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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일정

2020년 1월~2월 일정

FTA 현황

한눈에 보는 우리나라 FTA 현황

TRADE NEWS

산업통상자원부 소식 1제2차 한-중앙아 경제협력 전략회의 산업통상자원부는 무역협회와 공동으로 지난 2019년 12월 16일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제2차 ‘한-중앙아 경제협력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중앙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2차 회의에는 공동 위원장인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 김영주 무역협회 회장을 포함하여 관계부처, 경제단체, 중앙아 진출 기업 등 총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중앙아 5개국 순방을 계기로 조성된 협력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하여 중앙아 진출 유망 분야, 성공 사례 등을 공유하고 중앙아 경제협력 전략과 추진 방안을 모색했다.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은 “세계경제가 녹록지 않음에도 금년 10월까지 중앙아 5개국과의 교역이 50.4% 증가한 53억 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중앙아는 우리와 협력 잠재력이 큰 지역”이라면서 ▷중앙아 FTA 네트워크 조기 구축, ▷섬유, 플랜트를 넘어 소재 산업 밸류 체인 구축 등 산업 협력 고도화 같은 중점 협력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 기업의 중앙아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임을 강조했다. 2OECD와 산업·통상 분야 협력 확대 공동포럼 개최 지난 12월 13일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OECD, 산업연구원과 함께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경제: 포용성 확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산업부-OECD 공동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고용 없는 성장 같은 새로운 산업·통상 환경의 변화 속에서 바람직한 정부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OECD 가입 이후 한국의 변화상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도전 과제로 경제 회복, 포용적 성장 등을 제시했다. 또한 OECD도 민간 연구기관과의 경쟁 심화, 중국·인도 등 주요 경제권이 참여하지 않는 멤버십 대표성 문제에 직면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버넌스 개혁, 의제 설정 기능 강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32019 한·영 통상정책 설명회 개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월 10일 영국 런던 르메르디앙 피카딜리 호텔에서 우리나라 진출 기업과 현지 바이어 등 관계자 100여 명과 함께 ‘2019 한·영 통상정책 설명회(KOREA-UK Trade Forum)’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급변하는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나라 영국 진출 기업 및 현지 기업 등과 함께 한·영 FTA와 브렉시트 등 통상 이슈를 공유하는 한편, 기업 애로 사항 등을 적극 청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이날 강연에는 한·영 통상관계에 저명한 국내외 전문가가 나서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영국 LSE 국제관계학과 스티븐 월콕(Stephen Woolcock) 교수는 ‘글로벌 통상 이슈와 흐름’이라는 주제로 한-영이 처한 통상 환경과 미·중 무역분쟁 등에 대한 거시적 안목을 밝혔고, 영국의 로펌 프레시필드 브룩하우스 테링거의 마이클 래프먼 변호사는 영국 조기총선(12.12)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의 운명이 향후 결정될 것이라며 이후 EU와의 교역 관계에 대한 예상방향을 안내했다. 4제12차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 개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2월 22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제12차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중산 중국 상무부 부장,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과 동북아 3국간 경제통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성윤모 장관은 동북아시아 3국간 양자관계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역내의 안정적인 협력과 번영을 위해서는 3국 다자간의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중·일 장관들과 RCEP, 한·일·중 FTA 등 3국간 교역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틀(Framework)을 강화하고, 기후변화·고령화사회 등 3국이 공통으로 마주하는 문제들에 대한 공동 협력 강화, 신흥시장에서 3국간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다. 아울러 통상, 다자무역체제, 전자상거래 등에 있어서도 3국간 협력을 추진해나가기로 합의했으며 이번 경제통상장관회의 합의 사항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KOTRA 소식 5한·러 산업·기술협력 세미나 및 상담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대표 권평오))는 지난 12월 4일 서울 논현동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한·러 산업·기술협력 세미나 및 상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제4차 한·러 기업협의회 정례회의’와 연계해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마련했다. 러시아 원천기술을 활용한 산업·기술협력을 위해 양국 기업인 200여 명이 모여 세미나와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했다. 박근태 한·러 기업협의회장(CJ대한통운 대표)은 “양국 기업 간 혁신 기술 교류를 바탕으로 국내 소재·부품·장비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협의회에 기술협력 분과를 신설했다”며 “상호보완적인 양국 산업구조를 활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주요 협력 분야인 조선 기자재와 의료기기 산업에서 한국의 우수한 생산력과 러시아 기초기술이 결합하면 국제경쟁력이 배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협회 소식 62020 중동 비즈니스 파트너십 세미나 한국무역협회는 법무법인 화우와 공동으로 16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2020 중동 비즈니스 파트너십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과 중동 국가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개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7개국 대사들과 정부 인사 및 기업인 250여 명이 참석했다. 한진현 무역협회 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중동은 한국 원유 수입의 85%를 담당하는 에너지 우방이자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주요 경제협력 파트너”라며 ‟협력 분야인 건설·인프라와 함께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중동 의료 시장에서 양국 경제계가 긴밀히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건설 시장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법무법인 화우의 김연수 변호사는 ‟중동에 진출한 한국 건설사들은 선진국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 발주처 및 하도급 업체의 잦은 분쟁, 국제 소송 및 중재 사건 증가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며 ‟특히 계약 관리, 현지법과 국제 중재 및 중재 판정 집행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로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 제56회 무역의 날 기념식

미·중 무역 분쟁과 세계경제 둔화 속에 세계 10대 수출국 모두 수출이 줄었다. 하지만 한국은 2019년에도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해, 11년 연속 무역흑자라는 값진 성과를 이뤘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무역인, 기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56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해 수출기업과 관계자들을 시상했다. ‘제56회 무역의 날’ 기념식이 지난 12월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열렸다. ‘무역의 날’은 1964년 수출 1억 달러 달성을 기념해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매년 무역 유공자에 대한 포상 등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변화의 파고를 넘어, 흔들리지 않는 무역 강국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건 올해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무역인과 기업을 격려했으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과 무역 유공자, 수출기업 관계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에서는 무역 유공자 597명에 대한 포상, 1,327개 수출기업에 대한 ‘수출의 탑’ 수여가 진행됐다. SK트레이딩 인터내셔널이 ‘100억불 수출의 탑’을 받았고 현대건설기계, 금호피앤비화학, 센트리온헬스케어, 넥센타이어가 ‘10억불 수출의 탑’을, 한솔제지가 ‘7억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수출의 탑은 작년보다 65개가 늘어난 1,329개사가 받았다. 수출 유공자 부문에서는 송호성 기아자동차 부사장, 강세욱 삼성물산 그룹장, 마정락 주식회사세아엠앤에스 대표, 김기현 영호엔지니어링 대표, 이진국 엠티오메가 대표가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등 총 597명이 세계시장 개척과 수출 확대에 앞장선 공로로 정부 포상 및 표창을 받았다. 무역협회장 표창도 80명에게 수여됐다. 성 장관은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의미의 ‘수적성해(水積成海)’라는 사자성어를 인용, ‟공장에서, 부두에서 밤낮없이 흘린 무역인들의 땀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어려운 여건에도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게 된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무역협회 02-6000-5610 이번 행사는 11년 연속 무역흑자라는 값진 성과를 이룬 한국 무역인들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우리 무역의 새로운 수출 전략 2020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 불확실성과 저성장에 직면한 세계시장을 조망하고 권역별 이슈 점검을 통해 우리 기업의 2020년 해외시장 진출전략 수립을 지원하기 위한 설명회가 열렸다. 그랜드 인터커티넨탈에서 열린 2020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에 무역 관계자들이 모여 각 국가별 전략 세미나를 듣고 있다. 사진 이대원 보호무역의 확산, 글로벌 분업 구조의 재편 등 위태로운 통상 환경 속에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을 논의하고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대한무역진흥투자공사가 준비한 ‘2020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가 지난 12월 3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렸다. 권평오 KOTRA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신시장, 신소비 트렌드가 2020년 우리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인사말을 전했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위기에도 새로운 기회는 존재하므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만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축사를 이어갔다. 이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 메리 러블리(Mary E. Lovely) 박사가 ‘글로벌 분업 구조의 재편, 2020 세계경제의 방향은?’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펼쳤다. KOTRA에서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북미·중국·유럽부터 신흥시장 등 글로벌 권역별로 소비자 특성, 산업별 장단점, 정부 정책 전망, 글로벌 경쟁 구도와 이해관계, 시장 진출 유망 품목 등 구체적인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또 사전 신청한 기업에 한해 해외 지역 본부장과 일대일 상담도 진행해 관심을 끌었다. 2020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는 12월 3일 서울에 이어 12월 4일부터 5일까지 부산·대구·전남·충남·강원·울산·충북·경남 등에서도 약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KOTRA 무역분석팀 02-3460-7595 이지형 북미지역본부장 북미 진출전략 주요 내용 기로에 선 북미 세계경제 의료·바이오산업 성장 지속 소비자 직접판매(DTC) 유행 유기농, 동물 친화 등 윤리적 소비 확산 5G 통신망 구축 및 미래 자동차산업 성장 가속화 클린테크 산업 3배로 육성 공공과 기업이 파트너십을 발휘해 부품 개발 4차산업의 응용 산업 크게 발달 AI 스타트업 투자 급증 박한진 중국지역본부장 중국 진출전략 주요 내용 내수 시장을 꽉 잡아라 : 커진 시장, 뜨는 품목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한 의료 영상기기 피부미용 기기 친환경 선박 기자재 중국 인터넷 스타 왕홍 경제 활성화로 수요가 증가한 액션캠 리튬이온 배터리 소득 증가로 인기가 높아진 프리미엄 스킨케어 소득수준 향상으로 내륙지역에서 판매가 늘어나는 냉동·냉장식품 시장 확장세에 있는 모발 케어, 탈모 방지제 등 정부 환경규제와 관련된 설비 제품 시장 규모 1조 위안에 달하는 유아교육 세계 최대 소비시장 부상한 커피 자동차 애프터 서비스

