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혁신산업 또는 첨단산업이라고 언급되는 주요 분야에서 산업경쟁력 확보는 전통적 산업정책의 목적인 산업발전과 경제성장 이외에도 산업안보, 사회적 안전,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 안위에 필수적인 전략이 됐다. 최근 경제안보 개념의 부상과 함께 주요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등의 분야에서 자국 내 핵심제품 생산 역량은 물론 인공지능과 같은 미래 혁신적 범용목적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 주도권 확보를 산업·경제적 관점을 넘어 국가 안보 및 미래 국가경쟁력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글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 실장 | 사진 한경DB 산업환경 변화 속 미래 혁신산업 육성의 핵심적 파트너로 부상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혁신기술의 출현과 함께 이들 기술을 활용한 주요국의 미래 혁신산업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미래 국가경쟁력과 밀접한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등 전략 산업과 품목을 중심으로 미래산업 분야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은 자국 내 혁신 분야 산업육성과 글로벌 공급망의 역내 재편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지속해서 제기되는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신산업 창출 미진 등 한국 산업경쟁력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산업정책 경쟁 심화와 산업환경 변화는 한국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이례적인 감염병 발생으로 인한 코로나19 충격은 산업환경 변화를 더욱 가속화했다. 혁신적 기술을 활용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및 이를 원활하게 생산, 공급하는 산업의 역할은 개별기업 이익을 넘어 사회 안전과 보건 및 국가적 안위와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또한, 코로나19 충격 속에 발생한 산업 전반에 걸친 공급망 붕괴 경험은 글로벌 산업환경에서 핵심산업에 대한 역내 역량 확보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게 했다. 이러한 산업환경 변화 속에 미래 혁신산업에 대한 주요국의 주도권 경쟁은 향후 한 국가의 지속적인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넘어, 글로벌 사회에서 국력과 직결되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 혁신산업으로 언급되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분야에서 희망 또한 관측된다. 자국의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래 혁신산업의 제조 역량과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주요국의 노력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기업은 각국의 미래 혁신산업 육성의 핵심적 파트너로 부상했다. 반면, 국내 산업정책 측면에서는 우리 기업의 미래 혁신산업 분야 역량을 국내 산업생태계와 연계하고 국내 산업으로 안착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우리 미래산업의 경쟁력과 지속적인 발전을 담보하는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정부 핵심전략산업 육성으로 경제 재도약 선언 정부는 <120대 국정과제>를 통해 미래 혁신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경제 분야의 주요 목표인 ‘국정목표 2: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에서 경제 중심을 기업으로 전환하며 민간의 창의와 역동성을 통한 활력 제고를 주요 목표로 제시했다. ‘국민께 드리는 약속 5: 핵심전략산업 육성으로 경제 재도약을 견인하겠습니다’를 통해 미래 혁신산업으로 예상되는 핵심전략산업 육성과 이를 통한 경제의 새로운 동력 확보를 공약했다. 지난 6월에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해당 발표는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산업·경제 정책을 담은 첫 번째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통상 유사한 시기에 발표되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차별화된다. 한국 정부도 미래 혁신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글로벌 미래 혁신산업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신정부 출범 이후 발표되는 산업정책은 미래 혁신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산업정책의 필요성과 주요 핵심 업종·기술 등에서 유사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산업연구원에서는 경제·산업 분야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발표된 주요 산업정책을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의 산업정책은 시의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향후 한국의 미래 혁신산업 육성정책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방안과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추진을 통한 성과달성이 미래 혁신산업 경쟁력 확보의 과제다. 글로벌 산업정책 환경이 주요국 산업정책 경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미래 혁신산업을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은 더욱 강화되고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간 글로벌 산업 속 경쟁력 확보를 통해 발전해온 한국에게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은 큰 도전이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미래 글로벌 산업의 중점국가로 도약할 기회다. 정부 또한 이러한 산업경쟁에 대응해 미래 첨단분야 업종과 기술에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한국이 미래 혁신산업의 중점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향후 산업정책 추진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시사점을 살펴보고 제언을 하고자 한다. 미래 혁신산업 육성의 핵심 주체는 글로벌 선도기업 주요국의 미래 혁신산업 경쟁 심화와 산업정책의 새로운 부활 속에 산업정책의 중요성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단, 한국이 과거 성공적으로 경험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과는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 산업은 비교적 후발주자로서 정부가 주도해 업종을 선택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하지만 최근 직면한 미래 혁신산업 경쟁에서 한국 산업은 더 이상 후발주자가 아닌 혁신을 이끌어가는 주체로 도약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의 특정 업종 및 분야에 대한 선별적 선택과 지나친 시장 개입은 도리어 구체적인 청사진 제시가 어려운 미래 혁신산업의 잠재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미래 혁신산업의 주체는 최근 글로벌 산업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선도기업이다. 글로벌 선도기업은 다양한 미래 신산업을 위한 먹거리 발굴과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한 국가가 미래 혁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지닌 글로벌 선도기업의 혁신분야에 투자를 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반도체·이차전지·미래차 분야 육성을 위해 주요국은 글로벌 역량을 갖춘 한국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변화되는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에 선도기업에 대한 지원은 대기업 특혜가 아닌 국내 미래 혁신산업의 육성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미래 혁신산업 육성을 추진하는 주체가 아닌 동반자로서 선도기업의 혁신적인 프로젝트가 개별기업의 비즈니스가 아닌 국내 산업생태계로 안착할 수 있게 과감하고 포괄적인 지원과 환경을 제공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미래혁신 프로젝트 투자를 위한 규제 완화와 혁신인재 양성 주요국이 글로벌 선도기업의 혁신적 투자유치 경쟁을 심화하는 가운데, 국내에 이러한 혁신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혁신인재 양성이 최우선 과제로 고려돼야 한다. 글로벌 선도기업의 기업활동 범위가 전 세계로 확장된 오늘날 각 국가의 투자환경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는 국가 간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제도(규제)와 인력을 꼽을 수 있다. 최근 통상환경 악화로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에 일부 제약이 발생하고 있지만, 생산에 필요한 투입요소 중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 자본, 원자재, 중간재, 기술 등에 비해 제도(규제)와 인력의 이동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제약이 크다. 그러므로 제도에서 발생하는 규제완화, 혁신인재를 통한 노동공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정부 또한 규제완화와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대응과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민간의 투자유치 관점에서 규제완화와 인재양성이란 많은 규제 중 기업에 비용으로 작용하는 규제를 중점적으로 완화하고, 기업이 필요한 수준의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시에 적절한 장소에서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기업에 애로사항으로 언급되는 환경, 안전, 노동 등과 관련한 ‘비경제적 규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또한, 산업인력정책 관점에서 기업의 투자와 연계된 인력양성을 통해 기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절한 시점과 장소에 제공하는 등 단기적인 미스매치를 줄이는 노력 또한 지속해야 할 것이다. 신기술의 개발·활용촉진·시설투자 정책균형 필요 신기술은 미래 혁신산업을 견인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주요국의 미래 혁신산업 경쟁의 일환으로 강화되고 있는 기술패권 경쟁에 따라 기술 자국화 움직임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변화는 이전과 비교해 기업 간 인수합병 및 기술이전을 통해 기술을 구입하고 보유하는 비용이 증가했으며, 핵심기술의 경우 이마저 불가능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미래 혁신산업을 위한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기술개발 또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과의 공동개발을 통해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신기술 개발이 미래 혁신산업 육성을 위한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미래 혁신산업을 위해서는 신기술 개발은 물론 해당 기술을 활용해 특정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에 제공해야 한다. 그러므로 미래 혁신산업을 위한 정책이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정책 중심으로 치우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즉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나, 해당 기술개발의 활용을 촉진하고 가격과 질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투자 등에도 정책적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유럽연합(EU)은 미래산업 주도권 선점을 위한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과 기술경쟁 우위 확보 전략을 추진 중이다. 2010년 ‘통합적 산업정책’ 발표를 시작으로 2020년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글로벌 경쟁 대응 및 유럽의 전략적 자립성 확충 요구에 따라 ‘유럽 신산업전략’을 발표했다. 2021년에는 ‘디지털 컴퍼스 2030’ 전략을 마련해 유럽의 디지털 전환을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도 마련했다. 글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 팀장 | 사진 한경DB 미국과 중국의 기술전쟁은 미국, 중국 양국뿐 아니라 첨단기술 산업을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산업정책 기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산업 간 공급망 이슈가 부각되면서 주요국에서는 자국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개입이 정당화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산업 주도권 선점을 위한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과 기술경쟁 우위 확보 전략은 중장기적인 산업육성 정책 및 우방국들과의 전략적 협의체 구축을 통해 강화되고 있다. 역내 산업경쟁력 확보와 산업환경 변화 대응 정책 유럽연합(EU)은 역내 산업경쟁력 확보와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적응하고자 2010년 ‘통합적 산업정책(An Integrated Industrial Policy)’을 발표했다. 제조업의 전반적인 혁신과 생산성 증대에 중점을 두면서 청정생산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목표로 추진됐다. 이 중 유럽 산업 디지털화 정책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유럽 산업 전반의 가치 창출 방식을 변화시키고,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성장과 고용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2020년 미·중 기술패권 경쟁, 코로나19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글로벌 경쟁 대응 및 유럽의 전략적 자립성 확충 요구에 따라 ‘유럽 신산업전략(2020 New Industrial Strategy)’을 발표했다. 이는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및 새로운 지정학적 맥락에서의 대외의존도 감축 추진을 골자로 하고 있다. 관련 전략은 2030년까지 글로벌 역량 강화와 미래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EU의 가장 핵심적인 산업정책 중 하나다. 2021년에는 반도체, 배터리, 의약 성분, 수소 등 6개 전략 분야의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는 자립화 추진 세부계획을 마련했다. EU 상품 교역의 50~60%가 중간재임을 고려한다면 공급망의 취약성을 분석하고 다변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다. 특히 원재료, 배터리, 수소, 반도체, 산업데이터, 항공기, 우주로켓 등 7개 분야의 산업 얼라이언스를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약해진 EU의 단일시장 체제를 회복하고, 생산성 강화와 디지털화 및 지속 가능한 경제체제로의 이행을 목표로 산업정책을 수립한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산업 자립화를 위한 측면으로 연구와 기술개발뿐 아니라 산업연합체 구성, 규제 및 표준협력 강화, 유럽공동이익프로젝트(IPCEI)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정책 이면의 치밀한 기술개발 전략 2021년에는 ‘디지털 컴퍼스 2030(2030 Digital Compass)’ 전략으로 유럽의 디지털 전환을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도 마련했다.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고 인간 중심적, 지속 가능한 디지털 미래 구현을 위한 비전에 정책의 목표가 수립돼 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EU는 4개 핵심축을 마련했는데 이는 디지털 전문가, 디지털 인프라, 디지털 비즈니스 전환,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돼 있다. 2030년까지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딩 컴퓨터 서비스를 활용하는 역내 기업의 비중을 75%까지 높임으로써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디지털 인프라 측면에서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통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을 2020년 10%에서 2030년 20%까지 늘려 반도체산업의 역내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이면에는 치밀한 기술개발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2021-2024)에서는 995억 유로(약 138조 원) 규모에 달하는 연구혁신 프로그램을 구성해 연구혁신 투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유럽 내 전략산업을 구축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응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산업·우주 분야(153.49억 유로)와 기후·에너지·모빌리티(151.23억 유로) 분야에는 연구개발(R&D) 투자가 집중적으로 마련됨으로써 기후변화와 디지털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유럽의 반도체 및 배터리 산업 육성 움직임 EU는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자동차산업과는 별개로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움직임이 눈에 띈다. 반도체산업은 국제분업체계를 구축하며 공급망에 취약한 산업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첨단산업 발전으로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국가별 공급망 내재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으로 한국과 미국, 대만, 일본, 유럽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은 특히 반도체 장비와 일부 소재 부문에 특화돼 있는데,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제조장비, 소재, 칩 설계의 핵심 지식재산을 보유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EU는 반도체산업의 전략적 자율성 및 첨단 반도체의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기술적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인데 세부적으로 보면 자체 기술 보유, 시장 주도 기술 강화, 제조 역량 확대, 신사업 기회 창출 등을 제고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첨단 나노공정 생산량을 증산하기 위해 제조 역량을 확대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장비 부문의 경쟁력 지속을 위한 자체 기술 보유를 확고히 한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열세로 인식되는 첨단 제조기술과 칩설계 부문과 관련한 유럽 반도체 기업들의 세계시장 경쟁력 확보와 기술력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편 EU가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유럽배터리연합(European Battery Alliance)’을 구축한 점이 눈에 띈다. 원자재 및 첨단소재, 셀·모듈, 배터리 시스템, 리퍼포징·재활용·정제 등 4개 분야에 7개국 대표 기업들이 참여했는데 2025년까지 자체 생산이 연간 200GWh에 도달 가능한 설비 구축을 목표로 세웠다. 동시에 2031년까지 EU에서 32억 유로, 민간 부문에서 50억 유로를 공동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러한 목표의 배경에는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향후 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 중 70%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자리 잡고 있다. 전기차의 확대는 새로운 형태의 부가가치 및 일자리 창출로 산업 전반의 긍정적인 효과를 유도하고,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산업적 변화다. 배터리산업은 전 세계 70여 개 공장 중 46개 이상이 중국에 있고, 생산 역량은 중국, 일본, 한국 등 3국이 시장의 약 95%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자동차산업과의 연계성이 높은 배터리산업 육성과 자체 생산을 통해 경제·산업적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한편 2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혁신기술 기반의 산업 자립화 전략 지속 유럽은 국가경쟁력이 첨단산업 선도와 기술력 확보에 있다는 인식 아래 ‘디지털화 촉진’, ‘산업 자립화’, ‘기후변화 대응’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유럽이 중장기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군이 우리가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반도체·배터리 산업이라는 점에서 경계심을 늦출 수가 없다. EU만의 이익과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들이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뒷받침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는 향후 단일시장체제 회복을 위한 보호무역조치 확대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염려되는 부분이다. 