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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정책의 협력

글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진 한경DB 2017년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에 한국이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미국의 인·태 전략은 한국에서 낯선 개념이었다. 정부도 이런 미국의 요청에 다소 혼선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인도·태평양은 한국을 포함한 지역 국가들의 지정학적·지경학적 상황을 논하고 전략을 구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한국의 신남방정책도 무관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10월 26일 개최된 제22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그동안 신남방정책에 기반한 한국과 아세안 간 협력 성과를 평가하고, 신남방정책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인도·태평양이라는 담론이 지역에 빠르게 확산되며 새로운 지역의 명칭으로 자리 잡는 듯하다. 한국은 한때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 국가로 스스로 정의했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가 아마도 아시아·태평양이란 지역 개념하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제도일 것이다. 지역 개념은 변형되고 진화한다.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겪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기극복을 위한 다자협력을 시작했다.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 등 제도가 이때 출범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이 지역을 규정하는 이름은 ‘동아시아(East Asia)’였다. 이제 아태 지역, 동아시아 지역 등의 명칭이 새로 부상하는 ‘인도·태평양’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듯하다. 이 흐름에서 한국만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역 이름은 단순하게 지역을 지칭하는 기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역 개념은 우리와 직접적으로 전략적·경제적 상호작용을 하는 이웃 국가가 어디까지인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과거 아태 지역 포함 여부가 불분명했던 인도는 한국의 지역 외교정책과 전략에서 소홀히 취급됐다. 마을로 치면 인도는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닌 셈이다. 다른 마을 사람과의 상호작용은 우리 마을 사람과 이루어지는 상호작용과 양적·질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이 대외 전략을, 지역 전략을 구상하고 지역 국가들과 양자적·다자적 상호작용을 구상할 때 우리 지역 범주 밖 국가들에 대한 고려는 상대적으로 가벼울 수밖에 없다. 아태, 동아시아에서 인·태 지역으로 확장은 한국이 대외정책과 지역전략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크게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지역 개념은 한국의 이웃 국가를 새로 구성한다. 새로운 구성원은 지역 내부 상호작용의 동학을 재구성한다. 대체로 인·태 지역은 미국을 포함한 서부 해안에서 출발하는 태평양을 모두 포괄하고 동북아, 동남아를 거쳐 인도양을 건너 인도, 더 넓게는 인도 서부의 인도양을 포함하고 아프리카 동부 해안에 이른다. 남북으로는 러시아 극동지역과 중국을 포함하고 동북아, 동남아를 거쳐 호주·뉴질랜드, 그리고 남태평양 도서국까지 확장된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국가라고 가정한다면 이 넓은 지리적 범위에 포함되는 소지역, 개별 국가, 그 안의 다자협력체, 이 넓은 지역의 이슈들이 모두 한국 대외정책의 일차적 고려대상이 된다. 우리 지역을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인 전략적·경제적 함의를 가진다.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 어디쯤 와 있나? 한국도 나름의 인·태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태 전략 혹은 지역을 선언하거나 수용한 적은 없다. 한국에서 인·태는 아세안과 인도를 대상으로 한 한국의 신남방정책(New Southern Policy)과 다른 국가의 인·태 전략 간 협력으로 나타난다. 2019년 11월 한국 외교부 차관보와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회동에서 중요한 문건 하나가 발표됐다. “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 간 협력 관련 설명서(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United States Working Together to Promote Cooperation between the New Southern Policy and the Indo-Pacific Strategy: Factsheet)”라고 이름 붙인 이 문건이 공식적으로 한국과 미국,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태 전략 간 협력의 시작이다. 2020년 한·미 양국은 한·미 간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의 협력을 재확인했다. 2021년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태 전략 간 협력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2021년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은 구체적으로 동남아/아세안 지역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2020년까지 한국 외교부 내 북미국이 협력을 주도했다면 2021년부터는 아세안국이 전면에 나섰다. 아세안 지역에서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태 전략이 무엇을 함께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초점이 옮아갔다. 5월 한국 외교부 아세안국장과 미국 국부무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아세안에서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의 협력을 논의했다. 같은 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신남방정책과 미국 인·태 전략 간 협력을 공식화했다. 마찬가지로 2021년 2월 한국 외교부 아세안국과 호주 외교부 아세안국은 호주의 인·태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이 아세안에서 어떤 협력을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인·태 전략이 미국의 전유물이 아닌 것처럼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의 협력도 한·미 양자 협력을 넘어선다.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 간 협력은 인·태를 선언한 국가와 신남방정책 간 협력을 모두 포괄한다. 미국·호주·일본·인도의 인·태 전략은 서로 다른 지리적 범주, 정책 강조점을 가진다. 인·태를 ‘전략(Strategy)’이 아닌 ‘지역(Region)’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아세안도 아세안 특유의 포괄성(Inclusiveness)을 특징으로 하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 ASEAN Outlook on the Indo-Pacific)’을 2019년 선언했다. 유럽 국가 중 프랑스는 이미 2018년부터 인도·태평양을 공식화했다. 2020-21년 유럽연합(EU)과 독일, 네덜란드, 그리고 EU를 탈퇴한 영국이 인·태 정책을 발표했다. 이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다른 국가들의 인·태 전략 간 협력, 더 나아가 한국의 지역 전략으로 한국의 독자적 인·태 전략을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 역량을 고려하면 이제 한국도 나름의 지역 전략이 필요하고, 신남방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더 큰 한국의 인·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한국형 인·태 전략의 구상과 선언이 어렵다면 기존 인·태 전략을 가진 국가들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간 아세안 방면에 대한 협력을 주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은 신남방정책이 정책 대상으로 했던 지역이다. 지난 5년간 신남방정책하에서 아세안 지역에 많은 성과를 내왔다. 이에 주목한 미국과 호주, 유럽 국가들이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자국의 인·태전략 간 협력을 원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의 인·태 정책과 한국의 신남방정책이 힘을 합쳐 아세안 국가에 이니셔티브를 취한다면 이는 한국이 인·태에 참여하는 길이기도 하고 신남방정책을 강화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세계 우주산업 분야별 매출 현황(단위: 억 달러) 구분 인·태 전략 신남방정책 지리적대상 태평양·동인도양에 위치한 국가들 아세안, 인도 핵심 협력국 일본, 호주, 인도, 아세안 아세안 목표 중국 견제를 통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수호 한국 경제·외교의 다변화 세부 목표 • 미국의 군사력 증강 및 미국 주도의 안보 네트워크 강화 • 일대일로에 대항한 시장질서 및 규범 확립 • 민주주의 및 굿 거버넌스 촉진 • 평화롭고 안전한 역내 안보환경 구축 • 양자 교역 및 투자 확대 • 인적·사회문화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증진 중점 협력 분야 안보 동맹·파트너국과의 국방·안보 협력 강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 확보 및 인간안보 중심의 비전통적 안보 경제 시장질서 확립 및 민간투자 환경 조성 (디지털·인프라·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무역투자 증진, 인프라 개발, 신산업 및 스마트 협력, 한국기업의 시장 진출 촉진 사회 인·태 지역에서의 민주주의 확산 및 반부패·투명성 제고 쌍방향 인적문화 교류 확대, 신남방지역의 거버넌스 및삶의 질 개선자료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의 협력, 무엇을 할 것인가? 미국을 포함한 인·태 정책을 가진 국가들과 신남방정책이 동남아 방면에서 협력할 수 있는 많은 분야 중 한국의 장점, 동남아의 수요를 감안하면 디지털 분야와 해양 분야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세안 국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디지털 연계성(Digital Connectivity)을 꼽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다. 다른 국가의 인·태 전략과 신남방정책이 아세안 지역의 디지털 역량 강화, 인프라 구축, 디지털 연계성 강화, 디지털 규범, 관련 제도 및 표준(Standard) 형성, 나아가 사이버 안보와 데이터 안전(Data Safety)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기술적인 지원, 인프라 지원뿐만 아니라 관련 규범·제도·표준 형성에 관한 조언과 지원이 필요하다. 디지털 관련 규범·법 제도·표준은 향후 이들 국가의 디지털 관련 발전 경로를 형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제반 거버넌스, 민주주의와 인권에까지 함의를 가진다. 또한 인프라 기반 건설과 표준의 형성은 향후 디지털 분야에서 한국의 시장 확대와 직결될 수 있다. 인·태 국가를 연결하는 동맥은 해양이다. 동남아, 특히 해양부 동남아 국가들에게 해양 문제는 국가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매우 중요하다. 몇몇 동남아 국가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해양 영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동남아 국가 영해에서 일어나는 중국의 불법·비보고·비규제 어업(IUU fishing; 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fishing)은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와 주권이 걸린 문제다. 역량과 장비가 부족한 동남아 국가는 이런 불법적 행동에 맞서 자신의 해양을 제대로 감시하고 통제하기 어렵다. 신남방정책과 다른 국가의 인·태 전략이 협력을 통해 동남아 국가들의 해양상황인식(MDA; Maritime Domain Awareness) 역량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더 나아가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항만의 현대화·디지털화가 긴요하다. 이미 한국과 동남아 국가 사이에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해양환경 보전과 관련된 협력도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다른 국가들의 인·태 전략 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 간 협력이 가진 중요한 과제가 두 가지 있다.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을 포함한 지역 국가들의 인·태 전략 간 협력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해야 한다. 신남방정책도, 한국형 인·태 전략도 우리의 명확한 목표와 지향점이 부재하면 다른 국가의 인·태 전략에 휘둘리기 쉽다.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 간 협력은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에 대한 한국의 동조 혹은 편승이 아니다. 앞서 강조한 것처럼 미국의 인·태 전략은 많은 국가가 가진 인·태 전략 중 하나일 뿐이다. 한국의 신남방정책 혹은 향후 한국이 마련할 수도 있는 한국형 인·태 전략은 한국만의 목표와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 이 목표와 지향점을 실현하는 전략을 설정하고 한국의 전략과 다른 국가의 인·태 전략이 조응하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의 협력 혹은 한국형 인·태 전략을 위한 국내적 기반도 필요하다. 대외정책은 일반 국민의 관심사와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지지를 얻지 못하는 대외정책은 추진 동력을 찾기 어렵다. 왜 인·태 지역이 중요한지, 왜 신남방정책과 인·태 전략 간 협력이 필요한지, 이 협력이 어떻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해야 한다. 신남방정책과 다른 국가의 인·태 전략 간 협력, 한국형 인·태 전략 추진에는 많은 자원도 필요하다. 대상과 이슈가 확대된 만큼 투입되는 자원도 많을 수밖에 없다. 많은 자원을 동원해 다양한 정책 수요자와 효과적 협력을 하기 위해서 정부 내 정책 조율은 필수다. 특정 부처를 넘어선 범부처 정책 조율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외교부도 특정 국가와 지역을 넘어서 인·태 지역 전체를 포괄해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마땅하다. 한국의 신남방정책 혹은 향후 한국이 마련할 수도 있는 한국형 인·태 전략은 한국만의 목표와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 이 목표와 지향점을 실현하는 전략을 설정하고 한국의 전략과 다른 국가의 인·태 전략이 조응하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

