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Cluster ③
2월 22일 한국 바이오 벤처인 알테오젠의 기술수출 계약이 관심을 받으며 오랜만에 국내 바이오 장이 들썩였다. 이 기업은 2020년 기술수출을 최초로 계약할 당시에도 주가 리레이팅(재평가) 구간을 한 차례 겪었지만, 이번에는 회사 몫의 수취 금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도록 계약 조건이 변경됨에 따라 다시 한번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외에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이 결실을 보는 사례들이 눈에 띄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의 기술로 만든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도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ohnson&Johnson)을 통해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완료하며 제품 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위상이 한층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례들이 차차 늘어나고 있다. 비록 고금리 정책과 인공지능(AI) 산업 투자 열풍 속에서 최근 바이오 투자 심리는 온탕과 냉탕을 여러 차례 오갔으나, 국내 바이오 업계는 꾸준히 내실을 쌓아나가고 있다고 판단되는 이유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만 보더라도 업계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열기를 띠고 있는 것 같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필두로 SK바이오사이언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송도 바이오 공장 시설 확충에 과감하게 투자를 이어오며 국내 바이오 기업과 제약사 100여 곳이 송도국제도시로 모여들었다. 인천시와 정부도 이에 발맞춰 각종 바이오 지원책을 쏟아내며 더 많은 기업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송도는 바이오 클러스터로서 그 인기를 더해가는 중이다.

바이오 클러스터 성패 CMO에 달렸다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은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게 큰 규모라고 한다. 단일 도시 내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기) 보유 규모 기준으로 볼 때, 송도는 세계 최대인 약 116만L(2023년 말 착공 기준)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그 중에서도 세계 최대 규모의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위탁 생산)1) 시설을 자랑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에 1~4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2023년 3월 제5공장 건립에 착수했다. 회사에 따르면, 제5공장 건립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투자하는 금액은 약 1조 9800억원이라고 한다. 2025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하는 5공장까지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예상 생산량은 총 78만L 이상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SK, CJ 등 대기업 등이 모두 글로벌 CMO 확보에 나섰는데 특히 국내에서 CMO 생산 시설이 집중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의 미래는 CMO 산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오 의약품 CMO 산업은 자체 생산 역량이 부족하거나 의약품 연구개발(R&D) 마케팅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려 하는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 생산해 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그동안 글로벌 CMO 시장은 주로 소수의 기업들이 선도해왔다. 베링거인겔하임, 론자, 후지필름, 우시바이오로직스, 아사히글라스, 서모피셔사이언티픽 등이 대표적인 CMO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글로벌 시장의 CMO 수요를 급증시키는 계기가 됐다. 전 세계 바이오 기업들이 단시간에 코로나19 백신을 대량으로 만들 생산 시설이 부족해지자 CMO에 연구개발을 아웃소싱했고, CMO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여 국내 CMO 기업들도 수혜를 입게 됐다.

당시 국내 대규모 CMO 회사뿐만 아니라 중소형급의 CMO 기업들도 코로나19 백신 CMO 및 CDMO(Contract Development & Manufacturing Organization·위탁 개발 생산)2) 계약을 수주해 냈다. 지엘라파, 한국코러스,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보령바이오파마, 바이넥스, 큐라티스, 휴메딕스 등이 CMO 컨소시엄을 꾸리고, 휴온스글로벌, 휴메딕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보란파마 등도 별도의 컨소시엄을 꾸려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참여했다.
이후에도 CMO는 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mRNA(전령 RNA) 의약품 등 임상 증가로 완제품 생산 중심에서 신약 개발 단계부터 함께 기술 개발을 해나가는 CDMO 형태로 진화하며 그 성장성은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CDMO는 CDO(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약품 위탁 개발)3)와 CMO를 합친 용어로 의약품 개발과 분석 지원, 제조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위탁 개발 생산 서비스라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CMO가 제품의 생산 위탁만 지원하는 반면, CDMO는 생산공정, 임상, 상용화 등 신약 개발 전 과정을 협업하는 것으로 세포주 개발부터 제품 포장까지 포함하는 생산 전 주기 서비스(end-to-end)를 제공하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Frost &Sullivan) 조사에 따르면, CMO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바이오 CDMO 시장은 2022년 202억달러(약 27조원)에서 2028년 477억달러(약 63조원)까지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바이오 의약품은 낮은 부작용과 체내에 정확하게 전달되는 특성으로 인해 의약품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는데, 향후에도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글로벌 바이오 CDMO 산업은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서의 매력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CDMO 사업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며 바이오 클러스터의 인기는 더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 기업으로서는 바이오 클러스터 내에서 연구개발 서비스를 아웃소싱(위탁)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백신이나 재생 의료 같은 신규 의약품 연구가 다양해지고, 개인 맞춤형 치료제 연구개발이 늘어나며 R&D 비용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서 바이오 기업 운영 차원에서 비용 효율화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도 한몫했다.