최근 EU는 그동안 미·중 간 갈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지만,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Semiconductors(CHIPS) and Science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반도체산업 협 의체(Chip4)’ 등과 유사한 형태의 역내 중심적이고 경쟁국에 견제적인 경제안보전략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동시에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제3국의 참여를 유도하는 등 유럽의 추가적인 기회와 이익을 창출하는 데 산업정책 추진이 집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미·중 사이에서 협력 및 경쟁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 자주성을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물자 및 소재에 대한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데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자립화 전략을 지속할 전망이다. 산업안보 관점에서 제조업 강국 입지 구축 필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대응은 산업경쟁력을 국가 경제성장 및 기술 자국화 등 산업안보의 전략적인 관점에서 제조업 강국으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정부와 기업, 학계의 노력을 집중하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첫째, 기업의 R&D, 시설투자 등을 위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전략품목 및 핵심기술에 대한 보호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미·중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국내 설계 및 생산의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 노력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지속해서 확보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첨단산업의 소재 및 핵심장비 개발 등 기술력 제고가 시급하다. 반도체, 전기차 등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원천인 기초연구 활성화를 위해 연구인력 육성과 글로벌 선도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한 R&D 투자, 실증센터 확대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셋째, R&D 인력 양성과 핵심인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절실하다. 첨단산업의 세계 선도를 위해 정부는 기업의 R&D 투자 유도뿐 아니라 정부 및 산학연 협력 모델을 통한 고급인력 육성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R&D 핵심인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및 관리 시스템 활성화를 검토하고 기술안보를 위한 법·제도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넷째, 기업은 선제적인 투자 확대뿐 아니라 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경쟁력 강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경쟁력이 열위한 부문을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점유율 확대 및 기술력 확보를 위해 기업 간 전략적 인수합병(M&A) 등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기술·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R&D 투자 확대를 통해 기술력을 유지하고, 디자인, 브랜드 등 비가격경쟁력 제고에도 주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출시장 다변화와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외부 충격에 강한 경제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특정 국가의 의존도를 낮추고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능력 강화가 절실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첨단산업 육성 등 경제구조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최근 글로벌 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이 산업과 연계되고, 더 나아가 국가안보와의 연계가 강조되면서, 이른바 ‘첨단기술패권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현실화되고 있는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와 가속화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속에서 세계 각국은 첨단기술패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글 오윤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사회연구단장 | 사진 한경DB 첨단기술패권 경쟁의 시대, 숨겨진 이면 “첨단제조패권 경쟁” 글로벌 강국인 미국 역시 이러한 경쟁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디지털 경제 시대의 핵심품목인 반도체 등 첨단품목에 대한 기초연구부터 연구개발(R&D), 제조 인프라까지 총체적인 지원을 추진하는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반도체법)’이 통과됐으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등을 통해 전기차 및 배터리 분야에서의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과거부터 첨단기술 R&D 분야에서는 전 세계 기술을 선도하고, 기술패권에서 이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첨단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각종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8월, 반도체법 통과 후 나온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을 살펴보면,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위기감과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이 반도체를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공급의 10%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첨단 반도체의 경우 생산이 전무하다(America invented the semiconductor, but today produces about 10 percent of the world’s supply and none of the most advanced chips)”며, “전 세계 생산의 75%를 동아시아에 의존하는 상황(Instead, we rely on East Asia for 75 percent of global production.)”을 지적했다. 결국은 아무리 뛰어난 첨단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산업·경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조 경쟁력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첨단기술패권 경쟁의 본질은 첨단제조패권 경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이어진 강력한 제조혁신 정책 지속 가능한 혁신과 성장 관점에서 제조업의 역할에 대해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이미 주목해 왔다. 2000년대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미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 2009년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제조업의 부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본격 수립하고, 첨단제조 국가전략계획(National Strategic Plan for Advanced Manufacturing), 첨단제조기술 확보를 위한 ‘국가 제조업 혁신 네트워크(NNMI; National Network for Manufacturing Innovation)’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또한 1990년대부터 확산돼온 미국 기업의 오프쇼어링(offshoring), 즉 생산비를 절감하고자 공장 등의 제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던 것을 본국으로 회귀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추진했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연방정부의 역할 축소와 맞물려, 미국의 민간 기업들이 비용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제조업의 기반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러한 기조는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 다시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국 기업의 미국 회귀는 물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글로벌 기업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의 글로벌공급망 등 통상문제와 결부한 제조업 강화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미국산 우선구매(Made in America)’ 행정명령(Executive Order 14005) 등을 통해 해외 조달 비중을 제한하고 자국 조달 비중을 높여 제조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고 추진 중이며, IRA 등을 통해 미국 내에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설비 유치를 확대하려는 전략이 그것이다. 디지털 경제 시대, 첨단기술 초격차를 위한 공격적인 지원 확대 이에 더해, 디지털 경제 시대의 범용목적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이 될 수 있는 인공지능(AI), 양자기술(quantum technology)에 대한 R&D 투자도 확대 중에 있다. 일반적으로 범용목적기술이라고 하면 특정 분야나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술혁신은 물론 사회 전반의 혁신을 유발해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기술을 의미한다.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보편화되는 미래에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의 다양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대용량 데이터의 빠른 연산처리를 지원하는 양자기술 등이 범용목적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이들 디지털 경제 시대의 범용목적기술 선도와 첨단기술 분야 초격차를 위해 강력한 지원정책을 추진 중이다. 먼저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지난 2020년 국가 인공지능 이니셔티브법(National AI Initiative Act) 통과를 기반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R&D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 유지 및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해 글로벌을 선도하고자 추진하는 이 법의 운영을 위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내에 별도의 사무국(NAIIO; National Artificial Intelligence Initiative Office)을 두고 인공지능 분야 기술 역량 확보는 물론, 인공지능 기술의 산업적 활용을 촉진하고자 개인정보보호, 권리 등 법·제도적 측면까지 포함하는 로드맵과 실행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양자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의 공격적인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양자역학적 현상을 활용한 컴퓨팅 기술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을 가능하게 해 실시간 연산이 필요한 자율주행차 등에서의 활용뿐만 아니라, 보안·기술에서도 핵심이기에 미래 혁신산업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바이든 행정부는 2019년 트럼프 행정부에서 출범한 양자연구집중지원법(National Quantum Initiative)을 지속적으로 추진함은 물론, 최근에는 반도체법의 일환으로 양자 연구 프로그램 등에 연간 약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발표하고, 양자연구집중지원 자문위원회(National Quantum Initiative Advisory Committee)를 강화하는 등 양자 분야에서의 주도권 확보에 역량을 결집 중이다. 첨단제조패권 경쟁 시대의 핵심전략, 스마트 제조 치열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구도와 함께 첨단기술패권, 첨단제조패권을 둘러싼 경쟁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 2위인 국가이자,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가 2006년 이래 5위권에 진입한 한국 역시 이러한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이 첨단제조패권 경쟁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산업혁신을 위해서는 첫째, 스마트 제조의 활용을 통한 제조경쟁력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 우수한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역량을 제조업에 접목해 첨단제조 역량을 고도화하는 스마트 제조는 우리에게 효율적인 전략일 것이다. 미래의 주요 제조공정을 자동화된 장비와 로봇이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여전한 주력산업인 제조업을 대규모 고용창출의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완성하는 ‘혁신의 인큐베이터’ 역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둘째,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유턴기업 지원)에 스마트 제조를 연계해 국내에 복귀하는 제조·생산시설의 고도화를 지원하는 ‘스마트 리쇼어링(smart reshoring)’(가칭) 정책의 도입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공장의 도입은 유연성 향상과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리쇼어링에 긍정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되는 가운데, 글로벌공급망의 불안정성·불확실성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리쇼어링 트렌드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낮은 편인 현 상황에서 법인세 감면, 고용창출 중심으로 논의됐던 기존 리쇼어링 이슈를 스마트 제조 경쟁력 확보 관점까지 확대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스마트 제조 전략의 본질은 ‘제조’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지나친 정보기술·소프트웨어 중심의 접근보다는 제조현장의 운영기술(OT) 역량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중요할 것이다. 단순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이나 중소·중견기업의 디지털 전환 지원 관점에서 벗어나 첨단제조의 역할과 관련 생태계 육성을 위한 정책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첨단제조패권 경쟁 시대의 중요한 대응전략일 것이다.
글로벌 산업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 기술패권 경쟁, 기후위기,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전염병의 등장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환경변화로 우리나라 미래산업의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 임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기술예측센터 선임연구위원 | 사진 한경DB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 산업 인공지능은 중요한 산업기술 트렌드로 등장하고 있다. 산업 인공지능은 산업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생성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제조산업, 헬스케어, 에너지, 유통, 농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혁신을 촉발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산업 인공지능은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의 경험이나 암묵적인 지식 형태로만 존재하던 도메인 지식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으며, 시스템 자동화, 공정 최적화, 운영 모니터링, 품질관리 등에 적용돼 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전환은 또한 영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빅블러 현상 중 가상과 현실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가상과 현실을 연결해주고 실시간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해주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기술 트렌드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향후 메타버스 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매킨지에 따르면 2030년 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약 5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설계, 시험, 실증 등에 메타버스 기술을 도입해 활용하면서 자사 제품 및 서비스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제고하고 있다. 기술패권이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기정학’ 시대 미국과 중국의 차세대 산업기술 패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 등 초강대국은 첨단기술 확보를 통해 경제적·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리적인 위치가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 시대에서 기술패권이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기정학’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중으로부터 자국 편 선택을 요구받고 있지만, 어느 한쪽만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소재·부품·장비의 핵심기술 보유 여부가 산업경쟁력의 핵심요인이 될 것이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은 중요한 산업기술 트렌드가 될 것이다. 산업기술 패권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각국이 핵심기술을 탈취하거나 적대국을 교란하기 위해 국가지원 해커그룹이 급증하고 있다. 각국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기술과 산업 안보를 강화하는 추세이며, 물리적 보안, OT1)사이버 보안 등 보안산업의 발전과 확대가 중요한 산업기술 트렌드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합위기 대응 속 새로운 시장 창출 기후위기, 신종 전염병 등과 같은 복합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시스템 구축이 중요해지면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전환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석연료 중심에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시스템의 전환이 필요하며, 수소에너지, 핵융합에너지 등 탈탄소 사회를 위한 미래에너지 개발과 활용도 중요한 산업기술 트렌드로 등장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백신 주권과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한 사건이다. 향후에도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전염병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응할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 첨단 바이오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특히 기존 생명체를 공학적으로 활용하거나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 시스템을 설계, 제작 및 합성하는 기술로 정의되는 합성생물학은 유전자치료제,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 공정, 바이오매스의 공급·가공 등 산업적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며 첨단 바이오 분야의 중요한 산업기술 트렌드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기술력이 산업과 경제를 넘어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 되는 세상일 것이다. 이러한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불확실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노력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상시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업기술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11월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두 나라는 26건의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먼저 단일 외국인 투자로는 최대 규모인 에쓰오일(S-Oil)이 국내 건설사 3개 업체와 체결한 울산 2단계 석유화학 사업의 설계·조달·시공(EPC; 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 계약을 비롯해 현대로템과 사우디 투자부 간 네옴(Neom) 신도시 철도 협력 MOU, 키디야(Qiddiya)와 홍해(Red Sea) 지역 미래도시 건설에 최첨단 3D 모듈러 공법 적용 협력 MOU, 국내 5개 건설사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그린수소 등 신에너지 협력 MOU 등이 체결됐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이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한국 기업과의 투자규모는 300억 달러(약 40조 원)에 이른다.