화려한 욕망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누구나 환상을 품고 산다. 한 달 월급 하룻밤에 다 쓰기, 할리우드 스타가 되어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에서 사진 찍기,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돌아가는 유명 요리사의 레스토랑에서 미식회 즐기기, 클럽에서 첫눈에 꽂힌 상대와 그날 결혼하기…. 1905년, 네바다주의 황무지에 세워진 라스베이거스는 바로 그런 욕망이 한데 모여 탄생한 곳이다. 라스베이거스를 대표하는 화려한 스트립 거리 야경 Welcome to Sin City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기 전에 사진 찍을 때 어떤 포즈를 취하면 좋을지 미리 고민해둘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이왕이면 비행기보다는 렌터카가 좋다. 그래야 지평선을 그리는 도로를 5시간 달린 뒤 ‘Welcome to Fabulous Las Vegas’ 간판과 마주치는 그 순간이 드라마틱해진다. 나 역시 아침 8시에 LA에서부터 차를 몰았지만, 막상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간판을 지나 스트립에 들어서니 그 화려한 외모에 시선을 빼앗기기보다 주눅이 들었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본 간판이 붙은 거대 호텔이 좌우로 빽빽하게 들어서고, 도로에는 신호등마다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는 슈퍼카들이 으르렁거린다. 어느 호텔에 들어서도 제일 먼저 마주치는 건 축구장만 한 카지노인데 여기에서부터 등급이 나뉜다. 여유 있는 미소로 딜러와 가벼운 농담을 나누며 빈자리에 앉아 테이블 게임을 하는 사람과 대답 없는 기계 앞에 앉아 아무 의미도 없는 버튼을 눌러대는 사람. 그것도 아니면 무료로 제공되는 콜라와 커피를 찾아 기웃거리는 사람…. 밥을 먹는 식당 테이블에도, 유리 천장으로 약간의 햇빛이 스며드는 테라스 벽에도, 위스키 바에도 게임 스크린이 달려 있으니 원죄의 도시(Sin City)답다. 하지만 명심하자. 이제 겨우 첫날일 뿐이다. 초심자의 행운을 믿는 것은 좋지만, 첫날부터 죄를 짓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조물주가 사는 도시 카지노에서 빠져나온 뒤부터는 단 1분도 쉬지 않고 스트립의 온갖 호텔들을 휘저었는데, 해가 지고 나서야 이 도시의 시작은 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막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추면, 라스베이거스의 모든 것이 함께 깨어난다. 오랜 시간 카리브해에서 모습을 감춘 해적선이 불을 뿜고, 우렁찬 대포 소리와 함께 벨라지오 호텔 분수가 춤을 춘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거리는 온통 황금빛 네온사인으로 물드는데, 장관도 그런 장관이 없다. 마치 태양을 마주 보는 것처럼 눈이 부시다. 더 기가 찬 것은 호텔 내부다. 나는 플라밍고 호텔에 묵었는데, 호텔 정원에는 볼리비아 4,000m 고원지대에서 고산병과 싸우며 마주쳤던 플라밍고가 태연하게 풀을 뜯고 있었다. 아니 플라밍고가 왜 여기서 나오나 싶지만 서커스 호텔에서는 매일 밤 서커스가 열리고, 리우 호텔에서는 카니발 쇼가 열리는 게 이곳이다. MGM 호텔 1층에는 거대한 사자 우리가, 미라지 호텔에는 30m는 족히 될 것 같은 거대한 수조가 있는데, 그 속에는 내가 홍해 바다에서 본 모든 생명체가 들어 있었다. 마침내 같은 호텔의 시크릿 가든(Siegfried & Roy’s Secret Garden)에서 홀로 고고하게 정글 안을 걷는 하얀 호랑이와 마주치자 지난 6개월간의 세계여행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건축물의 21세기 버전을 꼽느다면 라스베이거스의 호텔들이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 나는 늘 돈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많다고 믿었는데 이제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쓸데없이 거대하고 화려하게만 느껴지던 이 도시가 그때부터는 위대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나방처럼 자신의 모든 욕망을 이 도시에 밀어넣었다. 그러면 다음 날, 거리 어디쯤에선가 ‘짠’ 하고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어느 날에는 알래스카 북극곰도 나타날지 모른다. 펭귄은 또 어떤가. 마침내 마야의 피라미드가 들어서고(이집트 피라미드는 이미 룩소르 호텔에 있다), 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숨겨진 방 안에서 사람들은 쉬지 않고 욕망을 밀어넣는다. 마치 조물주가 사는 것처럼.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 금강산도 식후경 플래닛 할리우드의 고든 램지 버거 휘황찬란한 호텔이 늘어선 스트립에는 전 세계 관광객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한 레스토랑도 즐비하다. 내가 보기엔 이것이 라스베이거스의 유일한 단점이다. 선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고든 램지, 훌리안 세라노, 장 조지, 볼프강 퍽 등 셰프의 이름만 들어도 내가 TV 쇼에 출연하는 건지, 식당을 고르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선택은 셰프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든 램지만 해도 라스베이거스에 서로 다른 콘셉트의 레스토랑을 5개나 가지고 있다. 가장 유명한 헬스 키친(Hell’s Kitchen)은 손쉽게 제외할 수 있다. 적어도 6개월 전이 아니라면 어차피 예약이 불가능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비교적 빠르게 목적지를 정할 수 있었다.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 중에 혼자서 갈 수 있을 만한 곳은 플래닛 할리우드에 있는 고든 램지 버거뿐이다. 오픈된 주방 벽면, 메뉴판, 테이블에 놓인 팸플릿에까지 새겨진 그의 이름과 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버거를 집어 천천히 입으로 옮겼다. 입안에서 계속 트뤼프 향이 맴돌았다. 버거를 먹은 뒤에는 화려하기로 유명한 MGM 호텔의 마마 래빗 바(Mama Rabbit Bar), 바베츠 스테이크하우스(Bavett’s Steakhouse)의 위스키 바 등을 기웃거리며 눈요기를 했다. 혼자하는 여행이 싫어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베이거스에서 일어난 일은 베이거스에 묻힌다 나는 혼자서 조용히 이 도시의 밤을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을 찾기로 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전망대는 수도 없이 많지만, 숙소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약간의 대기열을 거쳐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두꺼운 유리벽으로 막힌 전망대에 올라서니 자정을 향해 가는 도시는 여전히 활발했다. 아니, 온 도시가 용광로처럼 펄펄 끓고 있었다. 나는 엉뚱하게도 이 도시가 정전되면 어떨지가 궁금해졌다. 사막 위의 신기루 같은 도시에서 꿈을 이루지 못하고 빛을 잃은 사람들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어느 소설가의 말처럼, 결국은 패배할 운명이라고 해도 끊임없이 소망하고 다시 꿈꾸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일까? 라스베이거스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역시 슬롯머신이었다. 공항에서 게이트로 가는 통로에서 누군가의 욕망을 삼키는 중이었다. 나는 시계를 슬쩍 쳐다본 후 빈 기계 앞에 앉았다. 기계는 고작 10분 만에 20달러를 먹어치웠다. 마침내 나도 원죄를 저지른 거다. 주변을 둘러보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짜든 진짜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 세트장 위에 세우고야 마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람들은 만월의 늑대가 되었다가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손등에 찍힌 입장 도장을 지우고 출구를 빠져나간다. 나는 얼른 일어나 그 대열에 합류했다. 베이거스에서 일어난 일은 베이거스에 묻고 말이다. 2019 CES에서 선보인 밴츠 사의 미래차 라스베이거스에서 주목해야 할 통상 이슈 소비자가전전시회 (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 1.7 ~ 1.10미국가전협회(CEA: Consumer Electronics Association)가 주관해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제품 전시회.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IFA: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Mobile World Congress)와 더불어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힌다. 2020년 CES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다수 참가해 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 LG의 식물재배기 등 신기술과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물인터넷(IoT), 5G의 발전으로 육아도 스마트하게 전 세계 워킹맘을 잡아라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숫자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19세 이하 자녀를 둔 엄마들의 17%가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의 맞벌이 가구 비중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해외에서는 엄마들이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즈니스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 육아용품과 임산부를 위한 모유 서비스 등 엄마들이 경제의 중심이 되는 세계의 ‘맘코노미(Momconomy)’ 현장을 소개한다. 엄마들의 잠재력, 맘코노미가 뜬다 2026년 유아용 제품 시장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91억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8년의 738억6,000만 달러에서 1.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유아용 제품은 주로 장난감, 수유용 액세서리, 물티슈, 일회용 기저귀, 보디케어 제품 등이 있는데 특히 최근 사물인터넷, 5G 등의 기술 발전으로 스마트 육아용품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 육아용품으로는 베이비 모니터, 스마트 체온계, 웨어러블 디바이스 기기 등을 들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이 같은 기술혁신 제품을 쓰는 데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시장 확대의 한 요인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미국 영유아 특화 제품의 2018년 매출액은 31억 2,300만 달러 수준으로 연평균 성장률(Compound Annual Growth Rate) 3%에 이르며 2023년에는 36억 달러 수준에 달한 것으로 예측했다. 유로모니터는 미국 소비자들이 아기용 제품에서 잠재적으로 해가 될 수 있는 합성 성분에 대한 인식이 점차 커지면서 천연, 유기농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한다. 클립형 위치추적 디바이스 Jiobit 스마트 유축기 Elvie Pump 베이비 테크가 대세 IoT를 활용한 스마트 육아용품의 확산으로 ‘베이비 테크(Baby Tech)’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관련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2016년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시작된 베이비 테크 서밋에서는 베이비 모니터, 놀이용품, 아기 체온계, 분유 제조기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많은 참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2019년 개최한 CES 베이비 테크 어워드에서는 위치추적 디바이스 ‘Jiobit’, 베이비 모니터 ‘MIKU’, 인형 로봇 ‘WOOBO’ 등이 수상한 바 있다. 한편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위해 스위스의 한 스타트업 기업은 여성의 임신 가능 날짜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웨어러블 헬스 기기를 출시해 화제가 되었다. 2017년 설립한 아바 사이언스(Ava Science Inc.)가 개발한 ‘Ava’는 손목에만 차고 있어도 체온, 맥박, 분당 호흡수, 심장박동 변이도 등을 측정해 여성의 배란일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2018년 여성 1인당 출산율 1.44명을 기록한 동유럽의 세르비아는 정부와 기업이 저출산 해결을 위해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에 나섰다. 이동통신업체 브이아이피 모바일은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9개월간 모바일 통신비를 무료로 해주는가 하면, 생수 기업 로사는 ‘초유 은행’을 운영해 수유에 어려움을 겪는 엄마들에게 은행에 저장된 초유를 지원해준다. 아이들과 놀아주는 인형 로봇 WOOBO 엄마 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바운서 Swing 베이비 모니터 MIKU 디지털 세대가 이끄는 육아용품 시장의 특징 최신 기술 사용에 능숙한 이른바 ‘테크 새비(tech-savvy)’ 엄마들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구매를 결정하면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특정 브랜드에 대한 수요를 이끌고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셀럽 중 하나인 킴 카다시안이 아기용품 브랜드 ‘무스텔라(Mustela)’ 제품을 SNS에 포스팅하면서 2018년 무스텔라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바 있다. 또한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이 부모가 되면서 스마트 육아용품을 사용하는 데에 별다른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도 스마트 육아용품 시장의 확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육아용품 판매점 바이바이베이비(BuyBuyBaby)의 한 매니저의 이야기에 따르면 포맘스 마마루(4moms mamaRoo)의 ‘Swing’이나 ‘Nuna Leaf’ 바운서처럼 엄마 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제품이나 ‘Doona’ 카시트처럼 쉽게 카시트에서 유모차로 변신하는 편리한 제품들이 스마트 육아용품으로 인기를 얻는다고 한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워킹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편리한 제품이다. 이들의 요구를 반영한 스마트 육아용품이라면 전 세계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을 것이다.

