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K-스토리의 무한한 가능성 세계시장에서 더 빛나게 하고 싶어

김환철 문피아 공동대표

이락희 기자 사진 한상훈

국내 웹소설 시장은 2019년 현재 6,500억 원 규모로 100억 원대에 불과하던 6~7년 전과 비교하면 급성장했다. 웹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상상력에 한계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원천 소스로서 웹툰, 게임, 드라마, 영화 등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가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을 기반으로 K-스토리의 세계화를 외치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기업이 있다. <전지적 독자 시점> 등의 작품을 메가히트시킨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다. 국내에 웹소설 시장을 태동시키고 420억 원 규모의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시킨 김환철 문피아 대표를 만나보았다. ‘금강’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장르문학 1세대 작가이기도 한 그는 지금보다 1년, 2년 후의 문피아 성장을 기대해달라고 말한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주요 이력

  1. 2002 무협소설 연재 사이트 ‘GO! 武林(무림)’ 개설
  2. 2006 ‘문피아’로 개칭
  3. 2010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창작센터 운영위원장
  4. 2013 주식회사 문피아 설립, 유료화 전환
  5. 2017~현재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 회장
  6. 2019~현재한국웹소설협회 회장

문피아는 웹소설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어떤 회사인지 소개를 해주십시오.

2002년 국내 최초의 장르소설 <Go! 무림>으로 커뮤니티를 오픈한 것이 문피아의 시초입니다. 10여 년간 커뮤니티 형태로 운영하다가 2013년 법인으로 전환하였습니다. 문피아는 누구나 작품을 연재할 수 있는 자유연재 플랫폼인 동시에 드라마, 영화, 게임 등에도 콘텐츠를 공급하는 콘텐츠 프로바이더(CP)이기도 합니다. 현재 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웹소설 플랫폼 ‘웹노벨(webnovel)’을 통해 웹소설을 수출하고 있어요. 아마 국내에 현존하는 웹소설 기업 중 플랫폼과 콘텐츠 공급을 겸하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규모가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이야 K-팝부터 K-방역에 이르기까지 K 자 붙은 신조어가 많습니다.
‘한류’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던 시절부터 K-스토리라는 용어를 쓰고 이를 세계화시켜보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작가였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1981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40년째입니다. 회사 들어오실 때 보셨겠지만 입구에 ‘세계로, 미래로, 꿈을 향하여’라고 써놓았습니다. 문피아 커뮤니티를 처음 시작할 때 떠올린 문구입니다. 첫 타깃은 중국이었습니다. 중국이 ‘중공’으로 불리던 시절부터 중국 진출을 꿈꾸었어요. 중국의 무협영화를 좋아했지만 스토리의 완성도가 아쉬웠습니다. K-스토리라면 이런 부분을 충분히 채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오프라인 출판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으나 조건이 너무 불합리했어요. 출판은 하되 수익은 초판 발행뿐이고 재판 발행 수익은 모두 그쪽에서 가지겠다고 하더군요. 이렇게까지 나쁜 조건으로 진출을 서두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습니다. 회사 설립 후에도 여러 차례 중국 진출을 시도했으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국 문화 콘텐츠의 중국 진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K-스토리’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습니까?

처음부터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인의 이야기이고 한국 사람이 만드는 이야기이면 K-스토리입니다. K-스토리가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한다고 해서 해외시장만 염두에 두고 만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국내시장에서 검증된 스토리여야 합니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지 않은데 K-스토리라는 이름을 달고 해외로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런 점에서 진정한 K-스토리는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무조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한국적인 것을 그대로 내놓는다고 세계적인 것이 될 수는 없거든요. K-스토리가 세계화되려면 한국적이되 현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여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웹소설은 K-스토리의 원천 소스로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K-스토리의 원천 소스로서 웹소설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웹소설은 웹에서 최초 공개한 작품으로서 1편을 3~5분 안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소설을 말합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형태의 콘텐츠입니다. 매우 현대적 개념의 문화 콘텐츠인 셈이지요. 문피아가 2013년 유료 서비스로 전환할 당시만 해도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100억 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 현재 6,500억 원 시장으로, 불과 7년 만에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어요. 이처럼 폭발적 성장 배경에는 시대의 변화가 한몫했습니다. 웹소설은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에 탄생한 현대적 개념의 문화 콘텐츠입니다. 원 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가 용이한 원천 소스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웹툰, 드라마,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형식의 장르로도 확장시켜나갈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스토리가 존재한다는 점이 웹소설의 장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잖아요. 작가는 모름지기 독자들이 좋아하는 글을 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독자를 설득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해야 결과적으로 작가도 원하고 독자도 원하는 작품이 될 수 있는 거지요.

