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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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부활의 뱃고동…빅3 13년 만의 동반 흑자 “韓 선박 수주, 3년 만에 중국 제치고 1위 탈환”

한국 조선(造船)이 분기 기준으로 3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선박 수주 1위를 탈환했다. 액화천연가스(LNG)선·암모니아선 같은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을 한국 조선사가 100% 수주한 덕이 컸다. 국내 조선 3사인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은 선박 수주 잔량 기준으로 나란히 세계 1~3 위에 올랐고, 이들은 2011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 동시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막대 한 손실을 보고 적자 늪에 빠졌던 한국 조선사들이 업황 회복과 민관 협업을 통해 고가의 친환경 선박 수주에 나선 덕에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韓 조선 슈퍼사이클 올라타나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올 1분기 국내 조선사의 선박 수주액이 전년 동기 대비 41.4% 늘어난 136억달러(약 18조3000억원)를 기록했다고 4월 3일 밝혔다. 한국은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한 126억달러 수주에 그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탈환했다. 한국 조선이 분기로 선박 수주 1위에 오른 건 2021년 4분기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신조선가지수 역시 2024년 3월 말 기준 183포인트까지 올라 2008년 9월의 역대 최고점(191)에 육박한 상황이다. 신조선가지수는 조선 업황과 조선사 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한국 조선이 수주한 선박은 수량에서는 중국보다 적지만, LNG선처럼 1대당 가격이 비싼 선박을 많이 수주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1분기 세계 에서 발주한 LNG선 29척, 암모니아선 20척을 한국이 모두 수주했다”며 “3월은 수주량에서 105만 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해 환산한 t 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가 종료된 후 영 국 클락슨이 발표한 세계 신조선 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1분기 세계 신조선 발주량이 감소했음에도 한국의 수주량은 크게 증가했다. 1분기 중 세계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1034만CGT에 그쳤지만, 한국은 이 중 43.4%인 449만 CGT를 수주해 전년 동기 대비 32.9% 증가한 수주량을 보였다. 같은 기간 중국과 일본의 수주 규모 는 각각 0.7%, 89.7% 감소했다. 최근 강달러가 겹치면서 조선 업계에 2008년 이후 또다시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조선 3사는 2020년 시작된 호황으로 이미 3~4년치 선박 건조 일감을 쌓아둔 상태다.


“韓 , 친환경 선박 수주 늘며 수익성 좋아져”

한국 조선업은 지난 2000년쯤 앞서가던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를 계기로 선박 발주가 뚝 끊겼고, 그 여파가 2012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원유 시추(드릴십), 부유식 LNG 저장 시설(FSRU) 등 해양 플랜트를 대거 수주했지만, 유가가 다시 급락하며 수조원대 적자를 떠안아야만 하는 어려움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사옥 건물 및 토지 등의 자산 매각, 핵심 인력 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한국 조선 업계는 좀처럼 회복세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 기회가 생겼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가 엄격해지고,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대 들어 선박 분야에서 강화된 친환경 규제를 맞출 수 있는 신규 선박 수주가 늘었고 이는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에 기회가 됐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트렌드 속에 LNG 수요가 급증하면서 탄소 배출이 적은 LNG선 발주가 급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쇼핑, 보복 소비 증가로 해상 물동량이 급증한 것도 선박 발주 시장엔 호재였다. 중국 조선사들이 저가 공세로 추격해 오고 있지만, 기술력을 갖춘 한국 조선사에 대한 발주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대형 조선 3사가 아사(餓死) 직전까지 갔으면서도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줄이지 않은 결과가 지금 빛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2023년 조선 3사의 R&D 비용은 총 307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국내 3사 중 R&D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은 HD한국조선해양으로, 지난해 전년 대비 29.7% 늘어난 1624억원을 투입했다. 총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0.6%에서 2022년 0.7%, 2023년 0.8%로 작지만,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R&D 비용도 688억원으로 전년보다 11.7% 증가했으며, 한화오션도 전년 대비 2.3% 늘어난 762억원을 R&D에 투입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98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 게 흑자 전환에 실패했지만 3년 연속 700억원대 R&D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 HD한국조선해양은 신재생에너지를 접목한 고부가가치 선박 및 해양 설비 중심으로 연구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독일 HD유럽연구 센터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1500만유로(약 221 억원)를 투자해 차세대 선박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거제·판교·대덕 R&D 센터에서 액화수소 추진 선박, 연료 공급 시스템 등 친환경 에너지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서울과 거제·시흥에 중앙연구원과 특수선 사업부를 두고 친환경 및 스마트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민·관 조선업 9조 투자해 친환경·디지털 전환 가속 

정부와 조선 업계는 협업을 통해 이 같은 K조선의 기술 우위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산업부는 지난 3월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를 발족해 미래형 조선 산업으로의 대전환 방향을 논의하고 조선 분야 수출·현안 전략 등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선박 전환을 위해 정부-대·중·소 협력 플랫폼이 만들어진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1차 회의에선 정부와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K조선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 대응 협약’을 체결했다. 