히틀러부터 트럼프, 렉서스부터 현대기아까지 자동차 무역사

사람이나 가축이 아닌 자체의 인공 동력이 바퀴에 전달되고, 다시 그 바퀴가 노면과 마찰하며 발생하는 반작용으로 움직여 나아가는 교통수단. 바로 자동차(自動車)다. 자동차를 만들고, 타고, 팔고 또 사면서 생겨난 역사 속 자동차 무역 이야기의 첫 페이지는 최초의 휘발유 동력 자동차가 등장한 188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135년 전이다. 미국의 포드와 독일의 벤츠, 그리고 포르쉐는 자동차 산업의긴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포드 vs. 벤츠 vs. 포르쉐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상·하원 연설에서 “ ‘자동차를 발명한 미국’은 아무리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이 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동차를 발명했다는 이 발언에 심기가 불편할 나라가 여럿이다. 프랑스와 스코틀랜드 그리고 독일이다. 사실 자동차를 처음 발명한 나라가 어디인지는 증기, 휘발유 등 동력원 해석에 따라 이견이 존재하는데 아무튼 미국은 없다. 그렇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다. 자동차의 대량생산 라인을 갖추고 대중차 보급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휘발유 엔진을 장착한 3륜 자동차를 최초로 제작한 것은 독일의 카를 벤츠와 고틀리프 다임러였다. 자동차 발명에 제일 빠른 속도를 자랑한 이는 포드도 페라리도 아닌 벤츠였던 셈이다. 이처럼 독일인의 피에는 자동차 DNA가 흐르는가 보다. 벤츠, 다임러와 더불어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 역시 그러하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그 유전자가 또 다른 독일인 아돌프 히틀러에게도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큰 독재자였다. 히틀러 나치 정권의 지원과 포르쉐 박사의 천재성이 합작해 만든 게 바로 딱정벌레 모양으로 유명한 폭스바겐 비틀이다. 포르쉐가 폭스바겐을 만들었다니 참 신기한 일화다. 차(茶)의 나라지만 차(車)의 나라는 아닌 영국의 아이러니 자동차산업의 성패는 얼마나 만들고 얼마나 파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산업혁명 대성공으로 최고의 제조 기반을 갖추고 으뜸가는 공업국이 된 영국과 그들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영국은 한때 롤스로이스, 벤틀리, 재규어 같은 명차들의 아버지로 이름을 날렸지만 2005년 로버가 파산하면서 자국 소유 자동차 회사가 전멸하고 말았다.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 두 가지가 바로 국내 규제와 국외 경쟁력 부족이다. 19세기 말, 독일, 프랑스 등이 자동차산업에 혈안이 돼 있을 시기 영국에서는 기관차량조례(Locomotive Act)라는 국내법이 발효됐다. 흔히 붉은 깃발법(Red Flag Act) 또는 적기조례로 알려진 그 법이다. 자동차가 발전하면서 기존의 마차 수요가 감소하자 마부 등이 정치 세력을 로비해 도입했다. 자동차 앞에 붉은 깃발을 드는 기수를 세워 속도를 최대 시속 6.4km로 제한하는 내용인데 겉으론 빠른 속도의 자동차로부터 보행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였으나 실제로는 기존 이익집단의 일자리와 수익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에 불과했다. 1896년 폐지되어 법이 사라졌을 때는 최초로 자동차 상용화에 성공했던 영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도 이미 사라진 뒤였다. 자동차 무역이 명차 렉서스(Lexus)를 탄생시키다 일본은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정반대 사례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연료 소비가 큰 미국산 자동차의 수요층에 균열이 발생했고, 유럽연합(EU)산 자동차와 함께 연비 좋은 소형차를 앞세운 일본산 자동차가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일본의 무차별 공습에 미국이 자랑하던 빅 3(포드, 크라이슬러, GM)는 파산 위기와 최대 적자에 직면했다. 1941년의 12월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기습과 비견할 만한 충격이었다. 그에 따라 미국은 일본과 협상을 통해, 일본 스스로 1981년부터 1983년까지 2년간 대미 자동차 수출을 연간 168만 대로 제한하는 이른바 ‘자율 수출 제한(VER: Voluntary Export Restraint)’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당시 대표적 대미 수출 기업이던 도요타는 수출 제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업의 경영 노선 변경으로 대응했다. ‘싸고 좋은 차’를 수출하던 것에서 ‘비싸고 좋은 차’를 수출하는 것으로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이어 계속되는 미국의 통상 압박에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탄생한다. 수출 대수가 제한돼도 각 대수의 가격이 높아지면 기존의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렉서스라는 브랜드명의 기원에 대해 그 진위 여부를 알 순 없지만 ‘미국으로 호화로움을 수출하다(Luxury EXport to the United States)에서 나온 것이라는 유머러스한 추측도 있다. 지난해 3/4분기 미국 시장점유율에서 도요타는 2위에 자리했다. 자동차 전쟁 승리 위한 손차(車)병법 찾아야 자동차산업은 대표적 기간산업으로 한 나라의 산업화 수준을 보여준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만만찮다. 전 세계에서 차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극히 일부로 압축되는 이유이다. 그런데 우리의 ‘차(車)부심’은 공짜로 얻어진 게 아니다. 지금 자리에 오기까지 1990년대 한·미 자동차 교섭, 인도네시아 국민차 프로젝트와 관련된 WTO 분쟁, 한·미 FTA 협상 때마다 첨예하게 대립한 현안 등 갈등과 도전도 많았다. 이를 통한 내공으로 제2의 자동차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신남방 정책과 연계해 동남아를 정복한 일본 자동차와 경쟁하고,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232조 조치 가능성에도 적극 대응하는 등 우리에겐 새로운 과제가 많다. 전기 수소차 등 내연기관 패러다임의 변화, 자율주행이나 공유 자동차 등 기술의 업그레이드도 빠르다. 자동차 불모지로 여겨지던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다임러 최대 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스웨덴 볼보를 인수하는 등 산업 내 지각변동도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 무역사 속 교훈이 마음에 와 닿는 이유이다.

두 유 노 호미? 호미로 미국인의 정원을 공략하다

최근 가드닝 시장이 역사 이래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미국에서 요즘 주목받는 아이템이 다름 아닌 ‘호미’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드닝 시장 참여로 스마트 제품 역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가장 아날로그적인 한국 호미가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 실무자에게 듣는 FTA 활용 노하우 직접 부딪히며 배우면 빨리 성장합니다

라벨 및 휴대폰 보호필름 사업을 하는 한성 P&I는 2010년 스마트 시장의 성장과 임직원의 노력으로 수출의 길이 크게 열렸다. 그때부터 한성 P&I 제품의 수출에서 FTA 활용을 담당해온 노재하 과장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FTA를 배우고 경험하면서 수출의 맛을 알았다. 10년차 FTA 베테랑 노재하 과장에게 FTA 활용의 팁을 전수받아보자. Company info 한성 P&I는 1975년부터 제품 라벨과 박스, 매뉴얼 및 보호필름 사업을 해온 제조 중소기업이다. 2018년 기준 매출 약 723억원으로 400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현재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제품 라벨과 휴대폰 보호필름 등을 수출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에 자리한 한성 P&I는 각종 제품 라벨에서 시작해 박스 및 포장, 인쇄와 스티커, 필름 등의 소재 사업까지 확장한 국내 최대 규모의 라벨 업체다. 2019년 FTA 활용 우수기업의 실무자로 선정된 노재하 과장은 한성 P&I의 전자영업부에 소속되어 수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09년 입사해 영업부에서 일했던 초반부터 수출 업무를 맡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2010년부터 스마트폰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휴대폰 산업이 성장했고, 삼성전자가 해외로 진출하면서, 직원들의 노력이 맞물려 우리 회사도 자연스럽게 수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수출 초보자가 실무를 하면서 하나씩 배워간 케이스죠.” 지금은 웃으면서 10년 전을 회상하지만, 무역실무를 하지 않았던 초보자에게는 FTA가 까다로운 내용이 많아 어려운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노 과장은 대구 관세청과 상공회의소는 물론 고객사에서 지역 관세청과 협약해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시간 나는 대로 모두 찾아다녔다. FTA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수출을 위해 필요한 서류, FTA를 활용했을 때 회사가 얻는 이득 등에 대한 기초교육이 끝나면 원산지 증명서 발급, 사후 증명 관련 서류 작성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교육이 이어졌다. 물론 공부하는 것과 실전이 맞아떨어지지만은 않았다. “원산지 증명서에 적힌 날짜의 숫자가 틀려서 관세청에서 조사를 나온 적이 있어요. 처음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실수 때문에 300만원 상당의 과태료를 내야 했습니다.” 업무를 배워가던 초반에 생긴 일이다. 이 일은 초보 무역 실무자였던 노 과장에게 FTA 활용에 대한 부담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뒤로 서류 하나라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걸 절감하고 신경 써서 작업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 혼자 하는 업무는 외롭고 어려워 사실 노 과장에게 FTA 활용 업무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HS 코드나 원산지 증명서에 기재해야 하는 항목들이 아니었다. 중소기업의 특성상 혼자서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FTA까지 맡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물리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팀원이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모르는 것을 물어보거나 상의할 직원이 없었다는 점도 힘든 부분이었다. 하지만 한성 P&I는 노 과장을 원산지관리전담자로 지정해 5개 품목별 인증수출자 인증을 획득했고, 가격경쟁력 강화로 2016년 대비 2018년 수출 2.3배 증가, 추가 고용 11명을 창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원산지관리전담자 지정이라는 적극적인 수출 의지로 좋은 성과를 얻은 한성 P&I는 FTA 활용우수기업으로 2019년 산업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과정을 놓고 보면 FTA는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특히 예전과 비교해 휴대폰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한성 P&I의 휴대폰 보호필름은 소재에서 완제품까지 원스톱으로 제작하고 있어 가격경쟁력이 좋은 편이다. 보안·보호필름 등을 접목하는 라벨의 기능 역시 굉장히 다양해지고 있어 라벨의 품질 안정성도 제품을 구매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원가절감이 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소용이 없다. “FTA가 없었다면 해외에서 우리 물건을 사는 건 상상도 못 했을 겁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는 품질만큼 가격도 중요하니까요. FTA 활용을 통해 관세율을 낮추면 가격경쟁률이 높아지고, 현장의 반응도 적극적이라는 걸 업무를 하면서 직접 느낍니다.”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 해결 노 과장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은 도움을 받는 곳은 FTA 전담 콜센터인 1380이다. 사내에 FTA 실무자가 없어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어렵다 보니 물어볼 곳이 관세청이나 관련 콜센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수출 장려를 많이 하는 만큼 생각보다 FTA에 관한 정보 제공이나 교육 기회가 많았고, 그런 것들만 잘 활용해도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노 과장은 “기업이 확장하기 위해선 수출이 필수적이며, FTA 활용은 수출을 위해 필수적인 업무인데 그에 반해 FTA에 관한 인식이 낮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며, “FTA의 중요성, 업무의 가치와 내용이 잘 공유되어 회사 내에서 담당자들이 조금 더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분자진단 제품화에 앞장서는 기업

