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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세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 과장 “유럽發 친환경 에너지 규제 韓엔 기회…ESG 역량 길러야”
  • 이선목 기자
  •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올해부터 월례 세미나 형식의 ‘통상법무 카라반1)’을 운영 중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규제 속 차세대 먹거리인 재생에너지, 인공지능(AI), 전기차, 배터리,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첨단 분야의 해외 진출 기회를 발굴하고, 기업의 대응 전략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3월 5일 제1차 통상법무 카라반 회의가 ‘글로벌통상 규제와 한국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열렸다. 김세진 산업부 통상분쟁대응과장은 회의에서 글로벌 통상 규제 현황을“기존 다자 통상 규범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규제의 폭풍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통상’과 인터뷰에서도 “도처에서 여러 형태의 분쟁이 터지고 있고, 각각 맞춤형 분쟁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친환경 에너지 관련 규제가 주요 재생에너지 시장인 유럽연합(EU)에서 나오는 점을 주목했다. 김 과장은 “EU의 규제가 인권, 안보 등까지 다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국내 기업의 타개책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현황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 화력발전량을 초과해 재생에너지가 최대 발전원이 되는 시점을 기존 2025년 초보다 앞선 2024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율은 2022년 전년 대비 7.6%로, 과거 30년 동안 최대 증가 폭을 보였고, 2024년에는 11%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또 올해 재생에너지는 세계 발전량의 3분의 1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며, 각국 정책과 시장 상황을 볼 때 2028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이 총 7300 (기가와트)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과 미국이 이 분야에서 시장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나 위험도, 개방도 등을 고려했을 때 상대적으로 좋은 시장이다. 반면, 동남아시아는 개방도도 낮고, 리스크도 큰 편이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어떤가.

    “재생에너지 시장 급성장의 핵심 동인은 중국의 성장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태양광 패널 제조에서 중국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90%이상으로 이는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고 있다. 풍력 시장도 중국의 성장세가 무섭다. 중국산 풍력 터빈은 낮은 가격으로 세계를 공략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에서 일정한 성과는 거두고 있지만,중국산의 가격 경쟁력을 넘기 어렵고 공급망 측면 리스크도 크다. 관련 제조업(태양광·풍력 제조업) 수출입 동향을 보더라도 웨이퍼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모듈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형태다. 풍력은 터빈을 제외한 기타 부품 수출이 증가 추세지만, 이 또한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넘기는 어렵다. 이외에 재생에너지 건설 발전업의 해외 진출은 저조하다. 재생에너지 발전 시장 경쟁력에서 밀린 국내 태양광·풍력 기업은 대체로 유럽·미주 시장이 아닌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김세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장. 서울대 정치학 학사·법과대 석사, 워싱턴대 로스쿨, 전 미 워싱턴주 고등법원 재판연구관, 전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 조선비즈DB

    최근 잇따라 도입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는 우리 기업에 또 다른 장벽이 될 것 같다.

    “시장을 재편하는 몇 가지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각 경제 영역의 강한 규제다. 이런 규제 효과가 큰 경우, 수요·공급 변수와는 독립적으로 시장을 재편할 수 있다. 과거에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이 그 역할을 했지만, 다자·지역 협정이 약해진 지금은 개별 국가가 만드는 각종 글로벌 역외 규제가 직접 시장을 재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미국은 기존의 전통적무역 구제 절차나 보조금 등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을 통제하고 있는 한편, 유럽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규제를 새로 만들어 시장 재편을 견인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 시장의 규제를 주목해야 한다.”

    현재 주목하는 유럽발(發) 환경 규제는.

    “EU는 EU 택소노미2) 보완 입법, EU 배터리 규정,역외 보조금 규정, EU 핵심원자재법 등 다양한 관련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와직접 관련된 규제는 ‘EU 재생에너지 지침’이다.2030년까지 EU 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목표치를 45%, 발전량 총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69%로 설정한 게 골자다. 재생에너지 시장 지속 성장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다만, 이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촉진·장려하는 법이고, 나머지 앞서 언급한 규제는 대부분 수출 기업 실사·인허가 부담을 높이고, 고지·공시 의무를 강화해 규제 준수를 유도하는 구조다. 우리 재생에너지 기업도 이에 대비해 제조 공급망 전체 사슬과 건설·발전 분야 타당성 조사·산업 인허가 단계에서 실사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유럽 규제는 순수 환경 규제뿐만 아니라 노동과 인권, 공급망(보조금) 등을 포함한 규제도 섞여 있어 준수하기가 까다롭다. 특히 향후 이런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인권과 안보 분야에서 비교적 경쟁력이 약한 국가는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2023년 8월 ‘사이언스’ 분석에 따르면, 당장 기후 공시를 의무화할 경우 전 세계 기업 이익이 평균 44% 감소하는데, 중국 감소 폭이 56%로 한국 46%보다 컸다. 이것이 우리가 주목할 대목이다. 즉, 특정 규제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면 사실상 중국 등이 독식한 시장에 들어갈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기업의 대응 방안을 조언하면.

    “유럽발 규제에 대응하는 것을 다른 말로 환원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고 할 수 있다. ESG대응 능력이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즉, 규제에 대한 포괄적인 컴플라이언스(준법) 대응 능력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 기업의 인프라 구축에 있어 이런 컴플라이언스 대응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며,외부 전문가와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협조도 중요하다. 또한 구체적인 조사가 들어올 때에 대비해 관련 기록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어떤 지원 노력을 하고 있나.

    “국가별 통상 규제에 적응하기 위해 역동적으로쫓아가야 한다.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 기업의 원활한 해외 진출을 위해 규제 대응 역량을 빠르게 갖추고, 진영을 꾸려야 한다. 그런데 ESG 규제는 너무 복잡하다. 전 세계 평가 기관별 평가 등급과 점수의 비일관성으로 시장 혼란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특히 유럽에서 ESG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난한 절차가 따른다. 그래서 정부와 관련 기관(한국생산성본부)은 ‘K-ESG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로 지원하고 있다.”

    용어설명

    • * ① 카라반낙타나 말 등에 짐을 싣고 떼지어 다니면서 특산물을 사고파는 상인 집단을 뜻하는 대상(隊商)을 의미.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해 비단이나 보석 같은 귀중품이나 특산품을 운반했다.

    • * ② 택소노미택소노미(Taxonomy·녹색분류체계)는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활동을 분류한 목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