한눈에 보는 우리나라 FTA 현황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의 역할 증대 전략이 궁금하다면?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개발협력 ‘2022 글로벌 코리아 포럼’ 2022 글로벌 코리아 포럼(GKF)이 지난 11월 23~2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아세안 상생연대 구축과 국제개발협력, 유럽연합(EU) 지역과의 가치중심의 경제협력과 개발협력 파트너십 강화, 지식재산 분야 국가개발협력 현황과 방향성,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의 변화와 한국의 다차원 복합외교 등을 집중 논의했다. 지역별 국제·개발협력 전략을 모색한 1일차에 이어 2일 차에는 11월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 및 G20 정상회의, APEC 직후에 열리는 국제 행사로 아세안 10개국 대사 및 국제이주기구(IOM) 한국대표부,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정책센터,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서울사무소,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동북아사무소 등과 함께 국제정세 변화와 이에 따른 한국의 국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탄소중립 추진 정책의 강화 필요성과 대응책이 궁금하다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정책 세미나 개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11월 18일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세계적 불확실성과 우리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주요국 내 에너지 안보 강화 시급성이 강조되는 만큼 이를 계기로 탄소중립 추진 정책의 강화 필요성과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울러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의 탄소중립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회도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박찬국 원전정책연구팀 팀장이 ‘시장가격에 의한 수요 조절, 무탄소 전원(원전, 재생) 확대’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토론회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유승훈 교수, 한양대학교 김진수 교수,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박민혁 센터장이 패널로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형 경제안보의 이슈와 대응이 궁금하다면?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보고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는 지난 11월 15일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보고서: 이슈와 대응’ 성과확산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NRC 경제안보TF에서 발행한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보고서: 이슈와 대응>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경제안보 대응방안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NRC 경제안보TF는 전환하는 세계, 특히 세계 공급망 위기를 포함해 대외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특수상황에서 야기될 수 있는 각 부문의 안보적 이슈를 대응 점검하기 위해 지난 6월 구성된 TF다. 국책연구기관 및 대학, 민간연구소의 분야별 최고 전문가가 참여한 열린 융합연구플랫폼(Open Think Tank)이다. 이번 세미나의 기조연설은 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부원장이자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제경제 담당 국장인 매튜 굿맨(Matthew Goodman)이 영상을 통해 ‘전환하는 세계, 경제안보 이슈’를 주제로 발표했다. 아세안과 인도로 기업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비즈니스 트렌드 웨비나 신남방 지역인 아세안(ASEAN)과 인도는 교역, 투자, 인적교류 등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파트너국으로 이 중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는 우리 기업의 진출 수요가 가장 높은 곳이다. 코트라는 지난 11월 23일 이들 국가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거나 2023년 비즈니스 트렌드에 관심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현지 비즈니스 트렌드 및 대응전략을 제공하기 위해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비즈니스 트렌드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번 웨비나에는 코트라 동남아지역본부장, 서남아지역본부장을 비롯해 각국 비즈니스협력센터 팀장, 진출기업 관계자 등이 연사로 나서 2022년 현지의 주요 경제 이슈 점검과 함께 2023년 경제전망, 우리 기업이 진출 시 알아야 할 현지의 규제·법 유의사항, 현지 진출 성공사례 및 마케팅 활용방안 등을 제시했다. 2023년 경제전망이 궁금하다면? 제12차 KIEP-IMF 공동 콘퍼런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21일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2023년 세계경제 전망: 긴축과 파편화 속에 억눌린 회복’이라는 주제로 ‘제12차 KIEP-IMF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1세션에서는 두 기관이 2023년도 세계 및 아시아 경제를 전망하고, 2세션에서는 글로벌 경기 변동과 기업활동 동향에 대해 기관별로 발제한 후 전문가 토론이 이어졌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팀장은 2023년에 세계경제가 올해(3.1%)보다 낮은 2.4%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 쉬(Yizhi Xu) IMF 아시아·태평양국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지역이 고물가와 경제성장률 둔화에 직면해 있다며 중기재정계획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보고서로 읽는 통상의 세계 최근 對중국 무역적자 요인 분석 및 향후 전망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11월 17일 ‘최근 對중국 무역적자 요인 분석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對중국 교역의 구조적 특징과 경기적 특징을 심층 분석한 후, 對중국 무역적자에 대한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의 상대적 중요도를 비교했다. 현재 對중국 무역수지 적자 현상은 경기적 요인의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난 만큼, 중국의 실물경기 회복 및 인플레이션 해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종식에 따라 원자재가 및 교역단가 안정화가 이뤄진다면 對중국 무역수지도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홈페이지 게재 최근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 강화 동향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22일 보고서 ‘최근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 강화 동향과 시사점’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공약했던 연방조달 부문에서의 바이 아메리카 정책 강화를 위해 전담기관을 설치하고 관련 규정을 제·개정하는 등 신속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지속적인 바이 아메리카 정책 이행으로 미국 조달시장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공공 인프라 조달에 대한 규제강화로 건축자재(비철금속, 플라스틱, 유리, 목재, 폴리머 제품 등) 조달시장과 전기차 인프라 조달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홈페이지 게재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 정식서명… 디지털 제품 무관세 지난 11월 21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탄시렝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제2장관은 싱가포르에서 만나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에 서명했다. 지난해 12월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DPA; Digital Partnership Agreement) 타결 선언 이후 협정문 법률 검토와 국내 심의 절차를 진행해온 양국은 이날 서명을 마지막으로 양국 간 협상절차를 모두 완료했다. 한·싱가포르 DPA는 다양한 디지털 통상 규범과 협력 기반을 포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디지털 통상 협정으로, 각종 콘텐츠 등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디지털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개인정보를 포함해 양국 간 자유로운 데이터 이전을 보장하고,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이전·공개 요구를 금지해 무역기술장벽 도입을 방지한다. DPA를 통해 무역과정을 전자화하고 통관절차를 간소화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한 우리 소비재의 아세안 수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아세안, 미·중 사이서 양분되기보다 세 번째 블록 형성해야 한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를 포함한 중견국들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으로 양분되기보다 세 번째 블록을 형성해서 견제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난 11월 24일 국제기구인 한·아세안센터,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 한국유엔체제학회가 공동 주최한 ‘2022 한·아세안 포럼: 지속 가능한 한·아세안 파트너십을 위한 협력’이 열렸다. 이날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대한 정치·경제 블록의 갈등 속에서 각국은 국익을 위한 최선책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제하며 “아세안, 한국 그리고 한·아세안 파트너십의 전략적인 원칙은 이 두 선택 사이에서 이분법적으로 양분되기보다는 부분적으로 두 강대국 사이의 공간 또는 그 밖에서 세 번째 블록을 형성해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한국과 데이터 이동 협약 확정… 브렉시트 이후 첫 디지털 협정 영국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규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개인정보보호 수준이 적정하다고 판단, 데이터 이동 협약을 최종 확정했다. 동 데이터 이동 협약이 시행되면 데이터 이전 장벽이 제거되고 양국 간 공조가 원활해지면서 연구 및 혁신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정부는 이번 협약이 브렉시트 이후 첫 데이터 이동 협약일 뿐만 아니라, EU·한국 간 협약보다 광범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영 협약하에서는 양국 기업이 현지 거주민의 금융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금융정보 공유를 통해 현지 진출 기업들의 대출·투자·보험 관련 업무가 훨씬 원활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한·미·일·유럽 자동차협회 “북미 이외서 생산된 차에도 혜택 줘야” 한국을 비롯한 미국·유럽·일본 자동차협회들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 북미산 무공해차에만 세제 혜택을 주는 최종조립요건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주요국 자동차협회가 미국 재무부의 IRA 의견 수렴 기간 제출한 의견서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11월 24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자동차협회(AAI)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등 주요 교역 대상국에서 생산된 무공해차에 대해 북미산과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KAMA, 유럽자동차협회(ACEA), 일본자동차협회(JAMA)는 모두 자국산 무공해차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과 캐나다, 정치적 갈등 고조 속에 ‘차가운 공존 시대’ 돌입 최근 서방국의 탈중국 공급망 다각화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캐나다의 대중국 경제정책 기조가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양국은 경제적으로 상보관계에 있으므로 무역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으나 투자 및 주요 경제분야 파트너십 측면에서는 향후 파장을 훨씬 면밀하게 고려하는 등 이전보다 신중한 접근법으로 선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 서방국들이 경기침체 위협 등 여러 심각한 경제문제에 직면한 만큼 “캐나다 입장에서는 무역 제한보다는 무역 개방을 통해 얻는 것이 더 많다”며, 핵심광물 개발사업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업을 제외하고는 중국발 투자 채널을 계속 열어둘 것으로 내다봤다. EU, 러시아 추가 제재 시사, “9차 제재안 전속력으로 마련”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 발표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1월 24일 핀란드에서 열린 ‘새로운 유럽 바우하우스(New European Bauhaus)’ 콘퍼런스 행사 기자회견 중 “9차 제재 패키지 마련을 위해 전속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전쟁역량을 약화하기 위해 우리는 러시아가 (경제적) 타격을 입을 만한 곳을 겨냥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EU는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현재까지 약 여덟 차례에 걸쳐 제재안을 발표했는데, 추가 제재안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 국제무역법원, 한국산 강벽사각파이프 반덤핑률 재산정 초안 승인 미 국제무역법원(CIT)이 미 상무부가 한국산 강벽사각파이프에 특별시장상황(PMS) 적용을 철회하고 반덤핑률을 재산정해 제출한 연례재심 재산정 초안을 승인했다. 동 재산정안에 따르면 하이스틸과 국제강재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은 각각 9.90%와 1.91%로 조정됐다. 2015년 PMS 규정 개정 이후 제3국의 데이터 외에 다른 수단을 통해 관세율을 산정할 수 있도록 조사당국의 재량권을 대폭 확대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상무부는 2017년 4월 한국산 유정용 강관 연례재심에서 고율의 덤핑마진을 산정하는 등 PMS 규정을 확대 적용해왔으나, CIT는 상무부의 PMS 적용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고 있다. EU 이사회, 공급망 실사 지침에 관한 입장 합의 유럽연합(EU) 이사회는 지난 11월 25일 상주대표부 대사회의(COREPER)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 지침’에 대한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다. 이사회의 합의는 11월 22일 체코 의장국이 작성한 타협안과 대체로 유사한 내용으로, 기업의 실사 범위를 전체 상품의 가치사슬에서 상품 제조 이후의 다운스트림(상품의 사용 등)에 대한 부분을 제외한 내용이다. 이번 상주대표부 대사회의에서 합의된 이사회의 안은 12월 1일 이사회에서 입장을 확정한다. 내년 5월 유럽 의회가 관련 입장을 확정하면 삼자협의를 통해 최종 법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화 속 물건에 담긴 의미, 역사 속 선인들이 내린 결정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행위에 대한 해석이다. 그렇다면 무역거래에서 사용되는 해석은 무엇일까? 국제적으로 관용되고 있는 무역조건에 관한 국제규칙, 인코텀스의 ‘해석’ 규칙에 대해 알아보자. 글 한국무역협회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 인코텀스(Incoterms)란? 실무적으로 수출품 납품과 관련한 운송·보험계약 체결자, 운임·보험료 부담자 등 각종 의무·비용 부담자를 정해주는 조건 및 각 거래조건 사용 시 수출입자의 역할을 해석한 규칙을 의미한다. 인코텀스의 제정과 개정 ① 정형화된 거래조건의 해석규칙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 정형화된 거래조건 사용과 관련해 무역업자들 간 오해 및 분쟁이 빈번히 발생함에 따라 소송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에 국가별·지역별 해석 차이로 인한 분쟁의 예방을 위해 해석규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② 국제상공회의소(ICC), 1936년 최초의 해석규칙인 ‘인코텀스 1936’ 제정 및 공표 1920년 세계 35개국의 참여하에 국제상업회의소(ICC; 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가 창설됐다. 창설 첫해부터 정형거래조건 관련 각국의 실태조사를 시작해 1936년 11개 조건의 해석을 담은 ‘인코텀스 1936’을 공표했다. ③ 무역거래환경 변화를 고려해 수차례 개정 운송기술의 발전, 전자상거래 확산 등으로 인한 무역환경 변화를 수용하고자 수차례 개정됐으며, 1936년 제정 이후 지금까지 총 8차례 개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22년 현재 사용되고 있는 버전은 2020년 1월 1일 발효됐기에 ‘인코텀스 2020’이라 한다. 인코텀스의 적용 첫째, 거래 상대방 간 합의를 통해 적용한다. 인코텀스는 민간단체가 만든 것이므로 법률(law)이 아닌 규칙(rule)에 해당한다. 따라서 ‘인코텀스 2020에 따른다’는 합의가 있어야만 구속력이 발생한다. 둘째, 유체물 거래에 적용한다. 운송계약 체결자, 통관절차 담당자, 납품장소 등 유체물 판매와 관련한 사항을 다루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영화, 음원 등을 온라인으로 전송하는 거래에는 인코텀스 사용의 실익이 없다. 소프트웨어 등을 온라인으로 전송하는 거래도 대외무역법상 수출에 해당한다. 셋째, 수출자와 수입자의 역할에 한정한다. 수출자의 수입자에 대한 의무 및 수입자의 수출자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며 운송·보험계약에 따른 수출자(수입자)의 운송인·보험자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운송인의 과실로 인한 물품파손 등의 문제는 인코텀스가 아닌 운송계약을 살펴야 한다. 넷째, 구 버전 인코텀스 이용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다. 과거의 인코텀스가 당사자들의 역할을 더욱 명료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여긴다면, 무역계약에서 특정한 구 버전(ex. 인코텀스 2010)을 따르겠다는 취지를 명확히 해 사용할 수 있다. 인코텀스 사용 시 편익 ① 운송·보험·통관 담당자 확정 가능 인코텀스는 운송계약 체결자, 보험계약 체결자, 수출입통관절차 담당자를 규정하고 있어서 무역계약에서 운송·보험·통관 담당자 각 항목에 대해 개별적으로 협상할 필요가 없다. 예) FOB 조건: 수입자가 운송·보험 계약자, CIF 조건: 수출자가 운송·보험 계약자 ② 수출가격에 포함되는 비용항목 확인 가능 인코텀스는 물품 납품장소 및 방법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가격 견적 시 어느 항목을 포함해야 할지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예) FOB 조건: 수출항에서 선적할 때까지 발생하는 비용을 포함해서 수출단가 계산 ③ 물품 납품장소 확인 가능 몇 가지 조건에서 예외가 있지만 인코텀스는 물품 납품장소를 구체적으로 기재해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견적서나 무역계약서에 기재된 인코텀스 항목을 보고 물품 납품장소를 알 수 있다. 예) EXW서울시 삼성동 1번지: 삼성동 1번지가 납품 장소, FOB부산항: 부산항이 납품 장소
