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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I의 방산 수출 실적
2022년 폴란드에 KAI는 FA-50 전투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등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 배경과 수출 전략은.
윤종호 KAI 부사장(이하 윤종호)
“FA-50 수출 계약은 준전시 상황인 폴란드(공군)의 긴급성과 중요성을 동시에 해결해 주는 솔루션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전체 48대 중 12대는 긴급으로 항공기를 제공해 당면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으며, 36대는 폴란드가 요구하는 첨단 정밀 무장을 신규로 개발 및 장착해 공중에서의 제공력이 강화되도록 했다. 특히 폴란드로 선납품되는 12대는 한국 공군에 납품 예정이던 항공기를 수출용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허용한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는 대규모 계약을 신속히 성사 시킨 핵심 원동력이 됐다.”
류영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이하 류영관)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면서 자국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그러면서 전력 공백이 생겼고 이를 신속하게 보강해야 했다. 그런 폴란드에 K9 자주포는 이미 익숙한 무기 체계였다. 폴란드는 2014년 K9 120여 대를 수입해 ‘크랩’ 자주포를 생산한 이력이 있다. 크랩은 K9 차체에 폴란드에서 만든 포탑 등을 얹은 자주포다. 폴란드는 이후 크랩을 사용하면서 한화에 대한 신뢰를 쌓아 왔다. 또한 K9은 당시에도 튀르키예, 인도, 호주, 핀란드, 이집트 등 세계 8개국에 수출돼 세계 자주포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한화에 대한 세계적 평판이 좋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 지원과 차관·보증을 통한 금융 지원이 더해져 3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성사할 수 있었다. 방산 수출에 있어 정부 지원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방산 수출은 고객이 정부, 군이라 일반적인 제품 수출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 정부 대 정부 수출(G2G)인데, 폴란드 수출과 관련 한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 청장(이하 강은호)
“한국 기업의 폴란드 방산 수출 계약 전인 2021년 9월로 가보자. 당시 방위사업청 청장으로 있었고, ‘폴란드에서 기갑 장비 등 한국의 무기 체계를 원한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폴란드가 한국과 방산 협력을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폴란드로 출발했고, 이후 2022년 초까지 담당자를 꾸준히 폴란드로 보내 협상을 이어왔다. 그러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했고, 폴란드의 무기 수요가 늘면서 한국이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2022년 이뤄진 폴란드와 대형 방산 협력은 초기 단계 접촉부터 정부, 방위사업청이 주도해 폴란드 국방부와 협의하며 최종 계약으로 이어졌다.”
윤종호
“그 방점이 한·폴란드 정상회담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22년 6월 윤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 협력을 논의했고, KAI는 3개월 만에 폴란드에 FA-50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2022년 9월 16일 폴란드 공군기지에서 진행된 FA-50 폴란드 수출 계약 행사에서 두다 대통령은 앞서 6월 윤 대통령과 만난 이후 한국산 무기 도입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다 대통령은 특히 양국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산 무기 도입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했다.”
류영관
“기본적으로 방산 계약은 기업만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양국 정부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수출이 논의돼야 한다. 우리 정부는 폴란드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유지해 왔다. 2022년 양국의 정상회담이 진행된 직후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 수출입은행 차관 및 보증을 통한 수출 계약 지원도 주효했다. 방산 수출은 보통 그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고, 이런 경우 금융 지원을 통해 수출을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정부가 이런 방산 수출 특성을 이해하고 금융 지원을 통해 폴란드의 부담을 덜어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K방산의 경쟁력 원천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면.
윤종호
“QCD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좋은 품질에 낮은 비용 그리고 빠른 납기가 중요하다. 최근 2년 사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KAI가 다른 경쟁사에 비해 QCD를 내세울 수 있었던 점은 소요자가 원하는 납기 스케줄에 맞출 수 있는 능력이라고 판단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빠른 획득 절차, 빠른 납기를 요청하는 곳이 많았고, 그 기회를 잡았다.”
류영관
“동의한다. 여기에 신뢰도 빠질 수 없다.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무기 체계에 대한 신뢰, 나아가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정밀유도 무기 체계 천무 등은 대한민국국군이 실제로 운용하고 있는 장비들이다. 우리군의 운용 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이는 장비의 신뢰성으로 이어진다. 한국 정부의 외교적 지원과 활동이 고객 국가가 K방산 제품에 높은 신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배경이다.”