Indo-Pacific
인·태 지역을 둘러싼 아세안과 인도의 관점

글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연구위원 사진 한경DB 2017년 미국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Free and Open Indo Pacific)’을 지역 전략으로 공식 표명한 이래, 인도·태평양 공간 개념이 기존 아시아·태평양 공간 개념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인·태는 인도양 국가임에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 아태 지역 정치·경제 다자협력체 참여국 인도를 고려해 인위적으로 가공된 공간이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결합한 인·태 공간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 확보한 영토 때문에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의 77%와 병력 8,000명, 국민 200만 명이 인도양 지역에 있는 프랑스도 포함한다. 러시아가 민간인 우주 관광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일본 갑부 기업인 마에자와 유사쿠와 그의 보조요원 등 2명을 2021년 12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들은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3개월간 본격적인 비행 훈련을 받았다. 아세안의 관점, 아세안 중심성 붕괴 우려 인도양과 태평양을 결합하는 인·태 지도 한복판에 동남아가 위치한다. 그러한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국가는 미국의 인·태 전략 추진으로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이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역내 다자협력 논의는 아세안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아세안은 미국이 인·태 전략의 하나로 다양한 소다자 안보협력체를 추동하고 이의 확대와 연계를 추구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이러한 미국 주도 소다자 안보협력체가 아세안을 제치고 역내 다자협력의 주요한 기제로 부상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아세안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자 안보협의체) 국가는 정상회담 및 외교장관 회의 시마다 아세안 중심성을 존중하겠다는 것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한편, 안보적 측면에서 미국이 인·태 전략의 일환으로 남중국해에서 펼치고 있는 ‘항행의 자유 작전(FONOP; Freedom of Navigation Operaton)’에 관해 아세안 내에서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아세안 정상회의,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에서 남중국해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다분히 국제법적 근거가 미약한 ‘구단선(Nine Dash Line)’에 입각해 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아세안 국가 중 중국과 (잠재적) 영토분쟁 중인 국가는 미국이 주도하는 FONOP을 환영한다. 물론, 이들 국가도 미국의 FONOP으로 인해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싱가포르 소재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가 수행한 2022년 동남아 인식조사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 국가를 택해야 하면 중국을 택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81.8%인 라오스, 81.5%인 캄보디아는 미국 주도 FONOP을 반대하고 있다. 인·태 지역에서 투영되고 있는 미국의 또 다른 안보전략은 역내 국가의 해양능력 배양과 해상상황 인지 능력 배가에 기여하는 것이다. 동남아 지역은 중국과의 영토분쟁뿐만 아니라 해적, 불법어업, 인신매매, 환경오염, 대형 해난 재해 등 다양한 비전통적 안보 이슈가 복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동남아 개별국가와 지역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국가가 해양안보를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갖추고자 하는 ‘정보·감시·정찰(ISR; 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장비와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장비 사이에 차이가 큰, 이른바 ‘ISR 공백’ 때문이다. 한정된 예산의 제약 때문에 다수의 동남아 국가가 위성·무인기 등 고가의 탐지 자산을 구비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양안보에서 동남아 역외 국가의 기여를 수용하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인·태 지역 주요 국가의 해양능력 배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고 선박과 항공기의 공여를 넘어 해안경비 시스템, 해안경비 레이다 기지국 등을 설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남중국해 해양안보 이니셔티브’를 통해 총 34대의 무인 항공기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남중국해 4개국의 ISR 능력 강화에 기여 중이다. 일본과 호주, 인도도 미국과 발맞추어 동남아 국가의 해양능력 배양에 기여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가 비전통적 안보 이슈뿐만 아니라 중국의 공세적 해양활동에 대한 대항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등 쿼드 국가의 기여는 단·중기적 관점에서 동남아 해역 안정에 기여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양능력 배양을 위한 쿼드 국가의 기여가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쿼드 국가가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한 헤징을 염두에 두고 역내 해양안보 이슈에 개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경합이 동남아에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세안 국가는 미국이 안보전략으로 출발한 인·태 전략에 지경학적 측면을 가미하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기치로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2021년 6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G7 회담에서 ‘더 나은 세계 재건(3BW; Build Back Better World)’ 계획으로 명명된 대규모 인프라 추진 사업을 이끌어냈다. 2021년 9월에 개최된 쿼드 정상회담에서는 4국 정상이 기존 양자 및 3자 협력을 넘어서는 4자 인프라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아세안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도 수용하면서 미국·일본·호주가 제안하는 인프라 투자 사업도 병행해 수용하고 있다. 아세안 입장에서 인프라 건설 시장은 광대하며, 미국과 중국이 반드시 경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 정상들이 2021년 9월 24일 백악관에서 첫 대면 회의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인도의 관점, 반중국 감정 고조 인도는 2017년 11월 미국이 인·태 전략을 공표한 이후, 미국 인·태 전략에 유보적 입장을 견지했었다. 그러나 2020년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지역인 갈완 계곡에서의 양국 군인들 간 ‘몽둥이 충돌’로 인해 인도에서 반중국 감정이 격해지면서 인도가 쿼드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호주의 말라바(Malabar) 군사훈련 참여를 불허했던 인도가 2020년부터 호주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영토분쟁에 더해, 인도에서 중국 위협론이 고조된 이유는 중국이 일대일로의 기치 아래 인도가 맹주국임을 자처하는 남아시아 및 인도양 지역에서 항만 등 기간산업 건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인도양 지역에 잠수함을 출몰시키는 등 군사 활동을 증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는 중국·파키스탄 관계 증진을 우려한다. 중국이 파키스탄과 공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파키스탄의 해양능력 배양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의 경우 인도가 자국 영토로 주장하고 있는 카슈미르 일부를 통과한다. 인도는 중국의 ‘진주 목걸이 전략(String of Pearl Strategy)’에 대비해 미국·호주·일본 등 쿼드 국가들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는 2020년 동맹이 아닌 국가와 체결할 수 있는 최상위 협정 중 하나인 위성 데이터 교류를 위한 ‘기본 교류협력 협정(BECA; Basic Exchange and Cooperation Agreement)’을 체결했다. 인도와 호주의 안보협력도 증진하고 있는데, 양국은 2015년부터 2년마다 정기적으로 양자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인도와 일본의 양자 안보협력 역시 점증적으로 증진하고 있다. 이처럼 쿼드의 틀에서 미국·인도·일본 삼자 안보협력이 촉진되고 있다. 인도는 쿼드 국가 외 역내 국가와도 안보협력을 증진 중이다. 스리랑카·몰디브·마우리티우스(Mauritius)·세이셸(Seychelles)을 포함한 인도양 도서 국가들과 접촉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인도가 인도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걸프만과 서인도 지역,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힘의 투사 능력을 증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마우리티우스와 세이셸에 군사 기간시설을 건설하려고 한다. 중국이 스리랑카를 포함한 인도양 국가에 공세적인 항만투자를 통해 수원국을 채무의 덫에 빠뜨리면서 부채 상환을 명분으로 수원국의 항만을 군사적 거점으로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도양 국가에 대한 인프라 투자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한편, 인도는 인도네시아·베트남·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와의 방산 및 위성 협력도 증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인·태 공간에서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일례로 인도는 인도가 쿼드 및 역내 국가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중국 봉쇄 전선에 동참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는 쿼드를 4국이 인·태 지역 제반 안보 의제를 협의하기 위한 포럼으로 운영하거나 재난 구호, 전염병 퇴치, 에너지, 기후변화, 사이버 안보 등 비전통적 안보 의제를 다루는 ‘기능적’ 협력의 틀로 유지하고자 한다. 인도가 2021년 3월 쿼드 장관급 회담을 정상급 회담으로 격상시키는 데 동의한 이유 중 하나는 쿼드가 추진하는 인·태 지역 코로나 백신 공급에 인도가 생산기지 역할을 한다는 실용적 이익 때문이었지,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이유는 아니었다. 인도는 인도가 쿼드 및 역내 국가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중국 봉쇄 전선에 동참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는 쿼드를 4국이 인·태 지역 제반 안보 의제를 협의하기 위한 포럼으로 운영하거나 재난 구호, 전염병 퇴치, 에너지, 기후변화, 사이버 안보 등 비전통적 안보 의제를 다루는 ‘기능적’ 협력의 틀로 유지하고자 한다. 흔들리는 비동맹주의와 전략적 자율성의 미래 아세안과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주의와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중시해왔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지역 전략인 일대일로와 인·태 전략이 경합하면서 아세안과 인도의 전통적 외교 노선이 도전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환경을 최대한 피하려고 아세안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보고서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연계성, 경제협력, 비전통적 안보 등에 중점을 두고 인·태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인도 또한 인도·태평양 이니셔티브(IPOI)에 명시된 해양안보, 해양환경 보호, 연계성, 조난구조, 해양능력 배양 등에 중점을 두고 자국의 인·태 정책을 펼쳐나가면서 쿼드를 군사·안보적 협의체보다는 코로나 백신, 보건, 환경, 첨단기술, 공급망 등 기능 분야 협력체로 끌고 가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세안과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 여부는 미국의 인·태 전략에 이들 두 주체가 얼마나 협조하는가에 있다기보다는, 중국이 역내에서 얼마나 공세적인 군사정책을 펼칠 것인가에 좌우될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친중 국가인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등을 제외한 아세안 다수 국가와 인도는 그들의 인·태 전략을 펼치는 데 있어 안보적으로 미국에 접근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고자 할 것인데, 이 세 가지 사이에서 일정 기간 명확한 우선순위를 정립하지 않고 유연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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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으로 보폭을 넓혀가는 세계의 중추 국가들

글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원장 사진 한경DB ‘인도·태평양’은 주요 국가들의 ‘전략 개념(Concept of Strategy)’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부상으로 지정학적 변화가 만들어낸 새로운 ‘지역 개념(Concept Of Region)’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중추 국가 대부분이 전략적 관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 글에서는 우선 인·태가 새로운 지역 개념으로 떠오른 배경과 전략의 기원을 간략히 검토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인·태 전략 동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중국의 ‘진주 목걸이 전략’ 주요 거점 항구는 바브엘만데브 해협, 호르무즈 해협, 인도양,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로 이어진다. 인도·태평양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양’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인도양은 세계 3대 해협으로 알려진 바브엘만데브(Bab-el-Mandeb)·호르무즈(Hormuz)· 말라카(Malacca) 해협을 품고 있다. 아시아를 중동과 유럽으로 연결하는 주요 ‘해상 통신로(SLOC; Sea Lanes of Communication)’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세계 무역과 에너지 자원의 원활한 수송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양 양단에 위치한 말라카 해협과 호르무즈 해협은 군사 전략적 관점에서 중요한 ‘관문(Choke Point)’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관계이던 독일과 일본은 인도양을 통해 군사적 연결점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했다. 독일과 일본의 인도양 공략이 성공했다면 2차 세계대전의 양상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해양 전략가들은 이러한 전략적 가치 때문에 인도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아시아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중부 사령부와 태평양 사령부는 인도양을 통해 군사 적인 연결성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인도양의 해양질서는 이러한 미국의 패권적 질서 아래서 안정적으로 관리돼왔다. 하지만 중국이 급격히 부상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역 개념’으로서의 인도·태평양과 중국의 부상 중국이 사용하는 원유 80% 정도가 ‘호르무즈 해협 → 인도양 → 말라카 해협 → 남중국해’를 통해 수입된다. 만약 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이용해 호르무즈와 말라카 해협을 틀어막으면, 중국 경제는 한순간에 마비되고 국가전략에도 심각한 차질이 발생한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2010년부터 인도양의 해양 수송로에 군사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이난섬에서 시작해서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스리랑카, 파키스탄에 해군기지를 장기 임차했고, 동아프리카의 거점 국가 지부티의 오보크항에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군사기지를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은 ‘진주 목걸이 전략’이라고 불리는 해군기지 네트워크 구축 전략으로 이어졌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중 ‘일로’, 즉 ‘해양 실크로드’는 인도양을 공략해 해양 수송로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 하지만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중국의 전략은 ‘현상유지’를 희망하는 국가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인도양과 태평양은 미국의 영향력 아래 ‘연결성(Connectivity)’을 유지해왔지만 중국의 배타적 영향력 확보 시도는 이러한 연결성을 위협하고 있다. 연결성 유지의 중요성은 역설적으로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새로운 지역 개념의 태동으로 이어졌다. 지역 개념은 늘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왔다. 아시아에서는 ‘아시아·태평양(Asia Pacific·亞太)’이라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지역 개념이 우세했으나 지금은 ‘인도·태평양(Indo Pacific·印太)’이라는 해양과 해양을 연결하는 새로운 지역 개념이 이를 급속히 대체하고 있는 양상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현상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면 미국·인도·호주·일본과 같은 국가들은 현상유지를 원한다. 현상유지를 원하는 4국은 각각의 인·태 전략을 구비해 지역에 관여하고 있고, 또 쿼드(Quad)와 같은 협력 기제를 만들어 협력하며 인도양과 태평양의 연결성 강화를 위한 ‘해양안보’와 ‘해양협력’ 제고에 공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이 발표한 인도·태평양 행동 계획 • 인도·태평양에 새로운 자원 공금 •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 주도 • 대(對)중국 억지력 강화 • 자율적이고 단결된 아세안 강화 • 인도의 지속적 성장과 지역 리더십 지원 • 쿼드의 구현 • 한·미·일 ‘3각 협력’ 확대 •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탄력성 강화에 협력 자료:백악관 인도·태평양 전략의 진화 인도·태평양 전략의 대주주는 단연 미국이고, 미국의 인·태 전략은 미·중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역내 질서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태가 전략 개념으로 진화하는 데에는 호주와 일본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호주는 인도양과 태평양의 중간에 위치한 국가다. 인도양과 태평양의 연결성 유지는 호주의 ‘사활적(Vital)’ 이익에 해당한다. 중국의 부상이 기존 역내 질서를 흔들기 시작하자 호주는 가장 먼저 인·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개념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용어와 개념의 정착에 호주가 선도적 역할을 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호주의 인·태 전략은 초기에만 하더라도 미·중 경쟁 과열 방지 및 원만한 인·중(印中) 관계 지속과 같은 방어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지만,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오커스(AUKUS)와 같은 안보협력체와 다양한 해양훈련을 주도하면서 중국 견제의 첨병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인·태를 구체적인 ‘전략 개념’으로 발전시킨 국가는 일본이다. 현재는 쿼드로 알려진 ‘안보 다이아몬드(Security Diamond)’로 중국의 진주 목걸이 전략을 견제해야 한다는 구상도 일본에서 나왔다. 일본 아베 총리는 2016년 ‘도쿄 아프리카개발 국제회의’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Free and Open Indo Pacific)”을 일본의 새로운 외교전략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 후 일본은 호주와 함께 미국 인·태 전략의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역내 안보협력과 개발협력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등 거버넌스 구축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미국이 인·태 전략을 채택하는 과정에도 일본은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쿼드 4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는 공백이 발생했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에 소진되고 있던 미국의 외교·안보 자원을 아시아로 전환하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을 추진했었다. 오바마의 아시아 전략은 외교·안보·경제·문화 등 모든 영역을 총망라하는 다면적인 아시아 관여 전략이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아시아 재균형의 핵심전략 기제였다. 미국 주도로 높은 수준의 경제통합을 이뤄내며 자연스럽게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TPP가 국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백악관에 입성하자마자 TPP와 아시아 회귀 전략을 백지화했다. 사실 트럼프는 중국 견제에만 꽂혀 있었지 아시아에 체계적으로 관여할 의향이 없었다. 그런데 초강경 대중 정책을 추진하면서 트럼프판(版) 아시아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발생했고, 마침 아베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태”를 적극 홍보하며 권유하자 이를 자신의 아시아 전략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2017년 아시아 순방길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태”가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전략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는 아시아 순방길에서 자신의 인·태 전략의 핵심이 역내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and Overflight), 법치(Rule of Law), 억압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Coercion), 주권(Sovereignty), 시장질서(Private Enterprise and Open Market)”의 수호 및 강화라고 했다. 쿼드 4국의 인·태 전략은 각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이러한 전략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미·중 경쟁의 중심에 놓여 있는 아세안(ASEAN)은 ‘인·태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AOIP; ASEAN Outlook on the Indo Pacific)’이라는 전략보고서를 선보였는데, 자유롭고 개방된 역내 질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쿼드 4국의 인·태 전략 목표와 대동소이하다. 인·태 전략은 지역의 국가와 제도에 외교적으로 관여하며 공통의 이익을 도출하면서 대상국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에 없는 두 가지 전략 자산을 갖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미국이 공들여 관리해온 동맹과 국제제도라는 전략 자산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러한 전략 자산을 활용하기는커녕 동맹과 국제제도를 경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우를 범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인·태 전략을 수정 보완하면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전략의 다면성을 확충했다. 트럼프의 인·태 전략도 공식적으로는 군사·안보·외교·경제를 망라한 다양한 분야의 관여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군사·안보 영역에 치중돼 진행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역내 인프라 구축에 공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의 국내 정책 중 하나인 ‘더 나은 재건(3B; Build Back Better)’의 국제판이라고 할 수 있는 ‘3BW(Build Back Better World)’를 제안하며 중국의 일대일로에 적극 대응하려는 태세다. 인프라 외에도 다양한 영역에 거버넌스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데 “규칙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쓰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이 밖에도 외교적 관여를 강화하고 있고, 특히 인권과 민주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는 가치외교를 추진하면서 중국을 옥죄고 있다. 동맹과 제도를 적극 활용하며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복원을 도모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 구상 한국 • 신남방정책 • 외교 다변화 “아시아 협력을 통해 만들어가는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 미국 • 인도·태평양 전략 • 중국 견제 “미국과 세계는 인도·태평양 평화와 번영에 기여, 이 지역은 자유롭게 열려 있어야” 중국 • 일대일로 구상 • 미국 견제, 아시아 맹주 도약 “어떤 나라들이 다른 국가의 이익을 해치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냉전 만들도록 하지 않을 것” 일본 •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 중국 견제, 아시아 맹주 지위 수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 위해 지역 평화와 번영에 공헌” 호주 • 아세안·호주 전략 파트너십 • 중국 견제, 지정학적 교두보 “호주의 인도·태평양 구상 참여와 아세안의 균형적 위치가 아세안과 호주 사이의 긴밀한 관게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 유럽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최근에는 유럽의 인·태 관여가 단연 눈에 띈다.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유럽의 주요 국가인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가 각각의 인·태 전략을 마련해 인·태 지역으로 전략적 관심을 전환하고 있다. 유럽 국가의 인·태 전략은 다 전략적 목표가 다르고 미국 인·태 전략과의 협력 정도도 차이가 난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경제적 관점에서라도 인·태의 관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영국은 최근 ‘아세안 대화 파트너(ASEAN Dialogue Partner)’ 지위를 획득했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해놓을 정도로 역내 관여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전통적 해양강국의 지위를 이용한 인·태 해양안보 관여는 괄목할 만하다. 프랑스는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만 놓고 보면 가장 중요한 ‘인도양’ 국가이기 때문에 프랑스의 인·태 관여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일의 인·태 해양안보 관여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독일이 전통적 해양강국이 아니고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은 2021년 영국, 프랑스에 이어 3600톤급 호위함 바이에른(Bayern)호를 역내에 파견하는 결정을 내렸다. 역내 해양안보와 해양협력의 제고는 중국 견제와는 무관한 사안이라는 입장이고, 이러한 독일의 입장은 한국의 외교전략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의 인·태 전략과 인·태 지역 관여는 전반적으로 바이든의 인·태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외에도 세계의 중추 국가들이 각각의 전략을 구비해 인·태에 대한 관여의 보폭을 넓혀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태가 안보·경제·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고, 따라서 이 지역에 대한 관여가 국가 이익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통합된 지역 개념으로서 인·태는 세계 인구의 약 60%가 살면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창출하고 있는 곳이다. 인·태는 세계경제 성장에 3분의 2 정도를 기여하고 있고, 2030년에는 신흥 중산층 90%가 이 지역에 거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달성하는 데도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의 차기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업그레이드해서 본격적인 한국판 인·태 전략을 마련해 역내 관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Overview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무게중심 이동

