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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안보의 동행, 방산 통상 굳건한 한미 동맹 발판 삼아 글로벌 톱 4 도약하는 한국 방산
2월 6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방산전시회(WDS)에서 이현수(오른쪽) LIG넥스원 해외사업부문 부사장과 칼리드 빈 후세인 알비야리(가운데) 사우디 국방부 차관, 모하메드빈 살레 알 아텔 사우디 군수산업청 부청장이 천궁-Ⅱ 계약 서명식을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한국의 민관군이 10년 넘게 머리를 맞대 개발한 국산 중거리지대공미사일 ‘천궁-Ⅱ(M-SAM2)’가 중동 하늘을 지키는 방패가 됐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월 6일(이하 현지시간) 신원식, 칼리드 빈살만 알 사우드 양국 국방 장관 회담을 계기로 2023년 11월 LIG넥스원과 사우디 국방부 간 천궁-Ⅱ 10개 포대(약 32억달러·약 4조2500억 원) 계약 사실을 공개했다. 천궁-Ⅱ 수출은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 공급 계약 후 두 번째다.

천궁-Ⅱ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 40㎞로, 한 개 발 사대에서 유도탄 최대 여덟 기를 연속 발사할 수 있다. 중(中)고도로 접근하는 적 항공기와 미사일을 100% 명중률로 요격할 수 있어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린다. 2012년 국방과학연구원(ADD)이 개발을 시작해 LIG넥스원이 생산하는 천궁-Ⅱ에는 다기능레이다(MFR) 제작에 한화시스템, 발사대 제작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했다. 한국의 미사일 개발 역량이 총투입된 것이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2022년 173억달러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한국의 무기 수출(수주 기준)은 2023년에도 14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며 2년 연속 ‘글로벌 톱 10’ 방위 산업(방산) 수출국 지위에 올랐다.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 방산 수출 대상국은 2023년 UAE, 핀란드, 노르웨이 등 총 12개국으로 늘었고, 수출 무기 체계도 6개에서 12개로 늘었다. 정부는 2024년 방산 수출 실적을 200억달러까지 끌어올려, 2027년까지 글로벌 4대 방산 강국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8~2022년 세계 무기 수출 시장 9위인 한국의 시장점유율(2.4%)은 4위인 중국(5.2%)과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지난 2년간 처럼 폭발적인 수출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미국(40%), 러시아(16%), 프랑스(11%)에 이은 ‘글로벌톱 4’에 오를 수 있다는 구상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세계 각국이 무기 획득 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글로벌 국방 전문지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에 따르면, 2023~2032년 국방 예산은 기존 전망치 대비 2조달러(2660조원), 무기 획득 예산은 6000억달러(798조원)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후 미국의 동맹국들이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2% 이상으로 늘리고 있다. 폴란드는 국방 예산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최고인 GDP 4~5%로 올렸고 독일도 현재 GDP 1.4%인 국방 예산 비중을 2% 이상으로 올리고 있다. 실전 투입이 가능한 무기 수요가 늘어난 것은 한국산 무기 수출에 기회가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가 한국산 K2 전차, K9 자주포, FA-50 다목적 전투기, 정밀 유도 무기체계 천무 4종에 대한 450억달러의 무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22년 124억달러의 1차 계약을 이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루마니아도 2023년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탄약 플랜트 공급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정식 수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동맹국 중심으로 무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연구원은 최근의 글로벌 방산 시장 판도에 대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무기 수출 측면에서는 세계 1위 미국의 독주와 러시아(2위)의 정체, 신흥 강국인 한국(9위), 튀르키예(12위) 등의 급부상으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중동에서의 잇따른 천궁-Ⅱ 수출 계약, 나토 동맹국으로의 무기 공급 등은 한미 동맹의 후광 효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정부 부처와 방산 기업, 군 당국이 참여하는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민관군 혼연일치’를 통한 세계시장 공략을 모색하고 있다. 국방 부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한미 국방상호조달협정(RDP-A)’이 연내 체결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할 방침이다. RDP-A가 체결되면 국내 방산 업체가 미군에 무기를 수출할 때 가격 페널티 등 불이익을 면제받을 수 있다. 산업 특성상 민관 협업이 필요한 방산에 맞는 접근이다. 


+한국 무기 수출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