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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산업부 선정 CBAM 모범 대응 기업 일진제강 고승우 기획팀장 “유럽의 탄소세 부과, 위기 아닌 기회로 전환”
  • 이주형 기자
  • “2023년 10~12월 정부에서 진행한 각종 세미나와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석한 것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1) 시행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국내 대표 강관 제조 기업인 일진제강의 고승우 경영지원실 기획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CBAM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력 등 EU로 수입되는 6개 품목에 대해 EU 생산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2023년 10월부터 CBAM이 시행되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은 첫 탄소 배출량 보고를 지난 1월 말까지 완료해야 했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은 탄소 배출량 산정 방법과 보고 절차 등이 복잡한 탓에 CBAM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철강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CBAM 대상 품목 수출액 51억달러(약 6조7861억원)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9.3%에 달했다.

    일진제강은 중소·중견기업이지만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로부터 CBAM 대응 모범 기업으로 소개됐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월 21일 서울 마포구 일진제강 서울사무소를 방문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심리스 강관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 일진제강의 탄소 감축 모범 사례를 기업들에 잘 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고 팀장과 일문일답.

    셔터스톡


    일진제강은 어떤 기업인가.

    “일진제강은 1982년 5월에 설립된 강관 제조 기업으로 유럽, 일본 등에서 전량 수입해 왔던 심리스 강관을 2012년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심리스 강관 외에도 정밀 인발강관,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한다. 2022년 기준 매출액은 3869억원인데, 이 중 수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또한 영업이익은 547억원, 영업이익률은 14.1%를 기록했다.” 


    철강 업계는 CBAM 시행 후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

    “대형 철강사들은 통상팀이 상시 존재하는 등 관련 인력이 풍부하지만, 일진제강 같은 중소·중견 기업은 인력이 부족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기 쉽지 않다. 구성하더라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CBAM 보고 의무 대상 기업은 분기가 끝날 때마다 1개월 이내에 (탄소 배출량 관련) 자료를 보고해야 한다. 제도가 처음 시행되다 보니 원자재 업체로부터 자료를 취합하고, 회사 내부에서 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이 더뎌서 기한이 촉박하게 다가왔다. 일진제강은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다. 최근 수년 동안 미국 수출은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으로 인한 수출 물량 제한과 반덤핑 상계관세로, 유럽 수출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무역 규제가 생긴 것이다. CBAM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측정·검증하고, 탄소를 저감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철강 업계에는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나.

    “(기후 위기 대응 측면에서) 철강 기업의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은 투자이자 과제이기도 하다.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산업부가 최근 CBAM 대응 모범 기업으로 일진제강을 소개했는데.

    “중소·중견기업으로서 제도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정부에서 진행하는 각종 세미나와 교육에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질의하는 등의 노력이 좋게 평가된 것 같다.”


    구체적인 CBAM 대응 과정이 궁금하다.

    “CBAM에 대해서는 2021년부터 철강협회를 통해서 내용을 전달받고 있었다. 본격적인 CBAM 대응 준비는 2023년 9월 기획, 영업, 구매, 환경, 설비 부문에서 총 10여 명을 모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며 시작했다. 영업 부문 직원은 EU 고객사와 접촉해 현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요구 사항을 확인했으며, 구매 부문 직원은 원자재 구매 업체의 탄소 배출량을 취합했다. 환경 부문 직원은 전력, 도시 가스 사용량을 측정했고, 설비 부문 직원은 각 설비당 정격 사용 용량과 사용 시간 자료를 모았다. 그리고 기획 부문 직원이 모두를 총괄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2023년 10~12월 CBAM 관련 세미나와 교육에 참석한 것은 탄소 배출량 산출 방법과 구체적인 보고서 작성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올해 1월에 원자재 업체와 회사 내부의 탄소 배출량 자료를 모두 취합했고, 1월 말에는 보고서를 작성한 뒤 관련 내용을 고객사에 안내했다.”


    정부 세미나와 교육은 어떻게 진행됐나.

    “산업부와 환경부 등이 국내 수출 기업을 위한 세미나와 CBAM 전환 기간에 대한 맞춤식 교육을 진행했다. 행사가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된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EU 집행위원들이 방한해 세미나를 진행했을 때, ‘한국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거기다 생산기술연구원 산하 국가청정생산지원 센터에서 지원하는 CBAM 헬프데스크와 무역협회에서 진행한 세미나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일진제강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서 시행하는 수출 바우처 사업에도 CBAM 대응컨설팅 관련 지원 등을 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수출 기업이 CBAM 시행을 기회로 전환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개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탄소 저감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진제강도 산업부에서 주관한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 선도 플랜트 구축 사업에 선정돼 저탄소 사업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과 자체 자금을 투입해 임실공장 내 56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해, 연간 2600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계획이다. 또 저탄소 녹색 성장 선도 사업장을 목표로 연간 14억원 수준의 에너지 저감 활동에도 나서고자 한다.”



    용어설명

    • 1)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arder Adjustment Mechanism)

      역내에 물품을 수출할 때 수출국의 탄소 비용을 고려해 부과하는 일종의 관세 제도. EU가 세계 처음 2023년 10월 시범 도입에 들어갔다. CBAM은 EU 역내 수입업자가 CBAM 적용 품목을 수입할 때 탄소 배출량만큼의 CBAM 인증서(탄소 배출량 1t당 인증서 1개)를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발효 시점부터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 산업에 우선 적용되며 2026년 이후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제도에서 무상 할당이 제외되는 업종을 대상으로 확대된다. CBAM은 원칙적으로 EU에 포함되지 않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