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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되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경쟁 핵심 광물 풍부한 ‘글로벌 사우스’의 참전… "원자재 우군 확보 필수"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지구온난화 문제가 지구 생존을 위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최근 지구 곳곳에서 등장하는 기후변화와 각종 재난이 이 같은 과제의 심각성을 키운다. 인류 미래의 생존이 이산화탄소 등 지구온난화 가스 규제에 달려있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특히 지구온난화가스 가운데 수송 분야 배출량은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 만큼 자동차의 무공해화가 필수 요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요국정부는 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차 등 무공해차의보급을 의무화하는 시간표를 잇달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고, 상대적으로 하이브리드차,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차 등의판매가 선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하이브리드는 고연비, 친환경이라 해도 내연기관이 내장되어 있어서 최소한의 오염원이 배출된다. 때문에 수년 후에는 전기차가 친환경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주도하면서 보급이 다시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국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2025년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노르웨이를시작으로, 늦어도 2035년 정도에는 대부분 국가가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중단시킬 것으로 예상된다.현재의 전기차 판매 증가세 둔화는 내연기관차의 부활이 아닌 잠깐의 숨 고르기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전기차의 가격이 수년 후에는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확실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충전 인프라도 빠르게 구축되면서 전체적인 가성비는 높아지고 판매 증가율도 확대될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의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세 숨 고르기 기간은 미흡한 각종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훌륭한 보완 기간이다.

전기차가 지난 수년 동안 너무 빠르게 보급되다보니 각 분야에서 경착륙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는 전체 생산 인력을 약30% 이상 줄인다. 이는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또 기존 내연기관차의 각종 부품 생산기업의 전기차 시대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고, 심지어 일선 정비소에서는 전기차를 정비할 수 있는 능력조차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 화재는 물론 비상시 대처 방법을 배울 기회가 없어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최근 주춤한 상황은 전기차 보급 과정에서 나타난 이 같은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배터리 생산은 전기차의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최근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배터리 시장도 마찬가지로 숨 고르기 하는 모습이다.

배터리가 전기차 경쟁력 좌우

앞으로의 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라는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각종 전기전자 시스템과 반도체 시스템이 자리잡고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알고리즘이 가미되며, 각 부위의 전동화와 커넥티드화 등이 집결한 융합모델이라 할 수 있다. 각 분야의 연구개발(R&D)과 융합이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경쟁력이 전체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터리 산업은 한중일 3국이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현재는 서방 시장에선 한국과 일본 배터리 기업들이 일정 역할을 하고 있고,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유럽과 미국으로의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①LFP배터리는 전기차 가격 경쟁력 제고를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장착이 늘고 있는 모델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의 배터리 3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리튬이온배터리인 ②NCM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중심으로 고성능 모델과 프리미엄 모델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이 원자재 확보에 달려 있다는 데 있다. 배터리의 4대 핵심 부품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과 전해질을 구성하는 원자재 확보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전기차와 배터리 기술 등은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손색이 없으나, 막상 이를 구성하는 원자재의 경우 자주독립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배터리를 만들 때 쓰이는 리튬이나 니켈, 코발트 등 고부가가치 원자재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장 큰 문제는 이들 원자재 수입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자재에 따라 중국 의존도가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95%에 이른다. 이미 수년 전 발생한 요소수 파동은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으면 지정학적 위험도가 높아짐을 보여준다 .

지정학 리스크 고조에 원자재 확보 난제로 부각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의 핵심원자재법 등 자국 우선주의가 글로벌 시장를 휩쓸고 있는 시기다. 특히 수출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각 국가의 자국 우선주의와 장벽이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시장 진출 어려움, 미·중 간 경제 갈등 심화,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인한 중동 시장의 불안정까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원자재 확보 과제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중·일 시장에서는 역사적으로 3국이 공동 번영을 위한 과정을 진행했으나, 현재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와 서방 체제 등이 대립하는 신(新)경쟁 체제가 구축되고 있다.

선진 시장을 이끄는 강대국의 선거도 원자재 확보 어려움을 키울 수 있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될지 여부는 서방 체제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국가별로 대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는 후문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 기반이고 강대국의 영향력에서 비껴가기 힘든 한계가 있으며, 좁은 국토로 인한 시장 성장의 한계와 각종 원자재 부족 등 여러 고민을 안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긴다. 