유전체에 기반한 분자진단을 통해 세계 바이오산업에서도 인정받는 (주)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의 박희경 대표 2012년에 설립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유전 체와 후성유전체에 기반한 분자진단 전문 기업 이다. 분자진단이란 쉽게 말해,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몸에 지니고 있는 DNA나 RNA 같은 유전체와 술과 담배,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변화하는 후성유전체를 통해 질병에 대한 진단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최근 국내외 바이오 산업 시장에서 분자진단을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치료 중심의 의료 시스템에서 예방 중심의 의료 시스템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 현대 의학에서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가 대부분 밝혀진 만큼, 그 유전자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있는 기술과 더불어 이를 현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 셈이다. 이에 대해 박희경 대표이사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도 하지만, 기존에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보편화되지 못했던 기술을 제품화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라며 “대형 병원에나 있는 값비싼 장비를 이용해야 하거나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던 검사들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바꾸는 거죠. 컴퓨터로 따지면 슈퍼컴퓨터도 필요하지만 누구나 쓸 수 있는 노트북이나 휴대폰도 필요한 것처럼요”라고 설명했다. 제품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현재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의 제품은 크게 ‘산부인과 플랫폼’과 ‘암 플랫폼’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에서 대표적인 것은 산전 기형아 검사와 신생아 유전성 난청 검사 제품이다. 후자의 경우 종양 선별 검사와 메틸레이션 검사 제품이 대표적이다. 특히 종양 선별 검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KOTRA)로부터 ‘2019년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DNA 복제 중 일어나는 오류를 교정하는 유전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암이 발생하게 되는데, 교정 유전자의 기능 상실에 의해 돌연변이가 생기는 대표적인 자리를 검사하는게 종양 선별 검사다. 즉, 암 진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이러한 검사는 있었지만 사용에 제약이 많았다. 이를 최대한 많은 병원에서 쓸 수 있도록 제품화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는 마침내 그 공로를 인정받았 다.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저희는 작은 회사다 보니 남들이 못 만드는 걸 만들어야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종양 선별 검사를 제품화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만 2년을 투자했어요. 다른 제품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입니 다. 산전 기형아 검사는 임상실험만 3,000건 이상을 했지요. 식약처 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보험 코드 등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바이오산업 종양 선별 검사는 2018년 그리스를 시작으로 미국, 이탈리아, 코스타리카 등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현지 법인회사까지 설립되어 현지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는 것을 피부로 느꼈어요. 투자도 늘고 바이오산업체도 많이 생겼죠. 해외에 나가 보면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해 위상이 많이 달라요. 심지어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바이오산업체도 있고요.” 지난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 미국임상화학회(AACC)에 서도 이런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종양 선별 검사와 메틸레이션 검사, 산전 기형아 검사가 여러 국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 서양의 경우 워낙 의료 시스템이 보수적이고 절차가 복잡해 아직 수출까지 진행된 제품은 없지만, 현지 상황에 맞게 제품 구성이나 세 팅 방식 등을 서로 조율하는 중이다. 반면 동남 아시아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한국 의료 시장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바로 제품을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의 특성상, 수차례 사전답 사와 협의를 통해 추후의 일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처럼 바이오산업은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 하고, 수출하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 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이제 막 해외시장에 진입하는 단계라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 회사를 알리는 기회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박람회에 한 번 나가려면 비용이 많이 꽤 드는데 지난번에 국가지원금을 일부 받을 수 있었어요. 중소기업이 기술력만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으니, 정부의 여러 지원 사업을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이사는 “회사가 잘해서 경쟁 력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좀 더 인정받는 분위기가 되어야 모두 함께살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의 열정적인 행보를 지켜보며 ‘불치병’이라는 말이 사라질 날을 기대해본다.

최신 CG 기술로 중국과 북미 시장 선도할 것

주)위지윅스튜디오는 영화 <신과 함께1>, <안시성>, <군함도> 등에서 영화의 화려한 영상미를 더해준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맡은 시각특수효과(VFX) 전문기업이다. VFX를 비롯, 애니메이션, 인터렉티브 미디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콘텐츠 등 CG기술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콘텐츠를 만든다. 한국영화 CG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구미호>, <은행나무 침대>에 참여한 VFX 1세대인 박관우 대표와 삼성생명 자산운용부와 VFX 기업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4th Creative Paty)’의 CFO를 지낸 재무전문가 박인규 대표가 공동 창업했다. 위지윅이라는 이름은 ‘What You See Is What You Get’(보는대로 얻을 것이다)에서 따왔다. 2016년 설립 후, 2년 차만인 2017년에, 매출 129억, 영업이익 24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8년, 매출 236억, 영업이익 50억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며 2018년 1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과 북미 지역에도 각각 2019년 4월과 9월 영업사무소를 설립하고 글로벌 사업확장을 공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2018년 5월에는 월트디즈니 공식 협력사로 선정돼 <앤트맨&와스프>, <신비한 동물사전2> 등 대형 영화의 스크린X 작업을 맡았다. 중국 블록버스터 영화에도 참여해 중국 시장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시각특수효과는 현재 글로벌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혁신적인 분야로 OTT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에서 멈추지 않고 사전 기획부터 제작까지 참여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위지윅스튜디오의 새로운 도전이 더욱 기대된다. 국내 CG 제작 전문가로 시작해 2016년 VFX 전문 기업 (주)위지윅스튜디오 를 창업한 박관우 대표 글로벌 VFX 전문기업 (주)위지윅스튜디오 info. 2017년 12월 과기부장관 표창 수상 2018년 4월 대통령 표창 수상 2018년 5월 미국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Audit(회계감사) 통과 2018년 12월 300만불 수출의 탑 수상 2018년 12월 과기부장관 표창 수상 2018년 12월 IPO–코스닥 상장 2019년 12월 500만불 수출의 탑 수상 주요 해외 프로젝트 참여 내용 <필립스>, <스카이 파이어>, <프라이멀(Primal)>, <음양사>, <알리타:배틀엔젤 스크린X>, <캔틴마블 스크린X>, <마녀>, <안시성>, <뺑반>, <평창패럴림픽>, <해남공룡박물관>, <영천화랑설화마을 돔영상>,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맵핑영상>, <서머너즈워 시네마틱> 등 통 지난해 12월 무역의 날 기념, 2년 연속(2018년 3백만불, 2019년 5백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고 들었습니다. 박관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도, 수출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한국영화 시장이 전부였는데, 중국 영화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제작비 규모가 할리우드를 버금가게 확대됐습니다. 더군다나 중국은 CG 기술이 발전하지 못해서 한국 영화계에 의존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고요. 최근 중국과 북미 지역에 영업사무소를 설립해 본격적인 영상 콘텐츠 수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 및 미국 시장과 몇 차례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회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통 위지윅스튜디오의 사명은 어떤 의미인가요? 박관우 위지윅(WYSIWYG)은 ‘What You See is What You Get’의 약어로, 현재 화면에 보이는 내용과 동일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개념을 말합니다. 예전에 영상 CG는 최장 몇 주에 걸쳐 컴퓨터 후반 작업을 거쳐야 겨우 영상으로 결과물을 볼 수 있었거든요. 최근에는 최종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작업하는 기술이 많이 발전했습니다. 저희는 직관적인 최신 기술을 일찍 도입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위지윅’이라는 사명은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죠. 통 국내 영상 시각효과 업체 최초로 할리우드 영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고 들었습니다. CG는 콘텐츠 분야의 소재·부품·장비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국산화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에서도 큰 의미라 생각됩니다. 박관우 최근 니컬러스 케이지(Nicolas Cage)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프라이멀(Primal)>에 참여해 할리우드 시장에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파트너십을 맺어 협업하고 있는 회사 타우필름(Tau Film)의 창업자 존 휴스(John Hughes)를 만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 분과의 인연으로 중국 영화와 협업을 할 수 있었고, 이번 영화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었거든요. 타우필름은 <라이프 오브 파이> 등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아카데미 수상자 존 휴스가 설립한 할리우드 VFX 전문기업입니다. 할리우드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게 만든 니컬러스케이지 주연의 영화 <프라이멀>과 스크린X화 작업에 참여했던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 통 미국 영상기업에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미국에 가시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박관우 대학교 때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영화를 좋아했어요. 이 두 가지를 접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신씨네 영화사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CG 장비를 들여와서 영화 <구미호>를 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 회사에 꼭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입사를 지원 했죠. 당시만 해도 국내에 CG 전문가가 없었어요. 다들 처음 보는 장비고, 기술이라서 <구미호> 제작할 때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기술적으로 부족했고, 흥행 성적도 아쉬웠죠. 두 번째로 참여한 <은행나무침대>는 시행착오를 많이 해결해 기술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내 CG 산업이 발전하고 판타지, 액션 등 장르가 다변화하는 계기가 됐어요. 이후 ‘DGFX’라는 회사를 차리고 독립했는데 회사를 계속 꾸려가기가 힘들었어요. 당시 영화 시장이 크지 않아서 더 그랬죠. 결국 20여 편 정도 영화 작업을 하고 나서 미국에 가게 됐습니다. 제가 일했던 LA 쇼스켄엔터테인먼트는 테마파크 놀이 시설에서 상영되는 ‘라이드 필름’ 장르에서 독보적인 회사입니다. 통 미국과 국내 산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미국에서의 경험이 기업을 이끄는 데 어떤 도움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박관우 한국에서는 CG팀이 5~6명을 넘어간 적이 없는데 미국 회사는 150여 명 정도로 규모가 훨씬 컸어요. 영화 이외에도 CG 영상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위지윅스튜디오를 창업할 때도 다양한 분야의 영상물을 제작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는데, 미국에서의 경험이 큰 바탕이 되었습니다. 통 영상시각효과에 참여한 <스카이 파이어(Sky Fire)>라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중국에서 지난달 개봉했습니다. 중국 진출은 언제부터였고, 어떻게 실력을 인정받았나요? 박관우 2017년 11월 개봉한 게임 원작의 중국 블록버스터 영화 <음양사>의 입찰에 선정되어 중국과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가 요괴인데, 이를 모두 CG로 만들어내야 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공간과 배경도 물론 CG로 만들어내지요. 기술적 요건, 인력 규모, 인프라 등이 고려 대상이었고, 저희 핵심 멤버들의 오랜 경력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많은 자본을 투자해서 무형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요즘은 VFX 예산이 상당합니다. 자연히 회사를 선별할 때 치밀하게 검증하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과 규모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 영업도 못지않게 중요해요.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해서 일이 오지 않습니다. 저희는 베이징 영업사무소에 4명의 프로듀서들이 늘 상주하며,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제작사 혹은 감독과 미팅을 진행하면서 저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통 미디어 산업의 가장 혁신적인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위지윅스튜디오의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박관우 CG 기술이 콘텐츠를 만드는데 점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세트를 대체할 배경을 만드는 정도의 역할이었다면, 폭파 장면이나 자동차 충돌 신까지 이제는 CG의 영역으로 다 넘어왔어요. 대규모 엑스트라도 더 이상 동원하지 않고, CG 배우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하죠. 애니메이션과 실사 영화의 구분이 없어지는 상황이에요. 저희는 최신 기술을 통해 본격적으로 북미 지역에 진출할 것이고, 굉장히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뻔한 무역 사기, 하지만 계속 당하는 이유가 뭘까요?