글 김경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 미국은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5개국을 순방할 때 새로운 아시아 전략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천명했다. 2018년 5월에는 기존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칭했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지역을 확대한 것은 지리적 공간뿐만 아니라 정치적·전략적인 공간으로서도 미국 국익에 가장 중요한 최우선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에 발간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통해 자국을 “인도·태평양 국가”로 정의했다. 인도·태평양의 전략적 중요성은 지정학적·경제적 무게중심이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자국의 이익에 대단히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군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럽 역시 인도·태평양을 미래의 국제질서가 결정될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및 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넓히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유럽연합(EU) 개별국가는 물론 EU 차원에서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식화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부터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육해상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BRI)’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경제적 중요성 부상 미국과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는 이유는 전략적·경제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인도·태평양은 동북아, 인도양 국가들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인도양은 아시아와 유럽과 중동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호르무즈·말라카 등 세계 3대 해협을 끼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로 인해 인도의 지정학적·경제적·전략적 가치도 커졌다. 미국이 인도를 주요 안보 파트너로 지정하면서 양자 관계는 거의 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 경제적 측면에서 이 지역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며, 전 세계 해상 교역의 60%가 통과하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 대국이 몰려 있고 신흥국의 경제적 잠재력 역시 크다. 또한 1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가해 2018년 출범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전 세계 GDP의 13%, 무역의 15% 규모이며, 한국·중국·일본과 아세안 등 15개국이 가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올해 발효됐다. 이 지역이 세계경제의 무게중심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미국 인·태 전략과 중국 일대일로의 충돌 지점 인도·태평양 지역은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중 간 역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최대 격전지가 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이 가장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미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규칙 기반 질서를 위협하는 최대 도전 국가로 중국을 지목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이 대상국들의 도로·철도·항만 등 기초인프라 건설을 통해 ‘공동발전’과 ‘인류번영’을 추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중 간 전략적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쟁점은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다. 남중국해는 전 세계 해상 교역의 30%를 차지하는 요충지이자 석유·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주변국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에 대응해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and Overflight)’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남중국해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약고가 되고 있다. 대만 문제 역시 미·중 간 첨예한 사안이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만해협에서 공세적 무력시위를 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만에 무기지원 등을 하면서 관계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대만 역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자국의 역할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열린 기회의 공간이자 미·중의 최대 격전지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패권 도전을 견제하기 위해 지역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호주·인도와 쿼드(Quad)를 강화하고, 한·미·일 3각 협력, 영국·호주와 오커스(AUKUS) 3자 안보협력체를 결성하는 등 안보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중국 포위를 위한 태평양·대서양 벨트가 구축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한 미국은 40조 달러 규모의 ‘B3W(Build Back Better World)’ 계획을 발표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 인프라 투자 촉진 등 경제협력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러시아와도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반미 연대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경제 중심이자 남중국해·대만·한반도가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열린 기회의 공간”인 동시에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가장 치열한 최대 격전지다.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은 미·중 간 전략 경쟁 심화로 인한 충돌을 우려하고 있으며, 강대국 주도의 안보질서 형성으로 자국의 자율성과 역할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브리핑
세계수출시장 1위 품목, 2년 연속 세계 10위 유지 전년 대비 6개 품목 늘어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분석한 3월 14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국내 품목은 77개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세계 1위 품목 수는 2019년 71개(10위)에 비해 6개 늘었다. 새로 1위에 오른 품목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활용되는 편광재료제의 판, 레이저기기 등 17개다. 산업별로는 화학제품과 철강·비철금속이 전체 1위 제품의 63.6%를 차지했다. 수출 4대 강국(중국·미국·독일·일본)이 1위를 차지한 품목 중 한국이 2~3위로 추격하는 품목은 모두 173개(2위 85개, 3위 88개)다. 코로나19로 2020년 세계 교역이 움츠러드는 중에도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이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다. 수출 주력 품목에서 일본 등 주변국과 벌이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제품 경쟁력 제고 및 차별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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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사업 추진 방향이 궁금하다면?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B2B 해외시장 진출 설명회 코트라(KOTRA)가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지난 3월 7일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B2B 해외시장 진출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코트라는 이날 ‘2022년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사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은 전체 수출기업 수의 1%에 불과하지만 수출액은 65%를 차지하고 있어 한국의 수출 현황이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 또한 전체 수출기업 수 10만 개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10년가량 9만 개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유망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내수 중소중견기업을 수출기업으로 육성해 수출기업 수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코트라가 가진 과제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98.2%는 해외시장 진출 확대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그중 50.5%는 계획만 수립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을 위한 정보가 궁금하다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온라인 긴급 설명회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는 무역업계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3월 4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온라인 긴급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들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코트라, 한국무역보험공사, 전략물자관리원 등 10개 기관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지난 2월 24일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대책반’을 운영해오고 있는 무협은 애로 접수창구에 빈번하게 접수된 기업 애로사항과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참석자들에게 안내했다. 2022년 개정된 중국의 수출 관련 법적 요건과 절차가 궁금하다면? 2022년 중국 식품·화장품 규정 대응 컨설팅 세미나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2월 24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51층 대회의실에서 ‘2022년 중국 식품·화장품 규정 대응 세미나’를 개최했다. 먼저 법무법인 화우는 2022년 개정된 법적 요건과 절차를 중심으로 우리 기업이 반드시 알아야 할 중국법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했다. 이어 중국검험인증그룹코리아컴퍼니(CCIC KOREA)에서는 최신 통관 불합격·합격 사례를 중심으로 중국 식품·화장품 시장 진출 시 주의해야 할 핵심 실무 포인트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라벨·성분 등 중국으로 식품 수출 시 주의사항, 법규 변동으로 인한 인허가 최신 이슈 및 문제가 되는 원료 항목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짚어주어 이해도를 높였다. 대(對)러시아 제재의 주요 내용과 영향이 궁금하다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EU 등의 러시아 제재 주요내용과 영향 웨비나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3월 3일 오전 법무법인 (유)세종과 공동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미국·EU 등의 對러시아 제재 주요 내용과 영향’ 세미나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주도로 시행되고 있는 대러시아 경제제재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 경제와 기업에 미칠 파급 효과와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반도체 등 주요 업종에 대한 미국의 대러 수출통제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 은행을 배제하는 조치 등은 우리 기업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다. 이날 세미나는 최근 추가된 대러 제재의 주요 내용과 우리 기업이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자세하게 제공했다. 공급망 실사법 초안의 주요 내용과 대응방안이 궁금하다면? EU 공급망실사법 대응 웨비나 유럽연합(EU)이 ‘공급망실사법’을 공식화했다. 공급망실사법에 따르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자신의 사업영역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공급업체에 미치는 인권·환경 등 부정적인 영향을 관리해야 한다. EU 공급망 실사 지침안이 이사회와 유럽의회에서 승인될 경우 EU 회원국은 1~2년 내 관련 법률을 제·개정해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은 이미 공급망 실사를 법제화하는 등 우리 수출기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지난 3월 8일 코트라 브뤼셀무역관과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가 공동으로 ‘EU 공급망실사법 대응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날 웨비나에는 리드스미스(Reedsmith) 법무법인의 김진우 변호사가 연사로 참여해 공급망실사법 초안의 주요 내용과 대응방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중국의 브랜드 현황과 소비자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중국 디지털마케팅 트렌드 컨설팅 세미나 소비시장의 크기가 큰 만큼 더 많은 경쟁자와 까다로운 소비자 사이에서 더 깊은 통찰이 필요한 곳이 중국 시장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쉽게 생각하고 안이하게 대처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3월 23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51층 중회의실에서 ‘중국 디지털마케팅 트렌드 컨설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올인하는 숏폼 플랫폼에서의 마케팅과 커머스(김현주 아이콘차이나 대표) △각종 데이터와 지표로 분석하는 중국 브랜드 현황 및 소비자 트렌드(김정수 비헤이브글로벌 본부장) 등을 소개했다. 또한 중국 디지털마케팅 심화 컨설팅 간담회도 진행했다.

글로벌통상뉴스

미국, 2022년 통상정책의제(Trade Policy Agenda) 발표 2022년은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2년 차이자 중간선거가 시행되는 해다. 임기 전반기의 성과를 평가받고 후반기의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시점에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인플레이션, 미·중 갈등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변수에 직면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3월 1일 발표한 ‘2022년 통상정책의제(Trade Policy Agenda)’에 따르면 미국은 근로자, 환경, 불평등 해소 등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등 무역협정 파트너에게도 ‘미국의 기준’ 적용을 요구하는 동시에 공동대응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의 통상정책 기조는 지난해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중간선거를 위한 성과 확보에 주력할 것이다. 호주 통상장관 “4~5월 중 IPEF 공식 출범 가능” 아시아태평양 국가 통상장관들이 이르면 4월 초 만나, 미국 바이든 행정부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공식 출범하고 관련 협정안을 확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댄 테한 호주 통상관광투자 장관이 3월 28일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미·호 전략통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댄 테한 장관은 이날 <인사이드 유에스 트레이드>지와의 인터뷰에서, IPEF와 관련하여 그간 당사국 장관들 및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협의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이르면 4월이나 5월 중에 구체적인 발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 당국도 3월 초 USTR 전략정책계획서를 통해 IPEF 관련 세부 내용이 근시일 내 발표될 것이라고 명시하는 등 조만간 관련 내용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주요 농산물 ‘수출 허가제’ 도입 해상 막힐 경우 육상 경로 준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주요 농산물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도입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현지 매체를 인용해 3월 6일 보도했다. 인테르팍스 우크라이나 통신은 밀·옥수수·해바라기씨유·달걀 등 주요 농산물을 수출하는 무역업자는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이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주요 곡물·식물성 기름을 수출하는데, 특히 해바라기씨유 최대 수출국이다. 전쟁 시작 후 우크라이나 정부는 호밀·귀리·기장·메밀·소금·설탕·육류·가축의 수출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철도회사는 육로를 통해 수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韓 비우호국가 지정… 각종 제재 예상 속 국내 기업 피해 우려 러시아 정부는 3월 7일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 목록을 발표하면서 이 목록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외국 채권자에 대해 외화 채무가 있는 러시아 정부나 기업, 지방정부, 개인 등은 해당 채무를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목록에는 또 미국, 영국, 호주, 일본과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대만, 우크라이나 등이 들어갔다.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국가들에는 외교적 제한을 포함한 각종 제재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에는 현재 40여 개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 대만, IPEF 가입의사 정식 발표 “IPEF 연대 강화에 기여할 것” 존 덩 대만 무역장관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대만의 정식 가입 의지를 밝히고, 대만의 참여는 IPEF의 연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3월 9일 글로벌 공급망 내 대만의 역할을 주제로 한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나온 것으로, 덩 장관은 IPEF의 정식 회원에 포함시킬 것을 미 정부에 촉구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말 IPEF 구상을 밝히고, 올해 중 출범을 추진 중이며 뉴질랜드·싱가포르·호주·말레이시아·한국·베트남·일본 등과 관련 논의를 진행한 상태이나, 대만의 참여에 대해서는 아직 밝힌 바 없다. EU, 미 IT 공룡 독점 막는 ‘디지털 시장법’ 합의 유럽연합(EU)이 3월 24일 구글·메타 등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는 ‘디지털 시장법(DMA)’에 합의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데이터와 플랫폼 접속을 제어하는 회사인 이른바 ‘온라인 게이트키퍼’에 대한 규칙을 담고 있다. 온라인 중개 서비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 엔진, 운영체제, 온라인 광고, 클라우딩 컴퓨팅, 웹브라우저, 가상 비서 등의 서비스가 이에 속한다. 이들 IT 기업이 자사의 서비스를 경쟁사 서비스보다 우위에 둔다거나, 사용자가 미리 설치된 소프트웨어나 앱을 제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이는 이용자가 하나의 네트워크에 묶이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주미 중국 대사 “제재는 해법 아냐" 러와 ‘정상적 무역관계’ 유지 친강 주미 중국대사는 3월 20일 CBS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할 것으로 미국이 보는 것은 허위 정보”라며 “러시아와는 정상적인 무역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은 물론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될 재정적 지원을 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에 확답하지 않으면서도 러시아와의 전통적인 관계를 지속해서 이어나가겠다는 의미다. 이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화상통화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인 지원을 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영국과의 철강 합의에 중국계 기업에 대한 감사 조항 포함 미국은 3월 22일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이어 영국과도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분쟁 해결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소유의 영국 철강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도 합의 내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영국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이 232조 관세 적용을 받지 않고 미국 시장 진입이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안에는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폐지하고 저율관세할당제(TRQ)로 대신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영국 측은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철회에 따라 위스키·청바지·모터사이클 등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보복관세를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

