본주의가 흔들린 계기로 생각하는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로 치러지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박빙 승부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위험을 인식하고 희망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싸워야 한다”면서 “우리가 실패하면 정치적 자유와 개인적 자유라는 빛이 세상에서 다시 한번 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