전 산업 분야에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 의료 등 전통적인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신산업도 활발히 창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각 국가는 정부 차원의 데이터 전략을 추진 중이다. 글 및 자료 제공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데이터산업본부 산업기획팀 데이터산업 발전과 활용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는 EU 유럽연합(EU)은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현재 EU 집행위원회(EC; European Commission)가 유럽의 데이터산업 관련 전략 및 법제도를 전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유럽의 데이터산업 관련 규정으로 2018년 시행된 ‘일반데이터보호규정(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있다. 이를 통해 유럽은 자유롭고 안전한 데이터 흐름을 지원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설정했다. 이어 2020년 2월, 유럽의 데이터산업 기본 육성 전략인 ‘유럽 데이터 전략(European Data Strategy)’이 발표됐다. 해당 전략은 EU 내 단일시장 구축과 데이터산업 육성을 위한 것으로, 경제와 사회에서 보다 많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2021년 11월엔 유럽 데이터 전략의 일환으로, EU 전역의 데이터 공유 체제를 강화해 데이터 가용성을 제고하는 데이터거버넌스법(Data Governance Act)이 발표됐다. 또한 이를 보완하고자 데이터법(Data Act)(2022.2)이 이어서 발표됐다. 데이터법은 소비자 및 기업의 데이터 접근을 촉진하는 등 EU 내 데이터 접근 장벽을 제거하고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프레임워크 설정을 목표로 한다. EU가 데이터산업 발전과 데이터 활용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시행 중인 일련의 정책과 법안은 ‘유럽 내 데이터 공유’ 및 ‘통합형 데이터산업 발전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올해 5월에는 유럽 내 ‘의료 데이터 공간’과 ‘에너지 데이터 공간’ 구현을 위한 프레임워크 및 프로젝트(오메가-X)가 개시됐다. EU의 데이터산업 비즈니스 EU 내 데이터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정보기술(IT) 분야 이외에 제조, 보건의료, 물류 등 전통적 산업에서의 데이터 활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해당 업계의 데이터 기반 솔루션 개발 또한 활발한데 대표적으로 EU 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공장 효율화·자율주행 등에 데이터를 활용 중이거나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폭스바겐(Volkswagen)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과의 협업을 통해 산업 데이터 분석 처리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르노(Renault)는 제품 재사용 전반에 걸쳐 관련 데이터를 모두 실시간으로 공유할 예정이며, IT 서비스 기업인 아토스와의 협업을 통해 대규모 제조 데이터를 수집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EU 내 물류업계에서는 운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 출시가 활발하다. 전자 데이터 교환을 통해 주문을 확인하고 관련 데이터를 전사적자원관리(ERP) 플랫폼 및 협력사와 공유할 수 있는 솔루션(Logic TMS), 컨테이너 운송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하는 솔루션(Cargo Monitor),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창고 운영 최적화가 가능한 솔루션(eLogiq)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이 과정에서 물류기업 간 협력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데이터산업 현주소 2021년 국내 데이터산업 시장은 23조972억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7.1%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장세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데이터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제도적 뒷받침이 수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데이터산업을 미래 성장의 핵심동력으로 인식하고, 2021년 10월 ‘데이터산업 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데이터산업법)’을 제정했다. 민간 데이터 활용 기반을 마련하는 법률이 부재하다는 점에 기인한 작업이었다. 2022년 4월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9월에는 국가 차원의 데이터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새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 외에 의료, 금융, 농업 등 산업 분야에서의 데이터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부처별 구체적인 과제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보건복지부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의료 및 건강 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맞춤형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 분야의 데이터 수집, 활용 인프라 및 금융보안 규제를 개선해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농업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가 스마트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촉진할 예정이다.
세계일류상품은 ‘세계일류상품 육성사업’을 통해 수출유망상품과 생산기업을 선정하고 이들이 해외 마케팅, 연구개발(R&D), 금융 지원 등의 사업에 참여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거나 우대하는 제도로 2001년 도입됐다. 각 유관기관이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된 기업에 지원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세계일류상품 #66개 상품 #81개 기업 국내 기업의 세계일류상품 육성을 위해 2001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전년도 기준 세계시장 규모가 연간 5,000만 달러 이상 또는 수출 규모가 연간 500만 달러 이상인 상품 중 세계시장 점유율이 5위 이내, 5% 이상인 제품이 선정 대상이다. 올해는 세계일류상품 66개,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81개사가 신규 선정됐다. #조달청 조달청 물품구매 적격심사 시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에 가점을 부여한다. 주무부의 장이 확인해준 자료를 제출한 경우 평가하며 세계일류상품 인증기업임이 유효해야 한다. #한국공인검사원 검사 및 인증 서비스 비용을 할인한다. 모든 비용의 10%를 할인하고 교육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미국 기계기술자협회(ASME) 등 국제규격 관련 교육 참가 시 교육비 면제, 글로벌 벤더 등록을 지원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우수기업연구소육성사업(ATC+) 평가 우대로 2점 가점한다. 최근 3년 이내(접수마감일 기준)에 산업부로부터 신청 과제의 기술분야에서 세계일류상품 생산업체로 선정 또는 세계일류상품 관련 기술 인증을 받은 기업이 주관 연구개발기관으로 연구개발과제를 신청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인력양성사업 선정 우대와 섬유패션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진단 컨설팅을 지원한다. 섬유의 날 유공자 포상에 가점을 부여하기도 한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국가직무능력표준(NSC) 기업 활용 컨설팅을 무료 지원한다. 한국전자전 공동관 참가 시 참가비를 할인해준다. 온오프라인 전시관 운영, 화상 수출상담회, 콘퍼런스 등을 개최하는 전자·정보기술(IT) 산업전시회로서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공동관 구성 참가 시 참가비의 20%를 할인해준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 기계·로봇·항공 산업의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자본재산업 분야)에게 포상 가점을 부여한다. 산업의 생산활동에 사용되는 각종 기계류와 부품, 소재 등을 제조하는 자본재산업을 대상으로 기술개발·산업발전·지원 부문 개인·단체 포상 심사 시 가점을 부여한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수출신용보증 보증한도를 우대한다. 보증가능 한도의 1.5배 범위 내에서 보증한도를 특별 책정한다. 단기수출보험 보험한도도 우대한다. 보증·보험료 할인혜택도 준다. #기술보증기금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을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으로 지정 및 우대하며 기업당 최고보증한도를 50억 원(일반보증 30억 원)으로 운용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중 세계일류상품의 개발 및 수출에 현저한 공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를 추천한다.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 중 세계시장 점유율 제고, 혁신제품 유공, 신기술 개발 등 세계일류상품의 육성과 발전에 기여한 개인 또는 단체를 추천한다. #신용보증기금 보증한도 우대 서비스를 진행한다.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을 우대부문 보증대상기업으로 운용 및 최고 30억 원 보증한도를 허용한다. 신용도 취약기업에 대한 보증한도 15억 원 제한 적용을 배제한다. 보증료 또한 우대한다.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을 유망창업 보증대상기업으로 운용 및 업력에 따라 보증료율을 0.2%p~0.4%p 차감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히든챔피언 육성 프로그램 기업 선정 시 우대한다.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인 경우, 신청자격 중 매출액 자격 기준과 상관없이 신청 가능하다. 히든챔피언 육성 대상은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이다. 이들에게 금융 및 맞춤형 경영정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갖게 한다. #IBK기업은행 수출실적 미화 100만 달러 이상, 신용등급 BB+ 이상 기업 중 코트라에서 세계일류상품 육성사업으로 선정한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업종, 매출액 등을 고려해 심사한 뒤 대출한도를 책정한다. 최대 1.0%p 범위 내 대출금리 추가 감면이 가능하다. 외환 수수료 우대서비스도 시행하고, 해외 전자상거래 수출도 지원한다. 컨설팅 지원 및 외국인직접투자 원스톱 서비스도 제공한다.
“계약은 준수돼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것은 오랜 법규범이지만, 개인 간 혹은 국가 내에서만 주로 지켜졌다. 과거 역사 속에서 ‘국제법’이 허울 좋은 문서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처럼 채무를 갚아야 한다는 규범도 ‘국제 문제’로 비화하게 되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글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중기과학부 부장 서양사회에서 국가부채는 심심찮게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지곤 했다. 중세 및 근대 초기에 채무상환 비용이 재정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자 군주들이 흔히 쓰던 방법이었다.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3세는 1340년대 이런 방법으로 당시 이탈리아의 금융 ‘거인’인 바르디가와 페루치가를 쓰러뜨렸다. 샤를 7세는 백년전쟁으로 피폐해진 프랑스를 재건하기 위해 자크 쾨르에게 돈을 빌렸는데 그 돈을 갚지 않으려고 자크 쾨르를 투옥해버렸다.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부도 선언을 통해 15~16세기 번창하던 독일의 재벌 푸거(Fugger) 가문을 뿌리째 흔들었다. 푸거 가문의 대출금은 1510년 20만 플로린에서 16세기 중반 500만 플로린을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조의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순식간에 900만 플로린 이상의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푸거가의 자본수익률도 1520년대에는 50%를 넘었지만 1550년대 5.5% 수준으로 떨어졌고, 1560년대에는 순손실로 전환될 수밖에 없었다. 펠리페 2세 시절 스페인 재정을 복기해보면 국가예산이 얼마나 위태위태하게 운영됐는지를 알 수 있다. 1562년 카스티야 후로스(장기국채) 이자지급으로 50만 두카트, 플랑드르 후로스 이자지급으로 30만 두카트가 지불됐다. 여기에 아라곤(5만 두카트), 시칠리아(15만 두카트), 밀라노(20만 두카트), 대서양 여러 섬(3만 두카트)에 대한 후로스 이자지급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전체적으로는 123만 두카트가 한 해의 후로스 이자비용이었다. 각종 통계를 종합하면 펠리페 2세는 20년 동안 국가부채를 네 배나 늘려놓았다. 1588년 무적함대의 잉글랜드 원정과 패배 등으로 재정상황이 급박해지자 펠리페 2세는 매주 토요일 재무 관료들에게 현재 수중에 자금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고토록 했다. 왕실 금고에 남은 총액이 무적함대 하루 운영비용인 3만 두카트도 되지 않는 날도 허다했다. 1400년대 이전 유럽이 분권화됐을 때는 국가재정이라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영주나 국왕이 알아서 자기 영지에서 공물, 지대, 부과금, 이용료 등을 거뒀다. 국왕들도 개인 명의로 토지를 담보로 돈을 빌렸다. 16세기 이후로는 전쟁이 대규모화되고 국가 재정지출이 급속히 늘면서 국가가 예산과 세금, 재정을 제도화했다. 프랑스 대혁명 직전 재무총감 네케르에 따르면 프랑스 국가지출 중 3분의 2는 군대에 할당됐다. 18세기 막대한 전비가 드는 대규모 전쟁은 대부분의 국가에게 큰 부담이었다. 근대 이후 국가 채무불이행 사실상 제도화 근대에 접어들면서 채무불이행이 너무 자주 일어나 사실상 “제도화됐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국가가 파산했다는 표현보다 모라토리엄이나 채무재조정(rescheduling), 강제전환(forced conversion) 등의 용어로 채무불이행 사태가 순치되고, 덜 무섭게 포장됐을 뿐이다. 스페인은 1556~1696년 14차례에 걸쳐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 당시 에스파냐 정부가 완전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것만 따져봐도 1575년, 1576년, 1607년, 1627년, 1647년에 이른다. 근대 초기 프랑스도 정기적인 채무불이행 국가 중 하나였다. 앙리 4세는 “대금업자들을 스펀지처럼 쥐어짰다”는 평을 들었지만 빌린 돈을 갚는 데는 모범적이지 않았다. 이후 프랑스 국왕들도 금융업자들에겐 ‘큰 구멍’이었다. 프랑스 왕정은 1559년, 1598년, 1634년, 1648년, 1661년, 1714년, 1721년, 1759년, 1770년, 1788년에 빚을 갚지 않고 ‘펑크’를 냈다. 삼부회 소집으로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에 불을 댕길 때도 루이 16세가 제기한 주요 안건은 채무불이행과 관련된 것이었다. 국가부도는 전 유럽적 현상이 됐다. 1800년부터 2010년까지 그리스는 무려 5번의 국가부도 사태를 경험하며 100년 넘게(전체 기간의 51%) 파산 상태에서 국가가 운영됐다. 러시아도 39%(5번)의 기간을 국가부도 상황에서 보냈다. 헝가리(37%, 7번)와 폴란드(33%, 3번) 등도 3분의 1 이상의 세월을 부도 아래 흘려보냈다. 근대 초 이래 유럽 국가에선 채무불이행이 반복되면서 국채는 더 높은 금리로 발행될 수밖에 없었다. 빚으로 빚을 갚다가 끝내는 포기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수없이 반복된 것이다.