현장 스케치
한·미 FTA 발효 10주년 굳건한 한·미 경제동맹 및 공급망·경제안보 협력 강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국회 대표단은 3월 14~18일 워싱턴DC와 미시간, 뉴욕을 방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기념하고 미 정부와 의회, 두뇌집단(싱크탱크), 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현장지원 활동을 추진했다. 지난 3월 15일자로 발효 10주년을 맞이한 한·미 FTA는 명실공히 양국 경제협력 관계의 핵심 기반이 돼 양국의 교역과 투자 증진에 기여했다. 정부 및 국회대표단은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미 의회 등과 공동으로 워싱턴DC에서 대한상의와 미상의(US Chamber of Commerce)가 주최하는 ‘한·미 FTA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한 한·미 FTA 10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논의했다. 또한 우리 대표단은 한·미 FTA 타결, 비준 과정에서 많은 기여를 한, 미 의회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한·미 경제동맹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지지에 사의를 표하고, 대(對)러 수출통제 공조, 인·태 경제프레임워크, 무역확장법 232조 등 한·미 통상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한미경제연구소(KEI)가 공동 주관한 ‘한·미 FTA 10년의 평가와 미래’ 세미나, 국제통상협회(WITA) 초청 화상토론을 통해 한·미 FTA의 성과 평가와 향후 한·미 통상협력 방향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마지막 일정으로 뉴욕에서는 미국 외교협회(CFR) 등과 한·미 경제안보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하고,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 한국 기업인 및 외국인 투자가를 대상으로 한·미 FTA 10주년 기념 현장지원 활동을 전개했다. 한·미 통상장관, 양국 반도체 공급망 협력 현장 첫 동행 USTR과 공동으로 美 미시간 ‘SK실트론CSS’ 공장 방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FTA 10주년 기념식에 이어 3월 16~17일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함께 미시간 소재 ‘SK실트론CSS’ 반도체 생산공장을 방문하고 한·미 통상장관 회담을 가졌다. 지난 3월 16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 USTR 대표는 미국 미시간에 위치한 SK실트론CSS를 방문했다. 양국 통상 수장이 미국 내 한국 기업의 반도체 투자 공장을 함께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SK실트론CSS는 SK실트론이 2020년 미 듀폰(DuPont)사의 웨이퍼사업부를 4억5,000만 달러에 인수해 설립한 기업으로 ‘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SiC(실리콘 카바이드·탄화규소) 웨이퍼’를 생산해 미국과 한국에 공급하는 한·미 양국의 경제·산업 성장 및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이상적인 사례다. SK실트론은 향후 3년간 3억 달러 투자로 150명의 추가 고용을 통해 미국 전기차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에서 생산된 SiC 웨이퍼를 국내 중소기업이 도입해 전력 반도체 생산에 활용함으로써 국내 전기차산업과 재생에너지 보급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등 국내 공급망 및 국내 신산업 생태계가 성장하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미 반도체 이온 주입 장비 전문회사인 액셀리스(Axcelis Technologies)의 팀 오레간(Tim O’regan) 투자총괄을 만나 액셀리스의 투자 확대 및 신규 고용계획을 확정했다. 이는 미시간 SK실트론CSS 설립에 이어 한·미 간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트렌드
물과의 전쟁, 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라

공기 중의 물을 제습과 동시에 정수하는 정수기부터 바다를 청소하는 해양 정화 로봇, 최적의 물질 배합을 통해 초원에서도 어류 양식이 가능한 ‘호적환경수’에 이르기까지 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각국의 비즈니스를 소개한다. 물 부족을 해결하는 스마트한 솔루션 수도 설비 없이 손 씻기가 가능하다? 초원에서 해수어를 키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가능케 한 일본 연구팀들이 있다. 도쿄대학의 환경 스타트업 워타는 손씻기 스탠드 ‘워시(WOSH)’를 개발했다. 보통 손 세정에 물 12리터가 드는데, 워시는 사용한 물을 반복적으로 정화해 20리터의 물로 500회 이상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다. 손뿐 아니라 샤워가 가능한 ‘워타 박스(WOTA Box)’도 있다. 물 100리터로 100명이 샤워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설비다. 사용한 물을 98% 이상 재생해 순환 이용하는 독자적인 물 처리 자율제어기술인 워타 코어(WOTA Core) 덕분에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물의 정화 등을 처리하는 구조라 친환경적이며 미래지향적이다. 그리고 최근 어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육상 양식’을 가능케 한 기술이 있는데, 오카야마 이과대학의 야마모토 도시마사 준교수 연구팀은 몽골같이 해수가 없는 곳에서 해수어를 키울 수 있게끔 ‘호적환경수(好適環境水)’를 개발했다. 양식 대상이 필요로 하는 필수 원소와 농도를 조정하고 제공하는 인공 사육수다. 호적환경수를 사용할 경우 물고기가 스트레스도 덜 받고 빠르게 성장하는 장점이 있다. 물 부족이나 식량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기적의 물이다. 작지만 똑똑한 인공지능 ‘클리어봇’ 범람하는 해양쓰레기는 전 세계의 골칫거리다. 홍콩은 국토 면적이 한국의 1.1%에 불과한데도 매년 약 1억5,000만 톤의 해양쓰레기가 발생한다. 청정한 바다가 특징이던 ‘향기로운 항구’ 홍콩은 인구 증가와 쓰레기 더미로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홍콩 정부는 수질 오염 개선을 위한 해양 정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얼마 전 빅토리아항구에 작고 귀여운 해양 정화 로봇이 등장했는데, 홍콩 스타트업에서 해양 폐기물 수거를 목적으로 개발한 ‘클리어봇’이다. 1시간에 250kg 부유 폐기물 수거가 가능한 이 로봇은 물에 뜨는 진공청소기인 셈이다. 전통적인 수거 방식보다 비용 면에서 15배나 저렴하고 효율성은 2배 이상 높다. 사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 최대 4~8시간 작동해서 약 1톤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기특한 로봇이다. 로봇 내 위치 센서를 통해 원격조정은 물론이고 자동 작동도 가능하다. 스스로 도킹 스테이션에 들어와 충전도 할 수 있다. 수거한 쓰레기들은 재활용업체와 손잡고 소중한 자원으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이런 혁신기술을 꾸준히 개발해간다면 환경오염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로만 제조하는 생수 대만도 기후변화로 우기에 비가 오지 않고 가뭄으로 심하게 고생을 하는 상황이 됐다. 2021년에는 4~6월, 일주일에 이틀은 수돗물이 끊긴 상태에서 생활하는 불편을 감수할 정도로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플러그만 꽂으면 알아서 생수를 만들어주는 생활가전이 나와서 화제다. 공기 중 수분을 정화해 물로 응결시키는 ‘아크보(ARKVO)’는 공기청정기와 제습기, 정수기가 결합된 스마트 가전이다. 공기청정기, 제습기, 냉온열수 정수기 기능이 하나의 본체 안에 내장된 만큼 헤파 필터와 정수기 필터, 생수 가열장치, 살균 램프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제습기는 압축기와 냉각기를 통해 공기 중 수분을 물로 응결시킨다. 그렇게 아크보는 습도 60%, 온도 27℃의 실내환경에서 하루 16리터에 달하는 생수를 만들어낸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하루에 생수 10리터 생성은 거뜬한 상황이다. 수질 측정 장치도 내장돼 있어 정수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본 제품은 중국과 두바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아크보 같은 제품은 기후위기 속에서 물 부족을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응답하라 무역정책

국내복귀 기업의 새로운 도전을 위한 지원사업 코트라(KOTRA)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위해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조세 감면과 유턴보조금·고용보조금·인력 등의 지원은 물론 연구개발(R&D) 사업 참여 기업이나 스마트공장 구축, 로봇 활용 기업에도 다양한 혜택을 준다.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와 새로운 기회를 찾는 기업을 든든하게 응원하는 ‘국내복귀기업 지원사업’에 대해 알아보자. #국내복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감이 커지고, 생산 차질과 물류비 증가를 경험하면서 많은 해외진출 기업들이 국내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해외로 나간 기업 중 최근 국내복귀를 검토하고 있는 기업은 약 30%로, 그 수가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국내복귀 이후의 안정성과 과정의 어려움 때문에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복귀’란 해외진출 기업이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 또는 축소(국내에 사업장이 없는 경우 해외사업장 유지 포함)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외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장을 국내에 신설·증설하는 것을 말한다. #선정요건 ① 2년 이상 해외 제조사업장 운영 해외사업장에서 한국 표준산업분류상 ‘제조업’ 또는 산업발전법상 ‘지식서비스산업’을 2년 이상 운영한 기업 ② 해외 및 국내 사업장의 동일한 실질적 지배자 해외사업장과 국내 신·증설 사업장을 운영할 신청기업의 실질적 지배자(지분 30% 이상 보유 등)가 동일할 것   ③ 해외사업장 구조조정 해외사업장을 청산·양도하거나 생산량을 축소(25% 이상)한 기업 (단, 기존 국내사업장이 없는 경우 해외사업장 유지 가능) ④ 국내복귀 시 해외사업장과 동일업종 운영 해외사업장의 업종과 국내 신·증설하여 운영할 사업장의 업종이 한국표준산업 소분류상 동일할 것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른 외국인 투자에 대한 지원 혜택(조세·임차료 감면 등)을 받은 기업이 아닐 것 #대표지원제도① #법인세·소득세 감면 국내복귀 기업의 원활한 사업정착을 위해 법인세 또는 소득세 감면 혜택을 지원한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이외의 지역에 창업하거나 사업장을 신설하는 기업이 대상으로 복귀 유형에 따라 최대 7년간 50~100%의 법인세 또는 소득세를 감면해주며 신설 사업장에서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세액감면이 적용된다. 단, 이전일부터 5년 되는 날이 속하는 과세연도까지 소득이 발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전일부터 5년 되는 날이 속하는 과세연도부터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간주한다. 신청시기 최초 소득 발생한 과세연도의 다음 해에 세액감면 신청 신청장소 신청기업 소재지 관할 세무서 #대표 지원제도② #해외인력 고용지원 특정활동사증(E7비자) 발급 지원과 고용허가제에 의한 고용허용인원 추가지원(E9비자) 두 가지로 나뉜다. E7비자는 선정된 국내복귀 기업의 외국인 생산관리자가 신청 대상이다. 조건은 해외현지 사업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하거나 학위가 없는 경우 해당 직종 기술자격증 보유 또는 해당분야 전문가임을 입증할 수 있는 수상경력, 관련 언론 보도 또는 코트라 현지 무역관의 확인을 받은 경력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단 국내사업장 고용보험 가입 내국인 피보험자(3개월 평균) 수의 30% 범위에서 허용 인원을 산정한다. E9비자는 상시근로자가 300인 미만이거나 자본금 80억 원 미만 기업이 대상으로 과거 1년간 내국인 고용인원만큼 외국인 근로자 추가고용을 허용해준다. #대표 지원제도③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선정된 국내복귀 기업이 정부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사업 참여 시 가점을 받는 제도다. 자동화솔루션 구축사업 참여 시에는 3점을 부여하며 총 사업비의 50%, 1억 원 이내로 지원한다. 제조기업 로봇 도입사업 참여 시에는 2점을 부여해 총 사업비의 50%, 3억 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또한 자금대출 심사 시 부채비율 심사를 면제해준다. #신청방법 및 기한 제출방법 신청서 원본 우편송부, 신청서 및 첨부서류 스캔본 이메일 송부 제출처 코트라 국내복귀기업지원센터 주 소 (06792) 서울시 서초구 헌릉로 13, 코트라 유턴지원팀 문 의 02-3460-7361~4 이메일 reshoring@kotra.or.kr

역사의 수레바퀴
칼과 십자가를 들고 예루살렘으로 향한 이유는?

“신께서 원하신다(Deus le volt).” 이 한마디에 자연스럽게 신이 이끄는 전쟁이 시작됐다. 겉으로는 십자군 전쟁이 종교적·정신적·감성적인 것으로 촉발돼 보인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따져보면 그 배경엔 경제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는 법. 중세 유럽인들이 그처럼 대외 공격·팽창의 목소리에 쉽게 감응하고 그런 공격적인 움직임이 오래 지속된 데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글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차장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까지 진행된 십자군 전쟁의 전 기간은 유럽의 인구가 증가하던 때와 겹친다. 인구 관련 사료가 상세하게 남아 있는 잉글랜드의 경우, 12세기 하반기 0.2%이던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13세기가 되면서 0.75%로 상승했다. 이처럼 갑자기 인구가 늘면서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게 됐다. 가축과 목재, 토탄(土炭) 등도 더 많이 요구됐다. 반면 이들 자원을 공급할 농지는 점점 부족해져갔다. 생산성 증대가 미약했던 전근대 시대에는 한정된 지역에서 부양할 수 있는 인구 규모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사회적으로 높아진 인구압을 해소할 필요성이 점점 커졌다. 이는 대외 팽창, 혹은 대규모 인구 이주라는 형태로 해결책을 찾았다. 성지 예루살렘으로 향한 십자군뿐 아니라 스페인 지역에서의 레콩키스타(국토회복운동), 슬라브족이 거주하는 동방 이교도 지역으로의 게르만계 집단 이주 등은 모두 높아진 인구압을 해소하기 위한 밸브 역할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무역과 금융업 발전 십자군 원정에 따른 대규모 병력 이동은 지중해 지역에서 활약하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교역망을 더욱 원활하게 작동케 하는 효과도 있었다. 당시 지중해 동부 지역에선 향신료와 비단, 상아, 유리 등 사치품을 중심으로 한 상업 교역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이들 상업망의 상당 부분은 아말피와 나폴리, 살레르노, 바리, 피사, 제노바, 베네치아 등이 담당하고 있었다. 이슬람 세력의 흥기로 이탈리아 상인들의 주도권이 위협받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십자군 운동이 불거지면서 이탈리아 상인들은 외부 위협을 극복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1096년 1차 십자군이 결성되자 제노바의 상선들은 십자군과 성직자들을 성지로 실어 날랐다. 그리고 곧이어 각종 군사 보급품을 안티오크 지역에 공급하면서 무역특권까지 요구했다. 당시 아말피와 베네치아, 제노바, 팔레르모 같은 이탈리아 도시국가들과 이집트, 비잔티움 제국은 노예와 철, 목재, 비단, 명반(明礬), 자주색 옷감과 염료 등의 물품을 두고 일종의 삼각무역을 시행 중이었는데 십자군 원정은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에 큰 힘이 됐다. 노예교역과 해적질, 성유물 약탈 등은 수익이 많이 남는 사업이었고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은 이런 알짜 사업을 놓치지 않았다. 11세기가 되면서 베네치아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부터 비잔티움 및 동지중해에서의 비잔티움 식민지들과 독점적으로 교역할 특권을 얻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에 따라 안티오크와 타르수스, 에페수스, 헤라클리온, 아드리아노폴리스, 살로니카(현 테살로니키), 아테네, 코르푸 등 레반트 지역에서 독점 교역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물품교역 외에도 이탈리아 상인은 십자군을 파견하는 왕과 제후를 고객으로 삼아 재력과 신용을 기반으로 돈을 빌려주면서 금융업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은행과 신용대출, 이자 등을 다루는 금융산업이 발전했다. 14세기가 되면 제노바를 중심으로 복식부기도 등장하게 된다. 이처럼 지중해 지역에서의 활발한 교역은 유럽 전역의 상업적 움직임을 자극했다. 샹파뉴 정기시와 같은 프랑스 남부 지역의 상업활동이 두드러졌고, 멀리 북유럽 지역에서도 한자동맹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선진 이슬람 문명을 받아들인 유럽 정치적·군사적 측면에선 십자군은 “인종과 종교에 상관없이 그들의 칼이 닿는 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쳐서 쓰러뜨렸다”(한스 에버하르트 마이어 전 독일 킬대학 교수)는 평을 들으면서 ‘유럽과 아랍 문명권 간 지긋지긋한 피의 대립관계의 시작’(스티븐 런시맨 전 옥스퍼드대 교수) 역할을 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당시 뒤처졌던 유럽이 선진 이슬람 문명을 접하면서 얻은 이익이 컸다. ‘신께서 원하신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후 세계 역사의 향방과 경제발전에 십자군 원정이 큰 역할을 한 것만은 명확하다. 비록 칼과 십자가를 들고 예루살렘으로 향했던 이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해외무역 지상중계
세계일류상품으로 글로벌 시장 장악 ㈜씨티씨바이오

