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해외 인터뷰 ①

Interview 토머스-듀렐 영 전 미국 해군대학원 유럽 민군관계센터(CCMR) 프로그램 매니저 "韓 방산, 유럽서 기회 열었지만 도전 만만치 않을 것"
  • 심민관 기자
  • “유럽에서 한국 업계에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방위산업(이하 방산)은 딜레마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토머스-듀렐 영(Thomas-Durell Young) 전 미국 해군대학원 유럽 민군관계센터(CCMR) 프로그램 매니저는 2월 28일 서면 인터뷰에서 유럽 시장에서 한국 방산 수출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유럽 방산 전문가인 듀렐 영 전 매니저는 2022년까지 유럽 CCMR에서 중부와 동부 유럽 지역의 국방 계획 관리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했다. 그는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불가리아, 세르비아의 국방 계획 변경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그는 미국 국가안보부에서 비교방위계획 학술 고문을 지냈고, 미국 민간 조사 연구소 ‘랜드(RAND)’에서 비교국방⋅방위 계획 부문 컨설턴트로 일했다. 듀렐 영 전 매니저는 현재 글로벌 국방 저널 ‘Defense & Security Analysis’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육군전쟁대, 존스홉킨스대 국제학 석사, 현 'Defense & Security Analysis' 편집장, 전 네덜란드 왕립육군사관학교 아이젠하워 연구원, 전 랜드(RAND) 컨설턴트, 전 미 국가 안보부 비교방위계획 학술 고문, '방산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Defense Industry)' 저자

    많은 국가가 미국의 대형 방산 대기업
    (록히드 마틴, RTX, 노스롭 그루먼,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필수 부품과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방산 트렌드는.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방산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30여 년 전 (냉전이 끝나면서) 서방 국가의 (무기) 과잉 생산능력 유지를 위한 재정 지원이 중단되고, 무기 수요도 크게 감소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2년 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바뀌었지만(무기 수요가 늘었지만), 서방 국가들은 무기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산 정책 변경에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판매자와 구매자 간 관계가 뒤집어졌고, 판매자가 가격과 판매 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위치에 서게 됐다. 이 밖에 최근 방산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재래식 무기가 아니라 신기술을 사용한 새로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 비전통적 무기 업체들에도 열렸다는 것이다. 드론이 대표적이다.”


    방산이 강한 나라는 어디인가.

    “방산이 가장 견고하고 혁신적인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방산 시장에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이유다. 많은 국가가 미국의 대형 방산 대기업(록히드 마틴, RTX, 노스롭 그루먼,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등) 필수 부품과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는 어떤가.

    “러시아 군 장비는 서방 군 장비에 비해 정교하지도 않고 전장에서의 견고함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수호이-34 전폭기, 앨리게이터(악어) 공격 헬기(Ka-52), 순항 미사일 등 러시아산 무기의 일부 성공적인 현대화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군사 장비나 기본 작전 개념은 서구에 비해 한 세대 뒤처져 있다. 또한 러시아 방산의 생산능력은 제한돼 있다. 현재 전쟁에 투입 중인 현대식(최신식) 러시아산 무기는 매우 제한적인 규모로 생산되고 있으며, 러시아 방산 업체들이 정교한 시스템과 플랫폼을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는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역시 불분명하다.”

    + 세계 10위권 진입한 K방산 기술력
    ※ 2021년 국방과학기술 수준 조사 결과 기준. 자료_국방기술진흥연구소

    최근 폴란드 등 유럽에서 한국산 무기의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한국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국은 가격 면에서 더 저렴하면서도 고도로 현대적인 방위 능력을 갖춘 무기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대부분 국가는 미국으로부터 최고 수준의 방위 역량(무기)을 조달받기를 원했고, 이를 위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향을 보여왔다. 유럽에서 (무기 확보를 위해) 미국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다. 앞으로 유럽 방산 시장을 놓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유럽연합(EU)에 기반을 둔 기업을 선호할 것이다. 이는 현실이고 한국이 겪을 딜레마다.”


    방산 강국이 되려면.

    “전통적인 방산은 고도로 자본화돼 있고 잘 숙련된 인력에 의존한다. 방산 강국이 되려면 자국 내 방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강력하거나 제품 제조 능력을 높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직접적인 재정 보조금이 필요하다. 그리고 방산 시장은 본질적으로 독과점 시장이고 제한된 고객만 확보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문제는 최근 방산 업계가 재정적 후원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국방 예산의 증가 추세는 계속될까.

    “의심할 여지 없이 전 세계적으로 국방 예산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냉전 종료 후)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많은 서방 국가가 군대의 현대화 필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군용 장비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상대적으로 커지고, 이러한 기조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내일 당장 끝나더라도 말이다.” 


    요즘 인공지능(AI)이 화두다.

    “나는 이 분야에 전문 지식이 없지만, 많은 분야에서 AI가 중요해지고 있다. 방산 업체들도 AI 활용을 위해 이미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국제관계학 박사, 전 미 국방부 차관보 수석 고문, ‘Buying Military Transformation: Technological Innovation and the Defense Industry’ 저자

    + PLUS POINT

    Interview 유진 골츠 美 노트르담대 정치학과 부교수
     “한국 방산 경쟁력은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

    “한국은 좋은 품질의 무기를 만든다는 평판이 있다.” 유진 골츠(Eugene Gholz) 미국 노트르담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3월 2일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방산 경쟁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군사 혁신 구매: 기술혁신과 방위산업(Buying Military Transformation: Technological Innovation and the Defense Industry)’ 저자인 골츠 부교수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국방부에서 방산 정책 담당 차관보 수석 고문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대학에서 국방·방산 분야 혁신과 미국 안보 전략 등을 연구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방산의 평판이 좋은 이유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무기를 다수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합리적인 시간 내 무기가 배송될 수 있게 하는 제조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고품질의 무기 시스템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며, 항공기, 선박 등의 부품은 물론 반도체 및 기타 전자 입력 장치같은 부품 분야에서도 상당한 제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국방에 기여하는 중요한 화학 산업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방산의 경쟁력이 더 높은데, 그 이유는.

    “미국 방산이 제품 규모와 품질 면에서 독보적인 핵심 이유는 미국이 국방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오랜 기간 기술 투자와 국방에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 있어서다. 매년 국방 관련 연구개발(R&D)에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는 미국의 경우, 방산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들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방산 강국의 조건은.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년간 누적된 자금과 군사 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다. 국제적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국가는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방산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할 것이고,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효과적으로 운용한다. 실제 (북한 문제로) 잠재적인 안보 위협에 직면한 한국 같은 나라는 군사 문제에 관심이 많고, 방산을 자체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방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방산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많은 자금과 다양한 프로젝트 추진이 중요하다.”


    AI가 방산에 어떻게 적용될까.

    “AI는 방산과 무기 시스템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는 많은 무기 시스템의 물류 및 유지 관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교체 필요 여부를 예측해 무기 준비 상태를 높이는 데 도움 된다. AI는 엄청난 양의 감시 및 정찰 데이터를 분석하고, 올바른 표적을 식별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무기 공격 정확도를 높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