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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시대 20년, 경제 무대 확장에 수출 230% 성장 ‘공급망 안정·역대 최대 수출’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콜린 크록스(왼쪽)주한 영국대사가 1월 2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영 FTA 제1차 개선 협상에 앞서 모두 발언을 하고있다. 오른쪽은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 교섭 본부장. 뉴스1

1985년 국내 최초로 ‘파우치 두유’를 출시한 삼육식품은 미국, 베트남, 중국, 몽골 등 25개국에 두유 제품을 수출하면서 ‘K두유’ 브랜드를 개척했다. ‘검은콩두유’ 등 삼육식품의 두유 제품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비결 중에는 2007년 한·아세안, 2015년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큰 역할을 했다.

베트남 수출을 모색했지만, 중국산 경쟁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아세안, 한·베트남 FTA로 30%인 관세를 0%로 낮추고 한국산 대두로 원재료를 변경하면 원산지 결정 기준 충족이 가능하다는 점이 수출 기회를 열었다. 한국산 대두를 쓰더라도 관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 23억원 수준이던 삼육식품 두유의 수출 실적은 2016년 49억원, 2017년 89억원, 2018년 106억원으로 성장했고, ‘10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게 됐다. 이처럼 FTA를 통해 우리 수출 기업이 혜택을 받은 관세 절감액은 2021년 한 해에만 6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자, 다자간 무역자유화를 위해 관세를 포함한 각종 무역 제한 조치를 폐지하는 FTA는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넓히고, 수출 전선을 개척하는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 4월 1일 사상 첫 번째 인한·칠레 FTA를 발효한 이후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총 59개국과 21건의 FTA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에 이르는 경제 영토를 확보했다. 세계 2위 FTA 체결국 지위에 오른 것이다. 1위인 싱가포르가 도시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가 가장 넓은경제 영토를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FTA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간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는 폭발적인 수출 확대로 이어졌다. 한·칠레FTA가 발효된 2004년 사상 최초로 2000억달러를 돌파한 한국의 총수출액은 2006년 3000억달러,2008년 40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2011년 5000억달러 고지를 점령했다. 2018년 6000억달러를 넘어선 수출 규모는 2022년 사상 최대인 6836억달러를 기록해 우리나라를 세계 6위 수출 대국으로 만들었다. 2023년 수출액(6322억달러)은 2003년에 비해 230% 성장한 규모다. 2024년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3월 말 현재 1594억달러로, ‘역대 최대 7000억달러’ 목표를 향해 질주 중이다.

※ 협정별 발효 시점 기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대유행) 등의 대외 경제 악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출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전방위적 FTA를 통해 경제 영토를 확장한 영향이 주된 비결이었다. 전체 수출액에서 대(對)FTA 체결국이 차지한 비중은 2010년 15.2%, 2020년 73.8%, 2023년 76.9%로 급증했고, 최근에는 82%까지 올라왔다.

 FTA에 따른 관세 인하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수출 성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 본격화 이후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수출성장세가 뜨거운 것은 두터운 FTA 네트워크 덕분에 가능했다. 실제로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중국은 2023년 상반기 미국 수입 시장에서 점유율 14%로 멕시코, 캐나다에 이은 3등으로 후퇴했다. 반면, 미국과 FTA가 발효 중인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1990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높은 3.7%대로 올라섰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2023년 대미 수출은 사상 최대치인 1156억달러로 우뚝 섰다.

우리나라는 2023년 걸프협력이사회(GCC), 아랍에미리트(UAE), 에콰도르, 콰테말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통상협정을 체결했다. FTA 등 통상협정을 한 해 5건 체결한 것은 2014년 이후 최다 실적이다.

정부는 2024년 핵심 광물·자원 부국인 아시아·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경제동반자협정(EPA),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등을 체결해 경제 영토를 전 세계 GDP의 90%로 확장하고, FTA를 통해 핵심 자원의 공급망 안정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발효 중인 FTA를 변화한 통상 환경에 맞게 재정비하는 작업에도 박차를 기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23년 11월 영국과 한영 FTA 개선을 위한 협상 개시를 선언한 후 2024년 두 차례 협상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통상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첫 FTA인 한·칠레 FTA 발효 전후 수출액 증가 추이

자료_산업통상자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