동물의약품에서 시작해 인체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코로나19 신속항체진단키트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혀온 생명공학기업 ㈜씨티씨바이오. 2008년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의 ‘세계일류상품 및 생산기업’으로 선정된 후 FTA를 활용한 수출에 박차를 가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글 이선민 기자 사진 박충렬 ㈜씨티씨바이오는 1993년 동물용 사료 유통전문회사 ‘세축상사’로 창업한 뒤 2000년 인체의약품 사업을 시작하며 ㈜씨티씨바이오로 사명을 바꿨다. 현재는 동물의약품, 인체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진단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 제약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씨티씨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를 목표로 할 수 있게 해준 핵심기술은 미생물 발효기술(사료첨가용 효소제 및 생균제 개발·생산), 약물코팅기술 & 약물전달기술(DDS; Drug Delivery System)이다. 특히 자체 기술력을 이용해 개발한 사료용 효소제 씨티씨자임(CTCZYME)은 세계일류상품 선정 및 장영실상을 수상했고, 필름형제제(ODF)와 복합제 등 기존 의약품 대비 편의성과 효율성이 증대된 의약품을 개발 출시하며 대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020년 ㈜씨티씨바이오는 코로나19 신속항체진단키트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출허가에 이어 유럽CE 인증과 ISO13485 인증까지 받으며 수출을 위한 모든 인허가 절차를 완료했다. 동물의약품과 인체의약품, 건강식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씨티씨바이오가 신사업인 진단 분야까지 확장하며 생명공학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매김하는 순간이었다. “축적된 연구력과 자본력, 마케팅을 바탕으로 진단 영역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국적 기업과의 제휴로 다양한 기술 보유가 가능해지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사업 확대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씨티씨바이오 이재환 상무는 창업정신을 바탕으로 고객 중심, 연구 중심 회사로 발돋움하며 해외진출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15년 연속 ‘세계일류상품’ 해외시장에서 신뢰 높여 ㈜씨티씨바이오는 2007년 씨티씨자임 수출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 후 수출업무를 전담할 자체 인력을 고용해 수출증가에 대비했다. 2008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해 베트남·인도네시아·페루·칠레 등에 수출 중이다. 이 상무는 코트라(KOTRA)의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된 것이 해외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세계일류상품 및 생산기업은 기술개발과 금융·인력, 해외 마케팅까지 관련기관으로부터 패키지 지원을 받습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씨티씨자임이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어 지금도 해외 마케팅에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일류상품’은 생산기업의 글로벌화를 지원함으로써 수출 품목을 다양화하고 수출 저변을 확대하고자 2001년 도입됐다. 이 상무는 “세계일류상품에는 세계일류상품 로고를 사용할 수 있어 제품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높일 수 있었고 수출상담회나 해외 박람회 등에 참가할 때도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수출이 잠시 주춤했으나 최근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용 코로나백신의 수출 허가를 받았다. 새로운 각오로 수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다시 한 번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세계일류상품 선정이 수출의 동력 2008년 ㈜씨티씨바이오의 동물의약품 대표제품 씨티씨자임이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됐다. 그 당시 옥수수 등 기존 사료 원료 가격이 급등했을 때 ‘야자박’, ‘팜박’ 등 가격은 저렴하나 가축의 소화기관 내 소화율이 낮은 대체 사료 원료의 문제점을 해결한 효소제품이라는 점이 인정받은 것이다. 세계일류상품 선정을 통해 수출 홍보에 적극 나설 수 있었으며 특허출원비 할인, 해외 지부 현지 지원 서비스, 대출 한도와 금리에서 우대를 받으며 기술개발에도 과감히 투자할 수 있었다.

숨고 가이드
안석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마스터

농식품 수출 노하우 전수 통해 글로벌 기업 육성 안석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출마스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국내 농식품 분야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우수농식품 패키지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은 수출마스터의 꼼꼼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분야 수출업력 20~30년의 수출마스터가 수출 컨설팅, 제품 개발, 해외 판촉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챙겨준다. 글 이선민 기자 사진 이소연 aT의 수출마스터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T는 국내 농식품 수출 기본 역량 및 성장 가능성이 있는 수출 초보기업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우수농식품 패키지 지원사업을 시행 중입니다.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을 통해 경쟁력 있는 수출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죠. 수출마스터는 이 사업에 선정된 기업을 전담해 수출 업무를 종합적으로 컨설팅해주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수출마스터는 농식품 사업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을 뿐 아니라 해외 주재원으로서 농수산식품의 수출 일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던 분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샘표 중국지사, 중국 유통그룹 등에서 10년을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현재 해외 근무 경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아홉 분의 수출마스터가 일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컨설팅을 해주시나요? 사업에 선정된 신선농산물 및 가공 농식품 수출업체에 유형별 사업 메뉴를 수출 단계에 맞춰 차등 지원하는데요. 수출마스터는 그 업체에 어떤 메뉴가 필요한지부터 어떻게 적용할지 모두 컨설팅해주고 있습니다. 수출 초보 패키지에는 수출 컨설팅, 제품 개발, 수출 준비 등 3개 사업에 8개 메뉴가 해당합니다. 여기엔 포장 디자인 개발이나 해외인증 등록, 홍보 콘텐츠 제작 등 수출 준비단계의 과정을 지원합니다. 수출 고도화 패키지에는 6개 사업에 16가지 사업 메뉴가 포함돼 있습니다. 시장개척을 위한 현지 시장조사나 개별 박람회 참가 및 바이어 초청, 해외 판촉, 미디어 및 소비자 체험 홍보 등이 수출 고도화 패키지에 해당되지요. 수출마스터는 이러한 메뉴가 기업에 적절히 지원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aT 우수농식품 패키지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수출 초보 패키지는 최근 3년간 평균 수출실적 1만~10만 달러 미만 및 국내 매출 10억 원 이상 기업이 대상이고, 최근 3년간 평균 수출실적 10만~500만 달러인 기업이나 500만 달러 이상의 기업은 수출 고도화 패키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매년 1월 중순경 aT 홈페이지를 통해 사업공고가 나가고 2월 중 46개소 내외의 업체를 선정한 후 3월부터 11월까지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컨설팅 업체 중 기대 이상으로 수출에 성공한 기업이 있었나요? 지난 2년 동안 11개 기업의 수출을 지원했는데 그중 현미유를 수출한 업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연간 2만 달러 정도의 수출실적이 있는 회사였는데, 수출 담당이 초보자였습니다. 수출 패키지 메뉴 중 수출 역량 육성, 지식재산권 해외 출원, 제품 디자인, 해외 바이어 발굴 등을 지원했는데 연말에 6만 달러 이상의 실적이 나왔습니다. 농식품 수출의 경우 각국의 위생 규정이 다르고 까다로운 편이라 수입통관 지식을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농식품에 대한 글로벌 반응이 호의적이어서 지난해 113억5,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수출에 성공하려면 이렇게! ❶ 최고경영자의 수출 마인드가 중요하다 수출은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므로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최고경영자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꾸준히 도전하는 기업이 수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❷ 외국어 홍보물 등 사전 준비를 반드시 한다 해외 바이어에게 제공할 소개자료를 외국어로 준비하고 수출하려는 국가가 요구하는 인증 취득도 사전에 해두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수출 전담 인력을 내부에 두는 것도 매우 현명한 방법이다. ❸ 현지 바이어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상품을 수출할 때 현지인의 반응이나 요구를 가장 잘 아는 이가 바로 현지 바이어다. 현지 바이어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포장이나 디자인, 홍보문구 등을 정하면 수출에 큰 도움이 된다. 문의: aT 수출전략처 수출기업육성부☎ 061-931-0862 이메일: voucher@at.or.kr

FTA Analysis
미리 보는 한·인도네시아 CEPA 분석

한·인도네시아 CEPA 체결로 기존 한·아세안 FTA보다 개방 수준이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의 인도네시아 수출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인도네시아 CEPA 발효 시 기대되는 체결효과, 주요 내용, 주요 수혜기업들의 준비사항 등을 소개한다. 글 임은주 서울세관 수출입기업지원센터 기업지원1팀장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2020년 12월 18일 정식 서명돼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와 한·아세안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비롯해 한·인도네시아 CEPA 체결국이다. 한·인도네시아 CEPA 체결 효과 첫째, 한·인도네시아 CEPA는 RCEP 대비 3.3%, 한·아세안 FTA 대비 14.7% 시장접근을 개선하였다. RCEP과 한·인도네시아 CEPA를 통해 우리나라는 최종적으로 전체 품목 중 95.8%, 인도네시아는 94.8%의 관세를 철폐하였다. 둘째, 한·인도네시아 CEPA는 RCEP에서 미개방 또는 장기철폐된 우리 관심 품목에 대해 추가 관세철폐, 철폐기간 단축 등 수출 여건을 개선하였다. 인도네시아는 자동차 강판용 철강제품, 자동차부품 수출 금액이 큰 우리나라 주력 품목 및 기계부품, 섬유 등 중소기업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였다. 또한 RCEP에서 장기(10~15년) 철폐한 자동차부품(트랜스미션·선루프 등), 정밀화학제품 등도 즉시 또는 5년 이내에 무관세를 적용할 예정이다. 셋째, 섬유·의류 등 복잡한 품목별 원산지 기준을 단순화하고, 기계·전자전기 등 역외산 부품 조달이 용이한 기준을 반영하는 등 원산지 기준을 기존 한·아세안 FTA 대비 기업 친화적으로 개선했다. 넷째, 인도네시아는 순차적으로 인증수출자(2년 내 도입), 수출자·생산자(원칙적으로 10년 내 도입) 자율증명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특혜관세 사후신청을 허용함에 따라 한·인도네시아 CEPA 활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원산지증명 발급은 RCEP과 유사 한·아세안 FTA에서는 발급기관에 의한 원산지증명서 발급만 허용됐다. 그러나 한·인도네시아 CEPA는 RCEP과 마찬가지로 발급기관에 의한 원산지증명서, 인증수출자에 의해 작성된 원산지신고서, 수출자 또는 생산자에 의한 원산지신고서를 인정한다. 단, 협정의 발효일 후 10년 내에 수출자 또는 생산자에 의한 원산지신고서를 이행한다. 원산지 증명은 발급 또는 작성된 날부터 1년 동안 유효하다. 원산지 증명은 종이 서식의 원산지증명서, 전자 원산지증명서를 인정한다. 원산지증명서는 선적 전이나 선적 시, 또는 선적일 후 달력상 7일 이내에 발급돼야 한다. 예외적인 경우 원산지증명서는 선적일부터 1년 내에 ‘소급 발급’이라는 문구를 기재해 발급될 수 있다. 원산지검증 절차나 회신기간은 한·아세안 FTA와 유사 수입 당사국은 수출 당사국의 발급기관에 무작위로 또는 수입 당사국이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는 경우 사후 검증을 수행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사후 검증에 대한 요청을 접수한 수출 당사국의 발급기관은 접수 후 2개월 내에 그 결과를 회신한다. 수입 당사국이 사후 검증의 결과에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 수입 당사국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수출 당사국에 검증방문을 요청할 수 있다. 최초의 검증방문이 수행된 첫날부터 최대 6개월 내에, 실제 방문과 검증 대상 상품이 원산지 상품인지 여부에 대한 결정을 포함한 검증방문 절차가 수행되고, 그 결과가 관련 발급기관에 통보된다. 통과 및 보관 중인 상품에 대한 경과규정은 RCEP 규정과 유사 발효를 앞두고 있는 협정은 통과 및 보관 중인 상품에 대한 경과 규정의 적용대상과 절차 등을 살펴보고 협정 발효 시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인도네시아 CEPA는 발효일에 직접운송 규정에 따라 그 당사국으로 운송되고 있었던 경우 또는 그 당사국의 영역으로 수입되지 않았던 경우, 원산지 상품에 특혜관세대우를 부여한다. 이 협정의 발효일부터 180일 내에 유효한 특혜관세대우 신청이 이루어진 경우로 한정한다. 수혜기업이 준비할 사항 한·인도네시아 CEPA 협정문은 ‘FTA강국, KOREA(www.ft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산지 규정, 품목별 원산지결정기준, 양허세율 및 스케줄을 비교하여 수출기업의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협정을 확인하기 바란다. 원산지결정기준 충족확인 서류나 인증수출자 신청 등을 준비해둔다면 협정 발효 즉시 활용할 수 있다. 한·인도네시아 CEPA 발효일이 정해지면 관세청 FTA포털 공지사항에 운영지침 등 최신 참고자료를 등재할 예정이다.

