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인터뷰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휴머노이드(humanoid·인간형) 로봇이 사람과 대화하고,나아가 사람의 감정을 읽고 마음을 달래는 능력이 생기고 있다.” ‘AI 석학’ 제리 카플란(JerryKaplan)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겸임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AI 기술과 로봇 기술이 만나 인간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인텔·오픈AI 등은 미국 AI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에 최근까지 6억7500만달러(약 8900억원)를 투자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관심을 드러냈다.
테슬라도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 영상을 공개하며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2023년 18억달러(약 2조3000억원)였던 글로벌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8년 138억달러(약 18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로봇의 진화는 노동시장의 변혁도 이끌어 이에 따른 인건비 절감 수준의 지역·국가별 격차에 따라 글로벌 무역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은 카플란 교수와 일문일답.
휴머노이드 로봇을 정의한다면.
“기본적으로 인간의 형태나 특징을 지닌 로봇을 말한다. 센서가 장착된 ‘머리’가 있고, 이족 보행이 가능하고,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손이 있는 등 인간의 특징과 특성을 갖춘 로봇이다. 사실 로봇의 물리적 형태 외에 휴머노이드 로봇과 다른 로봇 사이에 큰 의미의 차이는 없다. 예를 들어 작업장에서는 의도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기계)이면 충분하다. 사실 로봇이 인간처럼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AI 기술 발달로 휴머노이드 로봇도 발전하고 있다.
“로봇의 핵심 기술 중 하나가 AI다. 특히 최근 AI기술 발달로 로봇이 사람과 대화하고, 나아가 사람 감정을 읽고 마음을 달래는 능력이 생기고 있다. 거대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챗봇(chatbot)의 역할이 컸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람처럼 보이는 기계에 통합하면 사람은 로봇이 더 인간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엔터테인먼트나 인간과 상호작용을 위한 일부 설정에서는 로봇을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은 인간이 그 로봇을 더 편안하게 대할 수 있게 돕는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닌 ‘누군가’와 대화하고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을 전망한다면.
“사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로봇 개발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인간을 닮은, 두발로 걷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였다. 넘어진 후 스스로 일어나는 로봇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심각한 문제인 무게를 줄이고 모터, 레버 같은 빠른 반응 메커니즘 기술을 개발하며 오늘날 인간형 로봇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로봇공학의 기본적 목표는 작업을 기계화하고 자동화해, 로봇이 인간과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이런 방향으로 휴머노이드 로봇도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현재 이러한 휴머노이드 로봇 시연은 시장의 관심을 끌거나 그 기업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홍보 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개발 단계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장점은 인간을 위해 설계된 공간(집 안, 생산 현장 등)에 들어갈 수 있고, 인간의 손에 맞게 설계된 제어(자동차 운전 등)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를 원한다면 그 목적을 위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 이유가 사실상 없다고 본다. 모든 기능을 차량에 직접 구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보기에는 흥미롭지만, 엔터테인먼트나 인간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환경에서 사용하는 것 외에는 실용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인간을 위해 설계된 모든 기계를 작동할 수 있는 ‘만능 로봇’을 원한다면, 로봇을 인간과 물리적으로 최대한 유사하게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피규어AI는 3월 12일(현지시각)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픈AI와 협업으로 ‘피규어 01’은이제 사람과 완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며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협업한 AI 로봇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피규어01은 “무엇이 보이냐”는 질문에 “테이블 중앙에 놓인 접시에 빨간 사과가 있고, 건조대와 컵, 접시들이 보인다”며 눈앞에 있는 사물을 인식하고답한다. 또 “먹을 것 좀달라”고 하자 손가락 관절을 쓰듯 자연스럽게 사과를 집어 건넸다.
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산업 환경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집에서 사람 주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다면, 크기와 형태가 사람과 비슷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더 편안하고 사용도 더 편할 것이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 필요한 로봇은 굳이 사람 형태가 아니라 그 역할에 최적화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훨씬 쉽고 효과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계 공학적 한계가 여전한 것 같다.
“그렇다. 체중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방향과 균형을 감지하는 센서를 시스템화하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기계 장치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기술적 과제다. 물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AI 로봇 기술 한계도 여전하다.”
로봇 개발 관련 부정적 전망도 있다. 사람들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솔직히 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에 사람이 하던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기계, 로봇을 개발했고, 현재 사용하고 있다. 로봇은 되레 일자리의 질을 향상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우리가 로봇을 어떻게 개발하고 사용하는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