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통상의 세계 돋보기

흔들리는 전기차 시장 전기차 질주 브레이크? 하이브리드차 뜨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 고금리와 경기 변동에 따른 수급 불안, 미·중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험 및 미래 차 전환 과정에서의 복잡성 증가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수요가 급증했던 전기차 수요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HEV)1)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개발, 생산 속도를 조절하면서 내연기관차의 성능 향상과 HEV, 바이오 연료와 수소 엔진 등 대체 연료 자동차 개발도 병행하는 양손잡이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자동차 생산과 판매가 급감하고 공급망 불안이 가중되자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세계 자동차 시장이 안정되자 가격 하락과 함께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미래 차 관련 투자를 늘리면서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개편도 진행되고 있다.


기후 위기 경고는 지속


세계 자동차 수요는 2017년에 사상 최고치인 9680만 대를 기록한 후 3년 연속 감소했다가2021년에 증가했으나 2022년 다시 감소했다. 고금리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평균 판매 가격 때문이었다. 세계 자동차 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7년 내연기관차는 9558만 대, 전기차는 122만 대가 판매됐다. 2023년 세계 자동차 판매는 9240만 대로 내연기관차가 7800만 대, 전기차는 1440만 대 팔렸다. 2017년 대비 내연기관차 판매는 18% 감소했지만, 전기차 판매는 12배 증가한 것이다. 전기차 판매 중 배터리 전기차(이하 BEV)2)는 1025만 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이하 PHEV)3)는 415만 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첨단 기술 신제품은 기존 제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판매 비중이 1%를 넘어서면 수요가 급증했다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완만한 성장세로 진입한다. 첨단 기술 제품인 전기차는 2017년에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1%를 넘어선 후 수요가 급증했으나 최근 전기차 스타트업 성과가 부진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수요 증가율이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한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전기차 시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 최근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 서비스(C3S·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는 2023년 평균기온이 1850년 이후 가장 높았으며, 2024년 1월 평균기온도 높아 이전 12개월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평균기온보다 처음으로 섭씨 1.5도 높았다고 분석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로 볼 수 있다.


HEV는 마일드(mild)와 풀(full) HEV로 구분할 수 있는데 풀 HEV는 2017년에 224만 대가 판매되어 전기차 판매를 1.84배 상회했다. 풀 HEV 판매는 꾸준히 증가해 2023년에 421만 대를 기록했으나 전기차 판매의 29% 수준에 그쳤다. 마일드 HEV 판매를 합치더라도 전기차 판매의 절반 수준이다. 세계 최대 HEV 시장으로 부상한 유럽 시장에서 HEV 판매는 2030년까지 증가하다가 감소할 전망이다. 탄소 배출 관련 벌금 부담이 커지고, 전기차의 가격 하락과 성능 개선이 이뤄지고, 충전 하부 구조도 확충되고 있기 때문이다.

+ 늘어난 2023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자료_워드인텔리전스

하이브리드 차량의 질주


HEV는 유럽, 미국, 일본과 한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네 개 국가와 지역이 HEV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중국 시장에서도 HEV가 판매되고 있으나 2023년 판매가 소폭 감소해 60만 대를 밑돌았다. 주지하다시피 전기차는 중국이 수요를 주도하고 있으며, 2023년 세계 전기차 판매의 66%를 차지했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 정책이 전 세계 친환경차 시장의 판매 물량과 구조를 결정할 것이다. 전기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중국, 유럽과 미국 3대 시장의 비중은 95%에 달하고 있다. 중국은 미래 차 산업에서 성공적으로 도약했다. 신에너지차 매출만 2023년 2조위안(약 17조6000억원)에 달했다. 한국은 전기차 판매가 주요 시장 국가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2023년 유럽에서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48.1%, HEV는 25.8%, 전기차는 22.3%를 차지했다. 올해 1월 세계 최대의 HEV 시장인 유럽에서 HEV는 30만 대, 전기동력차는 20만 대가 팔렸다. 2023년에 비해 판매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또한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전기차 판매 물량이 좌우될 예상이다. 이미 미국 정부는 연비 규제를 2030년까지 완만하게 강화하다가 이후 대폭 강화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의지가 높아지고 있고, 미국 자동차 딜러들의 전기차 관련 투자가 60억달러(약 17조6000억원)를 넘어서 전기차 판매는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구매 보조금 수혜 모델 수가 감소해 가격 부담이 가중되더라도 완성차 업체와 딜러들이 전기차 가격인하와 할인 판매를 시행해 전기차 판매는 감소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JD파워는 미국의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전기차 비중이 올해 13%에서, 2026년 2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미국 시장조사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는 올해 미국의 BEV 판매가 100만 대를 넘어서겠지만 공급 과잉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시장에서 HEV가 전기차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지만 미국 자동차 딜러들은 전기차로 분류하는 PHEV가 BEV를 보완할 것으로 전망했다. 