2009년 설립한 ㈜린제이앤코스는 수년간 필오프팩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홈 에스테틱 전문기업이다. 최상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직영공장 설립,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를 아끼지 않는 ㈜린제이앤코스의 제품들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50개국으로 수출되며 글로벌 홈 에스테틱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 중이다. 글 이선민 기자 사진 박충렬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서 일반인은 에스테틱 숍을 가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홈 에스테틱 전문 브랜드 ‘린제이’를 론칭했습니다.” ㈜린제이앤코스 유희숙 대표는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모델링 마스크팩을 개발해 린제이의 대표제품으로 키워냈다. 수년간 각종 뷰티 어워드의 소비자 평가 및 만족도 1위, 국내 오프라인 점유율·판매량 1위, 온라인 판매도 및 인지도 1위 등으로 인정받는 린제이의 일등공신은 모델링 마스크팩이다. 모델링 마스크팩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유 대표는 제품의 질을 높이겠다는 신념 아래 과감하게 화장품 생산에 최적화된 공장을 짓고 10년 이상 경력의 연구진을 두며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지금은 기초화장품부터 마스크팩, 헤어팩 등 생산제품만 200여 종이 넘는다. “린제이의 모델링 마스크팩은 보습에만 그치지 않고 피부 노폐물을 흡착해서 피부를 청정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굉장한 차별화를 이루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19 이후 마스크 때문에 피부 트러블을 겪는 분들이 모델링 마스크팩을 많이 찾으시고 가성비도 좋다고 호평을 해주세요.” 현재 린제이 제품은 인터넷 쇼핑몰 ‘린제이샵’, GS샵, CJ몰, 홈&쇼핑을 비롯해 오프라인 농심 메가마트, 대구 현대백화점, 이마트, 그리고 올리브영, 왓슨스 등 뷰티&헬스 케어 드러그스토어 온오프라인에서 판매 중이다. 해외전시회 참여 및 해외인증 취득 등 정부지원 최대 활용 ㈜린제이앤코스는 현재 미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브라질, 중국, 베트남 등 50개 이상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공장을 지을 때만 해도 무리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화장품 생산에 최적화된 공장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도 우리에게 생산을 의뢰하고 있어요. 만약 우리 브랜드만 고집했다면 지금처럼 크지 못했을 거예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수출이 우리 회사를 성장시키는 또 하나의 축이죠.” 2012년 직영공장을 확대하면서 국내보다 해외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수출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포천상공회의소, 코트라 등등 다양한 기관의 지원책을 활용해 해외 박람회나 국제 전시회 등에 참가하고 코트라의 해외 현지화 사업 등에 참여하며 수출길이 열렸다. 박람회에서 많은 바이어가 린제이에 관심을 보였으며, 특히 직영공장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2016년부터 해외영업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수출에 시동을 걸었다. 또한 원산지 증명을 위해 경기FTA활용지원센터의 도움을 받고 해외인증 취득도 지원을 받아 경제적 부담을 덜었다. “중국 광군제 때 모델링 마스크팩이 순식간에 25만 개가 팔렸어요. 그만큼 홈 에스테틱 수요가 많은 거죠. 저는 앞으로도 홈 에스테틱 시장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만 사용한다는 편견을 깨고 일반인에게 에스테틱 제품을 제공하면서 홈 에스테틱이라는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린제이앤코스. 홈 에스테틱 하면 린제이를 떠올릴 수 있도록 세계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린제이앤코스의 도전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코트라 수출 바우처로 판로 확대 ㈜린제이앤코스는 코트라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수출바우처를 활용해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 것이 수출이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성공요인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참가한 ‘2022 싱가포르 코스모프로프 뷰티박람회’에서 유럽, 아랍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코스모프로프는 뷰티박람회 중 가장 큰 규모로 세계 각국의 바이어가 참가하는데 이곳에서 가장 인기를 끈 부스가 바로 ㈜린제이앤코스의 부스였다. 유희숙 대표는 앞으로도 해외 박람회와 국제 전시회에 적극 참여해 세계시장에서 인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제6회 대학생 통상정책 토론대회에는 20개 대학 36개 팀, 117명이 참가했다. 이 중 논문심사와 찬반토론을 거쳐 대상을 차지한 주인공은 고려대학교 대동단결팀이었다. 류재민, 이예진, 전혜린 세 명으로 이뤄진 대동단결팀은 모두 학내 토론동아리에서 실력을 쌓아왔다. 글 이선민 기자 사진 이소연 대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대동단결팀을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고려대학교 토론 동아리 고란도란에서 활동 중인 재학생으로 저는 이번 토론대회에 참가한 대동단결팀에서 팀장을 맡았습니다. 대동단결이라는 팀 이름은 비단 토론에서의 승리뿐만 아니라 분열된 국제사회가 화합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지었습니다. 대학생 통상정책 토론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이번 토론에서 입론을 맡았습니다. 이번 대회는 통상이라는 전문분야를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컸습니다. 통상에 대해 토론하려면 국내 상황뿐 아니라 국제적인 정세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회를 준비하면 복잡한 국제정세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통상에 대해 많은 통찰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참가했습니다. 이번 대회 주제는 ‘EU의 CBAM’인데 어떻게 접근했나요? 저는 토론회의 결론을 맡았습니다. 저희가 핵심적으로 생각을 한 것은 과연 유럽연합(EU)의 이러한 조치가 기존 국제통상 질서를 잘 유지시킬 수 있는가였습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자국 일방주의적인 모습을 띠고 있어서 중국은 반대 입장이고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은 피해를 많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통상 환경에서 EU처럼 대응하는 것은 오히려 국제통상의 질서와 협력이라는 기조를 와해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선진국이 벽을 세우기보다 오히려 개발도상국과 활발히 교류해서 기술적인 협력을 강화해 함께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비결과 참가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본선 토론 주제가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의 자유화를 보장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최근 각 나라가 자국의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데이터 주권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데이터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를 국가별로 묶어 놓으면 오히려 시대에 맞지 않는 흐름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희도 토론을 준비하면서 의견이 찬반으로 나뉘며 상당히 차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본선에서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본선 토론에서 찬반은 제비뽑기로 정하기 때문에 어느 쪽을 뽑을지 모르거든요. 경제학 전공 참가자들은 수치를 근거로 토론을 이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는 비경제학과라 그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대회 준비하시는 학생들이 있다면 실증적 근거자료도 준비하면 좋겠어요. 이번 토론대회가 향후 진로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네. 대동단결팀 모두 통상에 대해 알아가면서 매우 매력적인 분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법조인이 되고 싶은 이예진 학우는 국제무역 분쟁에 관심이 생겼고 전혜린 학우도 치열하게 토론하며 세상에 기여하자는 삶의 목표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합니다. 저도 제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다른 사람한테 잘 설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동단결이 알려주는 토론의 기술 토론대회 참가 준비를 위한 꿀팁 세 가지! ❶ 논제에 대한 명확한 이해 토론할 주제의 핵심을 명확하게 알아야만 논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국경 간 데이터 이동의 자유’라는 주제가 처음에는 추상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핵심은 데이터 주권의 문제였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토론의 논리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❷ 질문과 답변은 간결하게 토론은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자신이 준비해온 논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질문과 발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❸ 발성, 강약 조절은 필수 토론은 말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비언어적 부분, 발성, 그리고 말의 강약을 잘 조절해서 자신이 준비해온 논리의 설득력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는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했고, 2023년 1월 초에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발효할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한·인도네시아 CEPA의 원산지증명서 발급 위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글 임은주 서울세관 수출입기업지원센터 기업지원1팀장 한·인도네시아 CEPA 수출 활용 한·인도네시아 CEPA와 RCEP이 발효되면 인도네시아는 기존 한·아세안 FTA와 함께 한·인도네시아 FTA 및 RCEP FTA가 모두 적용 가능한 1국 다협정 국가가 된다. 우리나라 기업이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때 한·인도네시아 CEPA를 활용하려면 수출물품의 HS를 확인한 뒤 인도네시아에서 수입 시 부과하는 관세율을 살펴보아야 한다. 수입물품에 통상적으로 부과되는 관세율(MFN)과 한·인도네시아 CEPA 관세율을 비교해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아야 할 것이다. 한·인도네시아 CEPA 관세율이 MFN보다 낮다면 한·인도네시아 CEP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원산지 기준 확인 후 원산지 증빙서류를 준비해 원산지 물품으로 판정돼야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 한·인도네시아 CEPA 원산지증명서 발급 기관발급 방식은 협정 발효 즉시 시행하며, 자율증명 방식은 협정 발효 후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기관발급 원산지 증명서는 생산자나 수출자 또는대리인에 의한 신청으로 수출 당사국의 국내법과 규정에 따라 수출 당사국의 발급기관(우리나라는 세관, 상공회의소)에 의해 발급된다. 기관발급 원산지 증명서는 협정문의 부속서 3-나-1에 서식이 규정돼 있다. 다만, 원산지증명서 정보가 전자적 원산지정보 교환시스템을 통해 관세당국 간 교환되는 경우, 수입국의 관세당국은 수입 시 원산지증명서의 제출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 자율증명에는 인증수출자에 의한 원산지 신고와 수출자 또는 생산자에 의한 원산지 신고가 있다. 인증수출자에 의한 원산지 신고는 협정 발효일로부터 2년 내에 규정 및 서식에 대한 협상을 타결한 후에 이행하며, 수출자 또는 생산자에 의한 원산지 신고는 협정 발효 후 10년 내에 시행한다. 원산지증명서는 선적 전이나 선적 시, 또는 선적일 후 달력상의 7일(선적일 포함) 내에 발급돼야 한다. 원산지증명서는 발급된 날 후 1년 동안 유효하다. 비자발적인 오류, 누락 또는 그 밖의 유효한 사유로 선적 전이나 선적 시, 또는 선적일 후 달력상의 7일 내에 발급하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 원산지증명서는 서식의 제4란 비고란에 ‘소급 발급’이라는 문구를 기재하고 선적일로부터 1년 내에 소급해 발급할 수 있다. 원산지증명서가 도난, 분실 또는 멸실된 경우, 생산자나 수출자 또는 대리인은 진정 등본을 발급해줄 것을 발급기관에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이전에 발급된 원본이 사용되지 않은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 원산지증명서에는 서식의 제4란에 ‘진정 등본’이라는 문구를 기재하고, 제12란에 원본의 발급날짜를 기재한다. 원산지증명서의 ‘진정 등본’은 원산지증명서 원본의 발급일로부터 1년 내에 발급한다.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한 원산지 상품의 수출자 또는 생산자는 원산지 검증에 대비해 상품이 원산지 상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필요한 모든 기록을 원산지증명서가 발급된 날부터 최소 3년간 보관해야 한다. 통과 및 보관 중인 상품에 대한 경과 규정 원산지 상품은 한·인도네시아 CEPA 발효일부터 특혜관세대우가 부여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직접운송 규정에 따라 당사국으로 운송되고 있었거나 또는 당사국의 영역으로 수입되지 않았던 경우에는 협정 발효일부터 180일 내에 유효한 특혜관세대우 신청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인도네시아 수출물품의 FTA 활용 비교 한·인도네시아 CEPA와 RCEP이 발효되면 우리나라가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FTA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즉 우리나라 기업이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경우 한·아세안 FTA뿐 아니라 한·인도네시아 CEPA, RCEP 중에서 유리한 FTA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출물품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한다면 인도네시아에서 유리한 특혜관세를 받는 협정을 선택해 활용하면 된다. 한·인도네시아 CEPA와 RCEP이 기존 한·아세안 FTA와 비교해 원산지 기준이 완화되거나 RCEP을 활용하는 경우 누적 적용에서 유리한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남미 9개국 중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 브라질. 경제규모와 인구도 중남미 국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중남미 전체 GDP의 약 29%, 인구는 약 2억1,400만 명으로
중남미 전체 인구의 약 33%를 차지한다.