통상 아카데미
제1의 중남미 교역 대상국, 멕시코

멕시코는 한반도의 약 9배에 해당하는 국토를 가진 나라로, 인구는 2020년 기준 약 1억3,000만 명에 달한다. 중남미에서 가장 개방적인 통상정책을 운영하며 50개국과 13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넓은 FTA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는다. 양국은 경제규모와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해 국제무대에서 주요 중견국으로서 여러 국제 현안에 대해 비교적 유사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글 이승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 부연구위원 비교적 건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거시경제지표 2021년 들어 물가상승이 본격화되자 멕시코는 경기침체 속 경기부양 수단으로 선택했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했다. 경기회복과 물가상승 압력 속에서 본격적으로 긴축정책이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2022년 1분기 물가상승 추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멕시코의 물가상승 추세와 경기회복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지켜봐야 한다. 멕시코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비교적 건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왔던 중남미 주요국 대부분의 재정정책 방향이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재정지출로 전환된 반면, 멕시코는 재정투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역내 주요국과는 달리 멕시코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커지지 않았다. 멕시코 경제는 지리적 요인과 1994년 발효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영향으로 미국 경제와 높은 상호의존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멕시코의 경기 흐름은 미국의 경기 흐름과 상당 부분 연동돼 있는 모습을 보인다. 멕시코의 이러한 대미 의존성은 2020년 7월 발효한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으로 인해 더욱 강화됐다. 이에 따라 향후 멕시코의 경기회복 여부를 점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기회복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멕시코 미국 기업의 니어쇼어링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중남미에서 가장 유력한 수혜 국가는 멕시코가 될 것이다. 많은 기업이 미·중 갈등의 심화와 코로나19의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탄력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니어쇼어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파트너로 멕시코를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개최된 미국과 멕시코 간 고위급 경제 대화(U.S.-Mexico High-Level Economic Dialogue)에서 양자 간 공급망 실무 그룹이 마련됐다. 하지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정부 출범 이후 일부 경제부문에서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국제적 평가는 미국과의 공급망 강화 노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민족주의적 담론을 즐겨 사용하는 AMLO 정부는 에너지 민족주의를 외치며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이 집권 이후 2013년부터 진행해왔던 에너지개혁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왜곡과 투자환경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해외직접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멕시코 FTA 협상 재개 우리나라와 멕시코가 교역부문에서 보이고 있는 비교적 높은 상호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FTA가 부재하다. 지금까지는 멕시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FTA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멕시코의 이러한 태도는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와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국내 산업계의 반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한·멕시코 FTA 협상 재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양국 정부는 지난 3월 FTA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우리나라가 멕시코와의 FTA 체결로 얻는 이점은 다양하다. 첫째, 우리나라의 대(對)멕시코 상품 및 서비스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진 멕시코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나 태평양동맹(PA) 준회원국 가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낮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과 높은 치명률 멕시코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022년 3월 22일 기준 약 563만 명이다. 오미크론 확산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신규 확진자 수는 크게 늘어났으며, 1월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1만 명에 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32만여 명이다. 치명률이 5.7%에 달할 정도로 높은데, 이는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치명률을 기록하고 있는 페루에 비해 약 0.3%p 낮은 수치다. 멕시코의 높은 코로나19 치명률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부진한 백신 접종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3월 22일 기준 1차 접종을 마친 인구는 멕시코 전체 인구의 66%를 밑돌며, 2차 접종까지 마친 인구는 전체 인구의 61% 수준으로 나타났다. 21세기 이후 민주주의 체제로의 이행 멕시코에서는 2000년 국민행동당(PAN)의 비센테 폭스 케사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70여 년간 계속돼온 제도혁명당(PRI)의 권위주의적 일당 통치체제가 마감됐다. 정권교체로 비로소 민주주의 이행이 완료된 것이다. 21세기 들어 멕시코의 민주주의 체제는 일부 중남미 국가들에서 발생한 권위주의 체제로의 재이행을 우려할 필요가 없을 만큼 비교적 흔들림 없이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의 민주주의에 여러 결점이 존재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멕시코의 공공부문에서는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일반 국민이 조직범죄에 빈번하게 노출될 정도로 거버넌스 수준이 낮다. 언론의 자유 역시 낮은 거버넌스 수준으로 인해 크게 위협받아왔다. 언론자유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는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멕시코를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로 꼽았다. 민주주의 체제는 유지되고 있지만 민주주의 공고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지인터뷰 권준섭 멕시코시티무역관 부관장 멕시코 진출 기업이 꼭 알아야 할 현지 관행이나 주의사항을 말씀해주세요. 멕시코 정부는 노동자 처우개선과 복지향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익공유제(PTU)’와 ‘아웃소싱 금지조항’이다. PTU는 멕시코 헌법과 노동법에 보장된 기본권리 중 하나로서 당해연도 세전이익의 10%를 근로자에게 배당·성과금 형태로 지급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2021년 노동법 개정을 통해 발효한 아웃소싱 금지조항은 필수직무에 대한 외부 하청을 금지함으로써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치다. 이들 모두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비용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현지진출에 앞서 철저한 사전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멕시코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이나 진출 유망 산업군을 소개해주세요. 멕시코는 중남미 다른 나라와 달리 생산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제조강국 중 하나다. 천혜의 입지, 우수한 인적자본, 경쟁력 있는 임금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까닭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멕시코 수출물량은 자동차부품·철강·디스플레이 등 생산공정에 필요한 품목 위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K화장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고령인구·만성질환자 급증에 따른 각종 복제약과 개량신약도 진출 유망분야 중 하나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장설비 자동화 또는 무인화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 에티켓 이것만은 꼭 알아두세요 고맥락 문화, “Yes”는 “Yes”가 아니다 멕시코는 의사소통 시 문맥(정황)과 제스처 등 비언어적 신호에 의존하는 고맥락 문화권에 속한다. 멕시코인은 완곡하게 돌려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하며, 그들에게 상대방의 호의나 부탁을 면전에서 거절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위로 간주된다. 따라서 거래 상대방의 Yes가 실제 수락의 의미인지, 예의상 건넨 말인지 구분해낼 필요가 있다. 확장된 시간개념, “지금”은 “지금”이 아니다 멕시코에서 시간은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는 개념이다. 약속은 서로의 의사와 호의를 확인하는 과정이며, 약간의 지각은 결례가 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상담이나 면담도 20~30분 지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자가 아닌 문맥을, 숫자가 아닌 의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색깔과 뉘앙스, “강조”는 “강조”가 아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이메일 교신 시 중요사항을 강조하기 위해 색깔(붉은색)을 달리하고 볼드체, 밑줄효과를 넣을 때가 많다. 하지만 멕시코인은 텍스트 전체를 읽고 문맥을 파악하는 데 익숙하므로 굳이 색깔이나 밑줄 등 효과를 넣을 필요는 없다.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텍스트로 정중하게 풀어쓰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호칭의 미학, “학사님” 멕시코에서 호칭은 배려와 존중 외에도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 취득 학위에 따라 인문학사(Licenciado), 공학사(Ingeniero), 석/박사(Maestro, Doctor) 등의 호칭을 사용한다. 상대방의 명함이나 메일에 이 같은 호칭이 명기돼 있다면 이를 강조해서 불러주는 것이 좋다.

한국 대표선수

K팝 음반 수출 최고치 경신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등 K팝(K-POP)의 인기에 힘입어 음반과 영상물 수출액이 해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2021년에는 K팝 음반 수출액이 2억2,000만 달러를 돌파해 전년 대비 62.1%나 급증하며 다시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료: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음반 수출액 5년 전인 2017년 음반 수출액은 4,418만2,000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음반 수출액은 2억2,085만 달러로 5년 전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실물 음반 매출은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인 데 비해 K팝은 이런 흐름을 거슬러 독보적인 음반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연간 앨범 국내외 판매현황 한국음악콘텐츠협회에 따르면 음반은 2020년을 기준으로 해외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앞질렀다. K팝이 내수에 그치지 않고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아티스트의 핵심 콘텐츠 가치를 담은 앨범에 대한 소장문화가 굳어져 있는 해외에서 K팝의 경쟁력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21년 K팝 음반 수출 TOP5 지난해 음반 수출 대상국을 살펴보면 일본 수출액이 가장 컸고,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대만 순이었다. 특히 세계 음악 시장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수출액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체 음반 수출액 가운데 미국 비중이 2017년 5.2%에서 2021년 17.2%로 크게 늘어났다. K팝 한류가 일본·중국 등 아시아 중심에서 북미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K팝 음반 수출국의 확대 대륙별 K팝 음반 수출 점유율은 2017년 아시아 92.6%, 북미 5.3%, 유럽 1.8%로 아시아를 제외하면 마켓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나 최근 북미·유럽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에는 알제리·벨라루스·몰디브·오만·파키스탄 등 기존 우리 가수 음반 수요가 적었던 곳으로도 수출되면서 수출국이 2017년 84개국에서 2021년 148개국으로 늘었다.

글로벌 톡
2022년 일본의 통상전략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 대규모 경제부양책 추진

2021년 10월에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정권은 새로운 자본주의, 외교·안전보장, 재해대응 등을 키워드로 ‘코로나19 극복과 신시대 개척을 위한 경제대책’을 세웠다. 재정지출을 통해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대규모 경제부양책이다. 공급망 재편,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으로 지역에서부터 변혁을 일으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사회를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나아가 외교와 안전보장 역시 일본의 국익을 지켜야 한다는 보편적 가치를 기본으로 일본의 통상과 산업 분야에서 새롭게 협력을 강화해야 할 지구 단위 규모의 대응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글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사진 한경DB 유연한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 2020년 5월 24일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열린 ‘일·아세안(ASEAN) 비즈니스 위크’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가지야마 히로시 당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아세안이 직면한 사회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일본 기업들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일본과 아세안 간 협력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변화를 기대했다. 실제로 일본은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 비중을 줄이고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 등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데, 일본 제조업의 현지법인 기업 수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이러한 경향을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즉 2010년을 전후로 정점에 달했던 중국 내 일본 기업 증가 추세는 서서히 완만해지는 반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법인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생산거점도 옮기고 있어 일본이 중국 이외의 아세안 지역을 주요 공급망에 추가하는 ‘차이나플러스원(China Plus One)’ 경영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일본의 공급망이 흔들린 요인 중 하나로 중국에 대한 높은 수입비중을 들 수 있는데, 의류 등 노동집약적인 소비재뿐만 아니라 기기부품 등 중간재 수입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본 수입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이 높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제재에 일본이 동참하면서 점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반대로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의 점유율이 상승하는 등 제조 거점의 재배치, 공급망 재편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일본 내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아울러 일본은 아세안과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2050년 탈탄소 중립 그린성장’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아시아에너지전환이니셔티브(AETI)’라는 목표를 세우고 아세안 회원국들이 탈탄소 사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에너지 시장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해 대규모 수요가 예상되는 아시아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 산업의 디지털 전환 및 지속가능 성장 디지털 전환 및 지속 가능한 성장도 일본의 주요 통성정책 이슈 중 하나이다. 우선 일본은 일본열도 전체를 스마트 아일랜드화(smart island)하고 디지털과 그린화를 동시에 달성하며 소사이어티 5.0(Society 5.0)이라는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즉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공급망을 관리하는 한편 공급망 재구축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결합하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제무역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 대기업 11곳이 공동으로 출자 및 관여한 트레이드왈츠(Tradewaltz)라는 무역 플랫폼(무역 관련 통관 정보 공유)을 활용해 무역에서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또한 기업의 원활한 정보 공유 및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청을 설치(2021년 9월 1일)하고 ‘데이터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 간 투명한 정보 공유와 사이버 보안 강화에 중점을 두고 부족한 디지털 인재를 확보하고자 노력 중이다. 한편, 지속가능 성장과 관련한 글로벌 시장이 확장되고 환경·사회·거버넌스(ESG) 개념이 보편적으로 인식되면서 일본 정부의 경제 체질 개선정책에 따라 이와 관련한 투자도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비즈니스로 승화하는 기업이 늘수록 지속가능성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일본 내에서는 ESG 투자에 대한 목적의식과 운용방침, 체제 정비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향후에는 일본이 디지털과 지속가능성을 기반으로 아세안 국가와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지역 내 전반적인 통상환경을 재편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1개의 FTA를 체결·발효한 FTA 선진국 과거 일본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통상정책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는 2002년 1월 싱가포르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2022년 1월 기준 24개 국가 및 지역과 21개의 FTA를 체결 또는 발효한 FTA 선진국으로 도약했다(일본은 FTA보다 경제동반자협정(EPA;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이라는 명칭을 선호한다). 최근에는 일본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하기 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으로 경제연대 협정에 따른 무역원활화를 추구하는 한편, 일본의 지방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외기업의 유치 또는 매칭을 지원한다. 우선 CPTPP는 보호무역 기조를 갖고 있던 미국의 트럼프 정권이 2017년 1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이후 일본이 주도권을 갖고 2018년 12월 CPTPP를 발효하면서 일본은 이제 전 세계를 무대로 무역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에 다가섰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일본, 아세안, 호주 및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 올해 발효한 세계 최대 규모의 FTA인 RCEP은 일본 전체 교역의 46%에 해당할 만큼 거대한 통상 영역이다. RCEP은 한국과 일본이 맺은 첫 번째 FTA라는 점, 양국의 무역 및 경제 관계에서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았다는 점에서 두 나라에게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양국 간 관세 철폐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경제효과를 가져와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다자·양자 간 새로운 규범 확립 위한 노력 필요 일본의 대(對)한국 직접투자는 2019년 한·일 갈등으로 야기된 수출규제조치 이후 매년 감소 추세를 보여왔지만, 이제는 양국에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고, 또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전환되면서 투자뿐만 아니라 통상과 인적교류도 장기적으로는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의 통상정책이 기본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볼 때, 우리 역시 마찬가지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한·일 간 역사갈등이 원인이 돼 양국의 경제와 통상에 미치는 악영향이 극에 달한 2019년의 기시감이 불편하다면, 앞으로는 최대한 일본과 공존할 부분을 찾아내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일 양국의 경제관계는 보편적이면서도 경쟁적 관계를 유지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양국이 통상마찰을 통한 갈등보다는 서로 윈윈해 아시아 지역에서 모두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통상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다자·양자 간 새로운 규범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을 이끄는 사람들 일본 통상정책의 수장,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경제산업상은 어떤 인물인가? 일본의 통상정책을 총괄하는 정부기구가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하는 경제산업성이다. 2001년 1월 6일, 중앙성청 개편 당시 통상산업성을 폐지하고 경제산업성을 새롭게 설치했다. 경제산업성에는 상(相)으로도 불리는 대신 1명을 비롯해 부대신(차관급)과 대신정무관 각각 2명, 그 외 총 7,970명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대신은 이곳의 수장이다. 도쿄도 하치오지(八王子) 출신의 하기우다는 2021년 10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가 일본의 제100대 총리로 선출되면서 경제산업상으로 임명받았으며, 아베 정권하인 2019년 문부과학상 당시에는 코로나 위기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미래 예측이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원천을 인재육성과 과학기술에 있다고 보고 이에 주력했다. 경제산업상으로 임명 후에는 에너지 정책과 후쿠시마(福島)의 부흥, 그리고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일본 경제를 재생시키기 위해 중소기업에게는 정부계 금융기관을 통해 무이자 무담보 융자를 지원하는 한편, 하청업자들에 대한 원청기업들의 갑질을 없애기 위해 하청거래적정화를 강화하고 있다. 하기우다는 일본의 통상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인 미국을 상대로 2021년 11월 17일, 도쿄에서 개최된 미·일 협의에서 캐서린 타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미·일 공통 글로벌 어젠다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협력, 그리고 미·일 양국의 통상협력 등의 이슈를 다루었다. 이 과정에서 미·일 양국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으로 ‘양자통상협력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때 하기우다는 회담에서 “세계경제를 리드하는 일·미 양국의 경제적 협력관계 강화는 불가결하다”고 강조했고, 타이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경제환경과 비전에 대해 일본과 대화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하기우다는 일본의 통상과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개최한 국제에너지기구(IEA) 각료이사회에 출석해 긴박한 우크라이나 정세의 변화에 대해 30개국의 각료들과 개별적으로 회담을 가지면서 에너지안전보장과 기후변동대책 등과 관련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귀국했다. 그 외 온라인으로 열린 주요 7개국(G7) 무역장관회의에도 참석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G7 국가(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가 연대해 대응하거나 또는 다각적인 무역체제의 유지 및 강화를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을 주도해나가려는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하기우다는 기자회견을 통해선 향후 러시아로부터의 석탄 수입 등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최종적으로는 수입하지 않을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 내 하기우다에 대한 평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본의 통상외교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전 세계의 여러 채널과 네트워크를 통해 하기우다가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기우다의 이러한 발걸음을 볼 때 향후에도 큰 틀에서 변화가 없는 한, 미·일 양국의 강한 연대적 협력관계는 안보뿐만 아니라 통상과 세계경제 질서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판례로 보는 통상
팬데믹 시대, 의약품 특허 분쟁이 주는 교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벌써 3년째 일상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의 마침표를 기대하는 건 다소 지나친 희망일 수 있겠고, 대신 풍토병화를 의미하는 엔데믹(endemic)을 대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과거 유럽과 캐나다 간 의약품 특허 분쟁이 주는 시사점은 특별하다. 글 박정준 강남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코로나19는 질병이다. 바로 그 질병이 또 다른 질병인 홍역을 앓았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특허권(지식재산권) 유예 논의 과정을 비유한 말이다. 전 세계는 사실상 코로나19의 유일한 대응책인 백신 개발 및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독일·영국·중국·러시아 등 소수 국가를 중심으로 빠른 백신 개발에 성공했지만 공급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당연한 경제적 논리로 자본력 우위에 근거해 선진국, 강대국 중심으로 백신이 선점되다 보니 개도국에 대한 백신 불평등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시다발적으로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 팬데믹 특성을 고려하면 결코 이상적이지 않았다. 개도국을 중심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백신 특허에 대한 일시적 유예 요구가 나온 배경이다. 물론 특허권자들과 엇갈린 이해관계 속 첨예한 대립 끝에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법을 지켜도 문제가 된다? 캐나다 국내법상 특허법(Patent Act)은 캐나다 법이 요구하는 정보를 개발하거나 제출하기 위한 경우에 한해서라면 그 누구라도 특허로 보호되는 발명을 제조·구성·사용·판매해도 특허권 침해가 아니며, 특허권 종료 후의 판매 목적으로 보호기간 내 해당 물품을 생산 및 보관하는 행위 역시 특허권 침해가 아니라고 명문화하고 있었다. 위 캐나다 법을 오리지널과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에 대입해보면 개인이 제네릭 생산과 판매를 미리 고려해 오리지널의 특허권 보호기간 내에라도 대량으로 제네릭을 생산, 보관해두고 오리지널의 특허권 보호가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이에 대한 판매를 개시해도 캐나다 특허법상 위반이 아니게 된다. 보통 최대 12년까지 걸리는 제네릭 개발기간을 특허권 보호기간 내부터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제네릭 생산업자에게 매우 유리한 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캐나다 특허법이 WTO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유럽은 1997년 12월 캐나다를 제소하기에 이른다. 특허권 보호 중요성 인정한 WTO 캐나다 특허법이 WTO의 ‘무역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에 따라 특허권자의 배타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사실은 제소국(유럽)과 피소국(캐나다)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동 협정 제30조(허여된 권리에 대한 예외)를 통해 캐나다의 국내법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WTO 1심 재판의 주요 쟁점이었다. 단 동 조항을 통한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예외가 ①제한적이어야 하고 ②특허권의 정상적 이용이 불합리하게 저촉되지 아니하며 ③특허권자의 정당한 이익이 불합리하게 저해돼선 안 된다. 문제는 캐나다 특허법에 따른다면 제네릭 대량생산 및 보관이 그 예외성을 인정해줄 정도로 충분히 제한적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생산량에 대한 제한 등이 없어 예외 인정을 위한 첫 번째 조건부터 만족시키지 못해 WTO는 유럽의 이의 제기가 타당하다고 해석하며 유럽의 손을 들어줬다. 팬데믹 장기화 속 다가오는 WTO MC12 코로나19로 이미 두 차례나 연기됐던 제12차 WTO 각료회의(MC12)가 오는 6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팬데믹이 여전한 상황에서 전언한 백신 특허 일시유예 논의 역시 주요 의제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백신 특허에 대한 WTO의 기본적 입장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국제협력 도모와 이에 대한 지지로 앞서 소개한 판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시 백신 수입국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환영할 수 있는 대목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화 된다면 어느 순간 우리 역시 백신과 치료제 수출국이 될 수 있다. 특허 의약품의 수입국일 때와 수출국일 때는 그 입장이 180도 달라질 것이다. 1998년 유럽과 캐나다 간 의약품 특허 분쟁 사례와 2022년 MC12에서의 특허권 유예 논의에 대한 관심과 학습이 필요한 이유다.

