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5G가 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김현욱 SK플래닛 기술위원, <5G 이동통신 기술과 서비스> 저자

5G 이동통신이 인더스트리(Industry) 4.0, 즉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기술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5G 기술은 초고속 데이터 전송, 많은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수용, 저지연 통신 등의 특징으로 자율주행차,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 헬스케어, 금융, 농축산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있다.

5G 기술이 수많은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국내외 관련 기업과 리서치 회사는 향후 5G 시장 전망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 분석·컨설팅 기업 아이에이치에스마킷(IHS Markit)과 퀄컴(Qualcomm)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 기준 5G와 연관된 산업의 전 세계 시장 규모는 3조 5,000억 달러로 예측된다. 국내의 경우 2035년 5G 시장 규모는 1,200억 달러(약 150조 원)가 되고, 90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국가는 경쟁적으로 5G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기술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 하고, 중국은 5G를 시작으로 도약을 준비하며 통신장비나 단말기보다는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EU는 과거 기술 우위를 확보했던 2G와 3G의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해 스마트 팩토리, 에지 컴퓨팅(중앙 서버가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대비되는 접근 방법) 등의 분야에서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KT의 5G 보고서에서는 2030년 기준 국내 시장에서 5G의 경제적 가치가 약 4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5G가 통신장비, 단말기, 콘텐츠와 같은 단순한 이동통신 생태계를 벗어나 제조, 자동차, 에너지, 미디어, 유통, 금융, 농업 등 대부분의 주요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보고서에 따르면 5G가 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5G의 경제적 가치는 매우 크다. 특히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분야가 높은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고용창출 효과가 높아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과 효율성 높이는 스마트 팩토리

국내의 경우 제조업은 장비 가격의 상승, 장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급증, 숙련공의 노하우가 전수되지 않는 등 다양한 문제로 생산성 저하의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5G는 기존 제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제품 생산과정 전반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는 지능형 생산공장을 의미한다. 그동안 많은 공장에서 구축비용에 대한 부담과 복잡한 시스템 등으로 도입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다수의 5G 사업자는 5G를 활용한 효과적인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독일의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과 국내 SK텔레콤이 있다. 도이치텔레콤은 독일의 전기전자제조사협회(ZVEI)와 협력하고 있는데, ZVEI는 5G를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기술 규격 정의를 주도하기 위해 5G-ACIA(5G-Alliance for Connected Industries and Automation)를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스마트 팩토리를 위해 5G 기술과 관련된 특화 솔루션, 데이터 분석 플랫폼, 생산설비에 필요한 단말 장치와 센서 등이 포함된 올인원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올인원 패키지는 기존 제조공장이 스마트 팩토리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모든 솔루션을 포함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를 위해 5G가 필요한 이유는 이동통신 사업자가 체계적으로 전파를 관리해 전파 혼신 없이 통신이 가능하고, 5G 고유의 저지연 통신 특성으로 빠른 응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공장과 같이 매우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생산설비가 제어되어야 하는 환경에 적합한 기술은 5G가 유일하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마켓츠앤마켓츠(Marketsand markets)는 전 세계 스마트 팩토리 시장이 2019년 약 1,540억 달러에서 2024년 약 2,450억 달러로 연간 성장률이 9.76%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도입하려면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하지만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회사는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2035년 전 세계 5G 시장 규모
2030년 국내 5G의 사회경제적 효과
전 세계 스마트 팩토리 시장
LG유플러스가 5G 네트워크를 이용한 트랙터 원격제어 및 무인경작 시연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실시간 트랙터 원격진단 서비스를 선보이며 농업 생산성 증대에 기대감을 모았다.
모빌리티 분야에 꼭 필요한 5G 기술

