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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앞당기는 기술, 5G

한세희 전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8> 공동 저자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의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국가가 된 지 1년여가 흘렀다.
2019년 4월 전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 5개월이 채 안 돼 SK텔레콤이 1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후 5G 단말기나 네트워크 확산이 생각보다 더뎌 5G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그럼에도 초고속·초저지연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끊김 없이 연결한다는 5G의 비전은 여전히 유효하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 멀티뷰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5G는 2020년을 전후한 현 시점에서 필요하며 또한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통신의 기술적 요구 사항을 세계의 통신 연구자와 전문가들이 규정한 이동통신 규격이다. 5G는 최고 20기가bps(G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하고, 지연시간(Latency)은 1밀리초(ms)로 줄인 초연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통신 기술과 표준의 모음이다. 기존 4G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에서 2기가바이트(GB) 용량의 영화 한 편을 0.5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속도와 함께 주목해야 할 특징은 지연시간이다. 네트워크에서 기기와 기기, 서버와 단말 사이에서 신호를 주고받는 간격이다. 이상적 환경에서는 빛의 속도로 데이터가 오가겠지만, 실제로는 망 상태 등에 따라 이 간격이 길어져 지연이 생긴다. 5G는 지연시간을 기존 30분의 1인 1ms 수준까지 줄인다. 기계와 사물이 서로 통신하는 사물인터넷(IoT)의 효율을 높이는 근간이 된다.
5G는 이러한 속도와 지연시간의 조건을 맞추면서 동시에 망에 연결된 수많은 단말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초연결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이동통신의 등장부터 현재까지

이동통신 기술 발전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5G 이동통신이 차지하는 위치와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4G 통신까지 각 세대의 통신 표준은 시장 상황과 기술 발전 흐름, 사회적 요구 등에 따라 각 시기에 적합한 기술 수준과 목표를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초의 이동통신은 1980년대 등장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주파수를 변조해 음성을 전송했기 때문에 문자메시지(SMS)도 없었고 음성 통화만 가능했다. 벽돌같이 큰 휴대폰 단말기를 사용하던 시기다.
1990년대 들어 디지털 방식의 2G로 넘어왔다. 음성 신호를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신호로 바꿔 전송했다.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짐에 따라 SMS가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채택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닦았다. 2000년대 들어 음악과 사진 파일을 주고받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3G 시대가 왔다. 마침내 제대로 된 모바일 인터넷이 가능해졌다. 3G는 스마트폰의 등장을 가져와 모바일 혁명의 기폭제가 됐다. 3G가 없었다면 2008년 아이폰도 없었을 것이다.
이어 스마트폰 등장으로 폭증한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에 대응하기 위해 4G LTE가 나왔다. LTE(Long Term Evolution)는 모바일 통신의 장기적 진화를 겨냥한 기술이란 뜻에서 붙인 명칭이다. 최고 1Gbps 수준으로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역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이동통신의 최근 역사는 더 빠르고 자유로운 모바일 인터넷을 구현하는 과정이었다. 5G는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속도와 지연시간을 개선, 사람 간 연결을 넘어 사람과 사물을 잇는 초연결 구현을 목표로 한다.

5G가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

5G 초연결 기술은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 팩토리, 원격의료, 가상현실(VR) 등 우리가 꿈꾸던 미래를 앞당길 기반 기술이다.
5G의 빠른 속도와 낮은 지연시간 덕분에 보다 안전하게 인간의 일을 기계에 맡길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자동차와 도로, 가로등 등 도로 주변 사물에 달린 센서로 정보를 수집해 빠르게 주고받으며, 이 정보를 바탕으로 신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 통신망 혁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LTE와 5G의 지연속도 차이는 돌발 상황에서 급제동 후 차가 밀려나간 거리의 차이를 만들고, 이는 생명을 건지느냐 마느냐의 결과로 이어진다. 원격 수술에서 멀리 떨어진 의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전하는 통신망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장비와 부품, 원자재가 맞물려 돌아가는 공장을 자동으로 운영하는 스마트 팩토리, 중앙 서버에서 실시간으로 보내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클라우드 로봇도 가능해진다. 데이터에 기반해 대중교통의 편의성을 높이고 공기와 수질을 관리하며, 범죄를 예방하는 스마트 시티가 일상적인 삶의 공간이 된다. VR과 증강현실(AR) 역시 5G 시대에 본격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대용량 콘텐츠 전송으로 어지러움이나 어색함이 없는 몰입형 VR이 가능해져 교육, 관광, 업무, 게임 등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은 이 같은 추세에 기름을 붓는다. 정부도 5G 기반 기술과 서비스로 2026년 생산액 180조 원과 수출 730억 달러 달성, 일자리 60만 개를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지원에 나섰다.
5G 통신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더 많은 콘텐츠와 더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는 기술과 사회 변화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통신 인프라 혁신의 요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연결에 따라 사람들의 삶의 지평이 확대되고, 여기에서 새로운 일과 삶, 여가의 방식을 만들어내는 기업과 개인에게 큰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데이터 전송속도 지연시간
(단말-기지국 간)
2G 14.4Kbps~64Kbps 300~1,000ms
3G 144Kbps~14.4Mbps 50~100ms
4G ≥75Mbps ≤25ms
5G ≥20Gbps ≤1ms
자료:S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