정리하기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대러 경제제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많은 나라가 러시아를 향한 제재 조치를 발표하면서 러시아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이 우리의 수출입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자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무역협회 1 한국과 러시아 교역 동향 한·러 간 교역규모는 2021년 기준 273억3,400만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약 1조2,600억 달러)의 2.2%에 불과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글로벌 주요 원자재를 공급하는 국가인 만큼 우리나라의 대(對)러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다. 특히 나프타, 원유, 유연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러시아 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2 직접투자 현황 국내 외국인직접투자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02% 수준이며, 해외직접투자 역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0.8% 수준으로 낮다. 외국인직접투자가 크림반도 사태 직전인 2013년 6,000만 달러에서 2020년 현재 3,100만 달러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해외직접투자는 같은 기간 29억 달러에서 39억 달러로 증가하는 추세다. 3 미국의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 한국이 미국의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면제국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러시아에 제품을 수출할 때 미국 상무부가 아닌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의 허가를 받게 되어 국내 기업의 수출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 4 FDPR 제재 장기화가 교역에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대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1.5%, 총수출 부가가치 중 러시아의 기여도는 0.57%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대러 제재가 장기화된다면 우리나라 교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출통제(FDPR)의 장기화만으로도 경제성장률은 0.01~0.06%p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키워드 토크
미국의 대러 수출통제 조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 글로벌 산업구조 변화와 신냉전체제 대응전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더욱 강화되면서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대러 경제제재는 글로벌 공급망과 세계 통상환경, 그리고 국내 기업과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미국의 러시아 수출통제 조치 내용과 대러 경제제재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 대담을 마련했다. #1. 미국의 대러 수출통제 조치 정인교 교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발표한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는 상당히 느슨했다. 이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초강경 모드로 전환해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기존에 있던 대량살상무기와 핵물질, 바이오 등에 대한 수출을 통제하는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 내용을 좀 더 엄격하게 운영하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의 주요 금융기관을 배제하는 등 앞으로 제재를 강화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러한 대러 경제제재는 세계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특히 지역과 품목에 따라 영향력 차이가 큰데, 지역으로 보면 서유럽 국가는 러시아가 에너지와 원자재 주요 공급국인 데다 대러시아 수출량도 많아 공급망의 모든 면에서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에너지를 비롯해 철·구리·니켈 등 광물과 곡물 등에도 영향이 있다. 문제는 이보다 더한 상황이 올 경우다. 만약 앞으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러시아를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 대우하지 않게 된다면 서방 체제,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맞서는 구도로 신냉전 체제가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통상환경은 지금 예상보다 훨씬 더 악화될 수 있다. 이상준 교수 미국의 대러 경제제재 구조는 크게 외교적 제재, 개인 및 조직에 대한 제재, 그리고 무역 제재로 나뉜다. 외교 제재는 주요 인사들의 여행 제한이나 비자 발급 중지, 각종 스포츠 및 문화행사 교류 중지 등 일종의 망신주기를 통한 방식이다. 개인 제재는 이례적으로 지금까지 제재를 가하지 않았던 푸틴 대통령과 성인이 된 두 딸, 외무장관, 국방장관, 군총사령관 등 주요 인사에 대해 해외자산 동결 및 입국금지 등의 조치를 포함한 것이 특이한 사항이다. 미국의 무역 제재는 근본적으로 서방에서 직접 군사력을 지원하지 않는 대신 그에 준하는 조건들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예상한 초기에는 가벼운 제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러시아를 최혜국대우에서 제외하고, 에너지 수출을 막고, 스위프트 배제와 해외자산 동결 등을 통해 그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특히 군수용으로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통제제품’은 수출거래통제 리스트(CCL)로 만들어 전자(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레이저, 항법·항공전자,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 57개 품목 및 기술 항목에 대해 자국 소프트웨어나 기술이 사용된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기로 했다. 미국 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에너지 등의 결제대금을 루블로 받겠다고 공표했다. 지금까지 세계화를 통해 낮아진 무역 관련 거래 비용이 증가해 우리나라, 특히 중소기업에서 많은 어려움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해외직접제품규칙 (FDPR)과 면제국가 리스트 정인교 교수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은 1997년 처음 시행됐다. 미국은 이전에 국가안보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는 외국인, 외국 기업 또는 단체 등을 규제하기 위해 이들을 ‘Entity List(우려거래자 리스트)’에 등재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트럼프 행정부 때 ‘수출통제개혁법(ECRA)’을 제정하여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ECRA는 사실상 미국 내 법이지만, 다른 국가에서 수출할 때에도 미국의 지식재산권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들어간 상품을 수출하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미국은 대러시아 ECRA 대상품목의 수출요건을 강화하는 조치들을 발표했다. 이상준 교수 FDPR이란 한마디로 적성국이 될 수 있는 국가의 생산력을 약화시켜 전쟁할 수 있는 역량을 줄이려는 미국의 조치다. 지금까지 글로벌 가치사슬(공급망)은 국가 간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상업적인 목적에 맞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화된 제품 설계, 생산 및 무역 구조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4차 산업혁명기의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이 가치사슬에서 제외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미래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미국이 이런 방식을 택하는 건 명확한 의도가 있다. 민주주의에 연대하는 국가들에게만 경제적 협력, 국제 분업에 참여시키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산업 구조의 변환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한국의 FDPR 면제를 빠르게 포함한 이유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 구도에서 한국이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그리는 대결 구도에서 유럽과 러시아의 갈등구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한국이나 일본, 호주 등 비서방 국가의 참여는 명분을 중요시하는 미국에 의미가 아주 크다. #3. 대러시아 경제제재의 파급 이상준 교수 FDPR에서 면제됐다고 해서 우리 마음대로 수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57개 목록에 대해 상황허가를 받도록 하는 개정된 전략물자수출입고시를 지난 3월 26일자로 시행하고 있다. 현재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 중 하나는 물류 관련 부분들이 불편해진 것이다. 현재 모스크바로 가는 직항이 사라지면서 모든 물류비용이 증가하고, 루블화 변동 폭이 커짐에 따라 우리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대금결제 방식 역시 복잡해졌다. 러시아가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고, 천연가스 판매대금을 루블로만 받겠다고 하면서 거래가 매우 복잡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본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앞으로 기업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앞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시적이라도 자금 융통이 가능하도록 대출 등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또한, 이런 피해를 적극적으로 피할 수 없더라도 관리는 가능하도록 기업이 할 수 있는 것들과 그렇지 않은 사항을 쉽게 알려주는 다양한 기회와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 사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문제는 두 나라가 에너지와 식량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비축된 식량과 에너지로 괜찮아 보이지만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와 곡물은 모두 수입품으로, 지금부터 곡물과 에너지 수입선에 대한 긴급 점검이 필요하다. 정인교 교수 우리나라 전체 무역에서 지난해 기준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 1.6%, 수입 2.8%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는 러시아 수출통제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최대 0.06%p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금융기관에서는 러시아 경제가 국가부도(디폴트) 위기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세계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 한국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러·우 전쟁의 시나리오에 따라 경제적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그게 어떤 시나리오든 러시아의 비즈니스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미래를 보고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역금융을 좀 더 완화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러시아와의 거래에서 금융결제 방식을 루블화 대신 더 안정적인 원화로 거래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대러시아 제재 조치는 국제사회와 한국으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수출통제는 이미 시행됐고, 더 강력한 제재 조치를 적용할 것이다. 한편 한국은 이에 어느 정도 동참하면서 일정 부분은 국내 상황에 맞게 조율해 진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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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에서 ‘안보(security)’ 이슈 부상과 우리의 대응 과제 및 방향