Question 최근 무역 사기를 당했습니다. 부도수표를 받고 물건을 선적하는 바람에 큰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사기를 당한 거라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물건도 잃고 돈도 날렸어요.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무역 사기의 여러 가지 사례를 알고 싶습니다. 무역 사기와 클레임은 다른 개념입니다. 무역 거래가 이루어지면 수출자는 물품 대금 전액의 적기 지급을, 수입자는 품질이 보장되는 제품 전량의 적기 인도를 기대하죠. 그러나 ① 양 당사자의 권리가 어느 일방의 (악의적이지 않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충족되지 못하는 무역 클레임의 경우에는 사후 보완이 가능하지만 ② 무역 사기는 사후 보완이 불가능해 예방이 절실합니다. 우선 사기의 정의가 필요합니다. 우리 형법은 사기에 대해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자신 내지 제3자가 취득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형법 제349조). 무역 사기는 무역 거래의 당사자들이 상대방을 기만하여 재산상의 이익(물품 내지 대금)을 취득하는 행위로, ① 수출자의 입장에서는 수입자의 속임으로 물건을 보내고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을, 그리고 ② 수입자의 입장에서는 돈을 보내고도 물건을 받지 못하는 다양한 경우를 말할 수 있습니다. 무역 사기의 유형을 따질 때는 ① 사기 위험의 주체 이외에 ② 거래 관련성의 유무도 역시 중요한 기준입니다. 해킹은 중요한 무역 사기로 인정되지만 해킹의 수익자는 거래 당사자가 아니기에 다른 (무역) 사기의 행태와는 많이 다릅니다. 무역 사기의 유형으로는 ① 서류 위조, 금품 갈취, 결제 사기, 선적 거절 혹은 계약 내용과 다른 물품의 선적 등 거래와 관련된 유형, 그리고 ② 해킹, 불법체류를 위한 초청장 발급 요청 등 거래와 관련 없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섯 가지 사기 사례와 예방법 1 서류 위조의 유형으로는 수입자가 서류를 위조해 대금을 결제하지 않는 행위, 예를 들어 허위의 송금증 내지 위조 (또는 부도)수표를 제시하고 서렌더 선하증권(Surrender B/L)으로 화물을 인수하는 행위, 수출자가 물건을 선적하지 않고 허위의 선하증권을 제시해 은행으로부터 결제받는 행위 등이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송금증의 확인에 그치지 말고 계좌의 입금 여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2 금품 갈취의 유형으로는 입찰 서류 수속비 혹은 자국 내 통관절차 명분의 보증금, 변호사 비용, 공증 비용, 각종 수수료, 담당자 로비(선물) 비용 등을 이유로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한 번의 금액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누적되면 합계 금액이 꽤 클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도착항에서의 통관 비용 인상 등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 관련 증빙 서류(영어 공증 포함)를 요청해보세요. 아마도 서류를 제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3 결제 사기의 유형으로 서류를 위조해 결제하지 않는 행위뿐만 아니라 요즘 수입기업의 부도 내지 법정관리 등을 이유로 채권자인 수출기업으로 하여금 대금 회수 행위를 포기하게 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럴 때는 법정관리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이 있으며 법정관리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채무자 기업 소재지 국가의 채권 신고 절차 등을 확인해 만일 큰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면 절차대로 이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정관리 관련 서류를 요청했을때 실제로 관련 서류를 제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4 수출기업이 물품 대금을 받고도 선적을 거절하거나 계약 내용과 다른 물품을 선적하는 경우(예를 들어 정당한 화물 대신 폐목재 내지 폐지 등을 선적하는 행위 등)가 있는데, 사후 대응이 가장 어려운 상황입니다. 선적을 거절하는 경우라면 물품 대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현지 소송 등 법적 절차의 도움으로 회수할 수 있지만 세계적인 채권추심 기관을 통한 해결이 보다 실효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 내용과 다른 물품을 선적한 경우 대금 결제 수단이 신용장이라면 신용장 대금 지급 정지 가처분(injunction) 신청을 하여 신용장 매입 은행 내지 재설 은행의 대금 지급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5 해커의 이메일 해킹으로 인한 사기 유형입니다. 채권자 기업 및 채무자 기업의 컴퓨터를 해킹한 해커가 채권자 기업의 담당자로 가장하고 채무자 기업에 은행 정보의 변경을 알리며 자신들 계좌로 입금을 유도합니다. 해킹에 의한 송금 피해는 상대방 기업의 담당자에게 계좌 정보의 변경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송금자의 100% 과실입니다. 6 불법체류를 목적하는 자가 바이어로 가장하고 수출자의 공장 방문 등을 명분으로 초청장 발급을 요청 하는 경우입니다. 이를 위해 위조 여권 등을 보내오고 바이어로 가장해 입국한 뒤 불법체류자가 됩니다. 초청한 자의 법적 책임은 없지만 만일 방문자가 불법체류자가 되는 일이 여러 번 발생하는 기업이라면 향후 초청장 발급 제한 또는 다른 형태의 불이익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초청장을 요청해 오면 관광비자만으로도 한국 입국 및 공장 방문이 가능함을 설명해 추가 요청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초청장 발급 요청을 위한 위조 여권의 사례

2020년엔 나도 FTA 박사

매년 바뀌는 무역정책과 나라별, 품목별, 협정별로 다른 복잡한 FTA,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을까? FTA 전문가를 꿈꾸는 무역 실무자들을 위해 한국무역협회, 관세청,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주요 기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FTA 교육 사이트를 소개한다. newtradecampus.kita.net/ 최고의 무역 전문가 양성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무역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1965년부터 시작한 무역, 국제 비즈니 스 및 ICT 전문 교육기관이다. 무역 실무, 국제마케팅, 외환·금융, 비즈 니스 외국어 등 4개 분야의 단기 연수를 비롯해 무역, ICT, 섬유, 물류, 자 동차부품 분야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5개 취업 연계 장기 과정, 글로 벌 물류 서비스 최고경영자 과정(GLMP)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의 공동 사업으로 전국 주요 대학에서 실제 무역 실습이 가능하도록 하는 지역 특화 청년 무역 전문가 양성 사업(GTEP)과 해외 인턴십 사업도 시 행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함께 온라인 교육을 위한 사이버 트레이드 캠 퍼스도 운영 중이다. 원산지에 관한 모든 것 FTA 원산지아카데미 원산지인증수출자로 지정된 기업 등에서 원산지 관리 전담자로 근무하는 원산지관리사와 원산지 정보 수집 및 실무를 담당하는 실무사가 되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시험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국제원산지정보원에서 관리하는 사이트로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부터 시험, 자격증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원산지 관련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회원 가입 후 희망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해당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자격시험에 대한 안내 서비스도 제공해 시험 일정을 확인한 다음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시험을 신청할 수 있으며 진행 중인 자격시험과 교육 내용을 쉽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www.ftaedu.or.kr www.kotra.or.kr 원산지에 관한 모든 것 FTA 원산지아카데미 원산지인증수출자로 지정된 기업 등에서 원산지 관리 전담자로 근무하는 원산지관리사와 원산지 정보 수집 및 실무를 담당하는 실무사가 되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시험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국제원산지정보원에서 관리하는 사이트로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부터 시험, 자격증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원산지 관련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회원 가입 후 희망 교육과정을 선택하고, 해당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자격시험에 대한 안내 서비스도 제공해 시험 일정을 확인한 다음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시험을 신청할 수 있으며 진행 중인 자격시험과 교육 내용을 쉽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FTA 초보자라면 FTA 사이버연수원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진행하는 FTA 사이버연수원은 온라인에서 쉽고 빠르게 FTA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서비스로 FTA 초보 실무자에게 적합하다. ‘FTA 기본편’부터 기계산업, 섬유 및 의류산업, 자동차부품 산업, 전기·전자 산업, 농축산업 등 업종별 FTA 활용 방법을 다양한 사례 분석과 함께 알려준다. 또 중국, 미국, 유럽, 베트남, 아세안 등 주요 국가와의 FTA를 국가별로 설명해 수출 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나의 학습 현황을 알 수 있으며 원격 지원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이 연결된 학습자의 PC를 원격으로 공유해 실시간으로 학습 애로 사항과 문제점 해결을 돕는다. www.e-kpc.or.kr/fta/ www.yesftaedu.or.kr/academy 실무 중심의 맞춤형 교육 YES FTA 교육지원센터 관세청에서 지원하는 FTA 교육사업으로 FTA 전문가 양성을 목적으로 수준별, 지역별, 업종별로 무료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과정은 일반 분야와 특화 분야, 수요자 맞춤 분야로 크게 나뉘어 있으며 일반 분야는 총 105회 동안 지행하며 FTA 첫걸음부터 활용, 인재 양성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화 분야는 원산지 검증, 인증수출자 및 C/O 작성 실무, 품목 분류 등에 관한 내용을 총 140회 동안 진행한다. YES FTA는 기업 수요를 반영해 그에 맞춘 교육과정을 설계했으며 실무자, 미래 인재 대상에 따라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타 기관 교육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 또 교육 접근성 확보를 위해 주요 권역별로 교육이 이루어진다.

끝나지 않는 왕좌의 게임, 그 핵심은 신산업에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중 통상 분쟁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복잡해 보이는 G2 전쟁의 핵심 쟁점은 신산업에 있다. 4차 산업혁명과 5G 시대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두 강국의 기술 패권 전쟁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지난 2019년 10월 미·중 무역협상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회의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 한경DB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에서 미국과 중국은 이미 G2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21세기 초반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벌어지고 있는 양국 간의 통상 분쟁이나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의 거래 금지는 글로벌화 시대에 그 전례를 찾기 힘든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가치사슬(GVC)에 충격을 가하는 이러한 조치는 양국 기업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경제적 합리성을 통해서는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미·중 통상 분쟁이나 화웨이에 대한 조치는 장기적인 지정학적 우위, 구체적으로는 기술 패권을 통해 정치·경제·군사상의 우위를 유지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즉 미·중 갈등은 경제적 갈등을 넘어서는 지정학적 경쟁이고, 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해를 의미하는 제로섬게임인 것이다. 지정학적 경쟁우위를 위한 미국, 중국 전략의 핵심 요소, 기술 패권 국제 무대에서 정치·경제·군사상의 우위, 즉 지정학적 우위를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 기술 패권이다. 첨단기술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경제성장은 물론, 군사·안보상의 위상 증대로 연결된다. 특히 농업 같은 전통적 산업은 물론, 자동차·조선 등의 제조업, 금융 등의 서비스산업을 모두 망라하는 첨단기술에서의 우위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나 기업경쟁력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컴퓨팅을 중심으로 하는 정보통신기술(ICT)이 바로 그러한 기술이며, 군사·안보상으로도 중요하기 때문에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이 된다. 중국 정부가 제조업 고도화를 목표로 ICT를 주요 육성 분야로 지정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이 중국을 지정학적 경쟁의 대상으로 명확히 적시하면서 경제·안보·군사 측면에서 ICT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바이오산업 등은 모두 컴퓨팅 및 이들 간의 네트위킹에 기반을 둔 분야이며, 이들 분야에서의 기술 패권은 경제는 물론 정치·군사·안보상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5G의 선도 기업으로 주목받는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것은 주로 관세를 둘러싼 마찰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더욱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미래 산업 지형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전략 분야에서의 기술 패권 경쟁인 것이다. 기술 패권과 신산업 지정학적 경쟁에서 전략적 의의가 큰 분야의 기술 패권 경쟁은 아무래도 미래 잠재력이 큰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차세대 반도체와 인공지능, 퀀텀 컴퓨팅, 자율주행 자동차 등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분야라고 판단된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이자, 미국과 중국이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차세대 반도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컴퓨팅의 기능은 각 사물과 컴퓨터에 내장되는 반도체를 통해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발전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의 수요가 증대할 전망이다. 또 무어의 법칙이 점차 한계에 봉착하면서, 일반 기능을 수행하는 전통적 CPU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공지능 특화 칩이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뒤져 있는 중국이 이 분야에서는 미국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며, 중국 정부 및 화웨이 등 주요 ICT 기업들이 대규모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에 기반해 수많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범용 기술로, 대부분의 산업에서 전통적 산업 지형을 변화시키는 기술이 될 전망이다. 사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인터넷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결합되어 진화한다. 데이터는 인터넷 사용 과정에서 축적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주로 클라우드를 통해 활용될 것이므로 인터넷 자체가 보다 지능화되고 수많은 비즈니스의 도구로 변화하게 된다. 앞의 도표 인공지능 전문가 국가별 분포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변화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거대 플랫폼 기업과 알리바바, 텐센츠, 바이두 등 중국 플랫폼 기업 간의 글로벌 경쟁을 통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 전문가 국가별 분포(2018년)미국 23,378 5,158 중국 17,255 977 인도 16,967 417 독일 8,322 1,119 영국 6,821 1,117 프랑스 5,339 1,056 이란 6,219 0 브라질 5,593 389 스페인 4,170 772 이탈리아 3,753 987 캐나다 3,622 606 터키 3,385 0 호주 2,671 515 일본 2,466 651 한국 2,664 0 인공지능 전문가 인공지능 최고 전문가 자료: 스타티스타(www.statista.com/) 양자 프로세스 디지털 사이버 공간 3차원을 표현한 그림 퀀텀 컴퓨팅 퀀텀 컴퓨팅은 일반 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최적 경로 탐색 기반 최적화, 대량 데이터 탐색 등 복잡하고 빠른 계산이 필요한 산업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유망 분야이다. 특히 퀀텀 컴퓨팅이 현존하는 암호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 중요한 분야로 인식된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고, 중국도 2013년부터 특허출원 수에서 일본을 추월해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3차 5개년 국가과학기술혁신계획(2016~2020)에 퀀텀 컴퓨팅을 포함시켜 정부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는 교통과 주행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으로, 인공지능과 5G의 융합체로서 첨단기술 발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은 미국의 구글이지만, 중국은 ‘중국제조 2025’에서 자율주행 자동차의 선도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바이두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방대한 데이터, 자율주행차 친화적인 도로 환경 구축이나 법 제도 개선 등으로 기술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고자 하며, 향후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중인 차량들 미·중 갈등 전방위적으로 확대 가능 4차 산업혁명이 전망되는 시점에서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신산업 분야에서 기술 패권을 차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중 통상 분쟁은 전통적인 관세 부과를 넘어서, 상대방의 혁신 역량을 약화시키는 제반 수단을 총동원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보 이슈를 제기하며 화웨이에 대해 제재 정책을 취한 조치는 그 시작에 불과할 수 있으며,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통상 분쟁이 전통적인 교역을 넘어서 투자, 인력 교류 제한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것이다. 투자 및 인력 교류의 제한은 상대국의 혁신 능력에 제한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은 해외투자 다변화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미래 투자를 결정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핵심 전략 분야의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2020년 무역 환경 전망은?

