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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첨단 통신과 AI가 보여준 미래전 모습
2024년 2월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공수여단에 제공된 드론을 검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2022년 2월 24일(현지시각), 설마설마했던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적으로 침공한 것이다. 군사 강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손쉽게 굴복시키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러시아는 한 달 안에 우크라이나를 패배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고, 실제 러시아는 전쟁이 시작되자 전 국경선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호언장담했던 그 한 달 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하며 좌절을 맛본다. 우크라이나군은 꿋꿋이 버티며 오히려 키이우 방면 전투에서 러시아군을 혼쭐내줬다. 여기에 서방의 무기 지원이 더해지며 전쟁은 러시아의 예상과는 다르게 장기전으로 흘렀다. 의외의 상황이 벌어지자 전 세계 언론은 그 원인을 찾기 시작했고 여기서부터 영웅 만들기가 시작된다. 그 영웅은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였다. 

이와 함께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한 서방 역시 우크라이나를 지탱해 주는 영웅으로 불렸다. 다 맞는 이야기다. 젤렌스키는 도망치지 않고 우크라이나의 구심점이 됐고, 서방 역시 막대한 지원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버틸 수 있게 해줬으니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진짜 우크라이나가 무너지지 않게 도와준 이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모두가 잘 아는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다.



우크라 패닉 막은 스타링크 

전쟁 직전,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유사시 자신의 회사인 스페이스X가 제공하는 스타링크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시스템은 인터넷 접속을 위한 대규모 위성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주로 지구 표면 주위를 도는 저궤도 위성을 사용해 대역폭이 넓고, 지연 시간이 짧은 급속한 인터넷 연결을 제공하는데, 바로 이 시스템이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를 구원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전쟁이 시작되자 러시아는 전폭기와 크루즈 미사일을 동원해 가장 먼저 우크라이나의 통신 시설을 공격했다. 이 통신 시설에는 인터넷 데이터망도 포함돼 있었다. 통신망이 마비된 우크라이나는 즉시 머스크와 접촉했고, 스타링크가 바로 작동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안정된 통신 및 인터넷망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는 전쟁 초반, 우크라이나 국민을 안정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사회에서 통신은 필수 존재다. 어느 날, 하루 아침에 전화도 인터넷도 안 된다면, 현대인에게 이보다 더 악몽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전쟁까지 난다면 국민은 집단 패닉에 빠지게 될 것이고, 전 사회가 혼란의 지옥에 떨어질 것은 뻔하다. 아니 악몽보다 더한 공포가 밀려올 것이다. 그런데 스타링크 덕분에 이런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고, 정부는 스타링크 통신망을 통해 국민의 대피와 예비군 동원, 신규 병력 모집을 할 수 있었다.


2023년 2월 27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 옆에 서 있다. 로이터뉴스1

AI 활용해 전세 바꾼 우크라군

더욱이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을 직접적으로 돕는 역할까지 했다. 스타링크에는 두 가지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접목돼 있었다. 형상 인식 AI ‘클리어 뷰’와 음성인식 AI ‘프라이머’가 그것이다. 먼저 형상 인식 AI 클리어 뷰는 고성능 카메라로, 지상 물체의 형상을 인식해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지상에 있는 전차를 카메라로 포착해 이 전차의 형식, 제조국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군 장비가 전장에 나타났을 때 정확히 인식 후 좌표를 따서 바로 우크라이나군 장비에 알려주고,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은 거의 실시간으로 이곳에 포병 및 로켓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러시아군 기갑 차량이 이번 전쟁에서 대거 직격탄을 맞은 이유 중 하나다.


음성인식 AI 프라이머 역시 대활약을 했다. 프라이머는 전장에서 러시아군의 통신을 감청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러시아군은 초반에 군용 통신보다는 간편한 휴대전화를 주로 이용했다. 이는 프라이머에 손쉽게 포착됐고, 러시아군의 통신 내용을 분석할 수 있었다. 특히 통신이 집중되는 곳도 특정할 수 있었는데, 유독 최전방에서 후방으로 집중적으로 걸려 오는 전화를 분석한 결과, 그곳이 러시아군의 야전 지휘소인 것을 간파, 이곳에 하이마스 로켓을 날려 다수의 러시아군 고급 지휘관을 전사시킨 예도 있다. 이렇듯 스타링크의 AI를 활용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큰 성과를 거뒀다.


또한 이번 전쟁은 그야말로 드론 전쟁이라고 할 만큼 드론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폭탄을 장착한 드론은 좌표가 정해지면 AI 자율주행으로 좌표까지 날아가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AI와 드론이 지배하는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전쟁을 하며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나쁜 습관이 있다. 이번 전쟁도 예외가 아닌데, 우리 역시 손놓고 바라만 봐서는 안 된다. 한발 앞서 변화하는 전장 상황을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 이 전쟁의 교훈은 우리에게만 영감을 주는 것이 아니다. 특히 값싼 드론의 활용은 오히려 우리보다 북한에 더 많은 교훈을 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무기 시장에서 AI의 활용은 더욱 적극적일 것이다. 출산율 저하로 군의 전투력 유지에 고민이 많은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직면한 과제와 미래를 선도하는 산업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AI 기술은 우리에게 새롭고도 필수적인 기술이다. 과감한 투자로 AI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방위산업으로 거듭나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