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e

5G를 둘러싼 WTO 협정상 쟁점

박정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이제 5세대(5G) 이동통신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5G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5G와 관련된 무역정책 등 정부의 조치로 나타나기도 한다. 5G 표준 제정에 관한 정책과 5G 통신장비 무역에 대한 조치(특히 국가안보 관련 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 참석했다.

먼저 5G 국제표준과 국제통상법의 접점에 관하여 살펴보자.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은 무역기술장벽 협정(Agreement on Technical Barriers to Trade, 이하 ‘TBT 협정’) 제2.4조에 따라 관련 국제표준이 존재하거나 완성이 임박한 경우 해당 국제표준을 자국 기술 규정의 기초로 사용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표준’은 규칙, 지침 또는 상품의 특성 또는 관련 공정 및 생산방법을 공통적이고 반복적인 사용을 위하여 규정하는 문서로서, 인정된 기관에 의하여 승인되고 그 준수가 강제적이 아닌 문서를 가리킨다. ‘기술 규정(Technical Regulation)’은 적용 가능한 행정규정을 포함하여 상품의 특성 또는 관련 공정 및 생산방법이 규정되어 있으며 그 준수가 강제적인 문서를 말한다(TBT 협정 부속서 1 제1항 및 제2항).
다만 TBT 협정은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단지 ‘인정된 기관’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5G 분야의 국제표준 제정은 현재 3G 이동통신 무선표준화 단체인 ‘3세대 파트너십 프로젝트(3GPP; The 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3GPP는 공식적인 표준화기구는 아니지만 사실표준화기구로서 TBT 협정이 규정하는 ‘인정된 기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1)
따라서 WTO 회원국이 5G 관련 기술 규정을 마련하는 경우 TBT 협정 제2.4조에 의하여 3GPP에서 승인된 표준을 해당 기술 규정의 기초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5G 통신장비 무역과 관련한 이슈

다음으로 5G 통신장비 무역과 관련한 국제통상법 이슈를 살펴본다. 미·중 무역분쟁은 당초 관세 전쟁에서 기술 패권 다툼으로 국면이 확장됐다. 미국이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및 기술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영국, 호주 등도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및 기술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WTO 회원국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따라 상품의 수출입 등과 관련해 특정 회원국의 상품을 다른 회원국의 상품과 차별해서는 안 되는 일반적 최혜국대우(General Most-Favoured-Nation Treatment) 의무를 가지며, 자국의 상품과 수입상품 간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되는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 의무도 부담한다(GATT 제1조 및 제3조). 최혜국대우와 내국민대우 모두 무역에 관한 비차별원칙을 규정하는 것으로, 최혜국대우는 회원국 간 비차별, 내국민대우는 자국산과 수입산 간 비차별을 의미한다.
한편 GATT는 최혜국대우, 내국민대우 등 의무에 대해 일정 부분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GATT 제20조의 일반 예외와 제21조 안보 예외가 포함된다. 최혜국대우나 내국민대우 원칙에 반하는 조치라 하더라도 그것이 일반 예외 또는 안보 예외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일반 예외는 공중도덕 보호, 인간, 동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 보호, 천연자원 보존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이고, 안보 예외는 회원국의 필수적 안보이익 보호 또는 국제 평화 및 안보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에 관하여 인정되는 예외다.
미국 등의 화웨이 5G 통신장비 및 기술 규제는 중국을 다른 회원국과 차별한다는 점에서 최혜국대우 원칙에, 국내 상품과의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국민대우 원칙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등은 이러한 규제가 ‘안보 예외’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간 WTO에서 안보 예외가 원용된 사례는 많지 않았다. 안보 예외의 적용 여부는 원칙적으로 자기 판단에 따르기 때문에 자칫 남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안보 예외의 적용 여부가 자기 판단에 따른다 하더라도 그것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화웨이에 해온 일련의 규제와 관련, WTO에 분쟁이 제기될 경우 미·중 간 국제관계의 긴급 상황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미국의 안보 예외 원용이 적법한지 여부가 달리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표준 제정 등에 우리 이익 반영해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5G가 가지는 중요성이 큰 만큼 세계 각국의 5G 국제표준 제정 관련 경쟁이 격화되고 무역과 관련해서도 5G 관련 무역제한적 성격의 조치가 등장하고 있다. 5G 관련 국제표준 제정에 있어서는 3GPP가 사실표준화기구로서 논의의 중심에 있으므로 우리도 3GPP에서의 5G 관련 표준 제정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 이익을 반영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여기서 제정된 국제표준에 기초하여 기술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TBT 협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국 등의 5G 통신장비 및 기술 규제가 안보 예외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WTO 상품위원회 등에서 이루어지는 논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 1) 곽동철, ‘5G 시대의 사실표준화기구와 TBT협정과의 관계 –3GPP와 TBT협정 제2.4조 해석을 중심으로’, 국제경제법연구(제17권 제1호), 2019. 3., pp.113-147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