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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조지 하이네 전 칠레 내무부 장관 “FTA는 경제성장과 번영을 촉진하는 핵심 도구”
  • 심민관 기자
  • “자유무역협정(FTA)은 경제성장과 번영을 촉진하는 핵심 도구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수출액이 아홉 배 증가한 칠레는 FTA에 집중한 (무역)정책의 성공을 보여주는 증거다.”조지 하이네(Jorge Heine) 전 칠레 내무부 장관은3월 29일 서면 인터뷰에서 칠레의 수출액 증가를예시로 들며 FTA의 이점을 설명했다. 칠레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FTA를 체결한 국가다. 지금까지 총 30회의 FTA를 체결했고, 65개국과 자유무역을 하고 있다. 칠레는 한국이 20년 전 최초로FTA를 체결한 국가이기도 하다.하이네 전 장관은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에서 칠레 주재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으로 외교정책과국제 관계, 세계화와 무역, 다자주의 등에 대한 전문가다. 하이네 전 장관은 현재 보스턴대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며, ‘더 먼 미래 연구를 위한 프레더릭 에스 파디 센터(Frederick S. Pardee Centerfor the Study of the Longer-Range Future)’ 임시 소장직을 겸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칠레대 로스쿨, 요크대 현대정치분석학 박사,스탠퍼드대 정치학 석·박사, 현 보스턴대연구 교수 겸 더 먼 미래 연구를 위한 프레더릭에스 파디 센터(Frederick S. Pardee Center for theStudy of the Longer-Range Future)임시 소장, 전 중국·인도·남아프리카 주재칠레 대사, 전 국제정치학회(IPSA) 부회장,전 옥스퍼드 애널리티카(Oxford Analytica)컨설턴트, 전 우드로 윌슨 국제학자센터 공공정책연구원, ‘옥스퍼드 현대 외교 핸드북(OxfordHandbook of Modern Diplomacy)’ 저자

    자유무역이 위협받는 요즘 FTA 역할이 어떻게 변하고 있나.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고조되고 있지만, FTA는 여전히 무역을 자유화하고 관세를 낮추며 국제무역을 촉진하는 중요한 도구로 남아 있다.1980년대에 시작된 지금의 세계화는 세계 전체,특히 남반구 지역에 많은 혜택을 가져왔고 수십억명의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

    도하 라운드(Doha Round⋅다자간 무역 협상)1)의 진전 부족과 상소 기구의 마비로 인해 세계무역기구(WTO) 기능이 마비되면서 다자간 무역 자유화는 불가능해졌다.따라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같은 양자 및 다자간 노력은 이러한 목적을 위한 정책 키트에 남아 있는 유일한 도구이므로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FTA가 왜 중요한가.

    “자유무역이 경제성장과 번영을 촉진한다는 것은 대부분이 동의한다. FTA는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중요한 도구다. 양국 차원에서는 여러 국가가 같은 입장이 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양국의 합의로 무역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같은 다자간자유무역 협정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남반구에서 세계화를 잘 관리한 국가 중 하나로 칠레가 꼽힌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칠레가 1990년대에 FTA 활용을 적극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늘날 칠레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FTA를 체결한 국가가 됐다. 칠레는 FTA를 통해 계속해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특히 칠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파악하고 다양한 정책 이니셔티브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나는 세계화를 ‘아시아화’로 다르게도 정의한다.

    2003년 칠레는 라틴아메리카 국가 최초로 아시아국가와 FTA를 체결했고, 그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다(한⋅칠레 FTA 발효는 2004년). 이후 2005년 중국과도 FTA를 체결했다. FTA는 해외시장에 대한 우선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 현지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의 상품을 제공하고 현지 기업이 외국 기업과 경쟁하도록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더 많은 양자 및 다자간 FTA를 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도하 라운드가 마비(무산)된 상황에서 다자간 무역 협상은 전 세계적으로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양자 FTA가 ‘차선’이라고 생각하고 다자간 FTA를 선호하지만, 나는 양자 간 FTA도 긍정적으로 본다. 양자 간 FTA 체결로 긍정적인 경험을 얻은 칠레의 사례는 양자 간 FTA의 이점을 잘 보여주는 증거다.



    탈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흉악하게 대두되는 지금과 같은순간에도 FTA가 특히 중요해진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예전에 자유무역을 옹호했던 국가들이 이제 ‘공정 무역(국가 간 동등한 위치에서 하는 무역)2)’을 옹호하게 된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지난 70년간 워싱턴(미국)과 런던(영국)은 개발도상국들이번영할 수 있는 길(방법)은 경제를 개방하고 수출을 늘리며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유치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개발도상국들은 실제로 그렇게 했고, 그들 중 일부는 큰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그런데 이제 미국과 영국은 방향을 바꿔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했다. 나머지 국가들도 이를 똑같이 따라 한다면 세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앞으로 세계가 나아갈 길(방향)이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도 전 세계적으로 FTA가 중요할 것 같나.