글 홍성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 연구위원
플러스 성장세, 2023 경제전망은 어두워
브라질은 중남미 전체 GDP의 약 29%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규모가 큰 나라지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기저효과로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이후 2022년 2분기까지 플러스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브라질 지리통계청(IBGE; Instituto Brasileiro de Geografia e Estatística)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2% 올랐다. 2022년 민간부문 근로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2분기 실업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자재를 주로 수출하는 브라질은 일정 부분 수혜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긴축정책을 실시하며 경기회복이 둔화되는 가운데, 몇몇 지표는 2023년 브라질의 경제를 어둡게 보여준다. 우선 브라질 중앙은행 목표치를 상당히 상회하는 높은 물가를 꼽을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당분간은 높은 정책금리를 유지하면서 긴축 기조를 이어갈 전망인데, 이로 인해 투자와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여기에 더해 브라질은 재정지출의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경기회복을 위해서 재정지출을 늘려야 하지만, 동시에 과도한 정부부채와 헌법에 명시된 재정지출의 상한선으로 인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주마다 다른 기업 비즈니스 환경
브라질은 철광석, 니켈, 흑연 등 핵심광물의 매장량이 풍부하고, 대두, 사탕수수, 옥수수 등 농산물 생산량이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인구가 많고 내수시장이 탄탄해 많은 기업이 관심을 기울이는 국가다. 하지만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이 매우 기업친화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세계은행이 발간한
한국인의 ‘솔 푸드’ 하면 떠오르는 음식에서 ‘라면’은 빼놓을 수 없는 음식 중 하나다. 세계 라면 시장의 규모 또한 중국과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세계 3위를 차지한다. 한국의 수출도 꾸준히 늘어나 올해 9월까지 누적 수출액이 8,000억 원을 넘기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라면 시장, 얼마나 커졌을까? 세계 라면 시장의 규모는 2017년 이후 지속 성장해왔으며 2026년까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343억 달러에서 연평균 3.9% 성장률을 보이며 2021년 41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연평균 4.0%씩 성장해 2026년에는 526억6,000만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별 라면 소비량 세계라면협회가 집계한 ‘2021년 국가별 라면 시장 규모’에 따르면 중국이 439억9,000만 개로 가장 컸고, 인도네시아가 132억7,000만 개로 2위, 베트남이 85억6,000만 개로 3위를 차지했다. 인도(75억6,000만 개), 일본(58억5,000만 개), 미국(49억8,000만 개), 필리핀(44억4,000만 개), 한국(37억9,000만 개) 등은 그 뒤를 이었다. 해마다 기록 경신 중인 라면 수출 2015년 이후 7년 연속 라면 수출액이 증가해 해마다 최대 기록을 경신 중이다.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K콘텐츠’의 확산이 불을 지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라면 어디로 가장 많이 수출되나? 라면은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수출식품이다. 2020년 영화 <기생충>으로 인한 ‘짜파구리’ 열풍과 전 세계를 휩쓴 ‘불닭볶음면 챌린지’ 등을 통해 한국 라면이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주요 수출국은 중국, 미국, 일본 순이다. 라면의 글로벌 트렌드 라면은 한때 ‘건강하지 않은 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해외시장에서도 프리미엄화·건강화되는 추세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서도 K콘텐츠의 인기에 발맞춰 ‘K건강라면’, ‘K고급라면’이 세계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지난 7월 파티게이트와 인사 논란으로 사임한 후 리즈 트러스(Liz Truss)가 총리로 취임했다. 그러나 트러스 총리는 경제불안 속에서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감세계획을 발표했다가 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한 책임으로 역대 영국 총리 중 최단명 총리라는 오점을 남기고 사임했다. 이후 집권 보수당은 리시 수낵(Rishi Sunak) 전 재무장관을 총리로 확정했지만 향후 1년간 영국 경제는 불황을 감내하는 과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글 강유덕 한국외대 Language and Trade 학부 교수 사진 한경DB 영국은 2020년 1월 31일 유럽연합(EU)을 공식 탈퇴했다(11개월 전환기간 후 12월 31일 탈퇴 완료).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한 지 3년 반 만의 일이다. 그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제일 어려웠던 것은 협상을 통해 EU와 후속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협상이 기한을 넘기고 양측의 요구사항이 교착상태에 이르면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결국 2021년 1월 1일 잠정 발효된 영국과 EU 간 무역협력협정(TCA; Trade and Cooperation Agreement·브렉시트협정)은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협력 분야를 추가한 형식으로 구성됐다. 브렉시트 이후 3년 정도가 경과한 시점이지만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워낙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다만 팬데믹 직전까지 영국 경제의 상황은 양호했다. 내수 중심의 성장 속에서 실업률도 낮았다. 제조업과 금융기관이 유럽 대륙으로 대거 이전하는 사태는 없었다. 반면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국내총생산(GDP)이 10% 가까이 감소했다. 2021년에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하면서 GDP가 7% 이상 성장, 반등에 성공했다. 경기회복은 2022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영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7월에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10%를 상회했다. 영국 경제는 내수비중이 높기 때문에 고물가 현상이 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022년 2분기 영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0.1%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0.2%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기술적인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이다. 트러스 총리의 감세정책 혼선과 경제 혼란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 7월 파티게이트와 인사문제 논란으로 사임했다. 이어서 총리가 된 리즈 트러스(Liz Truss)는 영국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였다. 존슨 전 총리 내각에서는 국제통상장관과 외무장관 등 핵심 요직을 맡았다.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는 감세와 기업 경쟁력 강화, 정부 효율화 등 작은 정부를 주장했다. 트러스 총리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취임했다. 물가상승률은 10%를 상회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은 최대 8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취임 직전에는 분기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영국중앙은행은 영국 경제가 2022년 말에 공식적인 경기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래 최저수준까지 떨어졌다. 트러스 총리는 취임 직후 450억 파운드(약 72조 원)의 감세정책을 발표했다. 소득세 인하, 법인세 인상 철회 등 감세를 통해 기업 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감세계획은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준(準)기축통화 지위를 가졌던 파운드화의 추락은 계속됐고, 영국 국채에 대한 투매현상도 나타났다. 트러스 총리는 감세정책을 주도한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기존 계획을 철회함으로써 수습을 시도했다. 반면에 감세정책의 후폭풍으로 정치적 권위가 흔들리자 취임 45일 만에 사임을 발표했다. 역대 영국 총리 중 최단명 총리라는 오점을 남긴 것이다. 최초의 인도계 이민자 출신 영국 총리 트러스 총리의 사임 이후 집권 보수당은 리시 수낵(Rishi Sunak) 전 재무장관을 총리로 확정했다. 수낵 총리는 만 42세로 영국 역사상 210년 만에 가장 어린 총리다. 또한 인도계 이민 가정 출신으로 영국의 첫 힌두교도 총리다. 반면에 옥스퍼드대와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했고,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하는 등 전형적인 영국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2015년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2019년 보수당 경선에서 보리스 존슨 전 총리를 지지하면서 중용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재무부 장관으로 굵직한 지원정책, 차분하고 솔직한 태도 등으로 국민의 호감을 샀다. 수낵 총리는 경제적으로는 중도주의 성향이며 정치적으로는 신보수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의 현 상황을 경제위기로 규정한 그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대응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균형재정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혁신 등 경제적 자유주의 성향도 확고하다. 전임자인 트러스 전 총리와 달리 초기부터 영국의 EU 탈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유럽회의주의자이기도 하다. 수낵 총리의 내각에서는 지난 정부의 장관들이 유임되거나 복직했다. 전반적으로 안정과 화합을 중시한 내각을 구성한 것이다. 특히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을 유임한 것은 긴축정책의 기조를 이어가고, 정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수낵 총리는 취임 직후 증세와 지출 삭감을 통해 5년간 550억 파운드(약 88조 원)의 재정을 충당할 계획을 밝혔다. 이 중 200억 파운드는 증세를 통해 이루어진다. 소득세에 대한 과세 기반을 확대하고, 각종 세금의 공제 규모를 동결한다. 에너지 기업에 대한 이익부담금을 인상할 계획이다. 지출 삭감을 통해서는 300억 파운드를 확보할 계획을 밝혔다. 수낵 총리의 취임과 정책기조의 전환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총리 스스로가 영국의 현 상황을 ‘경제위기’라고 지칭했듯이 경기침체의 우려가 크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2023년의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했다.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적 통화정책에 더해 재정정책마저 긴축기조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1년간 영국 경제는 불황을 감내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브렉시트 이후 혼란을 수습해나가는 영국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대외개방 기조를 최대한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년간 67개국과 36건의 무역협정을 체결, 발효했다. 미국과 FTA 협상을 시작했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둘째, 영국의 상황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경우 정책 당국의 실수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 이념에 집착한 정책보다는 현 상황을 인지하고, 대외불안 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이 요구된다. 셋째, 영국의 재정긴축 계획이 경기침체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발표됐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경기침체에 대한 전통적인 대응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그만큼 현재 상황이 특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계 6위의 영국 경제가 휘청거렸듯이 어느 국가라도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 있는 살얼음판과 같은 상황인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도 경상수지와 단기 외채, 외국인 자금 유출입, 외환보유고 증감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통상을 이끄는 사람들 영국의 신임 통상장관 케미 바데녹(Kemi Badenoch)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가 결정되자 영국 정부는 즉시 통상정책을 담당할 국제통상부(Department for International Trade)를 설립했다. 초대 통상장관으로는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리엄 폭스(Liam Fox)가 임명됐다. 신설 부처 장관직에 거물급 정치인을 임명한 이유는 브렉시트 상황에서 통상업무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리엄 폭스에 이어 2019~2021년에는 이후 총리가 된 리즈 트러스(Liz Truss)가 장관직을 맡았고, 이후에는 앤마리 트리벨리언(Anne-Marie Trevelyan)이 1년간 통상장관직을 수행했다. 국제통상부는 설립 이후 2~3년 만에 2,000여 명의 관료가 근무하는 대형 부처로 성장했다. 2017~2018년 국제통상부는 동시다발적인 무역협상에 착수했다. 2022년 11월 기준 영국은 67개국과 36개의 무역협정을 체결, 발효했다. 대부분의 무역협정은 EU가 체결한 협정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과 2~3년 동안 30여 건이 넘는 무역협정을 성공적으로 체결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영국의 국제통상부는 많은 업무를 수행해낸 부처다. 현재 통상장관은 케미 바데녹(Kemi Badenoch)이 맡고 있다. 미국과 나이지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16세에 영국으로 돌아왔다. 브렉시트 지지자였던 바데녹 장관은 보리스 존슨 총리에게 중용돼 2019~2020년 아동가족부 정무차관, 2020~2021년 평등부 정무차관, 2021~2022년 평등부 부장관을 지냈다. 리즈 트러스는 총리에 취임하자 바데녹을 국제통상부 장관에 임명했다. 수낵 총리는 그를 유임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 및 평등부 장관직도 겸하게 했다. 의원내각제 특성상 집권당 의원이 장관직을 수행한다. 바데녹 장관은 사실상 통상관료로서의 경험이 거의 없다. 겸직하고 있는 여성 및 평등부 장관직에 더 적합한 경력을 갖고 있다. 반면에 40대 초반의 나이로 보수당 당대표 경선에 참여해 4위를 차지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영국의 차세대 리더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계 이민 가정 출신, 세 자녀의 어머니로 영국 정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이 집중된다.