자율주행차와 같은 이동체의 경우 특정 지역에 고정된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송 거리가 짧고 여러 지역에 걸쳐서 연속적인 통신이 어려운 와이파이(Wi-Fi)나 블루투스(Bluetooth)를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5G 기술이 모빌리티 분야에 필수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차는 갑자기 정면에 장애물이 나타날 때 지체하지 않고 차량이 정지해야 하므로 저지연 통신이 가능한 5G를 사용해야만 한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대표적인 5G 기술에는 C-V2X (Cellular-Vehicle to Everything)가 있다. C-V2X는 이동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차량과 다른 사물, 사람과의 통신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차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해당 차량이 주변의 다른 차량, 사람, 신호등, 클라우드 등과 지속적으로 통신해야 하고, 영상 정보와 같은 많은 데이터를 빨리 처리하거나 차량 근처의 장애물을 인식할 때 즉각 정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5G 기술이 꼭 필요하다.
일본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소프트뱅크(SoftBank)는 5G를 활용한 군집 자율주행트럭 기술을 시연했다. 다수의 차량이 근접해 운행할 때는 공기 저항을 적게 받아서 유류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앞 차량이 갑자기 정지하면 뒤에 있는 차량도 급정거를 해야 한다. 이때 5G의 저지연 특성을 활용하면 자율주행차의 급정지가 가능하다.
독일의 도이치텔레콤은 자동차 부품 생산 기업 콘티넨탈(Continental),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혼다(Honda)와 협력해 5G를 활용한 자율주행차 기술을 시연한 바 있다.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아한형제들은 SK텔레콤과 협력해 상품 배달 목적의 소형 자율주행차에 5G를 적용하고 있다. 이 배송 차량은 5G 고속통신과 저지연 통신 특성을 활용하고, 추가적으로 에지 컴퓨팅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상품 배송량도 증가함에 따라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미국의 아마존(Amazon), 중국의 알리바바(Alibaba) 등 주요 온라인 쇼핑업체는 무인 배송 차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가정용 무선인터넷, 농축산, 헬스케어

미국의 경우 주요 5G 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주파수 대역인 28㎓ 대역에서 가정이나 사무실용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FWA(Fixed Wireless Access)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가정용 인터넷 서비스는 광케이블이나 전화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FWA 니즈는 거의 없지만, 미국은 땅이 넓어서 각 가정에 광케이블 설치가 쉽지 않다. 따라서 미국 내 많은 지역에서의 가정용 인터넷 환경은 유선선로를 설치하는 것보다 FWA 방식의 5G를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가 더 경제적이다.
5G를 농축산업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농장에 5G 기반의 많은 센서와 자율주행 농기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호주 보다폰(Vodafone)은 농기계 업체인 미국의 존 디어(John Deere)와 협력해 자율주행 트랙터를 포함한 다수의 농기계와 AI,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팜’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LG유플러스가 5G 기술을 활용해 출하 시점을 관리하는 ‘양돈장 모니터링’ 서비스, IoT 기반 바이오 캡슐로 소의 건강을 관리하고 한우의 품질 향상과 젖소의 유질 향상을 돕는 ‘소탐지 솔루션’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5G의 초고속 통신과 저지연 통신 기능이 접목된 헬스케어(Healthcare) 산업은 지속 성장이 예측된다. 특히 땅이 넓은 미국은 시골 지역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자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다. 이러한 환경에서 AT&T는 5G 기술을 활용해 원격진료와 수술, 환자 모니터링 서비스 등 헬스케어 산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동통신 장비업체 에릭슨(Ericsson)은 2026년이 되면 전 세계 이동통신 사업자의 헬스케어 관련 매출이 757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5G 기술은 위에서 언급한 대표적인 사례뿐만 아니라 많은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어 경제적 파급효과가 무척 크다. 5G 기술은 기존 4G 대비 많은 부분이 개선됐기 때문에 산업에 적용해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다. 4G 기술은 단순히 고속 데이터 전송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5G 기술은 4G보다 더 빠른 속도, 많은 사물인터넷 디바이스 수용, 저지연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5G를 활용할 수 있는 산업 분야가 광범위하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국내에서는 조기에 5G를 활용하는 관련 기술을 개발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관련 기술을 해외에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은 SK텔레콤과 협력해 상품 배달 목적의 소형 자율주행차에 5G를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