강은호
“QCD 경쟁력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 4위에 달하는 한국의 제조업 능력에서 비롯됐다. 제작·납기 능력 모두 여기서 시작됐다. 방산 시장 주요 플레이어는 크게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와 무기 체계로 전환해 생산·판매하는 기업 그리고 그 무기 체계를 구매하는 정부를 꼽을 수 있다. 여기서 한국 기업들은 제조 능력이 뛰어나다. 제조 능력은 1~2년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30~40년 오랜 시간 축적해야 한다. 방산 관련한 정부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1970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하면서 방산 역사가 시작됐다. 그 전에는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주포, 전차, 전투기 등을 만들고 수출도 하고 있다. 방산은 보수, 진보 등 정부가 바뀌더라도 육성 정책 변화가 없어야 하고, 한국이 그랬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강조한 산업 분야 중 하나가 방산 그리고 수출이다.”
한국의 뛰어난 제조력을 바탕으로, 고객 국가가 원하는 ‘수요국 맞춤형 수출 전략’도 K방산의 경쟁력 으로 꼽힌다.
강은호
“다른 방산 선진국은 못 하는 한국의 ‘윈윈’ 협상 전략이다. 무기 체계를 수출해서 돈을 버는 산업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고객 국가와 협력해 그 나라 방산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방산 외 다른 산업 분야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등 무기 체계 주요 수출국은 이런 협상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국 방산은 수출국의 방산 능력을 증진할 수 있는 효과도 준다. 물론 제조업 능력은 단기간에 축적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처음에는 최소한의 정비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고 점점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여기서 우리에게 주는 효과는 또 있다. 경로 의존성으로, 무기 체계를 수입하면 최소한 15년 이상 운용해야 한다. 그 기간 우리가 유지·보수를 하는 등 후속 지원 사업 등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류영관
“2022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을 이집트에 수출할 때, 이집트가 탄약을 생산할 수 있는 플랜트를 요구해 현지 탄약 생산 공장을 설치했다. 그런데 이집트 스스로 운용·유지할 능력이 부족했다. 지금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이집트 현지에 가서 장비를 수리하고 체크해주고 있다. 그 나라 입장에선 단순히 무기를 수입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용 창출, 기술 육성 효과까지 거두고 있는 것이다.”
윤종호
“KAI는 과거 이라크에 T-50(FA-50 이라크 수출 버전)을 수출했고, 이후 T-50 유지를 위한 정비, 군수 지원, 군수품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신규 조종사와 정비사 양성을 위한 교육 훈련도 지원하고 있다. 때로는 고객 국가가 자동차 등 한국의 경쟁력 있는 산업과 기업을 선정해 그 기업이 자국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계획을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이 무기 체계에 적용되고 있다.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어떤가.
류영관
“AI가 접목된 다목적 무인 차량 ‘아리온스멧’이 있다. 아리온스멧은 원격 운용, 자율 기동 및 원격 사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전시에 전투 효율을 증대시키고 인명 손실을 줄일 수 있다. AI 기술 및 딥러닝을 통한 학습 데이터가 탑재돼 있어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고 사람, 차량 등을 구분할 수도 있다. 아리온스멧은 2022년 10월 미군의 해외비교성능시험(FCT) 대상 장비로 선정돼, 2023년 12월 미군에서 진행한 현지 성능 시험을 마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바탕으로 미 육군의 무인차량사업(S-MET)에 도전할 계획이다.”
윤종호
“미래 항공·우주 시장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AI, 빅데이터, 초고속 대용량 양자 기술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이다. 이를 기반으로 KAI는 민수·군수 겸용 미래 비행체(AAV·Advanced Air Mobility), 위성 및 미래 우주 모빌리티, 차세대 수송기, 6세대 미래 전투 체계(자율 비행과 유·무인 복합 운용), 차세대 기동 헬기 등 6대 미래 사업을 추진 중이다.”
K방산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강은호
“2022년 폴란드 방산 수출 전후로 한국은 지난 50년간 축적된 제조업 등의 힘이 발휘되면서 방산이 성장했고, 향후 3~5년 정도는 현재 성장 속도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AI, 자동화 로봇, 스텔스를 잡을 수 있는 레이더 기술, 양자 암호 통신 등 각종 첨단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무기 체계에 융합돼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첨단 기술을 산업 현장에 구현할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전북대, 부산대, 경북대에서 국내 최초로 학부 과정에 첨단방위산업학과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민주주의 무기고’라는 가치를 확실히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무기 체계는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 전쟁을 최대한 막고 전쟁이 일어난다면 단기간에 승리를 거둬서 희생을 최소화하는 평화 유지 목적이다. 평화 지킴이 산업으로서 가치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