자유무역협정(FTA)은 참여국 역내 관세철폐를 목표로 한다. 관세동맹(Customs Union)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역내 관세철폐는 물론 역외에 대해 공동 관세정책을 운영한다. 튀르키예는 아직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선 1995년 EU와 관세동맹을 체결했다. 글 박정준 강남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관세동맹을 시작으로 EU 회원국까지 튀르키예는 1970년 EU의 전신 격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을 시도했고 1987년 이를 공식 신청했지만 그 후 3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EU 회원국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다. 2004년 후보국 지위를 얻었으나 최종 가입이 언제쯤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1995년 EU와 관세동맹이 체결된 것은 긍정적이다. EU와 역내 관세를 철폐하고 역외 관세정책까지 동일하게 운영하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 향후 EU와 함께 역내 생산요소의 자유이동을 보장해 우선 ‘공동시장(common market)’ 입지를 다지고, 궁극적으로 역내 공동경제정책의 수행과 초국가적 기구를 설치, 운영하는 ‘완전경제통합(single market)’으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되기 때문이다. 관세동맹 체결 후에도 계속되는 고민 관세동맹 체결은 튀르키예 입장에서 고무적이었다. 문제는 1996년 1월 1일 자국 관세와 EU 관세를 동일시하고 그 뒤 튀르키예가 EU를 따라 섬유에 대한 수입물량제한조치를 똑같이 실시하면서 인도의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인도는 일반 상품의 수입에 대한 수량제한과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GATT 제11조와 제13조, 그리고 섬유 및 의류에 대한 신규 수량제한조치를 금지하는 섬유 및 의류에 관한 협정(ATC)에 튀르키예의 정책 조치가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튀르키예는 EU와의 관세동맹과 이에 따른 정책 통일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GATT 제24조로 이를 반박하고자 했다. 이에 동의할 수 없던 인도 측에서 1996년 3월 21일 세계무역기구(WTO)에 협의를 요청하면서 본건은 공식 제소됐다. GATT 제24조 예외조항의 조건 패널의 판단에 따르면 튀르키예의 인도에 대한 조치는 비교적 명확해 GATT 제11조와 제13조 위반에 해당했다. 또한 ATC 위반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 튀르키예는 자국의 조치가 신규 조치가 아닌 기존 EU 조치의 일부 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패널은 튀르키예가 조치의 신규 도입국가이므로 EU와는 별개의 새로운 조치가 맞다고 판단, 인도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최종심 결과는 튀르키예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특히 상소기구는 튀르키예가 EU와 동일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관세동맹 체결에 반드시 필요했을지 여부를 중요하게 봤다. 만약 튀르키예가 동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EU의 조치를 피하기 위해 인도가 우선 튀르키예로 섬유를 수출, 인도산 섬유가 마치 튀르키예산인 것처럼 되면서 튀르키예가 EU로의 섬유수출 우회로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렇다면 EU는 튀르키예와의 섬유무역을 역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을 것인데, 이 경우 튀르키예의 당시 EU에 대한 전체 수출 중 40%가 섬유류였다는 사실을 감안했을 때 관세동맹이 이뤄지기 위해 “실질적으로 모든 교역(substantially all the trade)”을 자유화해야 한다는 제24조의 조건 충족이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그렇기 때문에 튀르키예의 조치는 관세동맹 추진 과정에서 필요하고 정당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상소기구는 튀르키예가 극단적인 섬유수입물량제한조치가 아니어도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을 통해 충분히 EU의 우려를 해소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 튀르키예가 최종 패소하게 된다. 분쟁으로 환기된 인도·EU 섬유무역의 역사 인도의 옷감인 캘리코(calico)는 16세기 유럽에 소개됐고, 폭발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18세기 영국에서 자국 동종 산업 보호를 위해 캘리코 수입을 금지했을 정도다. 이어 캘리코에 대응하기 위해 방직기와 방적기를 개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역으로 인도의 옷감 장인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됐는데 이때 간디가 직접 물레로 옷감을 짜 보이며 영국에 대한 비폭력 저항을 보여준 것은 제법 유명한 일화다. 튀르키예가 동참한 위 EU의 섬유수입물량제한조치는 이러한 인도·EU 섬유무역의 역사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인도는 국제기구인 WTO를 통해 평화적으로 비폭력 승소를 이뤄냈다.
한국이 지난 9월 세계박람회기구(BIE)에 유치계획서를 공식 제출했다. 2030년 세계박람회(월드 엑스포) 유치를 두고 한국(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 우크라이나(오데사)의 4파전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유치·교섭·홍보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료: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로드맵 2014년 7월 부산시가 선언한 엑스포 유치가 2019년 5월 국가사업으로 확정되면서 국가 차원에서 본격 유치 추진체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올해 최종 유치계획서(Bid Dossier)를 제출했으며 2023년 BIE 현지실사를 거쳐 2023년 총회에서 회원국 투표를 통해 개최도시가 확정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당위성 2000년대 개최된 세계박람회의 경제적 효과
내년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후보국 간 유치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박람회 유치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며 민관 합심으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부산은 2014년 제1회 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9회를 맞은 국제 콘퍼런스를 통해 일찌감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당위성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그동안 국제 콘퍼런스의 역할과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 대담을 마련했다. 진행 김광균 기자 사진 박충렬 #1 성공전략으로서 국제 콘퍼런스의 의미와 역할 최흥식 위원 과거 대전과 여수 세계박람회가 중앙정부의 의지로 전개된 것과 달리 부산세계박람회 유치활동은 부산시의 아이디어와 의지로 시작됐다. 사실 초기에는 인천과 대구도 세계박람회 유치에 의지를 보이면서 경쟁관계가 형성됐다. 부산은 세계박람회 유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유치활동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2014년부터 국제 콘퍼런스를 열고 세계박람회기구(BIE)의 빈센트 로세르탈레스 사무총장과 디미트리 케르켄테즈 사무차장(현 사무총장)을 비롯한 세계박람회 관련 전문가를 초청하는 등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에 세계박람회 유치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면 경쟁국과의 차별성 부각, 여론 형성 등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제 콘퍼런스는 부산이 박람회를 국가사업으로 확정시키기 위한 정부 설득 과정에서 엑스포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당위성과 타당성을 알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가 국가사업으로 확정됐으니만큼 다른 후보국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가치와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강해상 교수 국제 콘퍼런스와 같은 행사는 무언가를 알리기에 좋은 수단이 된다. 왜 우리가 세계박람회를 유치해야 하는지, 유치하면 무엇이 좋은지 등을 알릴 수 있고, 한편으로 우리가 세계박람회 유치활동에 나선다는 선포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큰 틀에서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된다. 2014년 제1회 콘퍼런스를 비롯해 세 차례 정도 패널로 참여한 바 있는데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 나라들이 유치준비에 나서고 있다든지 하는 여러 정보를 얻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관련 집행위원회 위원들의 투표로 개최지가 결정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달리 세계박람회는 BIE 회원국마다 한 표씩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공평하게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세계박람회 유치과정에서 외교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다른 국가들과 어떤 식으로 네트워킹을 해왔느냐가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본다. 장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많은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며 준비를 하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 지난 9년간 주요 의제와 성과 최흥식 위원 국제 콘퍼런스의 추진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1단계로 국가 사업화 결정 이전까지 진행된 1~5회 국제 콘퍼런스가 부산세계박람회의 유치 전략 및 논리 개발,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세계박람회 개최의 의미와 중요성 부각을 통한 국민 관심 유도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2단계로 국가사업화 이후인 6~8회 국제 콘퍼런스는 BIE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등 국외 지지 확보와 범시민·범국가적 공감대 확산의 촉매제 역할, 다양한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한 부산세계박람회의 콘셉트 개발·발전에 주력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앙정부의 국가사업 승인을 위한 명분을 마련하고 부산세계박람회의 주제 개발, 마스터플랜의 방향성 및 유치전략 확립 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무엇보다 세계박람회 개최가 부산의 미래 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어떠한 유산으로 남을 것인지를 잘 보여줬다고 본다. 앞으로 개최지 선정까지 1년 정도 남았는데 이 시점 이후가 특히 중요하다. 제9회 국제 콘퍼런스 이후인 마지막 단계에서는 정부와 민간, 국회 등을 중심으로 한 범국가적 유치체계를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유치활동에 기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강해상 교수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어떤 변화의 계기를 맞은 만큼 세계박람회 주제도 그에 맞춰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로 잡았다. 세계박람회 개최 취지를 생각하면 시대적 흐름과 보편적 가치를 포괄적으로 담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의미 있는 주제로 보인다. 국제 콘퍼런스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의미와 중요성은 물론, 박람회를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알리는 중요한 기회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성과는 BIE 사무국 인사를 초청했다는 점이다. 이런 분들을 모셔서 박람회와 관련된 트렌드나 방향성에 대해 듣고 추후 유치전략을 보완·발전시키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됐으리라고 본다. 그동안 국제 콘퍼런스에서 여러 의미 있는 의제를 다뤄왔는데,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더불어 유엔(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가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이 내용도 다뤄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아가 우리가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잘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는 세부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3 향후 기대되는 역할과 전망 최흥식 위원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하려면 우리나라만의 강점을 녹여낸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다른 후보국과 차별화된 주·부제 및 콘셉트,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고 정체성을 확실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는데 국제 콘퍼런스가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향후 국제 콘퍼런스의 의제 방향은 러시아와 중국, 북한, 일본 등 동북아 국가들의 지지를 유도하는 특별 유치전략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항상 대세론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도 지지세를 더욱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부산세계박람회의 가치와 비전과 더불어 부산의 상징성을 잘 보여주는 무형의 레거시(유산)를 개발·활용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징적 요소가 세계박람회 유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킬링 콘텐츠’가 될 수 있다. BIE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연계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내년 BIE 실사팀 방한에 대비해 특별 메시지를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면 좋을 듯하다. 이와 관련해 다음 국제 콘퍼런스는 내년 상반기 BIE 측 현지실사 시기에 맞춰 대전엑스포 30주년과 연계한 행사로 기획해보면 어떨까 싶다. 또 하반기 BIE 총회와 연계해 BIE 본부가 위치한 파리에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함으로써 막바지 레버리지를 확보하는 기회로 삼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강해상 교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해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사후 활용방안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부산역 주변을 단절시키는 요인으로 꼽히던 경부선을 지하화하고 미55보급창 부대를 이전함으로써 열린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점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박람회 유치전략에 사후 활용방안이 수반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앞으로는 문화적 측면에도 논의의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부산세계박람회를 통해 부산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잘 접목하느냐, 부산세계박람회를 어떻게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만들 것이냐가 중요하다. 이제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가장 핵심적인 역량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참석한 적 없는 인사 가운데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다수 초청해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고, 논의의 의제 측면에서도 분야는 넓게 포용하되 사안별로 촘촘하게 다루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9월 7일, 우리나라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계획서(candidature dossier)를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박람회기구(BIE; 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사무국에 제출했다. 작년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한 5개국 중 유치를 철회한 러시아를 제외하고 대한민국,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사우디아라비아 4개국이 유치전쟁에 뛰어들었다. 글 김병진 (재)부산산업과학혁신원 사업추진본부장 사진 한경DB 세계박람회는 기술과 산업 발전을 보여주던 초기의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국제사회를 하나로 모아 전 인류의 지속 가능한 개발 및 교육을 위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선전을 거쳐 본선에 진출해야만 참가할 수 있는 올림픽, 월드컵과는 달리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참가할 기회를 주고 주최국뿐 아니라 참가국 모두에게 자국의 발전이라는 기회를 제공한다. 엑스포(EXPO)로 통칭되는 박람회는 세계박람회(World Expo)와 전문박람회(Specialized Expo)로 구분된다. 우리나라가 개최한 1993년 대전, 2012년 여수 등 두 번의 엑스포는 모두 3개월간 열린 전문박람회였다. 우리 시대의 보편적인 도전에 대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세계박람회는 최대 6개월 동안 참가국이 직접 파빌리온(엑스포의 전시관)을 건설하고 주제에 대해 자유로이 표현하는 미래 지구촌의 축소판이 만들어져 운영된다. 이 지구촌에서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향한 각종 공공외교 활동과 비즈니스가 일어나며 종료 후에도 지속적인 주제 구현을 위한 활동이 계속된다. 