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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인터뷰 ②

Interview 올리버 라카우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독일 수석 이코노미스트 “ECB 6월은 돼야 금리 내릴 듯… 유럽 경기 하반기 반등”
  • 전효진 기자
  • 베를린 훔볼트대 경제학, 런던 정경 대학원(LSE) 경제학 석사, 전 도이체방크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시선은 유럽중앙은행(ECB)으로 옮겨가고 있다. 유로존 양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가 관측되면서 ECB가 금리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것 이라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 분석 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올리버 라카우 독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제(유럽 각국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둔화되고,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ECB 위원회가 우려했던 여러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완화되었음에도 금리 인하 결정은 6월로 미뤄질 리스크가 분명히 있다”면서 4월 인하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ECB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지속될 것을 우려해 조기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식당, 호텔 등 노동집약적 서비스 부문에서 임금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대만큼 누그러질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보이며, 금융 여건 완화, 소비자 실질소득 회복, 가계 수지 개선, 글로벌 수요 개선 등을 기대한다”면서 “이 중에서도 노동시장의 지속적인 회복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 유럽 경제 전반을 전망한다면.

    “지난해 유로존 경제는 여러 역풍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가 잃어버린 구매력을 일부 회복하고, 재정 여건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우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은 시장과 ECB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옥스퍼드이코노믹스 전망치). 식품 가격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1)이 급격하게 나타날 것이란 징후가 확실하게 포착되고 있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올해 지속될 것으로 보여 2%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는 처음에는 회복세가 미약하겠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보이며 금융 여건 완화, 소비자 실질소득 회복, 가계 수지 개선, 글로벌 수요 개선 등을 기대한다. 이 중에서도 노동시장의 지속적인 회복력이 관건이다.


    + 유로존 인플레이션 추이

    자료_옥스퍼드이코노믹스

    각국의 재정 정책은 정부의 우선순위가 경기 부양에서 재정 적자 감축으로 변하면서 제한적으로 변할 것이다.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국채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리스크는 (전쟁 발발 당시보다는) 훨씬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지정학적 긴장 때문에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위협 요소는 남아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어떻게되나. ECB는 2022년 7월부터 2023년 9월까지 10번 연속 금리를 올린 뒤 줄곧 기준금리 4.5%를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는 4월에 ECB의 첫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이 결정이 6월로 미뤄질 리스크가 분명히 있다고 본다(2월 29일 예측 기준). 실제 인플레이션 지표가 더 둔화하고,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고, ECB 위원회가 우려했던 여러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완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들이 조기 인하를 꺼리는 것은 여전히 남아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탓이다. ECB는 여전히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근로자가 대규모로 실질소득 손실을 만회하려는 시도(임금 인상 압력)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많은 ECB 위원은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충분히 확신하기 위해 2024년 1분기 임금 데이터를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올해 중반에야 공개되기 때문에 6월쯤 금리 인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더 떨어지거나 경제가 약해지는 신호가 포착되면 ECB는 더 일찍 행동하도록 압력받을 수 있다.”


    유럽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에 시장은 벌써부터 반응하고 있다. 유로화는 약세를, 달러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만약 ECB가 4월에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선진국 주요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는 유럽의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겠다. 하지만 ECB는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지속될 것을 우려해 조기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 금리 인하 영향은 일반적으로 약 8분기 후에 정점을 찍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그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날 여지가 있다. 통화 완화가 시작되면 최근 몇 년간 부족했던 보충 지출을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경제는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어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더 커지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이미 독일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3%에서 0.2%로 대폭 낮췄다.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실질임금 상승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원칙적으로 우리는 인플레이션 하락과 임금 상승을 통해 실질 가계 소득을 강화해야 한다는 (독일) 정부의 견해에 동의한다. 이는 결국 침체된 소비 지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이후에도 여전히 (독일의) 성장에 대해 정부보다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독일 정부는 현재 2024년 성장률을 0.2%로 하향 조정했는데, 우리는 0.1% 수준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작년에 감소했던 독일산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올해는 2%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통화정책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건설 부문의 국내 투자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화정책은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올해 말, 늦어도 2025년에야 실질적인 경기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용어설명

    •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1)
      디플레이션(deflation)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과는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뜻하고,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은 물가는 상승하지만 그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말이다. 물가 상승 또는 하락은 일반적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이 마이너스 상태로 지속되는 경우가 디플레이션, 플러스 상태이지만 증가율이 점점 감소하는 경우가 디스인플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 및 디스인플레이션은 종종 물가 하락 및 물가 상승률 둔화라는 본래의 의미에 더해 경기 침체 또는 경기 하강까지 아우르는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