    “자유무역에 대한 의지는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높다. 이러한 의지는 아시아에서도 여전히 확고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자유무역에 대한 과거 약속을 포기한다면, 그들이 새롭게 주장하는 공정 무역이라는 개념으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에콰도르, 우루과이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미국과 FTA 체결을 원했지만, 거절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결국 이들이 최근 중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과 에콰도르의 FTA는 이미 발효됐고, 우루과이도 중국과 FTA 협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 자유무역에 대한 약속을 지킬지는 공정 무역을 주장하는 이들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이들이 원하는 곡조대로 전 세계가 행진하는 모습을 볼 순 없을 것이다.”

    세계가 RCEP 같은 형태의 다자간 FTA 경쟁 시대에 진입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제적으로 통합된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이점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 우리는 북미의 USMCA(미국, 멕시코, 캐나다 3국 자유무역협정), 유럽의 EU, 아시아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통해 RCEP의 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각국은 혼자서 세계화의 과제에 맞서려고 시도하는 것보다 시장을 통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물론 이런 지역들은 서로 경쟁하게 될 것이며 당면한 다양한 문제에 있어서 승자와 패자가 나뉠 것이다. 그러나 주요 패자는 시장을 통합하지 않아 생산 및 공급망 구축의 이점을 활용할 수 없는 국가와 지역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RCEP를 구성하지 않은)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일부 아시아와 중동이 포함될 것이다.”

    조지 하이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자유무역에 대한과거 약속을 포기한다면, 그들이 새롭게 주장하는 공정 무역이라는 개념으로 인해 얻는 것보다잃을 것이 더 많을 것이다.



    다자간 FTA가 증가할 것 같나.

    “물론 우리가 계속해서 더 많은 양자 및 다자간 FTA를 보게 될 것이라고는 확신한다. 그러나 도하라운드가 마비(무산)된 상황에서 다자간 무역 협상은 전 세계적으로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것이다.많은 경제학자가 양자 FTA가 ‘차선’이라고 생각하고 다자간 FTA를 선호하지만, 나는 양자 간 FTA도 긍정적으로 본다.(라틴아메리카는 RCEP 같은 다자간 지역 공동체가 없지만) 양자 간 FTA 체결로 긍정적인 경험을 얻은 칠레의 사례는 양자 간 FTA의 이점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현행 세율보다 1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선 이후 미국 FTA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 같나.

    나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현재 워싱턴의 FTA 반대 입장에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 오늘날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반자유무역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나는 그가 외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본다. 어떤 국가가 미국과 FTA를 체결했는지 여부는 트럼프에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우리 시대의 위대한 경제적 성공 사례 중 하나다. 1960년 아시아에서 가난한 국가 중 한 곳이었지만,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넘는 가장 산업화한, 경제 상위 10위 국가 중 한 곳으로변모했다.이는 굉장히 인상적인 결과다. 이 과정에는 한국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본다.최근 한국이 세계적인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약 4%를 할당해 연구개발(R&D)에 집중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나는 한국이 계속해서 FTA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R&D에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용어설명

    • * 도하 라운드(Doha Round·다자간 무역 협상)(1)

      도하 라운드의 정식 명칭은‘도하개발어젠다(DDA)’다.DDA는 2001년 11월카타르 도하에서 열린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 합의돼 채택된 새로운 다자간 무역 협상을 말한다. DDA는 농업, 비농산물,서비스, 지식재산권 등다양한 분야를 포함한 무역자유화와 함께 개발도상국의경제개발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2001년 DDA가채택될 당시에는 2005년 이전에 일괄타결방식으로 협상을 마친다는 방침이었지만, 농산물에대한 수입국과 수출국들의 갈등, 공산품 시장 개방에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 충돌 등으로 인해 협상이 무산됐다.



    • * 공정 무역(국가 간 동등한 위치에서 하는 무역)(2)

      공정 무역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불공정 무역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부의 편중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대두된 무역 형태를 말한다. 공정 무역은 덤핑과수출 보조금 등 불공정무역 관행 없이 국가 상호간 무역 혜택이 동등한 가운데 이뤄지는 무역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공정무역은 미국이 개발도상국에 무역 불공정 행위 시정을 요구하면서 미국 통상법제301조 등으로 수입 제재를 가할 때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