019년 한 해 동안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의 확산과 미·중 무역 분쟁 등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한민국 수출의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에는 대한민국을 둘러싼 무역 환경이 어떻게 펼쳐질지 국제 통상 분야의 세 전문가에게 고견을 청했다. 좌측부터 최준영 전문위원(법무법인 율촌) / 최영준 교수(경희대학교 무역학과) / 강선주 교수(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 통상 질서 재편 최준영 위원 미국의 경우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나라도 같은 방식으로 성공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 강선주 교수 중국의 부상으로 생긴 위기의식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든 무역규제, 수출 통제 만들어 최영준 교수 과거에는 경제적 이익으로 국가안보 자국법을 평가했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미국의 무역규제,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우대국 한국 제외 등 국가안보 관련 자국법이 결과적으로 각국을 수호했다고 평가하나? 최준영 위원 올해 여러 가지 통상 관련된 이슈들이 많았고, 대한민국은 1년 내내 연달아 전년 대비 교역량이 감소하는 드문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런 일들의 원인은 각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앞세우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자국의 정치적인 압력이 국제 통상의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미국은 지역 간 장벽을 철폐하고 규제 완화를 강요해왔는데, 미국 내에서는 과연 이런 기조가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었는가 질문을 많이 던졌다. ‘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불리는 불황을 맞은 지역의 민심이 만든 결과물이 트럼프 대통령이고, 트럼프도 나름대로 보답해줘야 하는 상황에서 실행한 첫 번째 조치가 동맹국에 대한 과감한 관세 부과 정책이었다. 미국은 자국의 의도를 관철하고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도 이런 식으로 성공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 같다. 강선주 교수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제정치적 위기의식도 상당히 강한 것 같다. 대립관계에 있든, 협력관계에 있든 모든 국가가 중국의 부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런 위기의식 때문에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서 무역규제, 수출 통제를 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전에 독일의 부상이 유럽을 긴장으로 몰아넣은 바 있다. 당시 국가 간 긴장관계 관리에 주도적 역할을 한 국가가 없어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그 후에는 이런 긴장관계를 미국이 제도적으로 관리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의 부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미국 스스로 그 룰 자체를 바꾸려 하고, 룰 자체로부터 빠져나가려는 것처럼 보이니까 전 세계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출 통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미국이 이런 선택을 했을 거라고 보는가? 강선주 교수 트럼프 대통령이 방식의 선택에 유별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전체적으로 보면 트럼프 이전에도 문제의식은 쌓여오고 있었다. 다만 트럼프는 가장 드라마틱하게 액션을 취한 대통령이다. 아마 다른 대통령이 됐어도 이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최준영 위원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오바마 정부 때부터 진행됐었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는 자유무역 체제 속에서 중국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갔다면, 트럼프는 반대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다. 미국이 혼자 패권을 가지고 있을 때와 중국이 패권 경쟁자로 부상한 이후에 가치의 기준이 바뀌었다. 미국이 패권을 독차지할 때는 서로 견제할 필요 없이 경제 효율성이 우선이었다. 이제는 경쟁자를 견제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가 되어버렸다. 자국 안보와 통상은 개별적인 문제인데 이게 섞여버린 것이다. 안보를 지키기 위해 경제적 가치가 수단으로 이용되는 모양새다. 이런 국가안보 자국법이 이익이냐 아니냐는 평가도 어렵게 되었다. 예전에는 경제적 이익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무역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안보에 도움이 되거나 자국의 외교적·정치적 위상이 좋아지면 된다고 생각하므로 하나만으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 미 대선 이후에도 미·중 대결 구도 이어질 것 최영준 교수 RCEP이 잠정 타결되는 성과 이뤘지만, 내년에도 양강 경쟁 구도의 흐름 바뀌지 않을 것 강선주 교수 2020년에 미국 대선이 있어 미·중 무역 관계가 더 악화되진 않겠지만, 더 나아질 것도 없는 상황 최준영 위원 대선 결과에 따라 방법은 조금 달라지겠지만, 기본 방향은 비슷할 것 미·중 무역 갈등이 해소되려면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고, WTO 체제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한편으로는 메가 FTA 체결을 비롯해 다자체제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도 존재한다. 2020년 무역 환경에 새로운 변화가 불어올 것이라고 보나? 최영준 교수 RCEP이 잠정적으로 타결되면서 부상했지만, 그것이 큰 힘을 발휘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어차피 미·중 양강이 중요하기 때문에 RCEP이 메인스트림으로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메가 FTA 중에서 TPP와 RCEP이 큰 이슈였는데, TPP는 미국이 주도하다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탈퇴했다. RCEP은 중국이 TPP를 견제하기 위해 시작했다. 원래는 TPP가 더 잘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좌초되고, 오히려 RCEP이 잠정 타결되는 성과를 이뤘다. 중국이 WTO 체제 내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지역주의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자는 시도로 보인다. 내년에도 양강 경쟁 구도의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강선주 교수 2019년보다 나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나아질 것도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1월에 RCEP 협정문 타결이 이뤄지고, 2020년 1월에 미·중 양국이 무역 분쟁 1단계 협상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연시에 일어난 두 가지 큰 변화인데, 2019년까지 계속 고조되어온 긴장을 그 수준으로 묶어놓는 것이다. 2020년에 그것보다 나아지거나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2020년 11월에 미국 대선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중국과 패권 경쟁에 나섰지만, 미국도 어느 정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성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미·중 무역관계를 더 악화 시킬 이유는 없다. 11월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서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당선될 경우 미국의 노선에 변화가 생길 수 있나? 최준영 위원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민주당이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더 강했고, 4년 동안 상황을 보면서 미국 정치인들이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중서부 사람들의 소외감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를 중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로 해결하려 했고, 민주당도 기본 방향은 비슷할 것이다. 단지 좀 더 세련된 모습일 거라 생각한다. 강선주 교수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트럼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미국 내에서 중국의 부상에 미국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최준영 위원님 말씀처럼 좀 더 세련되게 할지는 몰라도 업계 이익을 위해서 상황을 방치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최영준 교수 오바마 정부때부터 중국에 대한 견제는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어떤 수단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지 기조는 별 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의 정책이 더 혹독할 수 있다. 트럼프는 협상이 즉흥적이라 구멍이 많이 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오랫동안 시스템적으로 잘해왔기 때문에, WTO 내에서 룰 메이킹을 다시 시도하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한국은 주도적으로 새로운 대안 찾아야 최준영 위원 ICT 산업이 경제를 리드하고 있어 2020년은 반도체가 좌우하는 상황이 될 것 강선주 교수 아시아 GVC(Global Value Chain)의 최종 목표를 생각하지 않으면 디커플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위험해질 수 있어 최영준 교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미·중 패권 영향력이 약한 지역과 협력관계 형성해야 한국의 2020년 통상 상황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최준영 위원 당연히 대한민국에는 이 상황이 좋을 것이 없다. 한국은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가장 개방적인 국가다. 내년은 반도체가 모두 좌우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2010년 이후에 대한민국은 ‘산유국화’됐다. ICT 산업이 세계경제를 리드하는 상황이 펼쳐졌는데 반도체가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해 전 세계로 보내는 구조다.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면 수출 경기가 좋아지고, 수출 경기가 좋아지면 다른 쪽도 좋아질 것이다. 2010년 이후에 대한민국은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2010년 수준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성장의 한 축을 반도체가 이끌어왔는데 반도체 사이클이 한 번 꺾이다 보니 지금 나갈 방법을 못 찾고 있는 것이 2019년의 모습이었다. 2020년 상황이 나아진다고 하는데 정말 좋아질지, 기대 섞인 심리일지는 모르겠다. 최영준 교수 급진적으로 이야기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많이 줄이고 새로운 체제에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한 경기 변화가 아니라 체제 자체가 변하는 것이다. 신냉전체제와 같이 정치체제에서 양분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본다. 지금처럼 한국, 중국, 일본 삼각 편대로 이뤄진 산업의 연계성, 이 고리가 끊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체제 자체의 변화는 쉽지 않지만 분명히 새로운 대안이 필요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시장은 중국이지만, 중국 시장이 언제 어떻게 막힐지 모른다. 일종의 편가르기 싸움인데, 편가르기 싸움에서는 어느 편에 서야 할지가 중요하다. 균형 외교 했다가 양쪽으로 뺨 맞는 것보다 한쪽을 확실히 선택하는 게 좋겠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아세안 등 미·중 패권의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정치·경제적 중립 지역과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중국 빠지면 RCEP이 가장 좋은 대안이었는데, 아쉽게 됐다. 최준영 위원 중국이 이렇게 바뀐 지 딱 40년이 됐다. 1979년 개혁개방정책을 시행했는데, 그 전에는 폐쇄적인 체제를 유지하다 갑자기 돌아선 것이다. 중국은 언제든 반대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했을 때 가장 중요한 모토는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물적 토대 구축’이었다. 이번에 미국과 싸우면서 중국은 내부적으로 ‘왜 개혁개방을 하며 이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가’를 분명히 논의했을 것 같다. 중국이 가장 우선시하는 것이 우리가 우선시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황당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한 번 크게 돌아섰는데 두 번 못 돌아설 이유는 없지 않겠나. 강선주 교수 미국과 중국 사이의 디커플링을 기정사실화해야 할 것 같다. 다만 디커플링이 일어날 때 한국에게 유리할 것인가, 불리할 것인가는 판단해볼 문제다. ‘디커플링이 한국에 선택을 강요 할 것이다’라는 의견이 있다. 어떤 사람은 ‘미·중 무역 분쟁이 한국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한국이 살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최근에 대만이 미·중 무역 전쟁을 통해서 이익을 본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에게 발생하는 위험도 있지만 기회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처해나가야 한다. 최 교수님이 노선은 분명히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어느 쪽으로 선택해야 할지 답은 이미 나오고 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라고 했는데,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 GVC(Global Value Chain)의 최종 목표지가 어딘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최종 조립한 상품은 결국 미국과 유럽으로 간다. 미국과 중국이 디커플링 됐을 때 미국으로 못 가는 제품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수준의 중국이 다 소화해낼 수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 위험성을 생각한다 하면 한국이 중국에 과도하게 의지해 GVC를 내버려두는 건 디커플링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상당히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미·중 영향력 덜한 국가와 교역 강화해야 최준영 위원 국내 시장을 동남아에 적극적으로 개방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할 것 강선주 교수 한국도 개도국 마인드를 버리고 선진국이 주도하는 WTO 규범 논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최영준 교수 안보의식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경제적 자유도를 높여 경제적 가치 극대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국가안보 자국법 자제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해달라. 최준영 위원 우리 시장을 동남아 등에 더 적극적으로 열면 좋겠다. 우리 시장에 접근성을 높여서 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서로가 윈윈하는 상황이 될 수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중상주의가 강해서 ‘수출은 선이요, 수입은 악이다’ 같은 마인드가 있다. 최영준 교수 안보가 중요한 가치로 돌아왔는데 안보를 하지 말고 다 함께 살자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별 영향력이 없다. 우리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미·중이 싸울 때 우리는 어떻게 길을 찾을 것인가. 최 위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적 자유도를 높이는 것이 도움되지 않을까 싶다. 강선주 교수 한국은 빨리 개도국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한국이 개도국 마인드를 계속 유지하면 WTO 규범 논리에 잘 참여할 수 없다. 한국은 그런 규범이 필요한데도 스스로를 개도국이라고 규정하고 WTO 선진국 주도 담론에 한 발짝 물러서 있으려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한국은 몸집이 커졌는데 마인드는 성장을 안 한 상황이다. 미·중의 디커플링이 시작되면서 중국이 미국 없이도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중국은 WTO 규범 개정 논의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국이 중국처럼 그런 논의에 한 발짝 빠져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달의 마주 보기 단어 사전 ① 러스트 벨트(Rust Belt): 미국의 중서부와 북동부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로 미국 제조업의 호황을 구가했던 중심지였지만 제조업의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지역을 이르는 말. ① GVC: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약자로 제품의 설계, 부품과 원재료의 조달, 생산, 유통, 판매 등의 기업 활동을 다수 국가와 지역에 배치하는 글로벌 분업 구조. ③ 디커플링(Decoupling):동조화(Coupling)의 반대 개념으로 한 나라 또는 일정 국가의 경제가 인접한 다른 국가나 보편적인 세계경제의 흐름과는 달리 독자적인 경제 흐름을 보이는 현상.

