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FTA

글로벌 현장 리포트

KOTRA 해외 현지 보고 동남아 반도체 허브로 도약하는 베트남
2023년 9월 11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의 주석궁에서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 주석과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2014년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이자, 한국의 3대 교역국인 베트남이 최근 차세대 반도체 생산 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일례로 2023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해 반도체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베트남에는 삼성전자 등 주요 IT 기업의 글로벌 생산 기지가 소재할 뿐 아니라 반도체 핵심 원료인 희토류 광산도 대거 분포해 있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베트남 반도체 산업 80%는 아웃소싱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의 대미 반도체 수출 규모는 2023년 2월 기준 5억6250만달러(약 7451억원)인데, 이는 1년 전인 2022년 2월(3억 2170만달러) 대비 75%가량 증가한 것이다. 베트남의 대미 반도체 수출 금액은 말레이시아, 대만에 이어 아시아 3위에 해당하며 미국의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11.6%를 차지하고 있다.

베트남이 미국과 2000년 무역협정을 맺고 2006년 미 의회가 베트남과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를 승인하면서 베트남을 향한 해외직접투자와 베트남의 대외 수출이 급격히 증가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역사적 현실에 비춰 첨단 제품으로서 글로벌 교역 구조 변화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의 대미 수출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인공지능(AI)이 고도로 발전하고 데이터센터와 통신, 컴퓨터 장비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베트남이 글로벌 생산과 교역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베트남, 대미 반도체 수출 75% 늘어

※ 대미국 베트남 반도체 수출액 기준. 자료_미국 통계국

이러한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취약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가치 사슬을 설계, 제조, 패키징 및 테스트로 나눠봤을 때, 베트남의 가치 사슬은 설계와 패키징 및 테스트로 한정돼 있으며 반도체 칩 제조는 100%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반도체 설계에 관여하는 기업은 베트남 군사산업통신 그룹(Viettel·비엣텔)의 자회사인 ‘Viettel HighTech Industry Corporation(VHT)’과 ‘FPT’뿐이다. 패키징·테스트 관련 기업도 외자 기업이거나 외국과 합작한 일부 기업에 한정돼 있다. 설계와 패키징 및 테스트 분야는 초기에 큰 투자가 필요치 않고 인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초기 진입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설계 부문은 대부분 외국 파트너사의 주문에 따른 아웃소싱으로 이루어지며, 이러한 아웃소싱이 베트남 반도체 산업 설계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등 주요국 기업 40여 개 사가 베트남 반도체 산업에 투자했으며 인텔, 삼성은 베트남 현지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9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은 양국 간 경제협력 확대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해 12월 10일 팜 민 친(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는 세계 최대 AI 반도체 업체인 미국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회장을 맞이해 향후 베트남 반도체 분야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의 베트남 생산 기반 구축, 글로벌 인재의 베트남 유치 등에 대해 양측은 대화를 나눴으며 궁극적으로 반도체 및 AI 생태계 구축 및 개발, 스타트업 육성, 슈퍼컴퓨터 설계 및 개발 등을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자료_코트라

반도체 생산 기지 최적 조건 갖춘 베트남

베트남은 반도체 제조에 있어서 필수적인 희토류의 매장량이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22만t)으로 알려져 있다. 기타 산업재인 알루미늄 보크사이트 매장량은 약 58억t으로 기니의 74억t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다. 라오까이(Lao Cai) 지방에 소재한 신꾸엔(Sin Quyen) 광산의 구리 광석 매장량은 약 1억t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베트남 마이크로칩 커뮤니티의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현재 약 5500명의 칩 설계 엔지니어가 활동 중이다. 베트남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서 베트남 내 글로벌 기업의 투자 협력 촉진과 산업 발전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정보통신부 등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2030년까지 5만 명의 엔지니어를 육성할 계획이다.

베트남 중부 도시인 다낭에서도 현재 반도체 칩분야 인적자원 양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다낭시 정부는 해외 유관 기관과 협업하여 반도체 칩 인적자원 양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진출 기업, 전문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현지에 소재한 여러 대학은 마이크로칩 및 전자 교육 학과 또는 관련 커리큘럼을 개발하며 추세를 선도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분야다. 디지털 전환, 사물인터넷(IoT), AI 등 신기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생산 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