일찍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입안자들은 “회원국들이 자신들의 필수적인 안보이익(essential security interests)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간주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소위 안보 예외의 필요성을 인식했고, 그 결과 GATT 제21조 안보 예외 (Security Exception) 조항이 도입됐다.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의 일부인 GATT 1994에서도 동 조항이 수용됐다. GATT 제21조는 WTO 회원국이 안보 예외조항을 근거로 취하는 필요한 조치에 대해서는 GATT상의 모든 의무로부터 면제되도록 허용하는 포괄적인 예외조항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WTO 서비스무역일반협정(GATS),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 및 정부조달협정 등에도 안보 예외규정이 포함됐다. 나아가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투자협정에서도 안보 예외조항을 포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글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겸 디지털 트레이드 포럼 위원장 사진 한경DB 대표적 안보 예외조항인 GATT 제21조(b)호는 체약당사자가 “자신의 필수적인 안보이익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자신이 간주하는 조치(any action which it considers necessary for the protection of its essential security interests)”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국가안보 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그 필요성을 스스로 판단하는 소위 ‘자기판단 조항(self-judging clause)’이다. 또한 공중도덕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 등 일반적 예외를 규정한 GATT 제20조의 경우 그러한 조치가 자의적 또는 정당화할 수 없는 차별적 수단이거나 국제무역에 대한 위장된 제한이어서는 아니 된다는 두문(chapeau clause)을 두고 있음에 비해 제21조는 국가안보 예외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모두 조항도 없다. 이와 같이 GATT 제21조는 회원국들이 동 조항을 원용해 자신의 GATT상 제반 의무를 일탈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을 부여하는 관계로 동 조항의 남용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지난 GATT 체제하에서는 물론 WTO 출범 이후 최근까지 회원국들의 안보 예외조항의 원용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GATT/WTO 분쟁해결기관을 통해 판정까지 이른 사건은 더욱 드물다. 특히 안보 예외조항의 재량적 성격에 대해 확고한 지지 입장을 견지해온 미국은 GATT 제21조를 기초로 자국의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독자적으로 도입했으나 제232조에 따른 수입제한조치를 매우 조심스럽게 운영했다. 요컨대, 일부의 우려와 달리 안보 예외조항은 GATT 및 WTO 체제하에서 주목받지 못한 규정이었다.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에 따른 미국의 대중 무역·투자 통제 조치 관련 ‘안보’ 이슈 부상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 7월 자국 및 자국 기업의 핵심기술을 공격적으로 탈취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 자국 통상법 제301조에 기초한 추가관세 부과 형태의 일방적 무역 제재를 발동하고, 이에 대해 중국이 보복관세를 취함으로써 미·중 간 사실상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양국 간 무역협상이 난항에 빠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2019년 5월 14일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 5곳과 개인 1명을 미 상무부의 2019년 수출관리규정(EAR;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에 따른 ‘Entity List(우려거래자 리스트)’에 등재함으로써 이들 중국 기업에게 미국의 민감 기술 및 관련 제품의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중국의 통신 거대 기업인 화웨이가 포함됐는데 미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반하는 활동에 개입했다는 합리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중국의 기술 기업들이 계속 Entity List에 추가돼 2021년 7월 기준 등재 중국 기업 수가 총 260개에 달하고, 중국의 최대 반도체 제조기업인 SMIC도 2020년 8월 추가 등재됐다. 이 밖에 2019년 8월 국방수권법의 일부가 된 수출통제개혁법(ECRA; Export Commerce Reform Act)에 따른 ‘수출거래통제 리스트(CCL; Commerce Control List)’를 통해 신흥·기반기술의 수출통제를 강화했고, 2019년 5월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 공급사슬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통해 적대국의 ICT·제품 및 서비스의 미국 내 수입·이전·설치·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수입통제조치를 도입했는바, 이는 중국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등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한편, 미국이 일련의 대중(對中) 무역통제조치를 도입하자 미국의 핵심기술에의 접근이 어렵게 된 중국은 2015년 이후 외국인투자(FDI)로 미국의 핵심기술 기업에 접근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계 자본의 미국 기업 인수를 통해 중국의 타깃이 된 전략 분야의 미국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 Foreign Investment Risk Review Modernization Act of 2018)”을 제정해 FDI에 대한 안보 심사 대상 및 절차를 강화했다. 미국은 이러한 일련의 대중 무역 및 투자 통제의 근거로서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에의 위협을 언급하는데, 동 조치가 첨단 군사 무기에 사용되는 핵심기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국제규범상 안보 예외조항에 근거한 정당성 확보에 일응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는 향후 통상·투자법 및 정책 입안에 있어 첨단기술에 근거한 안보 예외가 ‘이례적으로’ 자주 원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장된’ 또는 ‘혼합’ 안보 예외 이슈의 확산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2001년 이후 원용되지 않았던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국가안보에의 위협을 이유로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제232조를 행사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고, 실제 유럽연합(EU) 등은 제232조에 기한 관세조치를 WTO 분쟁절차에 제소했다. 또한 일본은 2019년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취하면서 그 근거로서 안보상 우려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일본의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로 간주해 WTO에 제소했다. 이들 사건에 대한 WTO 분쟁해결기관의 판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이와 같이 국가들이 자국 산업정책이나 정치적 동기에서 무역제한조치를 취하면서 안보 예외를 원용하는 경우가 있는바, 이는 ‘위장된’ 안보 예외 이슈로서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편, 2022년 2월 24일(현지시간) 개시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 수행 중 발생한 러시아 군대에 의한 전쟁범죄에 대해 미국과 EU 등이 고강도의 다양한 경제제재(economic sanctions)를 실시 중인데 여기에는 금융 제재 이외에 무역 통제도 포함돼 있다. 이와 같이 침략이나 전쟁범죄에 따른 대(對)러 경제제재는 통상법상 안보 예외를 원용할 수 있는 조치도 포함될 수 있으나 일반 국제공법에 따른 조치의 행사도 가능하여 ‘혼합’안보 예외 이슈로 볼 수 있다. 이 밖에 기후변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에의 대응조치 가운데 GATT 안보 예외조항상 국제관계에 있어서의 기타 비상시에 취하는 조치로서 간주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나 그 밖의 여러 요인에 따른 안보 예외조치의 부상과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핵심기술 품목의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 최근 미국이 실시한 일련의 대중 무역·투자 통제 조치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기존 글로벌 공급체계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미국은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전략 기술·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의 진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 첨단 소재, 부품 및 장비의 공급 경로를 크게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단적인 예로서 트럼프 행정부 이후 SMIC·화웨이 등 중국 테크기업에 대한 Entity List 등재에 따른 수출입 통제 결과가 그러하다. 미국의 SMIC에 대한 수출통제 이전에는 미국기업을 포함하여 외국계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였던 반면에 통제 이후로는 중국 기업의 비중이 급증하여 글로벌 공급망 구조가 급변하였다(그림 참조). 특히 중간재 및 자본재에 있어 매우 높은 대중국 의존도를 가진 우리나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일부 국가의 경우 공급망 전략 자산화에 따른 위장된 안보 예외조치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안보 예외에 근거한 무역·투자 통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또는 불확실성 대응은 개별 기업이나 산업의 대응 역량과 범위를 벗어나는 이슈가 됐다. 이 점에서 국가적으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 물자나 재화 등에 대한 공급망 안정성 확보가 긴요해졌다. 이와 관련 공급망 교란에 대한 사전 예방을 위해서는 대상 품목별로 리스크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이나 공급망 리스크 발생 확률을 가늠할 수 있는 공급망 리스크 종합지표 개발 등이 필요하고, 문제 발생 시 조기에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산·관 합동 거버넌스에 기반한 대응이 요구된다. 안보 예외 대응 관련 국내법령의 현대화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핵심기술의 유출 방지를 위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 군사목적으로 전용(轉用)될 가능성이 높은 물품이나 기술의 수출통제를 규정한 “대외무역법”, 국가 안전에 지장을 주는 외국인 투자의 통제를 규정한 “외국인투자촉진법” 및 동 시행령 등 안보 예외 대응을 규정한 여러 국내 법령이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은 안보 우려 기술 및 품목의 적용 대상에 AI와 양자컴퓨팅 등 신흥 기술을 포함시키고 민감한 개인정보 등을 포함하는 등 확대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 특히 인수 투자에 대한 안보 심사를 강화하는 입법조치를 취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및 일본 등 주요 선진국도 차이가 있기는 하나 이를 따르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 역시 산업기술보호법 적용 대상 국가핵심기술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고, 외국인투자촉진법령상 안보 심사 메커니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에 대한 산업지원 추진 미국은 대중 무역·투자 통제 강화와 별도로 미 상원 주도로 핵심 산업에서의 대중 기술우위 견지와 제조역량 확보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포함하는 2020년 파운드리법안 등 여러 법안을 발의한 상태이고, 바이든 대통령도 안보 차원에서 핵심 품목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공포해 주목받고 있다. 이들 입법조치에는 파운드리 제조시설 현대화 및 연구개발(R&D)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 산업보조금에 해당할 수 있는 지원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간 다자간 차원에서 산업보조금 통제 강화를 선도해온 미국의 입장이 바뀐 것인가? 미국은 상기 입법 추진 논거로서 국가안보에 직결된 핵심 품목의 공급망 안전성 확보를 강조한다. 환언하면, 반도체와 같은 핵심기술 품목의 안정적인 공급망 결여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다. EU도 글로벌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최소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포함한 ‘EU 2030 디지털 나침반(Digital Compass)’ 전략을 발표했고, 일본은 공급망 강화 차원에서 전략물자에 대한 조달 지원과 첨단기술 해외유출 방지를 위한 일본 내에서의 연구 자금 지원 등을 포함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안”을 추진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중장기적으로 안보 예외조치의 확산에 따라 변화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구조 재편에 대응함에 있어서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수요기업이 일종의 ‘전략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우리나라가 지난 2월 제정 공포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시의적절하다. 대응에 있어 국제규범 합치성 확보와 종합적 접근이 필요 끝으로, 상술한 대응과제를 추진함에 있어 유념해야 할 대응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의 경우 안보 예외 규정의 도입이나 운영 시, 그리고 핵심기술에 대한 정부지원 법제 도입 시 국제규범과의 합치성이 최대한 확보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이유의 하나로 WTO 러시아-육상운송금지 사건(2017년)에서 패널은 GATT 제21조(b)(iii)호상 (c)호상 국제관계에 있어 그 밖의 비상(emergency)시에 자신의 필수적인 안보이익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회원국이 간주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의성실하게(in good faith)” 적용돼야만 함을 강조했다. 즉 당해 조치와 필수적 안보이익 간에 일정한 연계가 있어야만 하고, 이는 당해 조치가 필수적 안보이익과 관련해 개연성이라는 최소 기준을 충족해야만 함을 가리킨다. 또한 패널은 원용하는 회원국에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등 GATT 제21조에 대해 좁은 해석기준을 제시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이유로 미국이 최근 반도체 등 핵심 품목에 대한 R&D 지원 및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한 지원 입법을 도입하면서 안보 예외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고, 우리의 반도체 등은 주요 경쟁국에 수출되는 주력 상품인 관계로 경쟁 수입국들로부터의 제소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를 둘러싼 미국 및 중국 등과의 통상분쟁 발생 시 국제규범은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둘째, 향후 우리의 안보 예외 관련 법령 개선 및 운영에 있어 종합적인 접근(holistic approach)을 취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로 미국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가 2021년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가치(value)를 공유한 국가와 함께 ‘첨단기술연맹(Emerging Technology Coalition)’ 등과 같은 기술동맹체계를 창설해 운영할 것을 권고하는 등 첨단 전략 기술·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공급망의 진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고, 이는 2021년 9월 공표된 ‘미국-EU 무역기술이사회(U.S.-EU Trade and Technology Council)’ 출범 공동선언에서도 재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의 안보에 기초한 대중 무역·투자 통제는 현 중국(체제)에 대한 깊은 불신에 기인한 것이어서 이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 통상에서의 안보 예외 이슈는 상수(常數)가 됐고, 그 대응에 있어 산·관 합동 거버넌스에 기반한 1차적 대응 이외에 사안에 따라 경제산업 안보와 외교안보를 아우르는 고차 방정식의 해법이 요구된다.

미리 보기
키워드로 읽는 무역안보 이슈

다자주의의 퇴조, 미·중 갈등 심화, 팬데믹 확산 등은 무역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세계 각국이 강력한 산업정책을 기반으로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자유무역에 기반한 효율적 분업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통상환경의 변화는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안보 관점에서 통상정책을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공급망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러시아 수출통제, 국가핵심기술 보호,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등 관련 현안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대러시아 수출통제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에 세계 주요국은 강력한 경제제재로 대러시아 압박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일본 등은 △수출통제 △최혜국대우 박탈 △러시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동결 등의 조치를 취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컴퓨터 △정보통신 △센서 및 레이저 △해양 △항공우주 등 7개 분야를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대상으로 선정했다.  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은 특정 미국산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제3국 생산 제품에 대해서도 해외직접제품규칙을 적용해 미국산으로 간주, 러시아 수출 시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또 미국·EU·일본·캐나다 등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최혜국대우 지위를 취소했거나 취소할 예정이다. 최혜국 지위를 취소하면 관세 강화 등 추가 제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러 제재 동참으로 러시아 현지 진출 기업의 피해와 에너지 및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국가핵심기술 보호 정부는 국가 간 기술경쟁이 심화되자 지난해 국가핵심기술 보호전략을 마련했다. 정부는 우선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배터리·소부장 등 주요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 추가해 보호를 강화한다. 이와 함께 보호가치가 떨어진 기술은 기술일몰제를 도입해 기술수출을 활성화하고 첨단기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산할 방침이다. 정부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무허가 국가핵심기술 수출, 해외 인수·합병(M&A), 보호조치 미이행 등으로 인한 피해를 없애도록 지원한다. 또한, 다양한 해외 인수·합병(M&A) 유형과 외국인에 의한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 지배 기준을 현실화하여 산업기술보호법에 반영함으로써 국가핵심기술보유기관의 해외 인수·합병(M&A) 통제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인력을 통한 기술유출이 날로 교묘해지는 상황에서 핵심인력 보호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외국인에 의한 기술 탈취 예방조치도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중장기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 중국 등 외국 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술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15년 이전까지 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대부분 부동산과 관련됐다. 하지만 2015년 이후부터는 기업 인수합병(M&A)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중국의 대(對)한국 투자 중 1억 달러 이상 투자는 18건이며 총 투자금액은 119억7,000만 달러나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19년 중국 청산강철그룹의 한국 투자는 국내 철강시장 교란 등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며 “중국은 제3국을 통한 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은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나노로봇, 빅데이터, 첨단소재, 합성생물학, 데이터 등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고 산업안보와 직결되는 기술 등을 외투 심사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산업안보를 위해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신기술, 핵심 인프라, 민감한 개인정보를 비롯해 공급망 안정화 시각에서 안보 심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관리가 가능토록 해 실질적인 안보 심사가 이뤄지도록 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KIEP도 “경제안보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로 인해 국내 시장이 교란되거나 국내 생산업체의 도산을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경우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통상환경의 변화는 다자주의에 기반한 자유무역 시스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자유무역 혜택의 축소와 역내 무역 왜곡, 국내 산업경쟁력 저하 등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우선  안보 논리가 지배하는 폐쇄적인 공급망 짜기로 통상 프레임이 바뀌면서 무역 비용이 높아지고 소비자 후생은 떨어지는 비효율적인 구조로 퇴행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일본·유럽·인도 등 주요국의 합류 또는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공급망 재편을 위해 주요국은 산업정책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반도체 분야 등에 2,500억 달러를 직접 쏟아붓는 혁신경쟁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기업이 세계를 계속 이끌기를 위해선 연방 정부가 과학· 기초연구·혁신에 투자해야만 한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시각이다. 유럽연합(EU)은 역내 배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터리 동맹’을 추진하며 반도체·배터리·수소 등 유망산업을 중심으로 역내 생산기반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도 ‘제조 2025’ 전략을 앞세워 강력한 산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전략은 혁신역량을 키워 질적인 면에서 제조 강대국이 되려는 야심찬 목표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