이를 통해 주최국은 주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이니셔티브를 가지게 되며, 개최지는 인류의 발전 과정에 지속적으로 회자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 도약하게 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유치하게 되면 세계 3대 메가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국격은 향상될 것이지만 세계박람회에 참가하는 각국 참관객에게 우리의 소프트파워와 한류를 확산해 우리의 문화가 세계의 주류 문화로 성장하고, 우리나라가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길잡이가 되는 리더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세계박람회를 유치해야 하는 이유다. 인류의 지속가능성 변곡점, 근본적 변화의 대전환 세계박람회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주최국뿐 아니라 모든 참가국을 위한 행사다. 참가국은 자국의 역량을 세계에 선보이고 경제 발전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으며, 주최국은 국제 사회에서 입지를 확대하는 동시에 미래사회에 기여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최근까지 우리 인류는 교통, 통신, 금융, 제조, 정보통신(IT) 등 각 분야의 혁신과 산업의 세계화를 통해 인류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성장과 풍요는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와 급속한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인간소외, 국가 간·지역 간·계층 간 격차와 경제적 양극화 현상을 심화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Transforming our world, Navigating toward a better future).”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주제다. 이는 인류가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변곡점에 서 있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이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인류사회 전 영역의 근본적 변화를 이뤄내는 대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 3개 신청국가의 주제도 BIE의 핵심가치인 교육(Education), 혁신(Innovation), 협력(Cooperation)의 의미를 담아 미래를 향한 인류의 행동을 담고 있지만 우리의 주제는 그들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그들이 자국 중심의 행동을 주제로 제안한 것에 반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인류가 당면한 공동의 문제에 집중해 다 함께 해결방안을 찾아내자고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제안의 배경에는 공적개발원조(ODA) 수원국에서 의무분담금 규모 10위, 자발적 기여 사업 규모 2위의 공여국이 된 세계 유일의 전환국가로서의 경험과 역량을 지속 가능한 인류를 위해 세계가 대전환하는 데 가장 앞서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어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자연과 지속 가능한 삶, 인류를 위한 기술, 돌봄과 나눔의 장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대전환’이라는 주제를 구체화하고, 대전환을 통해 이루려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대전환의 대상을 자연, 기술, 사회 등 세 가지로 나누었다. 그리고 자칫 추상적 담론으로 느껴질 수 있는 대전환을 모두가 주도적으로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자연과 지속 가능한 삶(Sustainable Living with Nature)’, ‘인류를 위한 기술(Technology for Humanity)’, ‘돌봄과 나눔의 장(Platform for Caring & Sharing)’이라는 세 가지 부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 부제 ‘자연과 지속 가능한 삶’은 기후위기 극복과 관련한 것이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탈탄소 에너지의 생산과 에너지 효율화에 관한 기술 공유,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순환경제 시스템 공동 구축, 기후 및 자연 회복으로 가기 위한 전 세계적인 연대 등을 포함한다. 두 번째 부제 ‘인류를 위한 기술’은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부작용 감소 및 인간을 위한 기술과 관련된 것이다. 인류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돕고 산업을 고도화할 수 있는 혁신기술(innovative technology)뿐 아니라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휴먼기술(human technology), 그리고 국가 간·사회 간 격차를 해소하고 인류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포용기술(inclusive technology) 등 기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마지막 부제인 ‘돌봄과 나눔의 장’은 국가 간·계층 간 격차 및 각종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관련된 것이다. 한 사회의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platform for social safety net), 그리고 이를 넘어 여러 국가 간에 발생하는 다양한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platform for gap settlement), 궁극적으로 전 세계가 함께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는 국가 간 지식과 경험의 공유(platform for knowledge sharing) 등 3가지 방안을 담고 있다. 2030세계박람회의 주제와 부제는 대전환의 기항지인 부산 북항에서 ‘자연’ ‘기술’ ‘사회’ 등 세 개의 영역에서 인류가 실천해야 할 방안을 공유해 새로운 항로를 찾아 새로운 항해를 시작할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기술, 인간과 사회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소외, 격차, 갈등 등을 해소할 혁신, 교육 및 협력의 장이 부산세계박람회에서 구현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과 기술·자연·사회의 조화 속에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추구되고 개인의 잠재력이 소외 없이 발휘될 수 있는 “더 나은 미래”를 다음세대에게 넘겨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세계박람회 개최, 경제유발 효과를 뛰어넘는 가치 산업연구원은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유치가 생산유발 효과 43조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8조 원 등 약 61조 원의 경제효과와 50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예측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박람회의 가치는 경제유발 효과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에 대한 관심으로 유치 희망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그 외의 긍정적인 효과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1889년 파리세계박람회가 남긴 에펠탑은 현재까지도 세계인을 불러들이고 있고 2010상하이세계박람회는 도시 인프라, 삶의 질 및 토지 가치에 대한 긍정적 효과가 경제적 효과를 훨씬 뛰어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세계박람회가 끝나도 그 영향은 도시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올림픽 등은 1개월도 안 되는 기간만 개최되고, 폐막 후 남겨진 경기장은 도시에 지속적인 관리부담을 주게 된다. 이와 달리 세계박람회는 일부 개발도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참가국은 자국의 비용으로 파빌리온을 건설해 6개월 동안 스스로 운영하며, 종료 후 철거까지 완료한다. 긴 개최 기간만큼 더 많은 관람객이 개최지로 모여들게 되고 공공외교와 국가 브랜딩을 위한 각종 활동이 끊임없이 계속된다. 세계박람회는 수많은 교류의 결과물이 유산으로 남게 되고, 개최 부지는 상승된 가치로 시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개최 예정지인 부산 북항은 과거 컨테이너가 점령한 산업화의 터전이었지만 박람회를 계기로 주제에 부합하는 ‘Re-Earth’라는 콘셉트의 자연·기술·인간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재개발하게 될 예정이다. 박람회가 열리는 동안 이곳에서 이루어질 세계인의 만남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공동의 행동은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지속적인 교류의 계기가 될 것이고, 부산은 인류의 미래를 여는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뉴욕, 홍콩과 같은 글로벌 도시 하나를 만들어내어 수도권이 짊어진 국가 번영의 짐을 나누어 질 수 있는 양대 번영의 축을 형성해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는 등 지속 가능한 세계 선도국가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치열한 유치활동 속 부산의 인지도와 지지도가 점점 더 높아져 2030부산세계박람회는 대한민국의 국가사업이자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대통령실을 비롯해 전 정부 부처, 국회, 기업, 언론, 시민단체 등 전 국가적 지지 아래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전담조직인 유치위원회는 정부와 민간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총리와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공동으로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유치위원으로는 대한민국 주요 정부 부처의 장관들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그룹의 회장단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여야 정치계를 아우르는 국회특별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하는 민간 차원의 지원조직인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등도 구성돼 활발한 유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개최도시인 부산도 엑스포추진본부를 신설하고 범시민유치위원회, 부산시의회 특별위원회, 지역상공계 등이 다양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개최도시인 부산의 각계각층이 유치활동을 벌이는 것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가 단순히 정부 차원의 일이 아닌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공감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인 유치지원 활동은 우리나라가 가지는 큰 장점이다. 개최지 결정은 BIE가 정한 절차에 따라 내년 11월까지 이어지는 5차례의 경쟁 프레젠테이션(PT)과 내년 4월 초에 이루어질 BIE의 현지실사를 거쳐 내년 11월 169개 회원국의 비밀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까지 세 차례의 경쟁 PT가 진행됐으며 남은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현지실사다. 현지실사는 BIE 사무국 및 각국 대표 등 9명으로 구성된 실사팀이 후보국을 방문해 이루어진다. 실사팀은 제출된 유치계획서를 기반으로 개최계획의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 후보 국가 및 도시의 정치적·사회적 분위기, 정부·지자체 및 시민의 세계박람회 유치 의지와 지원계획 등에 대한 평가를 해 그 결과를 169개 회원국에 제공하게 된다. 회원국은 실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개최지 선정 투표에 임하게 되므로 현지실사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유치위원회와 부산시는 이미 우리나라와 부산의 매력과 개최 역량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 2030세계박람회의 유치전이 본격화된 이후 가장 유력한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70개국 이상의 회원국으로부터 지지를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우리의 유치 의지를 꺾으려는 여러 가지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으며, 최근 우리 정부와 민간의 활발한 유치활동으로 부산의 인지도와 지지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오히려 희망적이다. 어느 경쟁국보다 특별한 주제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의지와 진실함이 현지실사를 비롯해 다양한 유치활동을 통해 회원국에게 전해진다면 세계는 우리나라 부산을 선택할 것이다. 무엇보다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의 유치활동을 위한 우리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더욱 필요한 때다.
세계박람회는 전 세계에서 약 3,48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대규모 지구촌 축제다. 43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8조 원의 부가가치 창출도 기대된다. 경제적 이익에 더해 한국은 올림픽, 월드컵에 세계박람회까지 글로벌 대형 3대 행사를 모두 개최한 7개 국가에 들어간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의 의미에 대해 △경제·문화 올림픽 △대전환과 신기술 △진화의 도시, 부산 △민관 유치 총력전 등 4개 키워드로 정리했다. 경제·문화 올림픽 박람회(EXPO)는 인류의 산업·과학기술 발전 성과를 소개하고, 개최국의 역량을 과시하는 경제·문화 올림픽으로 불린다. 5년 주기로 열리는 박람회는 세계(등록)박람회와 전문(인정)박람회로 구분된다. 세계박람회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반면 전문박람회는 특정 주제를 다룬다는 차이가 있다. 행사기간도 세계박람회는 최장 6개월간 이어지고, 전문박람회는 최장 3개월간 열린다. 한국은 1993년 대전, 2012년 여수에서 전문박람회를 개최한 경험을 갖고 있고, 세계박람회 유치에는 2014년 처음으로 나섰다. 박람회는 18세기 들어 지역별 산업발전 정도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나자 각 지역의 기술적 발전을 한데 놓고 비교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시작됐다. 영국이 1851년 국영박람회인 1851런던세계박람회를 연 것을 세계박람회의 시초로 본다. 이때를 기점으로 자국의 선진과학 문명과 국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세계박람회를 개최하게 됐다. 1928년 세계박람회기구(BIE)가 설립돼 박람회를 관할하고 있다. 대전환과 신기술 한국은 인류가 기후위기, 기술격차, 사회 양극화라는 3대 위기에 직면했다고 봤다. 이에 위기를 넘어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해 근본적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이번 세계박람회의 주제로 내세웠다. 특히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미래를 선도할 신기술을 교류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차세대 이동통신(6G) 등 신기술을 활용해 방문객이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는 박람회를 구현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드론 배달, AI 플래너를 통한 관람, 아바타로 대신 줄서기 등이 포함된다. 박람회 최초로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해 세계인이 언제 어디서나 박람회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도 갖고 있다. 특히 박람회장 조성 시 수소·전기차, 친환경에너지 공급, 탄소중립 해양가든 조성 등 친환경 기술을 적극 도입해 탄소중립 세계박람회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진화의 도시, 부산 한국은 식민지 시기와 광복, 전쟁과 분단을 겪으면서도 산업화와 민주화 등 급격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행한 국가로 손꼽힌다. 녹색경제 전환, 인간중심 기술 구현에 앞장서는 디지털 강국이기도 하다.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유일한 국가로서의 다양한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특히 부산은 1950년 6·25전쟁을 거치면서 피란수도로서 30만 명 규모의 도시가 100만 명의 피란민을 품은 포용성과 개방성의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기도 하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고 해양문명과 대륙문명이 교차하는 공간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전 세계 환적 2위, 물동량 7위의 글로벌 비즈니스의 허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부산아시안게임, 부산국제영화제, 국제게임전시회(G-STAR),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치른 경험을 갖고 있다. 전시회 및 숙박시설 인프라도 풍부하다. 피란도시에서 유라시아 관문도시를 넘어 그린스마트도시로 진화하고 있는 부산이야말로 세계박람회 개최의 최적지라는 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가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을 설득하고 있는 주요 포인트다. 민관 유치 총력전 올해 7월 정부와 민간이 총망라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전 세계 169개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을 상대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오일 머니’를 앞세운 최대 경쟁국 사우디에 비해서는 아직 객관적으로 열세다. 하지만 한국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을뿐더러 개최지 결정까지 약 1년이 남은 만큼, 정부는 지속적으로 유치활동을 펼쳐 나가면서 지지 국가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는 유치위 출범 직후부터 정계, 관계, 재계가 힘을 합하여 현지 국가 고위층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재계는 최태원(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중심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드림팀’을 꾸려 각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장관급, 기타 고위급, 대통령 특사 및 외교장관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적극적인 교섭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132개 회원국에 대해 전담 기업을 정한 재계에서도 대기업 총수와 경영진이 유치·교섭 활동을 병행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