정부와 조선 3사는 향후 5년간 친환경· 자율운항 선박, 디지털 전환 등에 9조원을 투자한 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 산업 초격차 R&D 로드맵’을 상반기 내 수립한다. 이를 기반으로 △ 세계 최초 2030 액화 수소 운반선 개발 △자율운항 선박 국제 표준 주도 △ 수소·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 기술 상용화 및 트랙 레코드 확보 △ 선박 전 주기 탄소 발자국 연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도 신조선 산업 주도권 잡기 경쟁 가세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2위인 중국의 추격세가 무섭다. 중국은 2015년 일대일로(一帶一路, 육· 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발표한 이후 매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조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 같은 해 발표한 ‘중국 제조 2025’의 핵심 10대 산업 중 하나로 조선업을 지정해 핵심 기술 개발과 생산 기술 향상 등에 매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과 적극적인 협업 움직임도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다. 중국이 세계적인 엔진 업체이자 핀란드 조선 기자재 업체인 바르질라 (Wartsila)의 특정 지역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빈터투어가스앤디젤(WinGD)은 100% 중국 지분으로 구성돼 세계적인 엔진 기업들과 나란히 암모니아 내연기관을 개발 중이며 2025년 초 상업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국영 연구기관들은 WinGD와 함께 암모니아 연료 추진 시스템을 개 발 중이며, 필요한 모든 엔진 부품과 기자재도 함께 개발해 탈탄소화가 주도하는 변화에 승부수를 던질 계획으로 추정된다. 또한, 중국이 탄소 중립 목표 시점이 다른 나라보다 10년 늦은 2060년을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느 나라 보다도 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적이고 그린암모니아, 그린메탄올 등 청정 연료 제조 설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탄소 배출 제로’ 탄소 포집·저장 기술 주목

정부 차원의 해상 안전 규제를 담당하는 국제해사 기구(IMO)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해운 산업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넷제로’에 도달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IMO 가 제시한 해상 운송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08년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다. 2008년 대비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2030년 30%, 2040년 80%, 2050년 100%로 제시한 상태다. IMO는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박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설계 요건을 강화하도록 했다. 또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에너지원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IMO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운송 1회당 40% 이상 감축하는 전략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시 말하면, IMO의 탄소 중립 규제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의 경쟁력은 점차 낮아지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까지는 우리나라 조선 업계 대부분이 이 기술과 관련해 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해운 업계에서는 이 기술의 대안으로 탄소 포집·저장 기술 에 주목하고 있다. 선상에 탄소 포집·저장 장치를 설치하면 탄소 배출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박 탱크에서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75%에서 80%까지 줄어든다. 


한화오션은 이미 한국선급(KR)으로부터 선상 탄소 포집·저장 장치에 대한 개념 승인을 획득했으며, 2022년 그리스 해운사 가스로그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선상 탄소 포집·저장 장치 개 발에 뛰어들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가스로그의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네 척을 인수했고, 이 선박에 선상 탄소 포집 저장 장치를 설치해 올해 반환할 예정이다.



‘조선 초격차 유지’ 전문 인력 매년 2000명 양성

정부와 조선 업계는 국내 전문 생산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 조선 1번지’ 거제와 울산의 인구구조를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 한 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 및 협력 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만 이미 1만5000명이 넘는다. 올 3월 기준 국내 조선업 근로자 11만3000명 중 약 13%가 외국인이다. 올해 2만 명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년 새 조선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던데다 임금 인상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조선업으로 국내 젊은 일손이 유입되지 않자 조선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단을 거쳐 취업한 조선업 종사 외국인은 2021년 230명에서 2022년 2667명으로 늘었고, 2023년에는 5540명으로 두 배 이상 다시 증가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한국어능력시험 및 기능 시험 등을 통해 선발되는데, 입국 후 교육을 거쳐 국내 사업장에 배치된다. 여기다 용접이 나 도장·플랜트 등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E-7 비 자) 취업자 약 7000명까지 합치면 지난해에만 1만 2000여 명의 외국인을 한국 조선업이 빨아들였다. 올해 1분기에도 조선사 취업을 위해 입국한 외국 인이 1400명에 달한다. 


당장은 산업계 인력난이 일부 해소됐지만 떨어진 ‘노동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 추진된다. 산업부는 ‘미래 혁신 인재 양성 센터’ 및 ‘구직자 대상 채용 연계 교육 사업’을 통해 매년 2000명의 국내 조선 분야 전문·생산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조선 3사도 해외조선인력협력센터를 상반기 내 시범 운영해 해외 인력을 현지에서 교육한 후 도 입하는 지속 가능한 해외 인력 도입 체계를 확보 하기로 했다. 세부 실행 방안은 상반기 내 산업부가 발표할 ‘K조선 초격차 기술 로드맵’에 담길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3월 ‘K조선 차세대 이니셔티브’ 1차 회의에서 “올해 7000억달러 수출 달성을 위해 조선 업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 하다”며 “앞으로의 10년이 조선 산업 100년을 좌우할 것인 만큼 조선 산업 대전환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