무역 전쟁의 시대 존폐 기로에 선 WTO, 뉴노멀의 부상

WTO 체제는 상소기구가 마비되면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미국이 계속해서 상소위원 선임에 반대하면서 빚어진 비상사태다. 한국 정부는 자국우선주의와 일방주의에 맞서며 다자주의 수호를 외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WTO의 탄생부터 무기력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보며, 안보와 통상이 연계되고 있는 뉴노멀 시대에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해본다. ‘자유·다자’ 무역의 상징인 세계무역기구(WTO)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미국과 중국이 WTO에서 약속한 관세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고율의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WTO는 지난해 12월 출범 25년만에 상소기구 내 상소위원을 선임하지 못하면서 분쟁해결 기능도 상실한 상태다. 분쟁해결을 못하는 WTO, 사람으로 치면 ‘식물인간’이다. 상소위원 정원이 7명이고, 최소 3명이 분쟁 심리를 해야 하는데 이제 1명만 남은 탓이다. 미국이 합의제로 운영하는 상소위원 선임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6일(현지시간)엔 제네바 주재 미국 대표부 드니스 시어 대사가 2020년 WTO 예산 지원을 끊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1947년부터 47년간 세계무역을 관할해온,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와 이후 지금까지 이어온 WTO 체제 출범의 주역이자 최대주주 격인 미국이 판을 깨려 하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WTO는 완전히 끝났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사실 삐걱거리는 파열음은 10년 전부터 났다. 2001년 WTO 각료회의에서 출범시킨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상, 도하라운드(Doha Round)는 10여 년을 끌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2010년쯤엔 미국이 “그냥 당사국끼리 직접 하자”며 협상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2015년 12월 WTO 통상장관회의에서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도하라운드의 공식 폐기를 요청하면서 WTO는 점점 존재감을 상실했다. 상소위원 이슈는 그나마 작동하던 분쟁 기능마저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왔다. GATT와 WTO의 차이 GATT와 WTO의 차이 내용 / 체제 GATT WTO 기구 성격 국제협정일 뿐 엄밀한 의미의 국제기구는 아님 불완전한 브레턴우즈 체제 명실상부한 국제 법인으로서 국제기구의 역할 수행 브레턴우즈 체제의 완성 국제무역 규율 범위 공산품과 일부 농산물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등 국제적으로 교역되는 모든 상품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 국제규범 포괄적인 무역 규범의 제정에는 실패 보조금 협정과 반덤핑 협정의 제정 NTB(Non-tariff Barriers)에 대한 규범 제정을 시도했으나 실패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완화 17개 다자간 협정과 4개의 복수 간협정 포괄 서비스(GATS) 제정 지적재산권 협정(TRIPs) 제정 반덤핑 관세 부과 기준 강화 보조금의 운용 기준 강화 세이프가드 협정을 통해 회색조치 철폐 의무화 분쟁해결 절차 상설 분쟁해결기구가 없음 무역 분쟁에 대한 권고안만 제시 교차보복(Cross-sector Retaliation) 없음 교차보복(Cross-sector Retaliation) 없음 분쟁해결의 단계적 절차와 이행 기간 명료화 DSB 결정 사항의 집행 용이 교차보복 가능 새로운 규범 설정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조치 등에 대한 규범이 없음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조치도 규율 대상에 포함 서비스 협정 체결(서비스 규율 원칙, 양허 계획표 작성)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규범 제정(특허권, 상표권 등의 보호 기준 및 절차 마련) WTO는 왜 제 기능을 상실했는가? WTO 체제는 출범 25년 만에 끝나는 걸까? 우선 WTO 체제가 위기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WTO 출범 당시보다 개도국의 영향력이 꽤 증대했다. 초기에는 미국과 EC(유럽연합(EU)의 전신)가 주축이 되어 공산품과 일부 농산물만이 규율 범위에 들어갔다. 하지만 2008년, 수년간 협상을 이어온 도하라운드에서 브라질, 인도 같은 개도국 챔피언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정도로 개도국 덩치가 커졌다. 미국은 이들을 설득할 정치력조차 상실해갔다. 자신이 출범시킨 최초의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인 도하라운드를 시간만 끌 뿐, 종결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WTO는 죽었다”는 비난과 우려가 쏟아졌다. 새로운 무역협정을 만드는 WTO의 입법 기능이 무색해졌다. 분쟁해결을 주축으로 하는 사법적 기능도 마찬가지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 행정부때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상소기구의 심의위원들이 기존의 합의를 존중하면서 협정을 해석해야 하는데, 가끔 창의적이란 생각이 들 만큼 이를 벗어났다.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불만이 많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서서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2017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다자’가 아닌 ‘보호·공정’ 무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간 미국 시장을 활짝 열어 ‘득’을 봤으니 이제 다른 나라들이 이에 상응하는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WTO 체제의 근간을 뒤엎는 발언이었다. 그 여파로 통상장관회의가 끝난 후에는 공동선언문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국제관계에도 그가 평생 해오던 비즈니스 세계의 거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다자무역체제의 근본적 설립 취지와 상관없이 미국에 유리한 걸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 나쁜 것이다.” 이 같은 트럼프의 말은 무역의 축을 ‘자유’보단 ‘공정(자국우선주의)’에 두겠다는 뜻이었다. 트럼프만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게 미국 내 유권자의 불만이 터진 결과이기도 했다. 일자리를 뺏긴 미국 중서부 공업지역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당선 후 WTO를 무력화하기 위한 세 가지 조치를 취했다. 먼저 ‘안보’를 핑계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1962년 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통상 안보 규정)’를 발동한 것이다. 원래 이 법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긴급히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사문화됐던 법이 트럼프에 의해 신병기로 재발견되었다. 자동차산업에도 이 무기가 쓰일 모양이다. 2019년 5월 미 상무부가 권고한 ‘자동차에 대한 232조 조치’를 2019년 말까지 연기한 것은 중국 제재와 연관돼 있다. 다음 조치가 앞서 본 WTO 상소기구의 상소위원 선임을 막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통상마찰을 원칙대로 WTO에 맡겼다면 어떻게 됐을까? 불공정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고 중국에 보복관세를 물린다고 해도 트럼프 임기가 끝나갈 시점에야 가능할 수도 있다. 임기 내내 WTO만 붙들고 싸워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안 트럼프는 WTO라는 길고 먼 길을 버리고 직접적인 공세에 나섰다. 마지막 조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타결이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3자 무역협정인 NAFTA는 트럼프의 일방적인 폐기 위협에 의해 재협상하는 운명을 맞았다. NAFTA 대신 ‘USMCA (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로 불리게 된 협정에는 비시장경제권(NME: Non-market Economies)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협정을 폐기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통상 비시장경제권 국가로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이 꼽힌다. TPP에 참여한 베트남은 해당 사항이 없고,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관련 철강·알루미늄 규제조치 명령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한경DB 다자체제를 이끌 리더는 누구인가 이쯤 되면 미국이 더는 다자체제를 끌고 갈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럼 누가 다자체제를 수호할 수 있을까? G2로 올라선 중국의 경우 관심은 있지만, 능력이 없다. 중국은 WTO 가입으로 최대 수혜를 입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서구권에서 민감하게 생각하는 ‘인권침해’로 대두됐던 천안문사건으로 관세 문제가 풀리질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WTO 가입 이후 다자체제를 최대한 활용해서 세계 최대의 무역국,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럼 중국은 WTO 가입 이후 시장을 그만큼 개혁하고 개방했을까? 2017년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유무역을 옹호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했다. 하지만 서구권의 시선은 싸늘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과 합작한 중국 기업은 물론이고, 한국 회사들의 중국 내 법인의 자유가 얼마나 쉽게 짓밟힐 수 있는지 우린 목도했다. 반(反)자유무역이다. 중국은 다자체제 무역에 위협을 끼친 ‘과잉생산’ 문제의 주범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는커녕, 전략적으로 방치하고 있다. 본래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사라져야 하는데, 막대한 보조금을 뿌려 국영기업을 먹여 살리고 있다. 험난한 시장에서 결국 살아남는 자가 전 세계 시장을 먹을 수 있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 이걸 다른 나라가 WTO에 걸고 넘어져도 4~5년, 하지만 나름 합법적인 무역 보복을 할 명분을 얻는 건데 그렇다 해도 중국에 맞설 나라가 몇이나 있을까? 이미 국가주도 경제체제를 내세우는 중국엔 다자체제 수호에 있어서 ‘모럴 저스티스(moral justice)’가 없다고 봐야 한다. EU는 어떨까? EU는 브렉시트 하나만으로 초토화됐다. 2016년 6월 EU는 영국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의회의 반대 등을 이유로 3년 반이나 끌려다녔다. 유럽의 완전한 통합으로 경제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꿈은 사실상 깨졌다. 완전히 결별하면 영국과 EU는 무역·안보·외교정책·교통 등을 망라하는 미래 관계 협상을 다시금 해야 하는데 이것도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다. WTO 개혁에 대해 EU가 나름 여러 제안을 하고 있지만, 현실감이 결여된 이상주의라는 비판이 많다. 미국 실용주의와는 상당히 다른 부분이 많다. 미국과 EU가 다시 합심해 새로운 협정을 만든다?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우린 어떻게 하고 있나? 트럼프와 시진핑에 의해 WTO 체제는 붕괴하고 있다. FTA로 맺은 통상 네트위크도 흔들리긴 마찬가지다. 북미는 또 다른 협정으로 묶였고, 유럽은 브렉시트에 정신이 없다. 통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보를 이유로 내세운다. 사실은 안보가 아니라 국내 정치가 문제인데 말이다. 냉전 종식 후 지난 20여 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세상은 뉴노멀(New Normal)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통상외교는 올드 노멀(Old Normal)에 머물러 있다. 대중국 미국 무역액 WTO 개도국 지위 관련 미국의 제시 기준 해당국 WTO 개도국 지위 관련 미국의 제시 기준 해당국 OECD 가입국(7) G20 회원국(10) 고소득 국가(22) 세계무역 비중 0.5% 이상(17) 모든 기준 해당(1) 한국 한국 한국 한국 3개 기준 해당(3) 터키, 멕시코 터키,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 2개 기준 해당(12) 칠레, 이스라엘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남아공 칠레,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싱가포르, UAE, 홍콩, 대만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공, 싱가포르, UAE, 홍콩, 대만 2개 기준 해당(12)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안티구아, 바레인, 바베이도스, 오만, 브루나이, 쿠웨이트, 마카오,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트리니다드 토바고, 카타르, 세이셸, 우루과이 필리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뉴노멀 시대 한국의 대응 방안 냉전시대에는 통상이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일 수도 있었다. 미국이 주도한 다자 경제질서는 자유 진영을 하나로 결속해 공산권과 대결하는 대외 전략의 일환이었다. 공산국가인 중국을 다자 경제질서에 포용하고, 미국 시장을 내준 것이 핵무장 국가 중국을 갈라파고스처럼 남겨두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로 덩치를 키운 중국이 미국에 맞서면서 그런 ‘밀월’ 관계는 끝났다. 하지만 한국은 TPP에는 참여하길 주저했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에는 참여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프레임 탓인지도 모른다. 단순한 논리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막연히 다자체제가 유지됐으면 하는 낭만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앞서 본 대로 전 세계는 이미 WTO에 의존하기보단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중국의 민족주의가 너무 강하다. 다자체제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건 좋지만, 다자체제만 붙들고 외교 통상 전략을 짜는 건 시대착오적이다.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대신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하면 달라질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다. 우리의 통상 전략을 전면적으로 수정할 때가 왔다. 미국이 빠진 ‘메가 무역협정’ CPTPP. 일본 주도로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칠레,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11개국 외교 통상 관련 장관들이 2018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공식 서명했다. 사진 한경DB 둘째, 통상으로 먹고 사는 한국에 미국, 중국, 아니 그 어떤 국가든지 자국의 정치적인 이유로 통상 보복을 하는 세상이 왔다. 즉 우리에겐 경제는 곧 안보랑 직결될 수밖에 없다. 무역수지흑자 관리를 철저히 하는 동시에 통상과 안보가 밀접하게 연결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안보와 통상이 연계되고 있는 ‘뉴노멀’ 시대에 한국에는 안보와 통상을 같은 차원에 놓고 논의하며 조정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셋째, 부처 간 협력과 조정도 절실하다. 통상은 단순히 수치를 맞추고 부처의 이익을 챙기는 기술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익이 걸려 있는 사안이다. 소비자보다는 생산자 위주의 정책으로 일관해온 농업·수산 분야, 환경과 노동에 대한 국내 규제가 강해지면서 발생하는 국제규범과의 충돌, 디지털 경제에서 한국 경쟁력과 충돌하는 각종 규제 등은 국익 차원에서 조정돼야 한다. 넷째, WTO 체제 개혁에 대해 한국도 명확한 입장을 세워야 한다. 농업 분야를 보자. 우루과이라운드가 극적으로 타결되기 직전인 1993년 12월, 한국에선 농민들의 농업 개방 반대가 거셌다. 한국은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쌀에 대해서만 ‘10년+추가 10년 개방 유예’를 받아냈다. 트럼프는 2018년 여름 “개도국 지위를 넘어선 국가들이 WTO에서 부당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OECD 가입국, G20 국가,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 국가, 세계 상품 무역 비중 0.5% 등 미국이 제시한 4개 기준에 모두 포함됐다. 싱가포르와 브라질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고, 한국도 뒤를 이었다. 하지만 WTO 도하라운드에서 한국은 ‘개도국 지위’만 견지했을 뿐 도하라운드 타결을 위한 ‘양보’를 외친 적도, 한 적도 없다. WTO 체제의 존재를 위협하는 중국의 국가주도 경제체제의 문제점, 구체적으로 보조금, 과잉 공급, 차별적 산업정책에 대해 한국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다섯째, 한국은 규모에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1995년의 한국은 국민소득 1만 달러 직전이었고, 이제 한국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세계 10위권 경제, 7대 무역 국가 반열에 올랐다. 개도국 지위에 숨었던 한국이 다자체제 수호를 꺼내면 국제사회는 냉소적으로 본다. 특히 미국이 해외 생산 철강에 관세를 매길 때 그랬다.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트럼프가 꺼냈을 때, 한국은 미국의 철강 수출 쿼터(할당) 70%를 받아들였다. 사실 쿼터는 WTO 체제에서 금기사항이다. 다자체제 수호를 외치고, 진정으로 글로벌 자유화를 원한다면 우리 역시 그에 맞는 국제 무대에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의무는 우리와 이해관계가 있는 나라를 ‘라이크-마인디드(like-minded) 그룹’으로 엮어서 무너져 내리는 다자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첫 단추다. 미국 텍사스주 베이타운의 파이프 제조공장 앞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미국이 유럽,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수입한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내 철강값은 급등했지만 한국 철강업체들은 쿼터에 묶여 수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사진 한경DB