배터리 원자재 풍부한 글로벌 사우스의 재발견

국제사회에서 사회주의 체제 기반의 러시아, 중국,북한 연합과 미국, 유럽, 일본 및 한국 등 서방 국가 간 대결 양상도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배터리 원자재 등 자원이 풍부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기술 우위를 내세운 서방의 선진국들과 자원과 인력이 넘치는 개발도상국 및 제삼세계로 대표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과거 부각되었던 브릭스(BRICS)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의 이니셜을 따서 만들어진 연합체로 미국 등 서방에 대해 각을 세우며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해 왔다. 

올 들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6개국이 합류하여 세력을 키웠으나 회원국별로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이 전개되면서 최근에는 한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형국이다. 최근 부각된 용어가 바로 글로벌 사우스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자원이 풍부한 개발도상국과 제삼세계가 뭉쳐서 만들어진 개념으로 대부분 남반구 또는 북반구의 저위도에 위치하고 있어서 붙은 명칭이다.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등 자원 부국이 많다. 반면 유럽과 북미, 호주, 일본과 한국 등은 선진 기술을 갖춘 글로벌 선진 국가로 주로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어서 글로벌 노스(Global North)로 불린다.글로벌 사우스의 자원 무기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원자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 관계를 중요한 경제변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이 가운데 배터리 소재는 한국의 미래 전기차 배터리 산업 주도권 확보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재 중 하나로 꼽힌다. 배터리 소재의 높은 중국 의존도는 다른 국가로 조달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숙제를 던진다.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협력 관계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리튬이 많이 매장된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 리튬 삼각지대가 있는 중남미, 니켈 최대 매장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코발트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묻혀있는 콩고가 있는 아프리카 등 지역별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료_업계 종합

해외 원자재 우군 확보 필수

현재 배터리 양극재로 사용하는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음극재 핵심 원료인 흑연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90%가 넘는다. 중국은 정치적인 역학 관계를 이용해 전략적인 방법으로 원자재 공급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 조달 다변화’가 중요한 이유다. 미국의 IRA에서 거래를 제한하는 나라를 배제하고 원자재 조달을 다변화하는 게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그럼에도 배터리 원자재의 해외 다변화는 최대한 추구해야 하고 필요하면 광산 확보와 안정된 수입원 확보는 물론이고 외부 충격에 대비해 원자재별로 최소 6개월부터 수년간 쓸 원자재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최근 글로벌 사우스 국가 중 상당수가 풍부한 자원과 인력을 기반으로 선진 국가들에 힘을 과시하고 있고, 자국에 유리한 방향의 정책을 펴고 있다.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이미 동남아 국가의 맹주인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소재인 니켈의 원광석 수출을 금지하고,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크사이트도 수출을 막고 있다. 자국산 광물을 활용하려면 자국에 공장을 지어서 가공하라는 메시지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등 자원부국으로의 공장 건설 등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이미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공장은 올해 전기차 생산을 늘리기로 했고, 국내의 대표적인 배터리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완공했다.

결국 각 국가의 특성에 맞는 원자재 가공 공장과 전기차 공장을 현지에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더 많은 공장을 지어 운영할수록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서의 자원 조달도 필요하지만, 적극적인 연구 개발을 통한 대체 물질 개발도 중요하다. 배터리 전쟁은 현재의 배터리 기술을 넘어 차세대 배터리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 저렴한 배터리 원자재를 확보해 경쟁력 높은 배터리를 생산하는 게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중국발 배터리 기술이 우리를 넘보고 있을 정도로 기술 격차는 없어지고 있는 형국이고, 해외 전기차 제작사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기술 개발비용을 늘리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타국 대비 높은 산학연관의 협업 노력이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수출국 한국의 기회와 도전 

전기차 산업의 주도권, 배터리 원자재 확보, AI를 포함한 알고리즘의 독립과 고도화, 주문형 시스템반도체(ASIC)의 확보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좌우하는 핵심 현안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자국 우선주의와 해외 국가 간의 ‘합종연횡’이 많아지면서,수출 기반의 대한민국에는 기회보다는 도전이 커지고 있다. 

용어설명

  • ① LFP배터리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양극재, 음극재, 전해막, 분리막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양극재로 리튬인산철(Li-FePO4)을 사용하는 배터리를 말한다. 가격이 저렴하고 수명이 길며 35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폭발하지 않아 안정성이 뛰어나다. 다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고, 순간 출력이 약하며 무게가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 ② NCM배터리
    삼원계 배터리라고도 불리며, 니켈(Ni)·망간(Mn)·코발트(Co)를 섞어 만든다.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에 진보된 기술로 평가 받는다. 주행거리가 길고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지만, 높은 가격과 낮은 안정성이 단점으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