미래 먹거리는 ‘CDMO’
그렇다면 앞으로 송도의 바이오 클러스터는 어떻게 CDMO 산업을 특화하며 성장할 수 있을까. 우선 CDMO 공장은 바이오리액터의 가동률이 가장 중요하기에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임상 진입 또는 빅파마와 공동 연구개발이 늘어나는 것이 CDMO 기업들의 가동률을 높이는데 주효하겠다. 즉 바이오 기업과 CDMO 기업이 단순한 주문 및 위탁 관계에서 전략적인 개발 파트너 관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이 바이오 클러스터에 집결할수록 시너지는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는 CDMO 시설이 집중된 바이오 클러스터로서의 장점을 살려서 다양한 바이오 기업을 최대한 유치하여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바이오 기업이 설비투자 부담을 줄이고 R&D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설비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바이오 의약품 생산시설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한데 중소 규모의 바이오 기업 또는 임상 단계에 있는 기업의 경우, 투자 여력이 부족하거나 임상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대규모로 설비를 투자하는 대신에 CDMO를 활용해서 생산 체제를 갖추고 신약 연구개발이나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니즈(needs)가 크기 때문이다.
즉 시간과 비용을 효율화하고 싶은 바이오 기업의 니즈에 맞게 규제 기관 차원에서는 제도적인 혜택을 뒷받침해야 한다. 의약품은 높은 안정성과 유효성이 요구되어 제조나 관리에서 규제 기관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의약품마다 규격과 품질 요소를 만족시키며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검증하는 절차가 선행되는 등 개발 단계에서부터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은 저분자 합성 의약품과 비교해서 제조 공정이 복잡해 공정 관리 및 인허가도 쉽지 않다. 경험이 풍부한 CDMO 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다. 바이오 클러스터 내에서 CDMO를 활용한 개발 및 생산 체제에 대해서 규제 기관이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여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확립한다면 바이오 기업의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CDMO는 양날의 검?…유기적 성장 기회
이처럼 바이오 기업이 시간을 단축하고 수요에 맞춰 유연 하게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기에 생산 유연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CDMO가 바이오 성장을 이끄는 것은 긍정적이나,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가 CDMO에 의존도가 높은 것을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왜냐하면 정작 CDMO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들에도 장기적으로 CDMO 사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CDMO 사업에 주력하는 만큼 자사 제품으로 신약 연구개발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의 캐시카우에 집중하느라 장기적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신약 개발 과정에서 후보 물질 연구, 비임상 단계에서 임상 단계, 허가, 제조 판매 등의 단계별로 아웃소싱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기에 CDMO를 위주로 집결한 바이오 클러스터는 기존 단순 주문 생산 방식 형태에서 벗어나서 기업 간에 좀 더 유기적인 성장을 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바이오 의약품 신약 개발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큰 기업이더라도 연구개발의 일부를 아웃소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실제로 바이오 의약품 신약 개발은 평균적으로 12~1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평균적으로 약 2조6000억원 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고 하니 한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다. 결국 어느 바이오 기업이든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비용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아웃소싱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기 임상이나 상업용 생산 단계에서 위탁 생산, 품질관리, 인허가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CDMO 산업은 바이오 인프라로서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하더라도 바이오산업과는 상관없던 대기업들까지 바이오산업에 뛰어들어 대규모 자본을 집행하면서 우리나라가 바이오 CDMO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가 CDMO 기업을 필두로 국내외 뛰어난 바이오 기업들을 집결시켜서 기초부터 튼튼한 바이오 생태계를 만들어낸다면 제2의 알테오젠, 제2의 오스코텍이 쏟아져나오는 ‘K바이오 붐’도 머나먼 일이 아닐 것이다.

용어설명
- *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1)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의약품 전문 생산사업. 고객사가 의뢰한 의약품을 대신 생산해준다.
* CDMO(Contract Development & Manufacturing Organization)(2)위탁 생산에 개발을 더한 의약품 위탁 개발 생산. 단순 CMO를 넘어 연구개발 단계부터 임상, 제조 등 모든 과정을 영위한다.
* CDO(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3)
의약품 위탁 연구 개발. 주로 자체 세포주 및 공정 개발 역량이 없는 중소 제약사 등을 대상으로 세포주 공정 및 개발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