트럼프주의 맞선 메가 FTA 카드, 판 바꿀 수 있을까

2019년은 ‘수출 코리아’에 어려운 해였다. 미·중 무역분쟁의 파고가 워낙 높았던 탓이다. 세계 교역이 위축되면서 전년도에 세웠던 수출 6,000억 달러 돌파의 금자탑이 무너졌다. 단기간 내 종전 수출 기록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우리 정부의 예상이다. 희망적인 부분도 있었다. 우리나라 무역액이 2017년 이후 3년 연속 1조 달러를 돌파했다는 점이다. 1년 내내 월별 수출이 전년 대비 감소한 가운데 거둔 값진 성과다. 동남아시아 등 신남방 지역의 수출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은 건 수출 다변화 차원에서 의미 있었다. 트럼프가 내세운 보호무역주의 2019년 세계무역이 뒷걸음질 쳤던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보호무역주의 때문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그동안 체결했던 자국의 교역 협정을 일제히 재검토했다. 중국과의 통상 관계가 냉전 이후 최악으로 치달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보호주의 회귀는 각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18년 10월 중순 이후 1년 동안 새로 부과된 무역규제가 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관세와 세관 절차, 수출입 세금 등에서 새로운 규제가 100건을 넘어섰다. 2012년 10월 중순 이후의 1년 단위 기록 중 최고치다. 이런 규제로 1년 동안 총 7,470억 달러의 상품과 서비스가 악영향을 받았다는 게 WTO의 설명이다.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는 광물과 연료유, 기계류, 귀금속류 등으로 집계됐다. 자유무역을 지향하면서 1995년 1월 출범한 WTO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분쟁해결기구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WTO 내 상소기구에 불만을 갖고 있던 미국이 2016년 5월 이후 신임 위원의 선임 절차를 거부해온 게 가장 큰 배경이다. 원래 WTO 상소기구는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 3명이 재판관이 돼 하나의 안건을 심리하는 구조다. 후임 인선이 막힌 가운데 상소기구 위원 중 최근까지 남아 있던 2명의 임기마저 종료되자 아예 재판부를 구성할 수 없게 됐다. 2020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와 세계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본격적인 무역 전쟁에 나설 태세다. EU와의 교역에서 연간 150억~200억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부터 EU가 불공정무역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작년에는 EU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보복 관세를 매기기도 했다. 미국이 EU와 본격적인 무역 전쟁에 나서면 세계 교역엔 또 다른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대형 무역협정 타결로 돌파구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 보호무역주의 일변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세계 교역이 일시 후퇴하더라도 글로벌 자유화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다. 여러 나라가 보호무역주의에 맞대응할 카드로 ‘메가 FTA’를 시도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FTA 모범국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로선 교역 확대에 사활이 걸려 있다. 수출이 한 해 내내 뒷걸음질한 2019년은 양적으로 FTA의 성과를 가장 많이 낸 해이기도 했다. 역설적이다. 2019년에만 한·영국 FTA 실질 타결, 한·러시아 FTA 서비스 투자 협상 개시, 태평양동맹(PA) 협상 개시 선언, 한·이스라엘 FTA 실질 타결, 한·중미 FTA 비준 및 발효,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실질 타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타결 등이 이뤄졌다. FTA의 실질적인 타결 건수만 따져도 역대 가장 많은 네 건이나 됐다. 2018년 말엔 일본, 호주 등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이 발효됐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도 타결됐다. 최근에는 한·중·일 3국을 포함한 RCEP이 2020년 완전 타결을 앞두고 있다. 세계무역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무역 강국인 한국의 약점은 교역 대상이 미·중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과 미국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두 나라의 교역 갈등이 한국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신남방·신북방 지역 교역 확대 등 수출 다변화를 강력 추진해온 배경이 여기에 있다. 2020년에는 필리핀과 터키, 인도, 멕시코, 이집트, 말레이시아 등과 FTA를 추진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 중 일부 국가와는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상태다. 러시아 중국 등과는 별도로 서비스 협상 단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아세안, 중동, 태평양동맹 등과 메가 FTA를 실현시키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양극에 서 있는 두 개의 무역 기조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2020년 통상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그리고 한국이 가야할 방향은 어디인가. 2020년 통상 전망에 대하여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