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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 없이는 새로운 서비스도 없다

정용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이동통신표준팀장

1G, 2G, 3G, 4G, 5G는 이동통신 기술을 특정하는 명칭으로 G는 ‘Generation’, 즉 ‘세대’를 가리킨다.
이는 이동통신 기술이 이전 기술 대비 크게 진보하는 시점이 존재해왔음을 의미하며, 지금 그 다섯 번째 진보 기술을 만나고 있음을 나타낸다. 기존 이동통신 세대별 변화가 속도에 의한 진화에 중점을 두었다면, 5G는 새로운 기술에 의한 산업의 진화를 바라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5G 기술을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동통신 기술은 다른 정보통신기술(ICT) 영역보다 표준화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전기, 항공우주, 자동차 등 여느 산업의 생태계와는 달리 이동통신 산업은 10년을 주기로 새로운 세대로 진입하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표준화로 인해 글로벌 시장이 빠르게 형성된 가장 대표적인 분야이기도 하다. 평소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가지고 해외에서 통화를 하고 데이터 서비스를 받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것은 바로 이 표준화 덕분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통된 기술에 기반한 제품을 시장에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서비스와 제품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으로 새로운 통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면, 개발된 신기술은 글로벌 합의를 추구하는 표준화 과정을 거쳐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내고 새로운 생태계를 확산시킨다. 표준화 과정 없이는 어떤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동통신 표준은 새로운 서비스와 생태계를 앞에서 끌어주는 역할을 한다.

ITU가 정의하고, 3GPP에 의해 실현되는 5G 기술

이동통신, 특히 IMT(International Mobile Telecom- munications)라 불리는 이동통신 국제표준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에서 제정하는 것으로, 3세대 이동통신부터 적용해왔다. ITU는 3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 4세대 이동통신인 IMT-Advanced의 국제표준을 제정했으며, 현재 5세대 이동통신, 즉 5G를 IMT-2020이라는 이름하에 국제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ITU는 유엔(UN) 산하의 공식 국제표준화기구로, 각 국가가 회원국의 자격으로 참가해 표준을 제정한다. 따라서 ITU가 승인한 국제표준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다만 ITU는 국가 간 논의체이기에 표준 개발, 논의 및 제정 완료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이에 이동통신 산업계는 지난 1998년 ITU에 제출할 기술 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비롯한 민간 표준화기관을 중심으로 ‘3GPP(The 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라는 국제표준기술개발 프로젝트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후 3GPP는 3G뿐 아니라 4G의 대표 기술인 LTE를 개발했고, ITU에서 해당 기술들을 국제표준으로 반영했다. 현재 5G 국제표준 대상으로 기술 검증을 통해 선정된 기술은 3GPP에서 개발한 5G 기술규격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상용화하고 있는 기술이다. 이는 유일한 5G 국제기술로서 오는 11월 최종 국제표준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렇듯 30여 년의 장기 국제표준화 로드맵과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단일 표준 및 시장을 형성한 분야는 5G 이동통신이 거의 유일하다.

ITU 국제표준 및 3GPP 기술규격 개발 관계도
표준으로 기술 로드맵 제시하고 시장 신뢰성 확보

3GPP의 기술규격 작업은 릴리스(Release) 단위로 진행되며, 각 릴리스는 평균 1.5년에서 2년간 작업이 이뤄진다. 릴리스는 핵심망, 기지국, 단말에 이르는 모든 표준화 단계의 기술규격 집합체다.
3GPP 5G 기술규격은 초고속(eMBB) 상용 서비스에 중점을 둔 1단계 표준(릴리스 15)과 융합서비스 확장 기술을 포함하는 2단계 표준(릴리스 16)으로 구분할 수 있다. 2018년 6월 완료된 릴리스 15는 신규 무선접속(NR; New Radio) 기술 기반으로, NR이 기존 4G 핵심망과 연결되는 종속 모드와 새로운 5G 핵심망과 연결되는 단독 모드로 구분해 표준을 완료했다. NR은 운용 주파수 대역을 최대 52.6㎓ 대역까지 확장하고 채널 대역폭을 6㎓ 이하 대역에서는 최대 100㎒ 폭, 6㎓ 이상 대역에서는 최대 400㎒ 폭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정의하고 있다.
릴리스 15 기술규격으로 5G 초기 상용화가 진행됐다면, 지난 7월에 완료된 3GPP 릴리스 16 기술규격을 통해 5G 기반 융합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릴리스 16은 간섭 완화, 이동성 향상, 전력 효율 등 5G 시스템 성능 개선을 비롯해 차량 자율주행을 위한 NR-V2X, 스마트 공장을 위한 5G NR 사설망 및 초고신뢰 저지연 통신(URLLC) 등 5G 융합서비스를 위한 특화·진화된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릴리스 16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진정한 의미의 5G 표준 완성과 타 산업 영역 전반으로 5G를 확대한 초석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제는 5G 기반의 혁신적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확산시키느냐를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때다. 5G의 미래는 융·복합 서비스의 성공에 있으며, 5G 융합서비스 표준화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5G의 문 앞에 가장 먼저 섰지만, 아직도 달려가야 할 길은 멀다. 표준화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3GPP 5G 릴리스별 기술규격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