지난해에는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는데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국내시장만으로는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리포터>가 영국이라는 좁은 시장에만 머물렀다면 지금과 같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요. 해외로 나갔기 때문에 스케일이 달라진 것입니다. 2013년 기업으로 전환한 후 한동안은 국내시장에서 살아남는 데 주력했습니다. 초창기만 해도 50여 개 웹소설 플랫폼이 운영되었으나 살아남은 것은 문피아를 비롯해 극소수뿐입니다. 문피아도 처음에는 욕먹지 않을 만큼의 ‘가성비’를 추구했으나 지금은 ‘문피아다움’을 고집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이 정도면 안 망하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한 달가량 미국 LA와 샌프란시스코에 체류하면서 드라마 계약을 논의 중이었으나 코로나19로 무기한 연기되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드라마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된 경우는 있었으나 소설이나 극본처럼 스토리 단계부터 진출한 사례는 전무했어요. 한국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미국에서 드라마화되는 것은 최초의 일이기도 해서 상당히 고무적이었는데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하지만 해외 진출 노력이 물거품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감은 더 커졌으니까요.

해외시장에서 K-스토리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작년에 우리 작품들을 가지고 할리우드 시장에 나갔을 때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이야기가 참 다채롭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할리우드처럼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가 모여드는 곳에서 우리 것을 보고 ‘이야기가 다채롭다’고 하니 신기했습니다. 상상력도 문화적 토양의 영향을 받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상영된 드라마 <킹덤>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익숙하지만 다르기’ 때문입니다. 좀비라는 소재는 서구인에게 익숙하지만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은 철저하게 한국적이라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꼈던 겁니다.
할리우드적 감성을 이해하면서 한국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굉장히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K-스토리의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일본의 애니메이션, 미국의 드라마, 할리우드 영화 등을 두루두루 섭렵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체화했어요. 현재 문피아의 웹소설 플랫폼에서는 3만여 명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대부분 국내에서 나고 자랐어도 해외의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는 젊은 세대들입니다. 국내 독자 역시 해외시장의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안테나숍으로도 손색이 없는 감을 가지고 있어요. 국내 독자에게 이미 검증된 작품이라는 건 그만큼 세계적이라는 의미입니다.

K-스토리가 해외시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나요?

우리가 해외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한국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한창 영화 <기생충>이 미국 시장에서 화제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상상력의 ‘스케일’을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영화 시장에서 대작이라고 하면 200억~300억 원 정도의 제작비가 든다고 해요. 미국은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 1,000억 원을 쓰는 나라입니다. 스케일로 미국 영화와 경쟁하기엔 애초에 게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소소한 주변 이야기를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기생충>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영화 시장이 할리우드처럼 좋은 여건이었다면 지금과는 다른 ‘한국적인 영화’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K-스토리는 다릅니다.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돈이 들지 않잖아요. 무한하고 탁월한 상상력으로 블록버스터급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평가가 따랐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원 트랙은 위험합니다. ‘반드시 한국적이어야 세계시장에서 통한다’는 생각에 갇힐 필요가 있을까요.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한국 소설들이 꽤 있었습니다만 한 번도 ‘멀티유스’가 된 사례가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 일상적이고 소소한 부분을 다루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수준이 낮다는 뜻이 아닙니다. 할리우드는 <어벤저스 : 엔드게임> 같은 블록버스터용 스토리를 원합니다. 할리우드가 <전지적 독자 시점>에 큰 관심을 보인 이유도 블록버스터에 적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웹소설은 상당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작품 구상 단계부터 멀티유스를 염두에 두고 만들기 때문이지요. 웹소설의 이러한 장점을 버리면서까지 굳이 ‘한국적 주변 이야기’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넘어선 인기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

코로나19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K-스토리의 성장 가능성과 역할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문피아는 웹소설 플랫폼으로서 연매출 400억 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반도체나 자동차 생산 기업과 비교하면 연매출 400억 원 규모가 그리 커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웹소설의 단가는 100원에 불과합니다. 쉽게 말해 100원짜리 상품을 4억 개 팔아서 얻은 성과라는 겁니다. 단순히 많은 양의 상품을 팔았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400억 원의 매출 규모를 다르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웹소설 플랫폼을 통해 문화적 토양을 넓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토양 속에서 <전지적 독자 시점> 같은 메가 히트작이 나왔을 때 그 파급력은 엄청나게 커질 것입니다.
오랫동안 굴뚝산업이 한국의 경제를 이끌어왔지만 앞으로는 문화산업이 그 자리를 적지 않게 채우게 될 것입니다. 초연결사회로 갈수록 그 비중은 더욱 커지겠지요.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의 일상에는 비대면이 많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물질적 니즈를 충족시키는 비대면 산업이 주를 이루었다면 앞으로는 정신적인 영역까지 충족시켜주는 방식으로 비대면이 확대될 것입니다. 많은 영역에서 코로나19로 타격을 받고 있지만 웹소설 시장은 위기를 피해가고 있습니다. 비대면으로 소비되는 웹소설의 특성 덕분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된다 하더라도 웹소설 시장이 침체될 일은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K-스토리인 웹소설이 세계시장에서 드라마나 영화의 원천 소스로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의 힘으로 드라마도 만들고 영화도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나가겠습니다.