+ 세계 자동차 판매 비중 가장 큰 아시아 지역

※ 2023년 12월 기준. 자료_워드인텔리전스

2029년 전기차 가격 내연기관차 수준 예상


전기차 PHEV를 포함한 판매는 2022년에 1000만대를 돌파하고 2023년에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1440만 대를 기록해 신차 판매의 16%를 차지했다. 불과 6년 만에 전기차 판매 물량이 10배 이상 증가했고 점유율은 15%포인트 올랐다. 주요국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기존 완성차 업체와 창업 전기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전기차 모델을 개발해 판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동화 과정에서 HEV가 가교 구실을 하고 있다.

한편 신기술적용곡선(Technology Adoption Curve)을 고려해 전기차 시장을 평가해 보면 이미 신기술 제품 적극 구매자(innovator)와 조기 구매자(early adopter)들은 전기차 최초 구매를 완료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조기 구매자 주도의 수요가 전체 수요의 15~18%에 달할 때 초기 다수자(early majority) 주도 수요로 넘어가는 급변점(tipping point)에 도달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신기술 제품이 소비자의 기대에 못 미쳐 수요가 잠시 감소하고 이에 따라 경쟁력이 약한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겪게 되는 죽음의 계곡도 나타난다. 전기차 산업이 바로 이 시점에 도달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 몇몇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퇴출당하고, 중국 전기차 산업도 조만간 5~6개 업체 중심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HEV 수요가 증가하자 도요타를 필두로 포드,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유수의 완성차 업체는 HEV 모델을 다양화하고 판매를 늘리고 있다.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2000만 대에 육박할 것이며, 마일드와 풀 HEV의 판매는 751만대로 예상된다. HEV의 판매 증가율이 전기차를 상회할 수 있지만 전체 판매 물량에서 HEV가 전기차를 넘어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광물 가격 하락에 따른 배터리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2029년에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가격이 동등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거나 체결할 가능성이 큰 국가에서 100개 이상의 광물 채굴 및 제련 설비 구축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리튬 공급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은 현재 2%에서 2032년 17%로 증가할 전망이다. 남반구 자원 부국들이 경쟁적으로 배터리 핵심 광물 채굴을 증대하면서 배터리 가격을 떨어뜨려 2028~2029년 중 1회 충전 300마일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가격이 동급 내연기관차 가격과 동등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4~5년 내 전기차 가격이 대폭 하락하고 충전 성능과 하부구조도 개선되는 한편 주요국 환경 규제가 2030년부터는 더욱 강화될 예정이어서 전기차 판매는 지속 증가할 전망이다.

+ 중국의 친환경차 판매 추이
자료_리서치인차이나

전기차 수요 감소? 잠깐 쉬어가는 것일 뿐


높은 가격 이외에 전기동력차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요인은 충전 하부구조다. 충전기 물량이나 충전 시간 등 보완해야 할 분야가 많다. 미국은 75억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해 충전 하부구조를 구축 중이며, 유럽도 미국의 하부구조법이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사한 정책을 수립중이다. 우리나라 전기차 보급 대수 대비 충전기 비율은 2 대 1로 미국의 20 대 1, 유럽의 8 대 1, 중국의 2.5 대 1보다 양호하다. 그런데도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만은 높다. 충전 문화와 관리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급이 2000만 대를 넘어선 중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충전기는 2023년 전년 대비 65%가 증가한 860만 기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소유자들이 편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유·무선 충전기와 배터리 교환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충전기의 95%인 6328개 소가 고속화도로에 설치돼 있다. 최근 중국 충전기 업체는 배터리 교환 시스템과 무선 충전뿐 아니라 로봇 기술을 활용한 원격조종 로봇 충전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국가전력망공사는 충전소 대기 차량이 많으면 반경 2㎞ 내에서 원격조종과 이동이 가능하며, 충전 장비 대당 네 대의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해 일일 최대 200대의 급속충전(60 )이 가능한 이동형 충전 장비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11년에 배터리 교환 충전 시스템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용력 부족으로 인해 연구에 그쳤다. 이후 배터리 교환형 버스를 상용화했으나 안전성 등의 문제로 시험 주행만 이뤄졌다. 최근에는 산학 연관 협력을 통해 소형 상용차의 무선 충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023년 독일의 한 전문가는 1997년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하자 독일 기업들은 디젤차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해 친환경차 개발에 늦었듯이 일본 기업들도 하이브리드차로 전기동력차에 대응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캐나다 환경부 장관은 전기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실수할 여유가 없다며 결정적 순간에 와 있음을 강조했다. 우리 자동차 산업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대변해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거나 감소할 것이 아니고, 산업 성장 과정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용어설명

  • * 하이브리드차(HEV)(1)

     ‘Hybrid Electric Vehicle’의 줄임말로, 전기 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지만 휘발유만 주유할 수 있다. ‘회생제동’이란 기능을 통해 전기를 생성해 사용한다.



  • * 배터리 전기차(BEV)(2)

     ‘Battery Electric Vehicle’의 줄임말로, 순수 전기차를 뜻한다. 전기 모터만을 사용하고 전기 배터리를 충전해 구동되는 차량이다.



  • *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3)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의 줄임말로, 기존의 내연기관 엔진과 강력한 전기 모터를 결합한 방식의 하이브리드 차량이다. 휘발유 주유, 배터리 충전 모두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